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다시,광랩 (2)
‘아예 여기서 노가다를 해야겠어.’ 가만 생각해보니 굳이 나중으로 미 룰 것도 없다. 시간 비율이 다른 던 전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노가다를 할 수 있지 않겠나? 눈을 빛낸 영 민은 즉각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드래곤의 부산물을 모두 인벤토리 에 갈무리하는 즉시 임시 화로를 꺼 내고 채광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8 레벨 던전,그것도 화산이라서 그런 지 화로의 화력을 높여줄만한 재료 와 특이한 금속들이 다량 발견되었 다. 모두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를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재료들.
영민은 극에 달한 몸놀림으로 광물 탐색에 걸리는 모든 광물들을 뽑아 내며 몇 번이나 레벨 업을 했다.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가 그득그득 쌓이니 보통 편한 일이 아니었다.
진작 이럴걸 하는 생각과 함께 골 렘 등 부릴 수 있는 소환수들을 최 대한으로 강화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대장장이 숙련도는 빠르게 상승했 다.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가 0.1% 상 승했습니다.]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를 더 이상 상승시킬 수 없습니다.]
[타이틀 ‘블랙스미스 마스터’를 얻 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숙련도 최고치를 찍고야 말았다. 운이 나쁘면 0.1% 가 안 올라 며칠,몇 주,몇 달,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영민 은 아주 수월하게 달성해버리고 만 것이다.
“좋았어!”
영민은 그 즉시 노가다를 위해 만 들었던 모든 것들을 녹여서 재료로 만들고 그것들을 이용해 화로와 모
루를 생산했다. 이동식 임시 모루로 는 드래곤의 비늘을 다루기에 한계 가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호흡을 가다듬 고 비늘을 재련하기 시작했다. 엄밀 히 말해 몬스터의 비늘은 대장장이 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었 지만 다른 것도 아닌 드래곤의 비늘 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아무리 힘껏 망치질을 한다고 해서 약간의 변형도 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민이 누군가? 당당한 블 랙스미스 마스터가 아닌가? 숙련도 를 최대치까지 찍는 순간 머릿속으 로 흘러들어온 정보들이 그가 해야 할 일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까앙 까앙 까앙
화로 속에서는 화염석과 폭발석이 어우러져 강렬한 불꽃을 만들어내고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진다.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레드 드래곤 의 비늘이 형태를 바꾸어가기 시작 했다.
[레드 드래곤 스케일 헬름 제작에 대 성공 하셨습니다.]
[제작에 대성공하여 추가 능력치가 주어집니다.]
[레드 드래곤 스케일 아머 제작에 대 성공 하셨습니다.]
[제작에 대성공하여 추가 능력치가
주어집니다.]
[레드 드래곤 스케일 암실드 제작 에 대 성공 하셨습니다.]
[제작에 대성공하여 추가 능력치
가…..]
망치질이 한 번씩 멈추어 설 때마 다 폭죽 같은 이펙트와 함께 알림이 나타났다. 연이은 대 성공!
그 기분 좋은 알림과 함께 레드 드래곤 세트가 완성되었다.
[최초로 레드 드래곤 세트를 완성 하셨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세상이 기억할 것 입니다.]
[명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타이틀 ‘드래곤 세트 제작자’를 획 득하셨습니다.]
더불어 대장장이로서 커다란 명성 과 타이틀도 획득했다.
이미 명성이야 차고 넘칠 정도로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있어서 나쁜 것은 아니니 상관 없겠지.
“헐.”
이어 무심코 타이틀을 확인한 영민 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드래곤 세트 제작자][타이틀][최 초]
드래곤 세트를 완성한 자에게 주어
지는 타이틀. 드래곤의 부산물을 이 용한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이점을 획득하고 직접 제작한 드래곤 세트 를 착용 할 시 효율이 30% 중가한 다
제작 관련 타이틀이라 별 것 아니 라 생각했는데,생각보다 엄청난 효 과였다. 드래곤 세트 착용시 효율 중가라니? 그것도 30%나? 아무리 ‘직접 제작한’ 이라는 제약이 붙어 있다지만 사기적인 효과였다.
‘일반적으로 제작 계열이 직접 전 투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긴 하지 만".、’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영
민이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어 쨌든 기분 좋은 결과였다.
“형,이 주변은 대충 끝냈와! 때깔 죽인다.”
막 레드 드래곤 세트의 착용을 마 쳤을 때,돌아온 일행의 눈이 돌아 갔다. 어떤 염료로도 흉내낼 수 없 는 신비한 붉은 색을 띄고 있는 그 의 갑옷은 비늘 계열이라고 믿기 힘 들 정도.
