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재 등장 (3)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이번 사태 는 4레벨로 위장한 8레벨 던전의 던전 브레이크를,힐름이 훌륭하게 막아낸 것으로 소동이 마무리 되었 다.
루티 커틀렛의 등장이라는 충격적 인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혼란 방지 를 비롯한 여러 이유들로 일단은 다 섯만 알고 있기로 한 것이다.
사라진 루티 커틀렛도 문제였지만 겉으로 나타난 던전의 레벨 위장은 그것만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위 장 던전이라니,속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헌터협회에 보고를 하자 전세계가 다시 한 번 긴장을 조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바깥이 한창 소란스러운 사 이,철우는 일이 터진 그 장소에 남 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깨어진 생명의 돌에서 새어나간 생 명력을 얼마라도 수습하기 위함이었 다. 생명의 돌이 가진 힘 따위가 없 어도 충분히 강력한 철우였지만,한 번 각성을 통해 커져버린 그릇이 다 시 줄어드는 일은 없었지만 언제 다 시 나타날지 모르는 그녀에 대적하 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몸을 추슬러놓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 이다.
그러는 동안 다른 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루티 커 틀렛의 뒤를 쫓았다. 영민과의 만남 을 원하고 있고,이번의 일로 그녀 역시 조금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고 생각하면 멀리 가지는 않았을 터.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이 보이 는 곳이면 지구든 던전이든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했다.
또한 세계수에 대한 경비와 방어를 강화했다. 그녀가 ‘생명력’에 집착하 는 것으로 볼 때,생명의 돌 만큼이 나 짙은 생명력을 품은 세계수 역시 타겟이 될 확률이 높았으니까.
하루,이틀". 하지만 다행히도 5일 이 지나도록 그녀가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대신,해외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 어지기 시작했다.
던전 쇼크가 온 것도 아닌데 느닷 없이 7레벨 던전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7레벨 던전의 던전 브레이크. 그것 은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3차 던전 쇼크가 무력하게 느껴진 이유도 바 로 7레벨과 8레벨 던전에서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인 데 느닷없이,방비할 틈도 없이 7레 벨 던전이 폭파되고 그 안의 몬스터 가 쏟아져 나오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국가 하나였다. 개발도상
국 중 하나에서 7레벨 던전 하나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더니 이어 다른 7레벨 던전들에서도 몬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던전 브레이크 가 전염병처럼 인근 국가로 옮겨 일 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헌터협회의 대응은 빨랐다. 즉시 사태를 수습할 헌터를 파견하는 한 편,조사단을 꾸려 처음 던전 브레 이크가 일어난 지역부터 조사에 들 어갔다.
하지만,그런 대응을 비웃기라도하 둣 지구 반대편에서도 던전 브레이 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었다. 던전 하나하나의 레벨이 높다보니 사태가
커졌을 뿐,던전 브레이크의 속도 자체는 빠르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다만 이제는 그 범위나 순서가 불 규칙하고 무질서하게 일어났다. 각 던전 간에 어떠한 접점조차 없음에 도 던전 브레이크는 당연하다는 둣 일어나버렸다.
“이거 혹시".”
누군가 테러라도 하는 것일까? 그 렇다고 보이게는 너무 세계적이고 광범위한데".
처음에는 이슬람 무장 단체의 잔당 쯤으로 예상했던 사람들은 곧 몇몇 의 글로벌 기업들을 의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몹쓸 짓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그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을 사 로잡아 과거처럼 ‘몬스터 작업장’을 만들려한다는 소문까지 더해지자 흉 수 리스트에 든 기업들은 억울해했 고,세계는 공포로 물들었다.
하지만 길드 힐름의 오직 다섯만은 조금 다르게 생각을 했다.
그날 사라진 뒤 나타나지 않고 있 는 루티 커틀렛이 뭔가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이처럼 대단한 이동기가 있 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영민이 소 환하던 나이트메어만 보더라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였다.
나이트메어만 하더라도 ‘악몽’이라 는 조건만 갖춰진다면 지구 반대편 이든 우주든 이동 할 수 있는 능력 을 지니지 않았던가? 네크로맨서 계 열의 능력을 지닌 그녀이니 어쩌면 나이트메어를 똑같이 소환해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직,증거가 부족해.”
하지만 반대로 그녀라고 확신할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뭔가 증거가 될만한 소식이 들려오 지도 않았고,한국에서도 그녀의 위 치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어떠한 증 거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상황이 뭔가 애매해졌다.
