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용제 사냥 (3)
분노한 용제가 얼어붙은 다리를 들 어 내리치자 뿌연 수중기와 함께 주 변이 녹아내렸다. 마법의 조종답게 단숨에 열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하 고 행동력 저하의 제약을 풀어냈다.
어디 그 뿐인가? 다른 한 쪽 발을 구르자 지한이 만들어낸 분신들마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쪽도 예상하던 바다. 민호는 이미 다시 한 번 캐스 팅에 들어갔고 분노한 용제의 눈을 가리며 한 덩이 빛이 쏘아졌다.
진지한이 떨어져나오며 신성계 최 강 마법,홀리를 발동한 것이다.
“크아아앙!!”
하지만 그 또한 듣지 않았다. 용제 는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피어를 발동시키며 큰 입으로 홀리를 물어 뜯어버렸다.
신성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 할 만큼 쉽게 꺼져버린 불빛. 그러 나 상관 없다. 그 또한 연막에 불과 했으니까.
그러는 동안 놈의 품으로 파고 든 철우가 강력한 한 방을 퍼부을 준비 를 마치고 있었다.
“하앗!!”
“날파리 같은 것들!”
휘익
그 순간 용제가 금빛 거체를 너무
도 쉽게 휘돌렸다. 체조선수처럼 가 볍게 몸을 비틀더니 육중한 꼬리를 무겁게 내리 꽂았다.
“크악!!”
그 매서운 공격에 철우가 자세를 바꾸고 몸을 응크렸다. 한 방을 꽂 아 넣으려다가 제가 죽을 판이니 수 비 자세를 취한 것이다.
쿠응!
그 위로 덩치의 몇 배나 되는 꼬 리가 날아들고,철우는 비명을 지르 며 땅에 비스듬이 쳐박혔다.
물수제비처럼 바닥에 갈리듯 튕겨 나뒹굴었다.
“죽여버려!!”
그러면서도 손을 들어 가람을 응원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철우가 적중당하기 전,그의 어깨 를 발판 삼아 뛰어오른 것은 가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신 살의 창,룽기누스였다.
용제의 거체에 비하자면 나무젓가 락을 들고 찌르는 것 같아 보일 지 경이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꿰뚫는 관통의 힘을 지닌 신기. 거기에 가 람이 지닌 고유 능력 ‘인챈트’가 더 해지니 드래곤 슬레이어 못지 않은 괴물이 탄생했다.
“꿰뚫어라,룽기누스여!”
혼신의 힘을 담은 가람의 일격이 마침내 용제의 몸에 닿았다.
“끄아아앙!!”
고통스런 비명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가람이 노린 것은 상대적으 로 방어가 약한 왼쪽 날개. 작은 점 과 같은 공격이지만 강대한 기운이 서린 그 창 끝이 관통하며 지금 2m 는 족히 될 법한 커다란 구멍이 생 겨났다.
퍼버버벙!!
고통에 몸부림치는 용제였지만 공 격을 성공시킨 가람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 짧은 순간 힘을 일으킨 용제의 마법이 뒤늦게 터진 것이다.
하나하나가 민호의 최상위 마법에 버금가는 엄청난 위력. 그런 것을 별다른 캐스팅도 없이 뿌려대는 용 제의 힘은 실로 가공할 것이었다.
그런 폭발을 뚫고,용제의 머리 위 까지 오른 사내가 있었다.
“럭키 펀치!”
바로 영민이다. 은폐 엄폐를 할만 한 구조물이 없는 까닭에 동료들의 등 뒤에 숨어 모습을 감춘 그가 정 신이 팔린 용제의 머리 위에서 나타 난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지 는 않았다. 그가 가진 +13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가진 ‘드래곤의 분노’ 효과가 너무나 큰 까닭에 더 큰 기회를 위해 참아둔 것이다.
일격에 놈을 끝장낼 자신이 없기에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삐억!
두개골이 함몰되는 듯한 소리와 함 께 용제의 머리가 바닥으로 휘청거 렸다. 다른 드래곤들은 이거 한 방 에 땅과 키스를 했지만 과연 다른 것인지 버텨내는 모습.
‘칫,부족했나.’
성역 선포와 동시에 내리꽂힌 일격 임에도 한 방 먹인 것이 고작이란 사실이 놀라웠지만 당황하지 않았 다. 이 또한 이미 상정해둔 바였다.
“영통한 강타!”
영민이 놈의 머리에서 이탈하는 순 간,바닥에서 치고 솟아오르는 인물 이 있었다. 바로 철우.
생명의 돌과 드래곤 하트가 조합되 며 더욱 강력한 생명력을 얻게 된
그가 업그레이드 된 ‘한 방’을 끌어 모은 것이다.
