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63화 (163/177)

# 163화 - 9레벨 던전 ⑵

9레벨 던전. 다섯 군주. 다섯 군주 의 군단들.

그것이 4차 던전 쇼크와 함께 지 구상에 나타난 것이다.

던전 쇼크의 영향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놈들은 처음부터 ‘던전’의 형태가 아닌 ‘던전 브레이 크’ 상태로 나타났다.

본래대로라면 그들의 존재를 알아 차리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터였 지만 영민은 미니맵을 통해 그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절대의 힘을 지닌 다섯의 군주들.

아직은 각자의 위치에서 웅크리고

있지만 그들 중 하나만 움직이더라 도 인류는 멸망의 각오를 해야만 할 터였다.

그러니 영민으로서도 긴장하지 않 을 수 없었다.

누구부터 상대해야 할까,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그리고 언제 상대해 야 할까.

매일 매일 고민해오던 수많은 생각 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뒤죽박죽 얽히는 것도 모자라 잔뜩 꼬이고 꼬 였다.

놈들을 확실히 제압할 자신이 없는 한,어떠한 계획도 무용할 따름이었 다.

‘일단은 할 수 있는 것부터??인가?’

한숨을 푹 내쉰 영민은 일단 그들 이 아닌 그 주위로 눈을 돌렸다. 아 직도 세계의 여러 국가를 괴롭히고 있는 몬스터들. 개중에는 다행히 중 립적이어서 먼저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굳이 호전적인 모습을 보 이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놈들도 제법 있어서 세 계에는 전투와 전쟁이 끊이질 않았 다.

비록 세계적으로 축적된 자원과 식 량이 상당하다지만 오래 끌수록 불 리해지는 것은 이쪽이다. 영민은 일 단 그들부터 도와 안정을 되찾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다섯 군주와 겨루기 위해서

는 그들이 거느린 강력한 군단을 뚫 거나 따돌려야 했는데 그것은 일개 길드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었으니까.

결국에는 세계 각국의 헌터들을 규 합해야만 다섯 군주 중 누구라도 도 전해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영민은 대한민국 내의 안전이 확보 되는 즉시 대기권 뛰기를 이용해 일 본,동남아,미주 지역의 수복을 지 원했다. 그 사이 가람,지한,철우, 민호도 러시아와 중국으로 지원을 나섰다.

이미 한 국가만의 힘으로는 상황을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강 대국들이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실리

를 취하는 쪽으로 선회해 적극적인 도옴 요청을 보낸 것이 다행이었다.

이전처럼 자신들의 힘만으로 처리 하겠다고 고집했다면 꽤나 골치가 아팠을 텐데.

물론 전리품은 공헌도에 따라 배분 하는 방식을 택했고,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확보한 도시들의 안정도를 높이는 것에 힘을 쏟았다.

그 사이 희생된 무수히 많은 사람 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영민이 라도 그것까지 해결하기에는 무리였 다.

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람들을 살리는 것.

영민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인류

를 보호했다.

확실히 강태성의 시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피해였다. 그들은 4차 던 전 쇼크와 함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사라져버렸으니까.

반면 지금은 약 80% 이상의 인구 가 살아남았다. 재수없게 던전 브레 이크가 일어난 지역에 머무르던 이 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목숨 을 건진 것이다.

그래봤자 대부분은 헌터가 아닌 일 반인이니 전력으로서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이들이겠지만 노동력이든 뭐든 기여를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다시 약 2개월 여 간의 사 투가 벌어지고 나서야 몬스터들과

인간들은 각자의 영역을 어느 정도 확립할 수 있었다.

물론 협약이 된 것도 아닌 암묵적 인 휴전이고 대치상태이니 언제 깨 어질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세계 헌터 회의라".”

그런 상황에서 헌터협회는,그리고 세계 정부라 이름 붙여진 의사결정 단체는 8레벨 던전 이상에 대응할 수 있는 최상위 헌터들을 규합하는 일종의 회합을 주선했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까 닭이다.

이들이 통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핵 이라도 써야할 텐데,그것은 최후의

최후에나 택해야 할 일이었다.

‘핵을 써도 다섯 군주에게는 통하 지 않겠지만“.’

강태성의 시대라고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러시아가 제일 먼저 핵을 발사했었 다.

상대는 북극에 자리를 차지한 역천 의 지배자. 반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에인션트 아크 리치,카락슈마였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그의 군단 을 일부 파괴하는데 성공하기는 했 지만 정작 핵심적인 타격은 주지 못 한 채 방사능으로 지역을 잔뜩 오염 시켜 가뜩이나 상대하기 어려운 언 데드들의 진지를 더욱 철옹성으로

만들어주는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

그 후로 각 나라는 마지막 순간까 지 핵을 아끼고 아꼈다. 결국 핵이 품은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 것 은 인간 자신이었으니까.

