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61화 (161/177)

# 161화 - 선전 포고 (2)

선전포고. 그것은 선전포고였다.

다른 차원의 인간들에 대한 선전포

고.

그 동안 영민이 노가다를 통해 무 수히 많은 다른 차원의 인간들과 관 계를 맺으면서,혹은 살해하거나 협 력을 하면서도 지켜왔던 ‘국가 단위 의 반목 회피’라는 원칙을 깨는 일 이었지만 영민의 얼굴에는 일말의 망설임이나 후회가 없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었다.

9레벨 던전들이 활성화 되기 전에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었다.

여러 미션들을 통해 알 수 있듯

던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들이 서로 협력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지구의 인간들과 화합할 수 없는 것 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차원’끼 리 뭉치는 경향은 명백했고,교류와 화합을 꿈꾼 답시고 그냥 두었다가 는 나중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을 수 있었다.

특히 9레벨 던전에서 군주와 군단 이 튀어나올 때. 그때는 정말 온전 히 그들 하나하나를 상대하기도 버 거워 질테니 치려면 일찍 쳐서 정리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강태성의 기억 상으로만 봐 도,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간 인권이

니 다른 차원과의 교류에 대한 사회 적,과학적 접근이니 하며 시간을 끌 것이 분명했다.

그러기 전에 영민은 아예 그들과의 관계를 틀어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시간을 좀 더 끌면 조금 더 성장 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다섯 군주가 나타나기 전에 치열하 게 싸우고,정예들을 남기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확실히 미적지근해 지기도 했고.’ 그것이 아니라도 소위 고위 헌터라 는 작자들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 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다고,몇 번의 사건과 루 티 커틀렛의 짓으로 추정되는 던전

레벨 위장과 던전 브레이크가 있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헌터들이 몸을 사리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럭저럭 힘을 쏟으면 적은 희생만 으로 공략 가능해진 8레벨 던전을 더 이상 공략하려 하지 않고 적당히 벌어 아주 잘살자는 마인드로 안전 한 7레벨 이하의 던전만을 공략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대로면 실력 유지는커녕 퇴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목숨을 건 실전이라는 것은 자꾸 반복하지 않으면 한 없이 감각이 무 뎌지기 마련이니까.

물론 성녀 아리스의 파티를 비롯한

몇몇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8레벨 던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아이템 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수집해 스스 로를 강화해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는 부족하다. 소수의 정예가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적의 요인을 암살 하고 승기를 뒤집기 위함인데,그러 기 위해서는 ‘버텨’ 줄 수 있는 인 원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인류가 몰살을 당했는데 아담 과 이브도 아니고 고작 몇 명이 살 아남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때문에 영민이 커다란 변화를 일으 킨 것이다.

같은 이유로 몇몇의 인원은 살려서 보냈다. 아마 다른 도시에 도착하고,

다른 국가들에 이 사실을 알린 뒤 집단 행동을 취하기 까지는 제법 시 간이 걸릴 테지만 뭐 어떤가. 어차 피 던전 내부의 시간은 지구보다 빠 르게 흐르고,지구의 인간들 역시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조금은 더 필 요했다.

“귀환.”

그렇게,세상을 또 한 번 뒤집어 버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영 민은 다시 지구로 귀환했다.

민호에게 연락해 상황을 전하고 곧 장 다른 8레벨 던전을 찾았다. 곧 벌어질 ‘차원 전쟁’과 ‘4차 던전 쇼 크’에 앞서 한 가지 보험을 들어둘 속셈이었다.

[미션 ‘희망의 새싹을 찾아서’가 부 여됩니다.]

[미션을 달성하면 보상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영민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엘프 들의 영역. 다만 전에 만났던 엘프 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의 녀석들이 었다.

바로 ‘세계수를 잃은 엘프’들.