다들 던전 브레이크에,7레벨 던전
에 신경을 쓰느라 8레벨 던전을 방 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무턱대고 8레벨 던전을 공략 하러 들어갔다가 그 사이 7레벨 던 전 브레이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 어나면? 하는 염려 때문에 공략할 여력이 되는 길드들조차도 8레벨 던 전 진입을 꺼리는 상황이 되었다.
힐름은 거기에 더해 ‘8레벨 던전에 서 루티 커틀렛을 만날’지도 모른다 는 걱정까지 더해져 저레벨 던전 공 략만을 허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타났습니다.”
“뭐?”
그러던 차에,대한민국에서도 사단 이 벌어졌다. 유재한의 말에 따르면,
먹구름으로 보기 어려운 검은 구름 이 북쪽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 모두는 한 가지를 떠올렸 다.
루티 커틀렛.
검은 구름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을 확률 이 매우 높았다.
“가자.”
이를 바득 간 지한의 말에 모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난 번에는 당황하다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 지만,이번에는 기필코 제대로 한 방 먹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지한,가람,민호. 그리고 철우까
지.
생명의 돌이 파괴되며 대량의 생명 력을 소실한 그였지만 여전히 어지 간한 s등급 상위 헌터 정도의 힘은 발휘 할 수 있었다.
영민만 나타나준다면 든든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 론 이미 많이 받았다는 생각도 했 다. 이 정도 씩이나 받아놓고 이것 하나 어쩌지 못해서야 면이 서질 않 지.
오히려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 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네 사람은 검 은 구름이 몰려오는 길목에 섰다.
먼 거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축축하
고 끈적거리는 기분은 비단 습하기 때문만은 아니겠지.
또각 또각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 안력으로 천 천히 걸어오는 한 여성의 모습을 확 인한 모두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 다.
진지한의 버프가 순식간에 모두에 게 뿌려지고,민호가 지팡이를 들어 커다란 한 방을 준비했다.
“이번엔 제대로 보여주지!”
무려 레드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지팡이였다. 마력을 한껏 증폭시키 고 화염 속성에 특별한 이점을 부여 했다. 더불어 수분은 걸려야 할 마
법의 시전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
켜주었다.
“가라! 파이어 드래곤!!”
민호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초고열 의 불꽃이 어떠한 형상을 갖추었다. 생전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불꽃의 용이 흉성을 터트리며 어둠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마그마 블레어즈!”
거기서 끝이 아니다. 불꽃의 용이 놈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순간,민 호의 마나가 한 번 더 폭발했다. 놈이 활짝 펼친 날개에서 축축한 극염의 기운이 떨어졌다. 흡사 마그 마를 연상시키는 초열의 비가 땅을 물들이고 어둠을 집어삼켰다.
초열지옥.
그 말이 어울리는 광경이 펼쳐지며 범위 안에 들어간 언데드들이 모조 리 녹아내렸다.
“후우,후우!”
“잘했어,민호. 이번엔 나한테 맡 겨.”
다음은 진지한이었다. 버프를 있는 대로 돌리며 힘이 소진된 그였지만 아직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헤븐즈 게이트!”
초열지옥을 시체로 메우며 밀고 오 는 언데드들의 앞으로 떨어진 것은 다름아닌 ‘문’이었다.
천계로 통하는 문.
그 자체로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문이 열리는 순간
상상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능력 이다.
“열려라,참깨!”
쿠구구궁-
지한이 외치는 다분히 아재스러운 주문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는 헤 븐즈 게이트.
그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는 그 조차 알 수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는 영민의 럭키 박스와도 같은 효과 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허접한 하급 천사 하나 가 나올지,천사장이 나올지,천계의 군단이 나올지는 미지수.
하지만 지한의 표정은 당당하기만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척이나 운 이 좋은 편이었으니까.
“어디서 감히-.”
이내 헤븐즈 게이트가 반쯤 열리며 안에서 지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정한 존재가 이 땅을 향하는 가!”
화아아악-
한줄기 빛이 뿜어지며 닿는 모든 삿된 힘을 정화했다. 부정한 존재들 을 응징했다.
천계의 빛이 지상에 강림하며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안에서부터 수십,수백의 존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지한의 발키리와도 비슷하지만 물 량이 달랐다. 손오공의 분신술 마냥 똑같이 생긴 녀석들이 우르르 쏟아 져나와 언데드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한은 특유의 미소를 아직 되찾지 못했다.
물량은 많지만 아직 정말로 강력한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다. 천계의 문 을 넘어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
더불어 상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민호의 파이어 드래곤이 덮치는 순 간,스페이스 체인지를 이용해 루티 가 주력들과 함께 뒤로 빠져버린 것 이다.
진짜 전투는 이제부터였다.
“재미있는 짓을 하는구나.”