빠각!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부서졌다! 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둔탁한 소 리와 함께 용제의 턱이 돌아갔다.
“해냈다!”
확신에 찬 함성과 함께 민호의 2 차 폭격이 이어졌다.
강력한 화염돌풍이 휘청이는 용제 의 몸을 불태웠다. 정확히는 꿰뚫린 날개를 집중적으로 지져댔다. 이렇 게 불로 상처를 지져버리면 제 아무 리 용제라 하더라도 회복하기가 쉽 지 않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그 불길을 뚫고
덤벼든 가람이 룽기누스를 휘둘러 몇 개나 되는 구멍을 더 뚫어 놓았 다.
‘게이머 시스템’의 영향에 따라 ‘파 티원’의 마법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 다는 편한 설정 덕분에 가능한 활약 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영민이 같은 ‘게이 머’이자 마법사인 민호를 팀에 섭외 한 이유이기도 했고.
연속적으로 머리를 타격받아 휘청 이는 도중에도 용제가 재빠른 반격 을 가했지만 상대는 무려 ‘간격의 천재’였다. 덩치답지 않은 쾌속한 공격이라도 얼마든지 피하고 방어해 낼 능력이 있는 가람에게는 크게 위
협이 되지 않았다.
그의 공격이 위협적인지 주변 일대 를 날려버리는 광역 마법을 시전하 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피해는 있겠 지만 압도적인 마법,물리 방어력을 자랑하는 드래곤 스케일이라면 상대 적으로 피해가 덜 할 것이라는 계획 이었지만 ‘방어’라면 이쪽도 자신 있었다.
일차적으로 가람의 창이 마법을 갈 랐고,둘째로 지한의 방어주문이 겹 겹이 쌓여갔으며 마지막으로 레드 드래곤 세트가 방어해내는 것이다.
이쯤되니 용제의 상황도 꽤나 난처 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영민은 드래 곤 슬레이어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태양의 검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에 전념했다. 용제는 과연 그 이름 값 답게 어 마어마한 체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 만큼 공격을 쏟아 부어도 여전히 거 세게 저항을 해댔지만 생각 이상으 로 네 사람이 잘 해주고 있어서 ‘어 쩌면 이대로’라는 작은 기대마저 품 게 될 지경이었다.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그러나,방심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와 그의 팀이 대 드래곤 전용의 장비들로 도배를 했다하더라도 ‘이 대로 핀치’라고 보기에는 용제에게
남은 카드가 제법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적어 도 영민은 속일 수 없었다.
“화룡질주!”
“썬더 브레이크!”
“일점폭발!”
“영룽한 강타!”
그렇다고 무작정 힘을 아낄 수도 없었다. 운 좋게 수세에 몰아넣었다 고는 하나 상대에게는 언제든 상황 을 반전시킬 능력이 있었고,힘을 아낀답시고 틈을 보였다가는 단번에 상황이 뒤집힐 테니까.
때문에 영민은 태양의 검에 내장된 스킬까지 일으키며 전력을 다해 용 제를 압박하는데 앞장 섰다.
“??체인지 데스티니.”
그때 용제의 입에서 신음과 같은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운명을 거스르는,용제에게만 허락 된 권능이 발현 된 것이다.
‘좋았어!’
다음 순간,용제가 멀쩡해진 모습 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을린 상처도, 영민과 철우의 주먹에 뭉개진 얼굴 도,룽기누스에 의해 꿰뚫린 날개도 모두 없던 일처럼 말끔한 모습이다.
그 변화에 모두가 용제의 권능을 떠올렸다.
일정 시간 내에 단 한 번 사용 할 수 있는 시간 회귀의 권능.
그렇다는 것은 용제의 히든 카드가
일찌감치 뽑혀졌다는 소리였다.
강태성의 때에는 처음부터 전력투 구를 하다가 이 권능에 상황이 역전 되어 간신히 간신히 힘을 짜내 용제 를 잡았었지.
그때에 비하면 콧노래를 부를 만큼 상황이 좋았지만 여전히 방심은 금 물이다.
영민이 소리지며 손을 휘젓자 놈에 게 짓쳐들던 이들이 모조리 몸을 빼 내며 한 템포 숨을 돌렸다.
놈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은 무척 미련한 일이지만 쌩쌩해진 놈에게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로 무턱대로 달려들다가는 현격한 힘의 차이를 계산하지 못하고 당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 해! 지금까지 상대했던 것보다 더 강력할 거다!”
크게 소리를 질러 파티를 정비한 영민은 누구보다 앞장 서서 태양의 검을 휘두르며 부활한 놈의 힘에 대 항하기 시작했다.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가장 비참 한 존재가 되게 만들어주마!!”
