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9레벨 던전 (1)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필요하겠 지?”
헌터협회를 비롯해 각국의 최고위 길드 간의 회합이 재빠르게 진행되 는 가운데,영민은 한가지 정보를 공개했다.
이른 바 ‘신기’의 존재였다.
현상금 미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조합하여 ‘드래곤 슬레 이어’ 나 ‘신살의 창 룽기누스’와 같 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화끈하게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미 드래곤 슬레이어며 신살의 창 퉁기누스,태양의 검,뇌신의 인장까
지 얻은 마당이라 그리 망설여질 것 도 없었다.
사실 영민조차도 얼마나 더 많은 신기들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으니 까.
이미 일을 벌려 시간이 부족해진 마당에 자신들이 아니라도 이왕이면 누군가 더 많은 신기를 완성해주는 것이 인류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덕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막연하게 ‘강력한 적’이 나타났다 는 불안하고 위험한 현실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설렘과 희망을 얻은 것이다.
더구나 ‘현상금 미션’은 8레벨 이 상의 강력한 던전에만 있는 것이 아
닌 만큼 그것은 ‘붐’으로까지 발전 했다.
그 동안 정체되고 안주하던 헌터들 까지 잊고 있던 강함에 대한 열망을 되찾은 것이다.
세계의 기류가 바뀌었다.
“와,다들 열심히인데요?”
“그러게, 이 둘이 손을 잡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영민이 지핀 그 불씨는 꽤나 색다 른 결과들을 낳았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중국과 미국 의 연합이었다. 국력으로나 헌터력 으로 지구를 대표하는 초강대국으로 서 서로 으르렁 대기 바쁘던 두 국 가의 최상위 길드들이 연합을 하는
것으로 선언한 것이다.
급격히 변한 8레벨 던전 내부의 상황에 보다 안전하게 대처하고 강 력한 신기들을 손에 넣기 위함이었 다.
뿐만 아니라 각국의 헌터들이 앞다 투어 현상금 던전을 클리어하고,그 보상들을 그들에게 몰아주니 하나 둘 씩 신기의 구성품들이 모여가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도,길드 힐 름도 멍하니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 니었다. 대한민국에 나타난 8레벨 던전의 수는 터무니 없이 적었지만 일본이나 동남아 같은,자력으로 8 레벨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없는 지
역들을 돌며 최대한 8레벨 던전을 클리어해낸 것이다.
“룽기누스는,아직이죠?”
“ ??예.”
하지만 룽기누스의 봉인을 푸는 것 은 아직이었다.
어떠한 조건을 맞춰봐도 녀석의 봉 인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 다.
+13까지 강화를 해봐도 마찬가지 다. 물론 지금 상태로도 드래곤 슬 레이어에 필적하는,최상급에 해당 하는 무기였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란 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당장 8레벨 던전에서는 통하지만 9레벨 던전은? 다섯 군주에게는?
최종의 목표를 생각한다면 하루 빨 리 봉인을 해제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신도 죽일 수 있다는 룽기 누스라면 그들을 상대할 때 큰 도움 이 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는 보이지 않 았다.
“조급해하지마세요. 일단 재료들은 착실히 모이고 있으니까.”
영민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가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어쨌든".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군요.”
영민이 일을 제대로 벌려준 덕에 8레벨 던전의 난이도는 이전과 판이 하게 달라져있었다.
적어도 인간의 경우 한 번 부딪혔 다하면 적어도 영지 하나 쯤은 파괴 해야하는 수준으로 뭉쳐버리니 기존 처럼 치고 빠지는,요인 암살을 하 는 방식을 택한다는 선택지가 사라 져 난이도가 상승한 것이다.
덕분에 대한민국에서는 길드 힐름 을 제외하고 8레벨 던전을 공략해낼 곳이 없어지게 되었지만 남은 이들 이라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현상금 던전과 7레벨 던전 공략에 매진하며 힘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 다. 7레벨 던전을 공략할 경우 해당 차원의 어떤 지점이 지워져버리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격이 되었으니까.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선택이었다.
“이제”. 기다리는 것 뿐인가?”
