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 선전 포고 (1)
바닥이 무너지면서 자세가 깨어졌 지만 적도 완전히 무방비인 것은 아 니었다. 즉시 고유 능력을 제각기 발휘하며 자세를 추슬렀고,왕과 스 스로를 보호했다. 떨어지는 잔해에 깔리지 않기 위해,자리를 이탈하거 나 머리 위의 돌덩이들을 파괴했다.
그런 그들을 노리고 영민이 떨어져 내렸다. 광익을 펼치고 무너져 내리 는 잔해에 몸을 감추며 놈들을 유린 했다.
“쉐도우 스트라이크!”
은신 후 가해지는 암격. 그리고 치 명타가 터질 때 마다 자동으로 발동
되는 재은신 효과!
자신의 운을 십분 발휘 할 수 있 는 스킬과 환경 속에서 영민은 물 만난 고기처럼 놈들을 썰고 다녔다. 굳이 무리를 해서 왕부터 죽이려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바깥으로의 탈 출을 감행하는 놈들과 큰 기술을 쓰 려는 놈들에게 칼침 한 방씩만 놓아 주어도 충분했다.
와*르르르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자 적지 않은 경험치가 쌓이고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들어왔다.
건물 잔해에 깔려 죽은 놈들이 제 법 있는 것. 하지만 영민은 방심하 지 않았다.
명색이 8레벨 던전이 아닌가? 아 무리 개중 약한 인간이라고는 하지 만 최종 보스쯤 되면 이미 초인의 영역에 올라있었다.
“감히 신성한 궁전을!!”
그러면 그렇지. 불기둥이 솟아오르 며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초고열의 불꽃을 자유자재로 내뿜 는 불의 화신. 신의 대행자.
라펠타를 모시는 국가의 수장이자 교황인 그는 자신의 힘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뛰어올랐다.
“가라. 본 드레이크.”
그런 놈에게 마주하며 허공에서 본 드레이크가 튀어나왔다. 쇠도 녹일 둣 한 그의 열기에 저항하며 스산한
음기를 내뿜어내는 본 드레이크.
영민이 보유한 본 드레이크의 수만 해도 두 자리 수가 넘어가니 순수한 힘만으로 따져도 해볼만 하겠지만 놈의 진정한 의미는 다른데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효과로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합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효과로 공격력 이 10배 증가합니다.]
“하압 r
바로 영민의 공격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제물.
본 드레이크의 뼈 하나를 박살내며 파고 들어온 영민의 검이 그대로 불
의 화신으로 변한 국왕의 몸을 양단 한 것이다.
“라펠타시여
기도와도 같은 짧은 신음을 끝으로 놈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바닥에 쓰 러졌다.
8레벨 던전의 보스 치고는 무척이 나 허무한 최후였다. 만약 상대가 영민이 아니었다면 상당한 난적이 되었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다른 8레벨 던전 보스들에 비해 모자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애초에,인간들이 8레벨 던전의 메 인 자리를 일부나마 꿰찰 수 있는 것은 그 숫자와 집요함 때문이다.
개체별의 능력으로 본다면 감히 인 간 따위가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 었으니까.
때문에 기사단이랄지,왕국군이랄 지 하는 녀석들의 물량 공세만 어찌 할 수 있다면 가장 쉬운 난이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인간들이 미션 목 표가 되는 던전이었다.
본 드래곤이 바깥에서 날뛰어준 덕 분에 안에서 마음껏 깽판을 칠 수 있었던 영민처럼.
하늘을 쓱 돌아보니 본 드래곤은 여전히 제 역할 충실하게 날뛰어주 고 있었다.
이미 재차 이어진 공격에 수도의 방어진들은 모조리 박살이 난 상태
였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원거리 무 기며 스킬들을 제각기 날려보지만 하늘과 땅이라는,활동 반경의 차이 는 상당한 어려움을 만들어내고 있 었다.
그러던 중에 궁전에서의 사단을 알 아챈 기사단 중 일부가 돌아오고 있 었으니 본 드래곤의 압도적인 유린, 딱 그렇게 밖에 이야기 할 수 없었 다.
“땅의 정령들이여.”
이미 보스킬까지 마친 상태다. 영 민은 몰려오는 기사단들을 두려워하 지 않고 땅의 정령들을 일으켰다. 무너진 잔해를 일부 거두어내고 비 교적 온전한 근위대의 시체들을 꺼
냈다.
“일어나라!”
그리고 명했다. 다시 이승으로 돌 아올 것을. 자신의 병사로서 충실히 그 역할을 다 할 것을.