몇 번이고 용제를 곤란하게 만들었 던 힘이고 불길이건만 완전 회복한 용제는 전혀 겁을 내지 않고 마주쳐 왔다. 조금전까지 당한 것은 어디까 지나 방심에서 비롯된 타격이 눈덩 이처럼 불어나며 제 실력을 발휘하
지 못했기 때문이지 자신의 진실된 힘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것 이다.
“불장난은 끝이다!”
화르륵
용제의 두 손,정확히는 두 앞발에 거대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보는 것 만으로 오염 될 것 같은 검붉은 불 꽃이 각기 일어났다.
화염계 최강 마법 중 하나인 헬 파이어 다.
더블 캐스팅으로 발현된 헬 파이어 가 양쪽에서 영민을 압사시키듯 부 딪혀왔다.
“젠장.”
순간 반사를 시켜볼까도 싶었지만
소용 없다. 하나면 몰라도 두 개가 동시에 날아든다면 무리다.
“스페이스 체인지.”
영민은 즉시 미리 만들어둔 언데드 와 위치를 바꿔 위기를 모면했다.
콰과과과과광-!
대폭발.
그야말로 대폭발과 함께 모두가 밀 려나갔다. 두 개의 헬 파이어가 서 로 부딪히며 엄청난 폭발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저 속에 있었다면? 뼈와 살 이 녹아내렸겠지.
영민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재차 놈에게 달려들었다.
“미친.”
“다중영창?!”
하지만 그것은 시도로 끝이 났다. 누군가 채 움직이기도 전에 둘 이상 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한 용제가 무차별 폭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 다.
“모두 모여!!”
하나 하나가 헬 파이어에 버금가는 각 계열의 최고 수준 마법이다. 위 력을 말할 것도 없고,지형을 뒤바 꾸어 놓을 테니 흩어져서 날뛰어봐 야 좋을 것이 없었다.
“고오오오오오-!”
“이런 씨발.”
중첩되어 멸어지는 마법들을 간신 히 막아낸 그때,아찔할 정도의 마
나 유동이 용제의 방향에서 느껴졌 다.
대기의 마나가 열어지는 것이 느껴 질 만큼 어마어마한 차징.
드래곤의 권능이자 최대 무기 중 하나인 브레스의 시동이다.
“헤븐즈 게이트!”
피하기도 쉽지 않다. 급히 산개한 다 한들 하나 이상은 브레스에 당하 게 될 터,그때 진지한이 오히려 앞 으로 치고 나가며 힘을 일으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계의 문. 그 것을 방패 삼아 용제의 브레스에 대 항했다.
하지만 이전에 소환했을 때와는 달 랐다. 시동어를 외쳐 문을 개방하는
대신,용제의 브레스가 부딪힐 때까 지 방어 주문을 겹겹이 쌓으며 버티 기를 택한 것이다.
“흐아아아아앗!!”
“지한이 형!!”
모두가 걱정스레 외쳤지만 지한에 게는 닿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모 든 힘을 쏟아부어 브레스를 막아낼 뿐이었다.
“제길".”
어차피 아무런 피해 없이 용제를 잡는 것은 어렵다. 각오는 했지만 자기희생에 가까운 그의 선택에 영 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뼈가 저리도 록 아파왔다.
쩌저정
신성 폭발을 흉내내 자신이 가진 모든 신성력을 폭주시킨 지한의 보 호막은 아주 잠시 브레스를 멈추었 을 뿐이다. 보호막을 산산조각 낸 용제의 브레스는 거침없이 헤븐즈 게이트를 때리며 사납게 울부짖었 다.
;쩌:적 :쩌X?ㅣ;저:적
그리고 곧,헤븐즈 게이트에도 균 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 ”
“어?”
“뭐,뭐지?”
콰앙!
이내 천계로 통하는 입구가 박살나 고,용제의 브레스가 지한을 덮쳐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예상한 모 두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 다.
‘문’이 박살나며 헤븐즈 게이트 자 체가 파괴된 것이 아니라, ‘입구가 강제로 열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 다.
헤븐즈 게이트는 천계로 통하는 입 구. 용제의 강력한 브레스가 그곳을 통과해 천계를 타격했다.
“누가 감히 대천사의 쉼터를 공격 하는가!!”
용제의 파괴적인 브레스가 모조리 헤븐즈 게이트로 빨려든 이후,안쪽 에서 노한 기운이 역력하게 느껴지 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동료 천사의 피를 뒤집어 쓴 대천사와 전투 천사들이 분노에 휩싸여 문을 뛰쳐 나왔다. 원흉인 용제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