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68화 (168/177)

# 168화 - 역천의 지배자 (1)

영민이 무려 용제를 해치우는 동안 바깥은 아직도 난전에 난전을 거듭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10마리의 드 래곤을 오릇이 감당하기 어려운 세 계 연합군이 물량과 화력으로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치우지 못했다고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용제만큼 은 아니지만 고위 마법을 난사하는 것이 가능한 드래곤들을,그것도 열 마리나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은 결 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6마리면 할 만큼 했네.’

처음의 10마리에서 이제 남은 것

은 4마리 뿐.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숫자였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서둘러 끝내야 해.’

10기의 본 드래곤을 쫓아 저 멀리 사라진 드래곤 무리의 귀환.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에 나머지 놈들을 정 리하고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 면 열이 아니라 일백의 드래곤을 동 시에 상대해야 할 테니까.

“우리도 갑시다.”

때문에 영민은 즉시 개입에 나섰 다. 용제의 영혼이 봉인된 드래곤 슬레이어를 길게 늘어뜨리고 놈들에 게 도약을 한 것이다.

럭키 포텐의 지속시간은 끝이 났지

만 아직 그에게는 신성폭발의 효과 가 남아 있었다.

“헤븐즈"!”

그때,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 다.

“용제를 뵙습니다.”

영민을 발견한 네 마리의 드래곤이 주변을 뿌리치던 것과 달리,영민에 게는 적의를 감추고 공손이 맞이한 것이다.

그 순간 영민은 재빠르게 판단했 다.

용제의 영혼 때문이구나!

씨익 미소를 짓는 한 편 드래곤 슬레이어를 거두고,가지고 있던 무

전기를 통해 세계 연합군에 메시지 를 보낸 것이다.

“전투 중지. 반복한다. 전투 중지.”

치열하기 짝이 없는 전투 중이었다 는 것을 생각할 때 당혹스럽게도 느 껴지는 일이지만 드래곤들의 태세 전환에 그들 역시 얼떨떨해하며 멈 추었다.

갑작스런 소강 상태.

자신들에게 가해지던 화기와 이능 의 포격이 멈추자 드래곤들은 대회 복 마법으로 스스로를 회복함과 동 시에 영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영민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지금부터 우리 드래곤들은 인간들

과 힘을 합친다.”

이미 상황파악을 마친 영민은 스스 로가 용제인양 명령을 내렸다. 그들 이 ‘용제를 봉인한 인간’으로 자신 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용제 그 자 체’로 본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하찮디 하찮은 인간들과의 연합이 라니? 반발이 있을 법도 했지만 드 래곤들은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뜻대로 하소서라고 읊조리며 정말로 적의며 경계를 없애버린 것 이다.

어쩌면 동족을 여섯이나 죽인 인간 들의 강함을 인정한 것일수도 있지 만 어떤 의미든 잘 된 일이었다. 영 민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전력을 보

전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내가 부를 때까지 몸을 회복하고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흡족한 미소를 지은 영민은 그들에 게 휴식을 명한 뒤 다시 무전을 통 해 세계 연합군의 모든 전력을 뒤로 물렸다.

‘그렇다면 혹시…-.’

그리고 동시에 기대했다. 본 드래 곤을 좇아 사라졌던 일백여 드래곤 무리들 역시 이 능력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다섯 군주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던 것은 사이가 좋아서 가 아니라 각자의 전력이 워낙 막강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태성의 파티가 용제를 죽 인 뒤 남은 드래곤 무리들과 다른 군주들이 싸우는 것을 목격한 이가 있었으니까.

그들은 한 팀이 아니라 각자 세상 을 지배하고 정복하려는 세력에 불 과한 것이다.

그것을 생각했을 때,일백의 드래 곤을 휘하에 거둘 수만 있다면 생각 보다 다른 네 군주들과의 전쟁이 훨 씬 수월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시간이 지나도록 사라진 드래곤 무리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 다.

공간이동 방해장치들을 해제했음에 도 그랬다. 세계 연합군이 물러난 이후 영민이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 지만 새롭게 맞이한 드래곤의 숫자 는 고작해야 열 마리 뿐이었다.

‘이것도 대단한 전력이기는 한데".’ 뭔가 아쉽다. 뭔가 이상하다.

