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재 등장 (2)
루티 커틀렛의 등장에 유재한의 표 정은 혼란으로 가득해졌다. 모두들 루티 커틀렛이 사라진 것이 던전 공 락에 실패해서 죽었기 때문으로 추 측하고 있지만 그는 그녀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 는 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민이 그녀에 대해 설명할 때 같 은 자리에 있었으니까.
그것은 길드 힐름 내에서도 그를 포함해 단 다섯만이 알고 있는 사실 이기에 그녀가 익숙한 얼굴의 길드 원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보 다도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
에 당혹해했다.
“영민 동생은 어디 있지?”
복수를 하려는 것일까? 그가 놀라 거나 말거나,루티의 관심은 오직 영민에게 향해있었다.
“모,모릅니다.”
“그래? 그럼 생각나게 해줘야겠 네.”
손 안에 있던 미이라를 휙하고 집 어던진 루티는 매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천천히,재한에게 다가왔다.
동시에 몸을 일으켜 그를 조여 오 는 언데드들.
흔들리던 재한의 표정이 굳어지며 빠르게 혼들렸다. 자리에서 사라졌 다.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잔 상이 생긴 것이다. 가람,지한,민호 처럼 레드 드래곤 세트를 선물 받지 는 못했지만 가람이 사용하던 최상 급의 장비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재 한이다.
아무리 상대가 그 유명하고 강력한 루티 커틀렛이라지만 언데드 몇 쯤 은 상대할 자신이 충분히 있었다.
그 중거로,그의 주변을 조여오던 본 나이트 셋이 순식간에 꼬꾸라졌 다.
“어머나,귀여운 짓을 하네?”
하지만 루티는 전혀 개의치 않았 다. 오히려 더 발악해보라는 둣,더 많은 언데드를 그의 주변으로 움직
더불어 그녀 스스로 역시 그를 향 해 천천히 걸어갔다.
“제길".”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이 느 껴졌다. 재한은 이제 S등급에 턱걸 이로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S등급 상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니,당 장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해도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이다.
그의 고유 능력인 ‘초감각’이 온몸 으로 그녀를 경고하고 있었다.
“진짜 모른다니까 그러시네!”
진심을 다해 외치며 그가 힘을 개
방했다.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S등 급에 오른 유재한의 힘은 상상 이상 으로 강력했다. 특히나 육탄전을 기 반으로 하는 대상에게는 상대가 욕 이 나오도록 강한 것이 그의 고유 능력이었다.
공격을 해보려고 하면 자동적으로 반응해 막거나,피하거나,반격해버 리는 그의 몸놀림을 보고 영민이 괜 히 ‘감각의 천재’라고 한 것이 아니 었다.
민호나 가람처럼 타고난 천재와는 달리,특수한 고유 능력으로 만들어 진 후천적 천재과에 속하기는 했지 만 그렇다고 해서 강함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가람과 마찬가지 로 난전에서 빛을 발했다. 아니,오 히려 가람의 ‘간격’보다도 난전에는 특화되어 있었다.
눈먼 칼에 맞을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니까. 그 결과,재한은 자 신과 능력이 비슷한 루티의 언데드 다섯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거기까지.
막고,피하고,간간이 반격도 했지 만 심각한 타격을 주기는 힘든데다 그녀를 대신 할 수 있는 언데드는 그 뒤로도 그득 쌓여 있었다.
이런 암담함 속에서도 그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오직 하나. 버
티기만 하면 지원군이 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들이라면,제 아무리 상대가 루 티 커틀렛이라 해도 어떻게든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상성으로만 따져봐도 이쪽이 우위 였으니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었 다.
“흐아아앗!! 무영각!”
재한은 새로 익힌 스킬들까지 아낌 없이 발휘하며 더욱 더 날뛰어댔다.
그럴수록 언데드들의 수도 조금씩 줄어갔지만 그녀와의 거리 또한 점 차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사정권까지 다가왔 을 때,그녀는 창백한 미소를 유지
한 채로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옥!”
동시에 재한에게서 반응이 왔다. 슬로우를 기본으로 약화의 저주,부 패의 저주,고통의 저주,혼란의 저 주 등 수많은 저주들이 중첩되어 쏟 아진 것이다.
등급은 똑같았지만 마나의 차이, 기량의 차이가 월등하다보니 대번에 몸이 무거워지고 정신이 혼란스러워 졌다.