그때,저 멀리서부터 루티의 목소 리가 유령처럼 들려왔다.
그리고는 검은 구름들이 한데 모여 들기 시작했다. 마치 회오리바람처 럼. 검고 길고 굵은 기둥이 되어 한 지점을 습격했다.
“아니?!”
바로 헤븐즈 게이트였다.
이미 반 이상 열려 멈출 수 없다 고 자부하던 헤븐즈 게이트가 검은 기운과 부딪히며 이상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힘싸움을 하는 가 싶더니,밀렸는지 점점 닫혀갔다.
그 뿐이 아니다. 헤븐즈 게이트를 때리며 부서지는 검은 기둥의 힘이
사방에 뿌려지며 이미 밖으로 나온 천사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힘을 약화시키고 각종 상태이상을 일으키 는 것이다.
각자 일어나는 중상은 달랐지만 적 잖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했 다. 그 중거로 벌써 수십이나 되는 천사들이 언데드에게 꿰뚫리고 말았 으니까.
진지한이 황급히 힘을 뿌려 그들을 정화했지만 고작해야 비등해질 뿐이 었다.
그 틈을 뚫고,한 줄기 섬광이 날 아들었다.
가람의 창,룽기누스였다. 사용자의 일정 반경을 벗어나면 의지에 따라
다시 손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투창을 한 것이다.
관통의 힘까지 담은 막을 수 없는 공격!
루티는 피하는 대신 언데드를 조작 했다. 자신을 대신해 몸으로 받아내 도록 호위를 세 마리나 겹쳐서 희생 시켰다.
“홍!”
신살의 힘이 담긴 만큼,복구도 어 려웠지만 개의치 않았다. S등급의 언데드 따위,이제는 아깝지도 않았 으니까.
그 동안 괜히 몸을 숨기고,이목을 속여 헌터들을 낚아낸 게 아닌 만큼 대체품은 얼마든지 준비해두었다.
그녀가 의지를 일으키자 그녀의 주 위에 선 언데드 수백이 일제히 힘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섰다. 하나 같이 S등급이 아닌 놈이 없었다.
꿀꺽.
보는 것만으로 손이 떨려오는 언데 드 군단의 힘에 모두가 이를 악 물 었다.
“제가 갑니다. 보조해주세요.”
순간 휘몰아치는 생각의 파도에서 가장 먼저 헤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철우였다.
막는 것이 있으면 부수면 그만이 다.
아주 간단한 진리를 떠올리며 자신 의 생명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저쪽에서도 반응이 왔다.
“아주 맛있어 보이는 생명력이구 나. 너는 특별히 죽이지 않으마. 대 신 그 풍부한 생명력을 뽑아내고 뽑 아내서 그와 나의 육신을 되살리는 양분으로 삼아주마.”
“에엑?!”
마각을 드러낸 루티의 모습에 민호 가 기겁을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강렬한 어둠의 마나와 함께 드러난 그녀의 모습이,그가 알던 것과 많 이 다른 것이다.
환상 계열 능력으로 감추고 있던 본 모습이 힘의 개방과 함께 드러났 다. 온갖 구멍이 퀭하니 드러나고 사람이었음을 나타내는 해골만이 마
나의 힘으로 순백색을 띄고 있었다.
칠혹 같은 어둠의 기운과 기묘하게 어울려 현혹과 거부감을 동시에 일 으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내뿜는 힘의 규모로 보아 그녀를 피해 없이 해치 우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갑니다.”
두려웠지만 철우가 지지 않고 힘을 일으켰다. 그녀가 더욱 강력해지도 록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털어버리려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그때였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모두
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그들조차 눈으로 쫓기 어려울만큼 신속하고 파괴적이었다.
콰앙!!!
눈 깜짝할 사이,‘그것’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뭐지? 운석인가? 그렇다고 보기에 는 크레이터가 너무 작다. 기껏해야 운석의 파편 정도로나 봐줄 수 있을 까? 그런데 이런 속도와 힘을 낸다
고?
고개를 갸웃거릴 새도 없이 분위기 가 반전됐다. 세상을 암흑으로 물들 이던 언데드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 러지고 루티의 존재감이 깨끗이 지 워진 것이다.
“에고고,이런 스킬이었군.”
대신 ‘그녀’의 기운이 사라진 곳에 서 익숙하고 기다려왔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민이 형?”
영민의 등장이다.
새롭게 얻은 초장거리 이동 능력인 ‘대기권 뛰기’의 도착점이 하필이면 루티 커틀렛의 머리 위 였던 것.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영민은 그렇 게,또 한 번 세계를 위험에서 구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