그들을 포함해 총 열 네 마리의 드래곤을 대기시킨 영민은 더 이상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일단 세계 연 합군측으로 다시 넘어왔다. 정보를 파악하기에는 그 편이 낫다고 판단 한 것이다.

“영민님. 오셨습니까!”

용제 사냥이 생각보다 수월했기 때 문인지 회의실에 모인 세계 연합군

수뇌들이 밝게 그를 맞이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때,미국 팀의 요한이 살짝 흥분 한 듯한 밝은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 었다.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강태성의 기억을 더듬어봐도 이 시기에 그렇 게까지 표현될 일은 없었는데".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영민이 관심을 보이자 요한이 화면에 영상 하나를 띄워 올렸다.

모든 것이 죽어 있는 대지. 생의 기운조차 얼어붙은 대지.

영민은 그것이 역천의 지배자라 칭 하는 에인션트 아크 리치,시칼라인

의 영토라는 것을 단 번에 알아봤 다.

‘저건".’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 다. 그의 영토인 북극이 철저하게 파괴가 되어 있는 것이다.

북극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인간들 중 저곳에서 난동을 부릴 수 있는 자가 벌써 있을 리는 만무하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설마 다른 군주의 군단들이 쳐들어가기라도 한 것인가?

혼란스러워하는 영민의 눈에 익숙 한(?) 무언가가 걸렸다.

“… ?드래곤?”

바로 드래곤의 시체였다.

“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날려보낸 본 드래곤들과,그들을 쫓아 사라진 드래곤의 무리가 추격전 끝에 시칼 라인의 영토에 들어섰던 것이다.

별도로 통제를 하거나 어디까지 가 라고 지시를 해놓은 것이 아니라 그 조차 본 드래곤의 위치를 몰랐는데 바로 저곳에 있었다. 아마도 저 난 리는 본 드래곤과 드래곤 무리의 전 투 흔적인 모양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제 영역에 대한 침 범으로 오해한 시칼라인이 군단을 움직여 드래곤들과 대적을 한 것으 로 추측됐다. 단순히 열 기의 본 드 래곤과 일백여 드래곤의 전투 흔적

이라 보기에는 너무 거창했으니까.

드래곤들이 아무래도 본 드래곤의 주인을 시칼라인으로 단단히 오해한 것 같았다.

덕분에 시칼라인의 영토는 그야말 로 초토화가 되었다. 본인이 나섰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영 토 반 이상이 박살났고,그에 따라 그의 군단 역시 양패구상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것이 분명해보였다.

요한과 사람들이 기뻐하던 것도 바 로 그런 이유인 둣 하다.

“으음".”

하지만 그 영상을 가만히 지켜보던 영민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다시 한 번 환호하던 이들 중 일 부가 뒤늦게 영민의 상태를 확인했 다.

“후우! 생각보다 다음 전투가 빠르 게 진행되어야 할 것 같군요. 모든 병력에 재정비를 요청해주십시오. 전력을 어느 정도 가다듬은 뒤,바 로 북극으로 갑시다.”

“예에?”

“그렇게 급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마나와 미사일 같은 것들은 금방 보 충이 되겠지만 죽은 이들을 애도하 고 정신적 피로를 회복할 시간은".” 누구라도 목숨을 걸어야했던 그 지 옥 같은 전투를 떠올린 모두가 피로 감을 호소하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

쳤지만 영민은 단호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무척 곤란한 상황 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북극을 영토로 삼은 시칼라인은 마법사이자 네크로맨서입니다. 드래 곤들이 놈의 언데드 군단을 초토화 시키며 양패구상을 하긴 했지만 시 간이 지나면 그들의 시체가 더 강력 한 언데드로 변할 겁니다.”

“헉!”

본 드래곤,좀비 드래곤을 말하는 것이다.

워낙 크고 거창한 존재들이라 언데 드로 제작하는 것에는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시간만 충족이 된다 면 시칼라인은 무려 일백에 가까운

언데드 드래곤 부대를 얻게 된다.

살아있을 때의 힘에는 못 미친다고 하지만 둘,셋,그 이상이 모이면 능히 드래곤 하나를 감당하고도 남 을 놈들이다.