여러모로 준비는 착실히 되가고 있 었다. 과거 8레벨 던전,9레벨 던전 이 등장했을 때보다 최소 다섯 배에 서 열배는 많은 헌터들이 살아남았 고,그 평균 수준 또한 상승한 상 태.
이제 남은 것은 계속해서 준비하며 다가올 4차 던전 쇼크를,9레벨 던 전을,다섯 군주와 그의 군단들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언제 올 테냐-.’
걱정도 됐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도 됐다.
강태성이 가진 힘을 뛰어넘은 지는
오래. 하지만 당시에도 최강자는 강 태성이 아니었고,그들 모두가 힘을 모아 용제 하나를 잡았을 뿐이었으 니 지금의 이 힘이,이 팀들이 다섯 군주에게 얼마나 힘을 써줄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인류는 강해져가며 9레벨 던전을 기다렸다.
1개월,3개월,5개월". 그리고 1년. 8레벨 던전의 공략은 생각보다 길 어졌고 4차 던전 쇼크,9레벨 던전 의 등장도 예상보다 늦었다. 약 반 년 쯤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영민
의 예상도 벗어날 만큼.
그만큼 강해질 시간을 번 것이니 인류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언제 터 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은 것만 같아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세상을 지옥으로 바꿀 대격변이 찾아왔다.
“으아아앗!!!”
쿠르르르르르퉁-
던전 쇼크를 알리는 대지진과 함께 사람들이 대피소로 달려가기 시작했 다. 이미 몇 차례나 겪어본 던전 쇼 크였지만 매번 규모를 달리하다보니 쉽사리 적응이 되지는 않는지 사방 에서 비명이 난무하고 헌터들은 제 각기 무기를 꺼내들고 시민들을 보
호하기에 열중했다.
사전에 약속한 위치대로 서서 각자 의 수준에 맞는 몬스터들을 소탕하 기 시작했다.
시기는 예상하지 못했어도 이미 각 던전의 위치와 던전 쇼크 시 대응 방침은 일찍부터 정해둔 상태였기에 대응은 재빨랐다.
기존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6레벨 이상의 던전들도 던 전 브레이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7레벨과 8레벨의 수준 높은 던전 들마저 지형을 바꾸고 나타나 속에 품은 것들을 토해냈다.
“조금만 버려라!! 곧 지원이 올 거 야!!”
그렇다보니 이전처럼 간단히 정리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7레벨 과 8레벨 던전 쯤 되면 아예 거점 하나가,마을 하나가,도시 하나가, 크게는 국가 하나가 통째로 나타나 버리니 제 아무리 강력한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더라도 금방 정리가 되 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민이 던진 당 근과 채찍으로 기존에 열린 던전 게 이트의 수가 크게 줄어있는 상태라 는 것일까.
강태성의 때에는 단지 4차 던전 쇼크만으로 지구 영토의 3분의 1 가량이 변화되고 단숨에 그들에게 넘어갔을 테지만 꾸준한 던전 공략
덕분에 이번에는 약 7분의 1 정도 로 그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B등급 이하 헌 터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S등급 헌터들이 7레벨 이상의 던 전 브레이크로 몰려가다보니 전 세 계에서 출몰하는 수많은 몬스터들로 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 된 것이다.
“저희도 돕겠습니다!”
투앙 투앙 퍼버버버버벅
용감한 시민들도 한 몫 거들었다. 영민이 내놓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시중에 유통된 강력한 마나석 무기 들을 가진 민간인들이 헌터들과 함
께 용감히 나선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고작해야 1~2레벨 던전 몬스터를 겨우 상대할 수 있었 을 마나석 무기의 위력었지만 영민 이 개량한 덕택에 좋은 것은 이제 4레벨 던전 몬스터까지 상대할 수 있어 방어가 수월해졌다. 굳이 이놈 저놈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일단 대 피소와 도심을 침범하는 놈들부터 우선적으로 소탕하니 시민들의 생존 률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뿐이 아니다. 영민이 미리 언급 해둔 대로 주요 기관망을 거점으로 보호한 덕에 시설들도 꽤 많이 건질 수 있었다.
