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재 등장 (1)
그 말을 끝으로 영민은 사라져버렸 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아무도 그 행방을 알 수 없도록.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가 홀 로 8레벨 던전을 공략하며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 이었다.
그러는 사이,네 사람은 그들 나름 대로의 행보를 시작했다. 영민의 빈 자리가 컸지만,레드 드래곤 세트와 성장한 능력에 힘 입어 그들끼리 8 레벨 던전 공략 의외를 받는 것이 다.
8레벨 던전은 클리어 할 때마다
미묘하게,혹은 제법 크게 던전 내 부의 상황이 바뀌었지만 대략의 유 형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으니 그들을 찾는 곳은 의외로 많았다.
일부는 아예 공략법 대신 안에서 얻는 아이템 중 일부를 요구하고 던 전 입장 권한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새롭게 꾸려진 힐름의 길드원들은 7레벨 이하의 던전을 꾸 준히 공략하며 내실을 다졌다.
처음보는 일천명이 팀을 이루고 호 흡을 맞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화합하고,빠르게 성장했다.
모두 영민이 가져다 준 아이템과
스킬북 덕분이었다. 다른 어떤 길드 보다도 고급의 아이템과 스킬북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일정 부분 이 상 길드에 기여를 할 경우 무상으로 지급 받을 수 있으니 인원뿐 아니라 수준 면에서도 독보적인 1위가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그 사이 다른 길드들도,다른 국가 들도 가만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 다.
영민이 내어준 정보와 8레벨 던전 아이템을 바탕으로 7레벨 던전에서 스스로를 착실하게 성장시킨 이들이 슬슬 8레벨 던전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일부는 벌써 2회 이상이나
8레벨 던전 공략에 성공하기도 했 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 중국.
성녀 아리스와 성역선포의 요한을 필두로 한 미국이 가장 먼저 8레벨 던전을 클리어했고,물량으로 밀어 붙인 중국이 그 다음을 이은 것이 다.
그렇게 어떻게든 8레벨 던전을 클 리어하고 나니 두 번째는 한 결 쉬 워졌다. 경험도 생겼고,충분한 아이 템도 확보한 것이다.
얻을 수 있는 것은 풀 한 포기,철 조각 하나까지 모조리 쓸어담아온 덕분에 전력이 크게 상승하고 그것 을 바탕으로 다음 도전을 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위험 했다. 8레벨 장비를 갖추었다는 것 은 그들과 어울려 볼 최소한의 조건 을 갖추었다는 것이지 완전히 대등 하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보스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모든 길드원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까딱하면 전멸을 각오해야 할 정도 였다.
하지만 반대로,그렇기 때문에 길 드 힐름의 주가는 더더욱 높아졌다.
수백의 각국 정예 헌터들이 몰려가 서도 수많은 피해를 보고 마는데 그 들은 고작 다섯 명으로 무탈하게 클 리어해내고 있었으니까.
그런 가운데 다른 국가들도 3차 던전 쇼크를 통해 각성한 고위 헌터 들에 힘입어 각자 성과를 을리고 있 었다. 간신히 8레벨 던전 공략에 성 공하는가 하면,클리어까지는 무리 더라도 적당히 아이템을 모으다가 탈출석을 구해 귀환하는 식으로 느 리지만 착실히 성장해나가는 것이 다.
성과를 보인 것은 전투적인 쪽 만 이 아니었다.
영민의 활약과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연금술 부분에서도 성과가 있어 벌써 숙련도 90%대도 많이 등장했고,몇몇은 100%를 달성하기 도 한 것이다.
강태성의 미래보다 확실히 빠른 속 도였다. 영민에게 자극 받지 않았다 면 몇 년 후에나 비슷한 자극을 줄 인물이 나타나게 되었겠지만 전폭적 인 지원 속에 성장한 덕에 그 시기 가 훨씬 앞당겨졌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영민은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비약을 비롯한 최상급 포션들의 레 시피를 공개함과 동시에 판매하던 포션의 가격을 대폭 낮춰버린 것이 다.
덕분에 어렵게 어렵게 연금술사들 을 지원해서 성장시킨 길드들은 난 리가 났다. 이제 좀 큰 돈을 만져보 나 했더니 영민이 깽판을 부린 것이
다.