시칼라인이 그만한 힘을 갖도록 놓 아둔다면 이득이 아니라 큰 재앙을 맛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언데드 드래곤의 제작이 완 료되기 전,그리고 그가 군단을 잃 어 힘의 공백이 생긴 이 시점에 치 는 것이 무조건 옳았다.

이미 영민을 통해 본 드래곤을 경 험한 바 있는 세계 연합군인지라 마 음이 급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축제 분위기가 한 순간 사라지고

다시 전군 비상대기 태세가 발동됐 다. 영민의 조언에 따라 충분한 휴 식은 부여하되,언제든 다시 출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정비를 철저 히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시 양패 구상을 노릴 수는 없을까?’

그러는 사이,영민은 한 가지 계책 을 떠올렸다.

다섯 군주들 사이에 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니,다른 군주에게 정보를 흘려 시칼라인을 칠 수는 없을까?

다섯 모두를 처치해야하는 인류의 입장에서 하나라도 전력 손실 없이 해치울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텐 데.

하지만 곧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 었다. 그가 아는 한,나머지 군주들 중 그렇게까지 나설만한 자가 없는 것이다.

시칼라인에 그렇게까지 적대적이지 않거나,위치를 파악할 수 없거나, 정보를 전달할 만큼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인간들이 직접 타격하는 수밖 에 없다는 소리. 영민은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결전을 준비했다.

‘이길 수??있겠지?’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 다. 강태성의 기억에 덧입혀진 악몽 때문이다. 용제 사냥에는 어찌어찌 성공한 그들이었지만 이후 시칼라인

과 강철거신에게 크게 패퇴하고 좇 겨 다닌 기억이 있었으니까. 기억을 떠올린 순간 그때의 공포가 엄습해 온 것이다.

‘해야지. 어떻게든.’

조급해하지 않았다. 천천히 마음을 추스르고 공포의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갔다.

‘신성’의 힘까지 다루는 그에게 있 어 시칼라인은 어쩌면 그 어떤 군주 들보다 손쉬운 상대일 수도 있었다.

용제의 영혼 봉인과 용제의 심장을 조합하며 막강해진 드래곤 슬레이어 도 있고, 효과가 랜덤이기는 하지만 럭키 포텐의 의외성도 가지고 있었 다.

더구나 놈의 군단은 이미 반파된 상황이 아닌가? 당장 미사일 폭격과 헌터부대로 쓸어버리면 온전한 상태 에서 시칼라인과 마주 할 수 있었 다.

물론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지닌 놈 이기에 위험성도 크긴 했지만,긍정 적인 요인들이 분명 더 많았다.

그렇게 영민 역시 신성폭발의 후유 증을 회복하며 의지를 다져갔다.

용제 사냥이 끝나고,세계 연합군 이 그에 못지 않은 대상인 역천의 지배자,에인션트 아크 리치 시칼라

인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까지는 불 과 이틀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각자 사용한 고유 능력의 재사용시간을 회복하고,체 력을 최소 정상 수위까지 회복하기 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사선을 넘나들었던 이들의 정 신적 피로까지 해소하기에는 부족했 지만 한편으로는 그 강대한 드래곤 을 해치웠다는 자신감이 그들의 마 음속에 든든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 리고 시칼라인의 군단과 맞붙는 순 간,그 자신감은 배가 되겠지.

단일 개체로서는 두말 할 것도 없 는 최강의 존재가 바로 드래곤들이 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드래곤들의 도움까지 받 을 테고.’

어디 그 뿐인가? 영민은 용제에 굴복한 드래곤들까지 함께 움직였 다. 시칼라인이 정말로 언데드 드래 곤을 제작하고 있다면 그저 데리고 가는 것만으로 그들의 전투 의지를 활활 불태워 줄 수 있을 터였다.

아니,애초에 그곳에서 살아돌아온 열 마리의 드래곤들은 이미 놈을 씹 어먹기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

영민은 그저 거기에 계기를 부여해 주었을 뿐이다.

“포격 개시.”

하지만 한 마리 한 마리가 전략 병기인 그들을 함부로 쓸 생각은 없

었다.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전투 력과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언데드 군단인 만큼 힘을 보전시키기 위해 뒤로 물리고 현대 화기를 이용한 집 중 포격이 개시됐다.

두 번째 군주 사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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