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51화 (151/177)

# 151화 - 확장 (1)

‘이것 봐라?’

감시 벌레를 통해 크노프 공작과 황제의 대화를 엿들은 영민의 눈이 반짝였다. 아무리 죄인이었다하나, 굳이 죽이지 않고 살려둔 인물들인 만큼 제법 질책을 당할 것이라 생각 했는데,의외로 황제의 반응이 호의 적이었던 것이다.

다만 그들이 남긴 무언가가 없는지 샅샅이 확인하라는 명을 내릴 뿐이 었다.

과연 그들이 가진 것들 중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들의 모든 것을 가진 영민은 묘하게 상황

을 살피며 인벤토리를 살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확인해야겠 군.’

장거리 통신 마법이다보니 부담이 되었는지 대화는 금방 끝나버렸다. 건진 것은 크노프 공작이 별다른 질 책이나 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과, 그가 보고한 영민 일행에 대한 평가 가 꽤 후하다는 것.

이 또한 강태성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처음부터 지구 인들을 적대시 하지는 않았지만 어 느 정도 경계를 했다. 관계를 어떻 게 쌓느냐에 따라 일부 태도의 변화 를 보이기도 하지만,‘미션’이 결국

은 그들을 공격하도록 만들기 때문 에 종국에는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강태성 또한 8레벨 던전에 진입했을 때 이미 그들과 사 이가 벌어진 상태여서 우호적인 자 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럼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 실은 간단한 일이다. 아직 그들과 ‘관계’를 맺은 이들이 없으니 영민 일행의 행동이 바로 지구인들과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걸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 니었다. 하지만 당장 알 수 있는 방 법이 없으니 일단 접어둘 수밖에.

호홉을 가다듬은 영민은 습득한 아

이템 중 ‘바킨의 연구 일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궁금했던 차원에 관 한 정보들을 조금이라도 습득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첫장부터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글 과 그림들 뿐이었지만,그 순간 바 킨에게서 흡수한 특성 ‘차원의 마도 사’가 발동했다. 모든 글과 그림이 단 번에 이해가 되고 그 오의까지 꿰뚫었다.

“"??그런 거였나?”

한참이나 연구 일지에 빠져 있던 영민이 고개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일지에 있던 모든 이야기와 차원에 대한 지식은 이미 그의 머릿 속에 모두 옮겨진 상태였다.

연구 일지가 특성 차원의 마도사를 깨우는 열쇠 역할을 하며 능력의 각 성을 촉발시킨 것이다.

바킨이라고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만큼의 지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 만 대충은 짐작 할 수 있었다.

“이쪽도 영문을 모른다 이거지".” 바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던전 을 통해 이어지는 차원의 연결에 대 해 이 세계의 사람들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아니,그나마 차원의 마도사인 그이기에 지구인들에 대해 대략이라도 알고 있을 뿐,다른 이 들은 차원의 연결이라는 개념 자체 가 크게 세워져있지 않았다.

그러니 영민 일행을 환대할 수 있

던 것.

여기에는 지금까지 연결된 던전의 대부분이 몬스터의 소굴이나 산적 소굴 따위와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 주효했다. 아주 단편적인 연결에 불 과했던 만큼,지구의 인류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것이다.

다만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에 대해서는 슬슬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 이 바로 바킨. 차원의 마도사라는 이름답게 차원에 대해 많이 알고 있 고,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연관관계 를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연구는 완벽하지는 않 았지만 얼추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바로 이 차원의 연 결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7레벨 이하의 던전으로 연결 될 경우 소위 게임에서 말하는 인스턴 트 던전처럼 별개의 지역으로 구분 이 되어버리고,그 순간부터 해당 지역으로의 지역이 직간접적으로 어 려워지는데 그러다 어떤 조건을 달 성하면 지역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마계처럼 지역까지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지역에 있던 모 든 것들이 죽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한 것은 아주 간흑 살 아남는 개체가 있다고 해도 당시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

영민은 그것을 ‘최종 클리어 횟수 달성 시점 기준의 상태’라고 보았 다. 최종 클리어 시 생존 개체를 남 기는 지의 여부가 이 세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당연히 ‘몬스터 시체 = 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지구에서 헌터들이 뭐 하나 남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영민 덕분에 약초의 값도 꽤나 올라 서 이제는 풀 한포기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게 이 세계는 지구의 헌터들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미묘하군. 미묘해.’

상황이 꽤 미묘했다. 지구에서는 던전이 인간들의 영토를 침범하고

몬스터가 살육을 벌인다고 이야기하 지만 이들의 입장에서는 반대로 받 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8레벨 던전이 열린 이상,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터였다. 어 쩌면 던전 쇼크로 지구에 풀려난 몬 스터들은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친 것일지도 몰랐다.