더구나 심지어 같은 재료,같은 레 시피를 사용해도 영민의 것이 묘하 게 효과가 더 좋았다. 뭔가 레시피 에 장난을 쳐서 미묘한 차이가 나도 록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곧 그것이 ‘제작 성공률’과 연관이 있는 문제라는 것이 밝혀지 면서 따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길드들이 돈을 벌지 못하 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함부로 쓰기에는 비쌌지만 과거만큼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는 없게 되었을 뿐이 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자들이 꾸준히
나타나자 포션의 가격은 점점 더 낮 아졌고,그들의 수익은 줄어들었지 만 다른 헌터들은 훨씬 안정적으로 사냥을 하고 성장을 할 수 있게 되 었다.
그 덕분에,결과적으로 세상은 꽤 살기가 좋아졌다. 최상위 헌터들은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지 만 적어도 중하위 수준의 던전에서 는 목숨을 잃을 확률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몬스터의 사체와 각종 재료 아이템들,그리고 마나석이 안 정적으로 공급이 되자 마도 공학도 발전하고,생활과 헌팅에 도움이 되 는 많은 장비들이 개발되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슬쩍 슬쩍 인터 넷을 통해 오픈 소스로 설계도를 흘 린 영민의 공이 컸다. 꼭 필요하다 고 생각되는 장치들을 시기에 맞춰 특허 없이 공개해버리니 기술이 발 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항간에는 그를 수수께끼의 천재 과 학자로 부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무 슨 수를 써도 그를 역추적 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영민이 원하던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록 영민은 간간이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세상에 개입할 뿐,그 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
다.
영민이 모습을 감춘지 1년.
공포에 가깝던 8레벨 던전에 대한 우려과 걱정은 많이 불식되었고 여 전히 가장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길드 힐름이 4인방이지만 두각을 나 타내고 있는 곳들도 몇 곳 있었다. 소위 헌터 강국이라 불리는 다른 국 가들도 슬슬 안정적인 8레벨 공략이 가능해진 상황.
세계는 평화로워졌고 자신만만해졌 다.
그리고 모두가 안심하던 그때,일
이 터졌다.
이른 바 4차 던전 쇼크!
3차 던전 쇼크가 일어난지 불과 1 년 만에 4차 던전 쇼크가 일어난 것이다.
영민이 사라진 지금,그것을 예고 하거나 경고해줄 사람도 없었기에 모두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했다.
이번에야 말로,자신들의 저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차피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던전은 고작해야 6레벨 이하였다. 1 년 전과 비교해도 비약적으로 상승 한 헌터들의 수준을 고려할 때,약 간의 피해는 있을 수 있어도 1차나
2차 때처럼 위협적인 상황은 애초에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다고나 할까.
자국을 대표하는 길드들이 나서자 던전을 뛰쳐나온 몬스터들은 학살에 가깝게 목숨을 잃었고, 시민들은 불 과 며칠 만에 다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그렇게,4차 던전 쇼크는 아주 무 난하게 막아내는 줄로만 알았다.
“예? 또 돌아오지 않는다고요?”
대한민국 최고 최강의 길드,힐름 의 길드장 대행을 맡고 있는 유재한 의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졌다.
세계수의 영향으로 어느덧 S등급의 경지에 올라 기세가 무시무시해졌지 만 스스로를 한 없이 낮출 줄 아는
것이 매력인 그가 이처럼 무서운 얼 굴을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연 이은 실종 소식 때문이었다.
벌써 이번이 다섯 번째다.
던전 공략을 위해 진입했던 파티가 돌아오지 않아 구조대까지 보냈건 만,벌써 다섯 번이나 돌아오지 않 았다.
진입한 헌터들의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던전은 고작해야 4레벨이 었고,진입한 헌터들은 하나 같이 B 등급 이상. 구조대 중에는 A등급을 포함한 인원도 몇이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일 까. 처음 한 두 번이야 이상하기는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어가 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규모가 얼마나 됐죠?”
“A등급 헌터 셋에". B등급 헌터 열입니다.”
“허".”