능력치를 확인하면 놀라다 못해 턱 이 빠질 테지만 영민은 씨익 웃어보 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어차피 시간 은 많고 재료도 넉넉했다. 드래곤 한 마리의 비늘과 가죽을 통째로 벗 겼으니 고작 장비 한 세트 분량의
재료로 끝일 리 만무했다.
더구나 행운 Max에 도축 숙련도 Max인 영민이 아닌가? 아직도 몇 번의 세트 아이템을 만들 정도의 재 료가 쌓여 있었고 그것으로 일행을 보다 강화시킬 계획이었다.
‘드래곤과 조우하는 것만 조심하면 괜찮겠지.’
물론 드래곤을 도축해 얻은 재료로 장비를 해입을 경우 ‘드래곤의 분 노’를 받는다는 설정이 끼어있긴 했 지만 드래곤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이번이 특수 할 뿐,대부분의 8레벨 던전에서는 드래곤이 나올 확률이 희박했으니까.
물론 영민과 함께라면 드래곤도 크
게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기도 했 다.
“근데 드래곤은 왜 저 모양”. 헐. 형,그거 설마?”
“왜 아니겠어?”
레드 드래곤 세트의 외형에 반한 민호는 곧 드래곤의 시체가 사라졌 음을 깨닫고 합리적인 의문을 던졌 다. 영민이 올린 제작 스킬이 연금 술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 고 있기 때문이다.
영민은 대답과 함께 대뜸 아이템창 을 공유했다.
압도적인 성능. 그리고 세트 효과. 그것들을 확인한 모두가 경악을 금 치 못했다.
“이,이게 가능해요?”
게이머가 아닌 이들조차 기겁을 할 정도다. 영민이 그들의 장비를 수치 화하여 보여준 적이 있었기에 민호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놀랄 준비 가 되어 있는 것이다.
“…?사기네. 이거.”
특히나 같은 게이머의 능력을 가진 민호는 충격이 더 컸다. 당장 자신 이 착용한 장비와 비교해도 3배,아 니 5배는 더 좋았다. 거기에 세트 효과며 특수 효과,내장 스킬까지 더한다면? 실제 전투력의 차이는 더 클 것이 분명하다.
“10일. m일 안에 정리를 끝내면 파츠 하나를 만들어주지.”
“지,진짜요? 오케이! 맡겨두세요!” “대장. 혹시 우리도".”
민호의 날됨에 가람도 욕심이 났는 지 슬며시 물어왔다.
“당연하죠.”
그 말에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 주변을 한바탕 쓸어버리고 와서 좀 쉬려던 생각을 집어치우고 다시 전 투 모드로 돌변했다.
본 드레이크가 따라붙든 말든,전 력을 다해 몬스터를 휩쓸어가기 시 작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그리고 그럴 때마다 파티가 맺어져 있는 영민의 경험치 또한 쭉쭉 올라 갔다. 영민이 끼어드는 것과 비교했 을 때 시간은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시간 배율이 다르니 여유는 충분했 다.
[레드 드래곤 본 실드 제작에 대 성공 하셨습니다.]
[레드 드래곤 스케일 아머 제작에 대 성공 하셨습니다.]
[레드 드래곤 스케일 아머 제작에 성공…-.]
그렇게 영민은 아주 편안하게 레벨 을 올리며,아이템 제작에 매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10일만에 영민은 자신 이 사용할 레드 드래곤 본 실드를 비롯한 일행들의 장비를 모두 마련 할 수 있었다. 처음처럼 모든 장비 가 대 성공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 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졸업 아이 템’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모든 아이템을 주는 대신 던전 하나 당 한 파츠씩을 주기로 약속했다.
갑작스러운 파워업 보다는 증가하 는 능력에 서서히 적응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의욕이
넘치는 상태에서 부려먹으려는 의도 가 다분했다.
그렇게,두 번째 8레벨 던전 공략 도 수월하게 끝이 났다.
현상금 미션이었던 탓에 던전이 사 라지자 일본의 항의와 반발이 대단 했지만 비약과 포션,아이템을 일부 쥐어주자 조용해졌다.
어차피 그들로서는 당장 8레벨 던 전을 클리어 할 자신이 없으니 차라 리 8레벨 던전 아이템을 받아 다음 을 기약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단락을 지은 영민은 한국 으로 돌아가는 대신 곧장 태국으로, 필리핀으로,동남아일주를 시작했다.
그들의 영역에 있는 8레벨 던전을 한 바퀴씩 돈 것이다.