‘뭐,상관 없지.’

덕분에 조금은 측은한 마음도 들었 지만 그 뿐이었다. 어쨌든 서로 살 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 결코 그들에 게 동정을 품을 이유가 없는 것이 다.

그렇기에 영민은 대략의 상황을 가 늠하면서도 어떻게하면 적대적이 되

기 이전,이 세계의 인간들 등골을 빨아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 기 시작했다.

“이제 돌아가자.”

영민이 일행에게 귀환을 선언한 것 은 삼일밤의 연회가 끝나고도 스무 날이 더 지난 다음이었다. 드레이크 도 씨가 말랐고,죄수들도 A등급 이하 뿐이라 몰래 죽일 가치를 느끼 지 못했지만 몬스터 접경 지역 답게 대체할 몬스터들은 얼마든지 있었 다.

드레이크에는 못 미쳐도 충분히 7?8레벨 행세를 할 수 있는 강력하 고 특수한 몬스터들. 그것들을 자진 해서 착실히 사냥하며 시간과 아이

템,경험치를 벌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크노프 공작의 평판이 오른 것은 말 할 것 도 없었다.

또한 틈틈이 정리한 결과 사용할 스킬북과 판매할 스킬북도 추릴 수 있었다. 일행에게 필요한 것은 즉시 익히게 하고,상성이 그리 좋지 못 한 것들은 지구로 돌아가 팔아치울 생각이었다.

하나 같이 S등급 수준들의 비급이 니 그 가치는 엄청난 것이 당연했 다. 딱히 s등급 헌터가 아니더라도 이것만 익힐 수 있다면 s등급 헌터 에 버금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능 력이 담긴 것들도 있었고 게임으로

치자면 히든 클래스로 전직 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들도 더러 있었 다.

당장 이들 중 일부만 풀려도 8레 벨 던전 공략 시점이 훨씬 빨라질 정도.

물론 한 번에 다 팔 생각은 없었 지만 영민은 순차적으로 이것들을 뿌릴 예정이었다.

앞으로 8레벨 던전은 상상 이상으 로 많이 생긴다. 그것들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이번과 같다고 할 때,던 전 쇼크처럼 일시에 개방되기만 해 도 인류가 멸망할 정도.

영민 혼자 고군분투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도 아니고,경쟁자가

생긴다고 손가락 빨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얻은 것들의 정리를 마치자 영민은 귀환을 결심했다.

이것저것 수습을 하기에는 시간 비 율이 적용되는 던전에서 뭉개는 것 이 좋지만 이제는 가야 할 때였다.

“귀환석 사용.”

크노프 공작에게 다시 보자는 인사 를 건넨 영민은 즉시 귀환석을 사용 했다.

‘재미있네.’

그리고 차원과 관련된 지식 및 특 성을 얻어서인지 귀환석이 발동하는 모습에서 그 방식과 원리가 떠올랐

다. 어디로,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가능해진 것 이다.

그럼 이걸 조작할 순 없을까? 그 런 생각을 하는 순간 눈 앞이 환해 지며 지구로 돌아왔다.

“어?”

다시 지구,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일행들은 뭔가 달라짐을 느꼈다. 안 에서 수십일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지구에서는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 을 텐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 낀 것이다.

“형,이거 설마".”

“던전 쇼크가 온 겁니까,대장?”

그렇게 물어도 영민이라고 알 방법

은 없었다. 그저 인벤토리에 넣어두 었던 스마트폰을 조작해보는 수밖 에.

“어,된다.”

다행히 스마트폰은 즉시 작동되었 다. 가장 먼저 접속한 것은 헌터넷 이 아닌 포털 사이트. 이것이 정상 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일단 심각 한 타격을 받은 것까진 아니라는 소 리였다.

“그런 것 같다.”

“잘 막은 것 같죠?”

“아마도?”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 중 일부 는 던전과 몬스터에 대한 것이었지 만 일부는 연예인에 대한 기사였다.

던전 쇼크가 일어난 것 치고는 무척 이나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영민은 그것을 여유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 했다.

강태성의 시절,3차 던전 쇼크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었 는데. 연예인 소식을 검색하기는커 녕 기지국들이 형편없이 파괴되서 전파가 잡히는 곳을 찾아 생존 정보 를 나누기에도 바빴는데.

기억으로 겪은 일들이기는 하지만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잘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만 같아 뿌듯하고 안심이 되었다.

“일단 움직이자.”

짧은 대화를 마친 그들은 일단 자

신들의 아지트로 먼저 향했다. 아마 도 그들이 8레벨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알면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겠지만 일단은 ‘세계수’ 부터 확인 하려는 것이다.