“연결 됐습니다.”

여러 국가들의 상황상,회의는 화 상으로 진행됐다.

과거와 같은 허례허식은 많이 빠졌 다. 어쩔 수 없는 형식상의 멘트며 연설은 있었지만 아주 짧게 간소화 된 것이다.

상황도 상황이었고,이 회의의 주 체이자 핵심이 바로 헌터들이기 때 문이었다. 군대보다도 강력한 무력 을 한 몸에 지니고 일선에서 뛰고

있는 헌터들에게는 그런 쓸데없는 허례를 보고 있어줄 여유 따위가 없 었다.

회의의 주제는 단 한가지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겨우 소강 상태에 들어선 이 형국 을 어떤 방식으로 타개해나갈 것인 가.

선제 공격? 평화 협정? 서로의 눈 치만 보는 무기한 대치?

원하는 바는 제각각이었다. 서로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내세우며 핏대 높여 목소리는 대는 가운데 가 만히 듣고 있던 대한민국의 대표, 영민이 마이크를 켰다.

“대한민국의 길드,힐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영민입니다.”

뜨겁게 설전이 오가던 회장에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 회의에서 가 장 비중 있는 인물의 발언에 모두가 주목한 것이다.

“지금부터 제 생각이자 길드 힐름 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심 의 외곽에 자리 잡은 몬스터들,중 요합니다. 언제든 인류의 안위에 직 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니 까요. 기본적으로는 선제 공격이든 미사일 폭격이든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희와 함께 지내고 있는 엘프들처럼 각자 의 이해 관계가 맞는다면 평화 협정 을 맺고 그들에게 얼마의 땅을 내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차원에서 이곳으로 급작스럽게 넘어온 상태이 니 어떤 식으로든 생존을 모색할 테 니까요. 적당히 원하는 바를 들어주 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면 무 의미한 피를 흘리는 일은 없을 겁니 다. 따라서 저희는 종족별,진영별 성향조사를 통해 그들을 분류하고 대응 방식을 정할 것을 주장합니 다.”

“으음,그럼 그 분류는 누가,어떻 게 하지요?”

영민의 주장에 아리스가 질문을 던 졌다. 하지만 그 또한 이미 대비가 되어있다.

모두의 화면으로 하나의 파일이 떠 올랐다.

“여기,그들의 종족과 부족별 성향 을 정리한 표입니다. 일부는 부족 성향과 상관없이 공격으로 표시된 곳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해당 종 족 자체가 거짓을 일삼는 경우입니 다.”

영민이 직접 정리한 자료였다. 이 미 강태성이 몸으로 겪은 지랄 맞은 상황들과 변수가 포함된 자료. 거기 에 몰리고 몰리면서 함께 뭉치게 된 동료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섞어 만든 귀중한 정보였다.

몇몇이 미심쩍은 얼굴을 했지만 그 자료를 들이 민 것이 다름 아닌 영

민이었기에 함부로 부정하기도 어려 웠다.

일단 당장의 위치와 종족이 정확한 데다 그들이 이 자료가 불편한 이유 는 자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라 는 것 뿐이니까.

그렇게 술렁이는 가운데,영민은 또 하나의 폭탄 발언을 던졌다.

“하지만 사실,이들이야 어찌되어 도 상관은 없습니다.”

“응?”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무려 8레벨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 나온 도시,국가 단위의 몬스터들이 의미 없다니? 이건 또 무슨 망발인

가?

술렁임이 커지기 시작 할 때,영민 은 무거운 얼굴로 지도 하나를 모두 의 화면의 띄웠다.

지도 위로 밝게 빛나는 다섯 개의 점.

영민이 미니맵으로 확인한 바 있는 다섯 군주의 위치였다.

“이게 뭡니까?”

“9레벨 던전의 위치입니다.”

“뭣?!”

“9레벨 던전? 그런 게 있었어?”

몇몇의 국가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 침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대다수는 알지 못했는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8레벨 던전도 이렇게나 버거운데

9레벨 던전이라니?

보통 이전 레벨 던전의 보스가 다 음 레벨의 일반 몬스터 또는 고작해 야 중간 보스 수준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고려할 때,9레벨 던전의 몬스 터와 보스는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 도 가지 않겠지.

그 진실된 힘은 오직 영민만이 알 고 있는 상태였기에 표정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9레벨 던전 브레이크는 이미 일어 났습니다.”

그들의 가슴이 진정할 시간도 주지 않고 영민이 연달아 팩트 공격을 날 렸다. 아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지 만,예방 주사를 놓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모르고 있다가 당하기에는 다섯 군 주의 세력이 너무나 강력하니까.

“9레벨 던전 몬스터를 벌써 만나본 겁니까?”

“놈들의 전력을 어떻습니까?!”