힘의 근원이 되는 세계수를 잃은 엘프들의 모습을 꽤나 초조하고 피 폐해져 있었다. 영생에 가까운 수명 과 상급 정령과도 너끈히 연결 될 수 있는 친화력 등 그들이 갖춘 거

의 모든 힘들이 세계수에게서 비롯 된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미 세계수를 가진 엘프 들조차 새로운 세계수의 싹을 퇴울 수 있는 일이라면 혈안이 되어,심 지어는 율법까지 어겨가며 찾아나섰 다.

좀처럼 자신의 영역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엘프들이 대륙 곳곳 에서 발견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 었다.

세계수의 씨앗이 될 무언가의 단서 를 찾기 위해서.

영민은 그것을 이용했다.

본 드래곤과 본 드레이크를 소환해 외부를 교란하고 그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스스로는 하이엘프의 궁술과 신성한 힘을 뽐내며 그들을 회유했 다.

너희에게 세계수를 줄 테니 이주하 라. 우리의 편이 되어라.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쉽지 않은 결 정이었다.

그 이주라는 것은 단순히 사는 지 역을 옮긴다는 것만이 아니었으니 까.

차원을 넘어 지구로 이주하고,같 은 차원에 살던 이들과 반목하라는 뜻이기도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 들을 위해,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죽여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쉬운 결정이 아니겠지. 영

민은 그들에게 굳이 매달리는 대신 대답할 시간을 주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대 기권 뛰기를 이용해 다른 엘프들의 지역에 넘어간 뒤 같은 작업을 반복 했다.

한 그루의 세계수가 수용할 수 있 는 엘프 군락의 수는 꽤나 많았으니 까.

더욱이 세계수를 성장시키는데 특 화되어 있는 엘프들이 있다면 운이 좋을 경우 또 다른 세계수의 씨앗을 얻어 성장 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었 다.

때문에 영민은 ‘선착순’으로 이주 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 한 뒤

끊임없이 대륙을 널뛰기 해 다녔다.

심지어는 더러운 수작도 서슴치 않 았다.

이미 멀쩡하거나 조금씩 힘을 잃어 가는 세계수를 오염시키고 노화를 촉진 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은 것이 다.

이 세계 전력의 약화는 곧 지구의 안전으로 직결되는 일이니 더러워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 약 간의 ‘차도’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하고 이주를 권유하니 엘프들로 서도 혼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정확히 던전 속에서 3개월 의 시간이 흐른 뒤,수 많은 엘프들

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민이 각 마을을 돌며 좌표를 수 집하고 ‘게이트’ 마법을 사용해 그 들을 연결한 덕분이었다.

그들과의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 한 뒤,영민은 ‘탈출석’을 사용해 던 전을 빠져나갔다.

“던전 스톤 사용.”

그리고는 빠져나온 던전을 향해 모 아둔 던전 스톤들을 쏟아붓기 시작 했다. 던전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다.

원하는 것은 던전 브레이크.

8레벨 던전인 만큼 필요한 던전 에너지,즉 던전 스톤의 질과 양이 보통은 아니었지만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이는 다음 아닌 영민이다.

테러 등의 문제로 던전 스톤의 유 통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많은 양의 던전 스톤을 손에 쥘 수 있는 재력과 권 력이 있는 세계 최강의 헌터 중 하 나.

더구나 레벨 노가다를 하며 클리어 한 8레벨 던전에서 얻은 던전 스톤 만 몇 개나 되니 여력은 충분했다.

우우우응-.

던전 에너지가 채워지고,영민이 던전 브레이크를 선택하자 강렬한 빛과 함께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아,이곳은””

“이곳이 그대가 말한 ‘지구’라는

곳인가?”

마나와 환경에 민감한 엘프들은 즉 각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사는 세 계에 비해 지구라는 환경은 형편 없 을 지경이니까. 생명과 자연보다는 인간의 편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세 상. 그런만큼 자연력이니 생명력이 니 하는 것은 희박하게 느껴지는 것 이 당연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차례의 던 전 쇼크와 던전 브레이크로 마나의 농도 만큼은 얼추 맞춰진 것이랄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엘프들 이 당황해하는 동안 영민은 다시 한 번 힘을 펼쳤다. 게이트를 열어 그 가 있는 장소와 세계수를 연결했다.