영민은 즉시 나이트메어를 소환하 고 단박에 공간을 뛰어넘었다. 곧장 아지트로 진입했다.

“휴.”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아지트 주변은 난장판이다. 잔해가 된 골렘들이 나뒹굴었고 거 대한 나무들도 벌목 당한 것처럼 즐 비하게 쓰러져있었다. 영민이 세계 수의 방어를 위해 세워둔 골렘과 세 계수가 위기를 느끼고 자체적으로

성장시킨 수호병,엔트들이었다. 그 런만큼 몬스터들의 시체도 한 가득 이었다.

남은 것은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 는 몇 기의 골렘과 엔트,그리고 멀 껑히 농도 짙은 마나를 내뱉는 세계 수 뿐이었다.

그걸로 되었다. 세계수만 멀쩡하다 면 골렘 따위 쯤이야.

‘이것 봐라?’

안심하고 주변을 살피던 영민의 눈 에 이채가 감돌았다. 자신들이 없는 동안 세계수 주변에 결계를 쳐서 마 나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았더니,의 외의 모습들이 제법 발견 된 것이 다.

일단 자생하는 약초들의 질이 달랐 고,엔트처럼 생겨난 수호 생물들의 종류와 질이 달라졌다. 세계수가 생 산하는 농후한 마나를 한껏 머금었 을 뿐 아니라 3차 던전 쇼크가 일 어나며 한층 짙어진 마나 농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

나무가 때때로 산소를 흡수하고, 또 내뱉듯 세계수 역시 마나를 빨아 들여 자신의 주변으로 더욱 진하게 퍼트리는 효과가 있다보니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이다.

덕분에 골렘 제작 숙련도 90%를 넘긴 영민이 만들어낸 전투용 골렘 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 존재들이 몇이나 태어난 상태였다.

그것에 만족하면서도 내심 ‘엘프는 안 나타나나?,하는 생각을 하는 영 민이었지만 시스템에 의해 ‘세계수 의 주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영민인 만큼 이것도 대단한 전력의 상승이 었다.

‘조금 있으면 이것도 힘들겠군.’

하지만 그것도 곧 쉽지 않아질 터 였다. 세계수의 성장과 더불어 그 뿌리가 대한민국 곳곳으로 연결 될 테니까.

세계수가 직접 위치한 이곳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수의 뿌리가 닿아있다 는 것만으로도 그 땅은 꽤나 농도 짙은 마나를 생산하게 된다. 세계수 의 성장을 막을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감추는 것은 무리라는 소리.

“재한. 모집 공고를 좀 올려줘.”

“예? 무슨 모집이요?”

“길드원 모집. 슬슬 판이 깔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영민은 아예 생각을 바꾸었다. 피 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막 을 수 없다면 아예 판을 깔아버릴 생각이었다.

어차피 나중이 되면 여러모로 사람 이 필요했다. 모든 몬스터를 소수로 처리할 수는 없으니 핵심이자 정예 인 인원들이 적의 보스와 결전을 치 르는 동안 주변 정리와 뒤처리를 해 줄 인원은 분명히 필요했다.

강태성의 전생에서는 그 역할을 어

쩔 수 없이 다국적 연합군이 맡았지 만,그때처럼 인구가 절벽이라 할 정도로 깎여나간 상태가 아니니 자 체적으로 키우고 조달해볼 생각이었 다.

사실 영민이 그것을 위해 많은 노 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 3차 던전 쇼크를 통해 새롭게 각성한 인 원을 포함해 B등급 이상의 헌터들 을 받아들이고,그저 세계수의 영향 권 아래 두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8레벨 던전을 돌며 얻어낸 아이템과 스킬북만 적당히 뿌려도 제법 강력한 길드가 조직 될 수 있 었다.

특히나 주력이 될만한 고등급의 헌 터들에게 이번에 얻은 s등급 능력이 담긴 비전 스킬북들을 쥐어준다면 단 번에 진정한 헌터 강국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을 갖추게 될지 몰랐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영민은 일처리 가 빠른 재한에게 모집과 관련된 모 든 업무를 맡기고 망가진 아지트를 복구하는 것에 전념했다.

처음에는 그저 복구 정도를 생각했 을 뿐인데 마도 공학 전문화 특성이 절로 발휘되며 하나하나 더하다보니 어쩐지 ‘요새화’가 진행된다는 기분 도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그러는 동안 헌터넷에 길드 힐름의 길드원 모집 공고가 올라가고 전 세 계의 사람들이 그들의 귀환을,8레 벨 던전 공략 소식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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