영민의 폭탄 발언에 겁을 먹은 각 국의 헌터들이 기자처럼 질문을 쏟 아냈다.

당장 그들로서는 정보를 얻을 구석 이 그밖에 없으니까. 일부 정보를 알고 있는 눈치이던 강대국들도 모 든 던전의 위치를 아는 것은 아니었 는지 입이 근질근질한 모습이다.

영민도 그들에게 굳이 정보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계의 협력이니까.

“8레벨 던전 보스 중 가장 강력한 존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으음,히드라?”

“거신병이라는 것도 있다더군요.”

“얼마전 저희가 극염의 드레이크를 잡았습니다.”

느닷없는 질문이지만 수많은 답들 이 쏟아져 나왔다. 몇몇은 알고 있 는 정보를 말했고,몇몇은 자기 자 랑이 섞인 답을 내놓았지만 그 중 정답은 없었다.

“드래곤입니다.”

“드래곤?”

“네. 드래곤. 모두가 아시는,그 전 설의 괴물이죠.”

모두가 일순간 말을 잃었다. 드레 이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짐작은 했 지만 설마하니 정말로 드래곤이 존 재할 줄이야? 모두가 벙찐 상태에서 누군가 훌린 듯이 물어왔다.

“드래곤이 8레벨에서도 나옵니까? 9레벨 보스가 아니라?”

조금 전 극염의 드레이크를 잡았다 는 헌터였다. 아무래도 그는 자신들 이 잡은 드레이크를 통해 드래곤이 9레벨 던전 보스 몬스터로 나올지 모른다고 예상했던 모양.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 가 있었다. 일반적인 난이도라면 그 렇겠지만 이것은 게임이 아닌 현실 이었고,8레벨과 9레벨의 격차는 비

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났으니 까.

“예. 8레벨 보스로 아주 재수 없으 면 만나게 되죠. 바로 이곳에,그 드래곤이 떼로 몰려 있습니다.”

영민이 짚은 곳은 다섯 군주 중 하나,용제가 머무르는 지역이었다.

“극염의 드레이크를 잡아보셨다고 했죠? 드래곤은 아마 거기에 1.5배 정도 강력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 다.”

“헉.”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지만 어쩌겠 나. 그것이 현실인 걸.

“헛소리!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압니 까? 극염의 드레이크를 상대해보기

나'”

그 순간,영민의 아공간이 열리며 본 드레이크가 꾸역꾸역 몰려나왔 다.

이것을 위해 일부러 화상 통화의 연결 장소를 야외로 잡은 영민이다. 마지막으로 본 드래곤이 커다란 뼈 날개를 펼치며 울부짖고 나타나니 화면 안의 모든 이들이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었다.

“대답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U ,,

그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입을 놀 리지 못하게 만든 영민은 다시 할 말을 이어갔다.

“드래곤은 원래 뭉쳐서 생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군단으로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용군주,용제가 있기 때문이죠.”

꿀꺽

듣기만 해도 살벌한 용제라는 이름 에 모두가 크게 침을 삼켰다. 드래 곤도 그렇게 강력한데 그들을 이끄 는 군주,보스 몬스터는 얼마나 강 력^?까?

걱정과 두려움이 삽시간에 번져갔 다.

하지만 영민은 멈추지 않았다.

“비슷하게 나머지 네 곳에도 각각 의 군주와 그들의 군단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마음만 먹어도 인류는

궤멸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미리 겁을 집어먹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이건만 너무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마치 그들의 전의가 꺾여도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잡아야 합 니다. 지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웅크려 있지만 그들이 곧 움직 이기 시작할 테니까요.”

강태성의 기억에 비추어 봤을 때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그들이 일시 에 행동을 개시하는 것도 아니었고, 서로를 견제하느라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가장 먼저 야욕을 드러낼 군주들부터 차근히,빠르게 처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도 움이 필요했다.

“그,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들도 엘프들처럼 우리와 더불어 살기를 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공포감 때문일까 어딘가의 헌터가 속 편한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영민 은 단호했다.

“그들은 포식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노예로 부리거나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남겨 놓는 것 뿐 입니다.”

“저도??그 말에 동의해요.”

“우리도 동의합니다.”

그런 영민의 말에 아리스와 왕륜걸 이 동의하고 나섰다. 각기 미국와 중국을 대표하는 헌터들의 발언이다 보니 그 무게가 남다르다.

그 때문인지 다른 나라들에서는 특 별한 이의가 없었고 대신 누군가가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우리 끼리 연합군이라도 만들자는 겁니 까?”

그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이라면 여 기 있는 모두와 그들이 속한 길드가 모두 모여야 가능성이라도 점쳐 볼 수 있을 터,긴장한 표정으로 묻는 그에게 영민은 담담히 답했다.

“시간만 끌어주십시오. 용제는 제

가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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