4차 던전 쇼크가 시작되어 지옥도
가 열리면 가장 사람들을 힘들게 만 드는 것이 바로 물과 식량,전기의 공급이 끊기는 일이라는 사실을 누 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민이 이것들 을 필사적으로 사수하게끔 지시한 것이다. 이것들의 일부만 건져도 장 기적으로 버려낼 수 있는 기반이 마 련되는 것이니까.
물론 중간에 수도가 파열되거나, 전신주가 넘어가거나 던전 브레이크 의 영향으로 지형이 바뀌어 버린다 면 어쩔 수 없겠으나 최대한 지켜낸 덕에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도 원 활하게 접속되어 서로 빠르게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지경이었다.
그로인해 상호 연계가 강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
그렇게 인류는 최악을 상황을 최선 의 방식으로 맞이했다.
“레벨은 무시해. 굳이 8레벨 던전 을 공략하기보다 도시 주변을 중심 으로 정리한다!”
그렇게 도심 속의 상황이 바삐 돌 아가는 것만큼이나 도시 바깥의 상 황도 긴박했다. 몬스터들이 언제 도 시로 밀고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을 빠르게 정리해야 했고,방어 할 지역도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이 다.
때문에 영민은 헌터넷을 통해 전 세계 헌터들과 길드,그리고 정부에 게 8레벨 이상의 던전 브레이크는
잠시 놓아둘 것을 요청했다.
어차피 8레벨 던전에서 나오는 놈 들이라면 힘과 함께 상당힌 지성을 갖춘 녀석들이다. 환경이 바뀌고 여 러 변수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스스 로를 추스르기 전에 무작정 주변부 터 정복하려 드는 놈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터,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 들기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 자는 것이다.
그 생각은 퍽이나 주효해서 그의 말을 따른 다수의 국가들이 상대적 으로 손해를 덜 볼 수 있었다.
굳이 국력에,헌터력에 자신하며 먼저 공격을 퍼부은 곳들은 그에 합 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고.
하지만 모두가 선제 공격으로 피해 만 본 것은 아니다. 전장이 ‘던전 속’에서 ‘지구’로 바뀌면서 이쪽도 현대식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된 것 이다.
소형 몬스터의 경우 소총으로 잡을 수도 있었고 중형이나 대형 몬스터 들에게도 수류탄과 지뢰,포탄 등은 충분히 통했다.
탱크나 장갑차,전투기의 폭격은 말할 것도 없다.
던전 브레이크와 함께 지형 자체가 바뀌며 시민과 몬스터가 뒤섞여버렸 지만 일찌감치 그들의 구출을 포기 하고 폭격을 퍼부어 ‘지역’ 만큼은 수복한 이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이럴 땐 땅덩어리가 작은 것도 도 움이 되네요.”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가장 빠르 고 안정적으로,피해 없이 영토를 수복한 거의 유일한 나라였다.
애초에 나타나는 던전의 수가 적으 니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도 적 고,땅덩어리가 작으니 빠르게 이곳 저곳을 누비며 영토 회복을 할 수 있던 것이다.
2주. 고작 그것 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영토 대부분에서 몬스터들을 몰아낼 수 있었다. 나타 나는 족족 클리어 해버린 덕분에 8 레벨 던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민은 누구보다 먼저 정신
을 차릴 수 있었고,냉정하게 세계 의 전장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아.’
상황은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재 수 없게 7레벨과 8레벨 던전이 몰 린 일부 국가들은 그야말로 아끼다 똥 된,아니 피똥을 싸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의 경우 적당히 영 토를 빼앗기는 선에서 시민들의 안 전을 확보 할 수 있었다.
여전히 각지에서는 몬스터와의 치 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지만 그 런대로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서로의 영역을 확정지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각자의 영역을 표시하는 수많 은 점들과 선들을 미니맵을 통해 확
인한 영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가장 밝게 빛나는 몇 개의 점을 응시했 다.
각각의 특성에 맞춘 색을 띄고 있 는 정확히 다섯 개의 점.
그것은 다름 아닌 다섯 군주의 위 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