“갑시다. 일단 가서 이야기 하죠.”

엘프들의 차원을 넘은 대이주가 시 작되었다.

엘프들의 등장은 길드 힐름에게도, 대한민국에게도,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먼저 길드 힐름에는 내부적인 자리 배치가 다시 이루어졌다. 단지 가까 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수의 풍 부한 마나에 영향을 받아 마나 성장 을 보일 수 있다보니 길드 헌터들 사이에서도 자리 싸움이 치열했는데 그들이 모조리 밀려나고 엘프들의 거주지가 마련되었다.

남은 것은 간부들의 숙소와 회의실 따위가 고작이고 나머지 장소는 모

조리 엘프들에게 돌아갔다.

덕분에 처음에는 불만이 상당했지 만 엘프들이 세계수를 관리하기 시 작한 이후 그런 불평불만은 쏙 들어 가버렸다.

그저 ‘방치’하기만 하던 기존과 달 리,엘프들이 성심을 다해 세계수를 보살피고 성장시키기 시작한 이후로 오히려 먼 거리에서도 기존보다 더 큰 마나 성장을 보일 수 있게 되었 기 때문이다.

더구나 던전 쇼크를 비롯한 외부의 위협이 있을 시 세계수를 지키기 위 한 엘프들이 협력이 있을 테니 마음 또한 든든했다.

그들은 무려 8레벨 던전에 거주하

던 강력한 존재들.

A등급 헌터 이하는 잠깐의 대적조 차 불가능할 만큼 강력한 무력을 지 닌 것이다. 물론 그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그만한 전력을 보유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강대 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헌터력 을 자랑 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세계의 시선이 대한민국으 로 쏠린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몬 스터라고는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어쨌든 던전 내부의 종족들과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퍼지 면서 소란스러워 진 것이다.

엘프라는,무척이나 희귀하고 독특 한 존재였기에 관심은 더했다. 일부

는 멀리에서 그들의 모습을 도촬 한 뒤,인터넷에 사진을 판매하기까지 할 정도로 타고난 미모 덕분에 그저 존재 자체로도 연예인급의 인기를 거머쥔 엘프들이 아닌가?

이종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그 열기가 달아오르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러시아 최고의 헌터 팀 하나가 초 주검이 된 상태로 간신히 던전을 탈 출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전달했다.

8레벨 던전의 인간들이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대륙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기존에 협 력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이 모조리 적대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필이 면 러시아 놈들이 관계를 맺고 있던 것이 영민이 박살낸 라펠타 신을 믿 는 신정국가,라훌튼인 것이 문제였 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고 신 뢰 관계를 쌓았어도 수도가 파괴되 고 국왕이 죽어나갔는데 그 관계가 유지 될 리가 있나. 여유로운 마음 으로 들어갔던 마을에서 포위와 집 중 포화가 쏟아졌으니 제 아무리 강 력한 헌터들이라도 적지 않은 피해 를 입는 것이 당연했다.

대번에 헌터들이 죽어나가고 간신

히 혈로를 열어 탈출했다.

이어지는 추격에 추격.

수많은 동료들을 희생시켜가며 국 경을 벗어났지만 다른 곳도 크게 다 르지 않았다.

라홀튼이 한 순간에 이계인들에게 무너졌으니 경각심이 극도로 높아진 것이다.

당연히 그들을 반기기는커녕 공격 에 나섰다. 라홀튼 만큼 적극적이지 는 않았지만 그들의 길을 막고 몰아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 다. 라훌튼의 병사들이 죽기 살기로 그들을 쫓고 있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일부나마 탈출석을 사 용할 수 있던 것도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일백이 넘는 인원으로 자신감 넘치 게 들어간 8레벨 던전에서 살아남은 것은 고작해야 스물.

같은 던전 게이트로는 죽어도 다시 못 들어갈 트라우마를 얻은 그들의 모습에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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