특히 감각 혼란의 저주의 영향이 아주 컸다.
보통의 감각을 지닌 것이 아닌 만 큼 어떻게든 커버가 가능하기도 했 지만 감각을 주무기로 삼는 만큼 전
투력의 급감은 각오해야했다.
덕분에 어떻게든 피해내던 재한의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장비의 우월성 덕에 그만 큼이나 버티는 것이지 다른 이들이 었다면, 일반적인 장비들이었다면 진작 생명력을 빨려 죽어나갔겠지.
하지만 그처럼 궁지에 몰린 상황에 서도 재한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 만,그들만 나타난다면. 그때까지 버 티기만 한다면 분명히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헤븐즈 레이!”
“아아!”
그리고 마침내,구원과도 같은 목
소리가 들려왔다.
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정화됨이 느 껴지는 신성한 광구에 십여개나 동 시에 떨어진 것이다.
동시에 재한의 옆으로 빛의 기사 둘이 광익을 펼치며 호위하고 섰다. 진지한의 발키리들이었다.
“귀찮은 놈들. 어서 영민을 내 앞 으로". 가만,너로구나.”
가람,지한,철우,민호. 4인방이 나타난 것이다.
지한의 헤븐즈 레이를 시작으로 민 호가 대단위 화염 마법,인페르노를 펼쳐 언데드들을 불태워버리고,철 우와 가람이 루티 커틀렛의 앞을 막 아섰다.
기세부터 강렬한 그들이 등장에도 루티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힘을 일 으키려다가,어느 지점에서 시선을 멈췄다.
바로 철우였다.
극에 달한 죽음의 기운을 담고 있 는 자신과 달리 끝을 헤아리기 어려 운 생명력을 지닌 철우. 어떤 면에 서는 신성력보다도 상극인 두 사람 의 기운이 충돌하며 서서히 충격파 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래. 너부터 잡아먹어주지. 그럼 그 녀석도 나오겠지?”
흠칫.
그녀와 대치하던 철우의 몸이 순간 잘게 떨렸다. 그녀가 탐욕을 드러내
는 순간,눈이 돌아가고 기세가 돌 변한 것이다.
“목.”
힘 대 힘이라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공격은 색달랐 다. 죽음의 기운을 뭉쳐 쏘아내거나 죽은 자들을 일으키는 대신,성역 선포와 같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 키더니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 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 이다.
“이게 뭐야?!”
생명력 홉수라니? 이런 방식이 있 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흡입력이 있다는 것 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일단 빠져!”
상황을 파악한 지한이 소리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들이 몸을 피할 것이라 예상을 했는지 어느새 모든 언데드들이 움 직여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에 가만 놔두었더니 발목을 잡히게 생 겼다.
“뚫는다!”
그냥 이대로 루티를 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빠져나가는 생명력 이 보통이 아니었다. 생명력의 보고 와도 같은 철우라면 문제 없겠지만 민호나 재한의 경우 시간을 끌면 위 험하게 생겼다.
판단을 마친 지한이 스스로에게 각 종 버프를 걸며 돌파에 앞장섰다.
“키키키키키킷-!”
그 순간,놈들의 머리 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빼앗긴 생명력이 일부 가 놈들에게 전해지기라도 했는지 한층 강력해진 기세를 내뿜으며 마 주쳐왔다.
“젠장!”
“형,이거”.”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들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웠다. 잠시 시간은 끌 수 있었지만 금세 파괴되어 잔해가 바닥을 뒹굴었다.
문제는,그 이후였다.
놈들이 파괴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
라 파괴됨과 동시에 품고 있던 기운 을 ‘영역 강화’에 제물도 바친 것. 때문에 언데드 한 기 한 기가 파괴 될 때마다 ‘영역’이 생명력 흡수도 강해졌다.
“실명. 암흑천지.”
“인도의 빛!”
뿐만 아니라 루티는 그들이 빠져나 가기 어렵도록 시야까지 차단해버렸 다. 시이를 확보하기 위한 빛의 유 입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리고,일정 지역에 어둠을 깔아버린 것이다.
진지한이 급히 빛을 일으켜 등대와 같은 이정표를 만들어보지만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상황에서 완전히 밀 착하지 않으면 그 빛을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바짝 붙어!”
이쯤되니 방법이 없었다. 다시 돌 아가는 것도 무리. 강행돌파로 뚫고 나간 뒤 이후를 도모하는 것만이 유 일한 해법이었다.