어둠의 힘을 받아 자신의 신에게 돌아가지 못한 십여구의 시체들이 악의와 적의로 똘똘 뭉쳐 붉은 안광 을 빛냈다.
국왕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레벨 도 레벨이고,불의 신 라펠타의 대 리자였던 만큼 놈을 되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마나를 쏟아 부었지만 그 뿐이다.
꿀꺽. 꿀꺽.
최상급 마나 포션을 마시면 금방
회복이 되었으니까.
영민은 놈들에게 몰려드는 기사단 을 죽이도록 명하고 영체화를 통해 무너진 궁전의 잔해 속으로 파고들 어갔다.
정확히는 왕궁이 무너진 상황에서 도 끗끗이 버티고 있는 ‘지하’로의 입장이었다.
“여기인가?”
난장판이 된 위쪽과는 다르게 아주 말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지하. 그곳을 지키는 사제들이 덤벼들기는 했지만 영민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고작해야 화염 계열 주문력이 높은 8레벨 정예 몬스터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준비된 상황에서 싸웠
다면 제법 저항을 했을지 모르지만 압도적인 육체적 스팩으로 찍어 누 르는 영민에게는 허수아비나 다름 없는 놈들인 것이다.
더구나 영민이 입고 있는 방어구의 재료가 무언가? 무려 레드 드래곤의 비늘이다. 극강의 화염 저항력 앞에 서는 모든 것이 무력해졌다.
“저거로군.”
그렇게 안으로,안으로 밀고 들어 간 영민이 찾은 것은 다름 아닌 검 한 자루였다.
신단의 위에 꽂혀있는 화염 그 자 체이자 한 자루의 검인 그것은 영민 이 찾던 ‘태양의 검’이었다.
본래는 국왕이 장비하고 있는 것으
로 알려졌고,또 실제로 장비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것이 진짜였다.
국왕이 가진 태양의 검은 위작.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8레벨,9레벨 던 전에서 통할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 는 무시무시한 병기였지만 강태성의 시대에서 군주들과 전투를 벌이던 중 파괴되며 위작이라는 것이 알려 졌었다.
때문에 진짜 태양의 검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 안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누구도 정 확한 답을 낼 수는 없었다. 다시 태 양의 검을 찾아 나서기에는 이미 다 섯 군주의 군단들이 몰려오고 있었 으니까.
그때 가장 유력하게 언급 되었던 것이 바로 ‘왕궁의 지하’ 또는 ‘왕궁 의 보물 창고’였었다. 영민이 이곳 을 찾아내려온 것도 순전히 그 때 문.
확신은 없었지만 어딘지 모를 자신 감이 있었다. 행운이 그를 인도하듯 강한 ‘촉’이 그를 이끌었으니까.
‘그냥 가지면 되는 건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태양의 검에 어 딘가 이상함을 느껴졌지만 사실 적 들로서는 할만큼 했다. 막을 수 있 는 만큼 영민을 막았다.
그러니 이걸로 된 거겠지. 하고 검 자루를 손에 쥐는 순간,후끈한 열 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혁!’
영민조차 깜짝 놀랄만큼의 강렬한 불길.
그것이 순식간에 영민을 집어삼켰 다.
[태초의 화염이 태양의 검에 반응 합니다.]
[태초의 화염이 태양의 검에 흡수 되었습니다.]
[태양의 검의 봉인이 깨어납니다.] [라펠타의 불꽃에 노출되셨습니다.] [화염 저항력이 낮을 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를 식겁하게 만드는 알림
창도 함께 나타났다.
과연 보통의 무기가 아니라는 둣, 영민을 위협할 수 있는 강대한 힘이 었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극한의 열 기가 몸의 내부와 외부를 휘몰아쳤 고 순간 고통으로 일그러지던 영민 의 표정에 어느 순간 변화가 생겼 다.
[레드 드래곤 세트에 담긴 영성이 깨어납니다.]
[태초의 화염이자 신성의 불꽃인 라펠타의 불꽃에 반응해 레드 드래 곤 세트가 각성했습니다.]
[레드 드래곤 세트가 라펠타의 불
꽃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싶던 고통이 싸 그리 사라지고 오히려 온몸에 노폐 물이 모조리 타버린 듯 시원한 느낌 마저 들었다.
힘의 순도 자체가 올라간 느낌이랄 까. 분명 같은 힘인데도 더욱 강대 한 힘을 품은 것처럼 느껴졌고 꿈쩍 않던 태양의 검이 자연스럽게 딸려 올라왔다.