이 정도면 4레벨이 아니라 5레벨 던전도 공략이 가능할 만한 수준. 특히나 그 중에는 길드에서 아이템 을 지급받은 유망주가 포함되어 있 다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이럴 때 영민이라면 단 번에 해답 을 내놓을 텐데오늘따라 잠수를 탄 채 나타나지 않는 길드장이 더 아쉬워졌지만 그가 뿅하고 나타나기 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후우,어쩔 수 없군. S등급은 누 가 있지?”
“예? S등급이요?”
유재한은 아예 승부수를 던졌다. A등급 셋이 가서도 해결을 보지 못 했다면 다섯,열,스물을 보내볼 수 도 있지만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S등급을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 이다.
당장 다른 S등급들은 7레벨 던전 공략에 나서서 여력이 없었고,시간 이 되는 자는 둘. 재한은 그 중 강 화계 능력을 지닌 자로 결정했다.
범용성이 가장 높은,전천후의 능 력을 가진 강화계라면 어떤 상황에 서도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을 테
니까.
하지만 그 조차도,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이게 무슨 8레벨 던 전도 아니고”?”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무려 S등급 의 헌터가 입장하고도 4레벨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지 못하다니?
영민이 가끔 보내오는 8레벨 던전 의 장비와 스킬북으로 무장한 그라 면 당장 7레벨 던전도 혼자서 공략 이 가능할 판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인가?
허탈감과 황당함에 넋이 나가려는 순간,재한을 깨우는 누군가가 있었 다.
“부길마! 큰일 났습니다.”
정확히는 길드장 업무 대행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 들어먹지 않는 사내를 탓할 기운도 없는지 살짝 짜 중스런 말투로 되물었다.
“또 뭡니까?”
“던전이,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려고 합니다!”
“얼른 길드원들을 소집해서 주변 통제하세요. 던전 레벨에 맞는 헌터 들 소집하시고요.”
“아니,그게.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요?”
“하씨! 분명 4레벨 던전이었는데 그런데". 8레벨 던전입니다.”
“…?뭐요?”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황당해진 재한만큼이나 황당한 얼굴로 보고하던 사내가 스 스로도 정리가 안되는지 있는대로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4레벨 던전이었는데,던전 브레이크가 일 어나는 순간 8레벨로 바뀌었단 말입 니다! 주성태 헌터가 들어갔던 그 던전이요!!”
그제야 재한도 정신을 차렸다. 그 가 말하는 바로 그 던전이,6팀이나 되는 실종자를 만들어낸 그곳인 것 이다.
아니,힐름으로 넘어온 이후에 생
겨난 실종자만 그런 것이지 그 이전 에 들어간 이들까지 합치면 숫자가 더 많았다.
이번 던전 브레이크는 아무래도 거 기에서 나온 결과인 둣 했다. 제한 시간 동안 클리어되지 못하는 것 이 외에도 10회 이상 클리어에 실패하 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니까.
헌데 4레벨이 8레벨이 되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듣도 보도 못한 기현상이었다.
“아니면... 애초부터 속았던 건가?”
문득,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 터 4레벨 던전이 아니라 8레벨 던 전이었다면? 마치 파리지옥처럼 위
장을 한 채 살살 자신들을 꼬여낸 것이라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다. 아무리 힐름이 성장을 했다지만 8레 벨 던전과 맞부딪히는 것은 부담이 컸다.
“그 분,그 분들을 모셔오세요!”
“예? 그 분들을요?!”
“그래요. 한시가 급합니다. 어서, 빨리!”
재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헐레 벌떡 뛰어온 보고자가 오히려 당황 할 정도로.
동시에 자신은 문제의 장소를 향해 누구보다 먼저 뛰쳐나갔다.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라면,적어도 4인방이 올 때까지 누구라도 버틸 사람이 필 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가뜩이나 땅덩어리 가 작은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되버 리고 말테니까.
그렇게 미친 둣이 달려 도착한 곳 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 져 있었다.
“어머,년 아는 얼굴이구나?”
이미 던전 브레이크로 지형까지 변 해버린 장소. 피부가 간질거릴 만큼 지독히 피어오르는 죽음의 기운. 미 이라처럼 바짝 말라 쓰러져 있는 수 많은 시체들과 그들을 짓밟고 선 수 천의 언데드들.
그리고 그들의 한 가운데에서 창백 한 미모를 뽐내는 미녀는 재한도 이 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루티 커틀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