때문에 민호가 급히 다른 넷에게 ‘파티’를 걸고 서로의 상태와 위치 를 간단히 공유했다. 그것에 기대어 탈출을 시도했다.
“보내줄 수 없지. 스페이스 체인 지!”
“?! ”
그리고 ‘영역’의 경계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환물과 자신의 공간을 뒤바꾸는
스페이스 체인지를 응용해서 철우의 등에 탐지 벌레를 붙인 뒤 함께 위 치를 바꿔버린 것이다.
졸지에 루티는 일행에 바짝 붙어 나타나고,철우는 영역의 중심부터 떨어져버렸다.
“너희들은 나중에 천천히 잡아먹어 주마. 오늘은 이 녀석 하나를 소화 시키기에도 바쁠 것 같으니.”
투응
일행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루 티가 손을 휘저어 그들을 영역 밖으 로 날려버렸다.
“철우 형!”
“다시 가자!”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군 세 사람이
급히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영역으 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미 강력한 결 계가 생성된 것인지,검은 장막에 가로막혀 진입 할 수 없었다.
부숴!”
힘을 써봐도 마찬가지다. 그때마다 결계가 위태롭게 출렁이기는 했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
“그만! 그만!!”
더 강한 힘을 써야하나? 다시 힘 을 끌어 모으는 순간,안에서 목소 리가 들려왔다. 철우였다.
“그거 때릴 때마다 생명력이 쭉쭉 빠집니다. 안 쪽의 생명력으로 유지 되는 모양인데"곤란하게 됐네요.”
숨소리가 가뿐 것이 꽤나 고전을
하는 모양. 하기야,아까 보았던 언 데드들만 일제히 덤벼들어도 꽤 고 생을 하게 생기기는 했다.
“어떻게 하지?”
“괜찮겠어,철우?!”
“어떻게든??되겠죠. 빠져나가겠습니 다.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소리치기는 했지만 안의 상 황은 썩 좋지 못했다. 언데드만 덤 비면 다행인데,루티가 적극적으로 그를 몰아붙이고 나선 것이다.
온갖 저주와 생명력 흡수를 이용해 거리를 유지하며 빨대를 꽂은 듯 생 명력을 쪽쪽 빨아대니 미칠 노릇이 었다.
다른 탈출기나 특수 스킬이 있다면
모를까,고유 능력 ‘생명의 전사’가 가진 특성 때문에 유일하게 레드 드 래곤 세트도 장비하지 못한 철우였 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른 시체들처 럼 생명력을 한계까지 빨려 미이라 가 될 판. 뭔가 수를 내야했다.
“젠장. 잡을 수 있어야 뭘 해보 지'”
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나오기도 어려웠다. 기껏해야 생명의 힘을 다 리에 쏟아 부어 폭발적인 속도를 내 보는 것인데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속도로는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하 지? 영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슬쩍 가늠해보니 생명력은 아직도
한참이나 많이 남기는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답이 없었 다.
고민하던 철우가 무언가를 결정한 둣,이를 꽉 물었다.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자신의 가슴방어구에 박힌 생명의 돌을 향해 일격을 내질렀다.
“황홀한 강타!”
쩌적!
콰과과과과광!!!
생명이 돌에 깃들었던 측정키 어려 운 생명력이 일시에 터져나갔다. 극 도로 농축된 생명력이 공간을 가득 메우며 뻗어나간 것이다.
생명력 흡수라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둣,거칠고 당당하게 주변 을 장악해갔다.
“철우야!!”
아주 잠깐의 힘 겨루기. 하지만 루 티의 영역은 감히 그 밀도 높은 생 명력의 쓰나미를 견디지 못하고 박 살이 나버렸다.
그 과정에서 상당량의 생명력을 흡 수하기는 했지만,오히려 순도 높은 생명의 기운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부분의 힘을 써버려야 할 정
도.
대량의 생명력 유실과 함께 루티의 힘이 거두어지고 범위 안의 모든 언 데드들이 재로 변해 사라졌다.
“루티는?”
“ ??도망쳤다.”
황급히 달려온 일행의 부축을 받은 철우의 물음에 씁쓸한 답변이 들려 왔다. 언데드들처럼 재가 되어 사라 졌을 가능성도 있지만,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영민이 직접,그리고 확실히 처치 했다고 말했던 그녀가 살아돌아오다 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건,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