[태양의 검]
태양신 라펠타의 정수로 알려진 화 염의 검. 먼 고사에 따르면 라펠타
는 신이 아니라 태초의 불꽃,그 자 체였다고 한다.
무엇이든 태우고 녹일 수 있는 그 의 불꽃 앞은 그 무엇도 가로 막을 수 없다.
- 공격력 : 5,789
- 내구력 : 손상 불가
- 화염 속성력이 낮을 시 사용자 가 해를 입을 수 있다
- [태초의 화염] 효과로 베어진 상 대에게 초당 500의 데미지를 주는 불꽃을 옮겨 붙게 만든다. 이 불꽃 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제거 할 수 없다. 지속시간 제한 없음.
- [태양은 내곁에] 효과로 인근한 대상들에게 화상 효과를 입힌다
- 특수 스킬 [화룡질주] 사용 가능
- 모든 능력치 + 700
- 화염 공격력 + 500
[화룡질주]
태초의 화염에 휩싸인 채로 한 마 리의 화룡이 되어 적에게 돌진한다. 모든 것을 녹이고 모든 것을 꿰뚫는 태양의 돌진으로 적을 섬멸 할 수 있다.
“미친".”
자신의 것임에도 욕이 절로 나왔 다.
이게 무슨 미친 능력치란 말인가? 아직 강화를 마치지 않은 상태임에
도 공격력은 5천을 넘어 6천에 가 깝고 꺼내 놓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화상 효과가,베기라도 하면 초당 500의 데미지가 시간 제한 없이 지 속적으로 들어간다.
즉 적에게 태초의 화염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혹은 초당 500 이상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이 없다면 그저 한 번 베고 도망가 기만 해도 끝장을 볼 수 있다는 이 야기다.
거기다 특수 스킬 화룡질주는 어떤 가? 돌진계열 스킬이라는 것도 마음 에 드는데 태초의 화염에 휩싸인 채 란다. 이 또한 닿는 즉시 불꽃이 옮 겨 붙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
다.
어떤 의미에서는 +13 드래곤 슬레 이어보다도 강력한 무기일지 모르겠 다.
‘진짜배기’는 정말 다르구나.’
새삼 강태성이 위작으로 만들어진 태양의 검을 보고 감탄했던 생각이 떠올라 우스워졌다. 위작이라고는 하나 워낙 강력했던 탓에 진품 못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이건 뭐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추가로 ‘각성’한 레드 드래곤 세트 를 확인한 영민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레드 드래곤 세트 역시 태양의 검 의 영향을 받아 모든 능력치가 약
30% 가량씩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소환,보물 약탈자.”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뭔가 아쉽 지. 지난 노가다를 하면서 얻은 소 환 능력을 발휘한 영민은 제 덩치보 다 3배는 더 큰 보따리를 짊어진 괴물 열을 소환해 지하 곳곳으로 흩 어보냈다. 놈들이 돈이 될만한,‘아 이템’으로 분류되는 모든 것을 쓸어 담아 와줄 것이다.
그렇게 약 20분 쯤을 기다리자 보 물 약탈자들이 제 임무를 마치고 돌 아와 영민의 앞에서 펑 하고 사라져 버렸다.
놈들이 챙긴 아이템은 모조리 인벤 토리로 들어왔고, 영민은 굳이 이
자리에서 정리를 하는 대신 일단 다 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워어어".
붉은 빛이 아름답게 밝히던 도시가 처참하게 망가졌다. 생의 기운은 도 시 곳곳 아주 작게 꿈틀거릴 뿐이 고,죽은 자들의 음기가 도시를 가 득 채웠다.
본 드래곤의 특수 효과 때문이었 다. 죽음의 아우라를 내뿜어 주변에 있는 모든 죽은 자들을 어둠의 군세 로 다시 일으키는 특수 능력.
굳이 영민이 네크로맨서의 힘을 일 으키지 않더라도 숨이 끊어진 자들 은 다시 좀비도,스켈레톤으로 변해 저승길의 동무들을 늘려간 것이다.
그 결과, 수백만의 인구를 자랑하 던 수도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이제 채 오십만이 되지 않았다.
민간인으로 분류되는 자들은 본 드 래곤이 숙 주변을 날기만 해도 어둠 의 기운에 질식해 죽어버렸기 때문 이다.
여러모로 편리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영민은 다른 차원의 인간 들에게 본격적인 선전 포고를 날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