그들의 던전은 각각 마계 늪지대, 전쟁 지역 등 다양한 차원과 지형에 서 영민은 일행의 훈련을 겸해 경험 치 노가다와 아이템 파멍을 했다.
처음에는 적잖이 버거워하며 본 드 레이크의 서포트를 필요로 하던 그 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던전을 클리어하며 레드 드래곤 세트를 하 나씩 완성해갈수록 서포트는 무의미 해지고 클리어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레드 드래곤 세트를 완성했을 때,일행은 영민의 도움 없이도 보스 몬스터를 잡아낼 만큼 강해져 있었다.
“좋아. 돌아가자.”
“예?”
“어디로 말입니까. 대장?”
“어디긴,집이지.”
“아아'”
그것을 확인 했을 때,영민은 비로 소 대한민국으로의 귀환을 선언했 다. 8레벨 던전을 찾아 원정을 다닌 지 꼬박 100일 만이었다.
말이 100일이지,그들이 보낸 시간 은 그 10배가 넘었다. 8레벨 던전의 시간 배율 탓이다.
그나마 영민이 코인 상점을 통해 던전에서도 사용 할 수 있는 통신기 기를 건네 주었기 망정이지 가족애 가 강한 가람에게는 좀처럼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거의 3년 동안 가 족을 만나지 못한 셈이니까.
그렇게,길드 힐름의 주력들이 대 한민국에 돌아왔다.
“많이 ??변했네요.”
가장 먼저 길드 하우스로 돌아온 그들은 새삼 시간의 흐름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늘 그들 뿐이던 길드 하 우스가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도 북 적거리는 것이다. 특히 세계수와 가 까운 자리를 누구도 독차지 할 수 없도록 광장처럼 만들어둔 까닭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모여들었 다.
“어? 길드장님이시다!”
그때 누군가 소리친 한마디에 수백
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와,장비 룩 죽인다.”
“능력도 엄청나겠지?”
“못보던 장비들인데 새로 맞추셨 나?”
“다들 비슷한 걸 보니 우리 유니폼 같은 거 아니야? 우리도 지급 받을 수 있으려나?”
더불어 수천 마디의 말들이 쏟아졌 다. 귀담아 듣지 않아도 정신이 없 을 지경. 영민은 재빨리 걸음을 옮 겨 유재한을 찾았다.
“아,오셨습니까!”
세계수의 뿌리 중 하나를 조작해 집무실로 만들어 준 덕에 유재한은 이전에 봤을 때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s등급을 넘 볼 정도로 마나가 충만해 있었고 얼 굴에는 활력이 돌며 피부도 매끈해 져 있는 것이다.
세계수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에 틀림 없었다.
영민은 그를 통해 그간의 사정을 설명 들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영민 의 명에 따라 일천명의 길드원을 모 집했고,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몇몇 길드의 시비가 있기는 했지만 아주 빠른 시간 내에 8레벨 던전을 연속 으로 클리어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영민 일행들의 모습이 무력 시위처 럼 되어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 다고
더구나 세계수의 영향으로 단기간 에 등급을 올린 이들이 몇이나 등장 을 하면서 새로운 길드원들의 충성 도가 아주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길드장인 영민과 길드의 주 력이라 할 수 있는 네 사람이 빠졌 음에도 길드가 제대로,아주 잘 굴 러 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유재한이 거의 S등급의 끝자락에 닿아있다는 것도 크게 한 몫을 했 고.
영입된 길드원 중에는 s등급 헌터 도 있다고 했지만 그들조차 무시하 지 못할 만큼 유재한의 능력이 강력 한 것이다.
모든 보고를 들은 영민은 실로 흡
족해했다. 그가 원하던 대로 자신이 없어도 길드가 잘 굴러가고,헌터들 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좋아. 그럼 앞으로도 수고 하도 록
“예에? 설마,또 나가시는 겁니까?
이렇게 된 이상 영민은 앞으로도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모든 권한을 재한에게 일임함과 동시에,8레벨 던전을 돌며 획득한 아이템과 스킬 북들을 풀어놓았다.
누구에게,어떤 방식으로 주거나 판매할지 역시 그의 몫으로 두었다. 이것 중 일부만 빼돌려도 몇 대는 떵떵거리고 살만한 돈이 나오겠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생
각지 않았으니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이 상황도 만 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렇게 영민은 재한에게 많은 일 과,값어치 넘치는 아이템들을 떠안 긴 뒤 며칠 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다시 네 사람을 불러 모은 뒤 선언했다.
“잠시만 혼자 사냥할게요. 레벨 업 좀 하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