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49화 (149/177)

# 149화 - 실종 ⑵

어디서도 일행의 혼적을 찾을 수 없자 영민도 당황했다. 이들이 거짓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강태성의 경험을 통해 그럴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기에 딱히 무 력 시위를 하려 하지는 않았다.

‘방향을 잘못 알았나? 아니면 이곳 을 발견하지 못한 건가?’

대신 오만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이 작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자신이 알려준 방향 으로만 쭉 왔다면 발견하는데 무리

가 없었겠지만 8레벨 던전은 처음이 라 구경을 한답시고 이리저리 길을 잘못 들다보면 비껴 갈 수도 있지.

거기까지 생각한 영민은 곧장 나이 트메어를 소환해 탑승했다. 인근의 더 큰 마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 다.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일말의 불안감은 아직도 있었다.

미션 몬스터인 드레이크를 잡았다 고 하지만,그런 드레이크의 협곡을 인근에 둔 마을이라면 놈들이 마을 로 내려올 때를 대비할 수 있도록 병력이 주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 히 요새화 된 거점이라면 A등급 ? S등급에 해당하는 고급 병력들이 다

수 배치되어 그들이라도 위험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종족이 ‘인간’인 덕분 에 선공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자칫 그들과 적대 관계라도 형성한 다면 제 아무리 영민이라도 쉽지 않 은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영민은 은신을 극도로 유 지한 채 안으로 진입했다.

‘젠장,요새군.’

아니기를 바랬는데,인근의 대형 마을은 요새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주변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성벽을 높이 쌓고,잘 훈련된 병사들이 성벽을 지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 적이 몬스

터인지라 주변에서 모여드는 뜨내기 용병 등을 막지 않는다는 것이었는 데,덕분에 영민도 검문 걱정을 하 지 않고 은신을 해제 할 수 있었다.

‘가만,혹시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는 거 아니야?’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는 장소? 영 민의 머릿속에 퍼뜩 감옥이 떠올랐 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원을 막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타국의 첩자 까지 활개치도록 놔두지는 않는 것 이다.

그렇기에 영민도 입구 만큼은 은신 으로 숨어들어온 것인데,그들이 그 런 사실을 알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 았다.

아마 생각 없이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왔겠지. 통역 아이템을 갖 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터였다. 신분패가 없는 것은 당연할 거고.

‘찾아봐야겠군.’

여러 정황으로 따져봤을 때 그 편 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영민이라고 곧장 감옥으로 쳐들어 갈 수는 없었다. 이 요새의 규모와 구조,인력과 수준을 파악하 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물론 그들 을 찾는 대로 돌아갈 생각이라면 그 럴 필요도 없이 귀환석을 사용해버 리면 그만이겠지만 ‘시간 배율’이 적용되는 이곳에서 마저 드레이크

강화 작업을 마칠 생각이었으니까.

또한 정말 감옥에 갇혀있다면 그것 대로 8레벨 던전에 대해 이해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8레벨 던전부터는 하나의 세계가 펼 쳐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영민은 즉시 은신을 한 채 요새의 구조를 익혔다. 이런 최전방의 마을 만 아니라면 정보 길드 따위를 이용 해서 지도를 입수 할 수도 있겠지 만,모두가 한 마음으로 몬스터에 대항하는 최전방에서는 그런 짓을 시도하다가 역으로 정보 길드의 추 적을 받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의뢰자 우선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의 터를 잃을 수도 있는 미련

한 짓까지 하지는 않으니까.

때문에 영민은 직접 몸으로 때워야 했다.

일단 빠르게 마을을 돌며 구조를 익히고,가지고 있던 일부 장비와 마나석을 판매해 환전을 했다.

그들이 갇힐 수는 있어도 쉽게 죽 을 리는 없다는 믿음 때문에 이곳에 서만 구입 할 수 있는 물품들을 파 악하고 미리 구입해둔 것이다.

만약 구출 도중 난리가 난다면 다 시 상점을 이용하기는 어려워 질 테 니까.

영민이 쓸어담다시피 한 물건은 대 부분 ‘재료’에 해당하는 것들이었다. 약초를 비롯해 몬스터 가죽과 광물

들을 쓸어 담고 완성품들 중에서도 포션이나 몇몇 쓸만한 물건들은 돈 을 아끼지 않고 구입했다.

아직 이쪽 세상과 지구의 물가가 조정되지 않은 시점이기에,그것만 으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사치품보다는 실용적인 물품들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는 점도 한 몫 했고.

그렇게 준비를 마친 영민은 다시 은신을 사용해서 요새의 내성으로 잠입했다.

‘마을’로 분류되는 외성과 달리 내 성의 경우 병사와 간부들이 사용하 는 크고 작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 다. 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나마 영주성과 두어 개의 건물이 전 부였는데,그 중 하나가 바로 감옥 이었다.

‘어디지? 저 쪽인가?’

간판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라 잠시 멈칫 거렸지만 영민은 머뭇거리지 않고 느낌이 이끄는 대로 이동했다. 어차피 외관으로 알 수 없다면,운 을 믿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한 일이 니까.

성 내에는 s등급에 해당하는 강자 들이 몇이나 있었지만,바로 곁에 있지 않는 한 영민의 은신을 꿰뚫기 는 어려웠다. 그 역시 S등급 헌터의 특성을 홉수해 얻은 능력이 아니던 가?

입구를 단단히 지키는 보초들을 스 치고 지나간 영민은 탑 안의 어둠에 힘입어 더욱 은밀하게 내부를 살폈 다.

‘뭐지? 거의 잡범들인데

하지만 이상하게도,감옥에 갇힌 이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높게 쳐줘야 B등급이나 될까? 이래 서야 큰 일을 벌일 깜냥이 안 된다.

저레벨 던전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8레벨 던전이었으니까.

물론 8레벨 던전과 연결 된 곳 중 에도 1레벨 던전 수준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지역은 있었지만 적어도 그곳이 여기는 아니었다.

한참을 위로 숨어 올라가던 영민은

뭔가 예상과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 지만 일단 꼭대기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몇 층 남지는 않았지만 어쨌 든 갇혀있는 죄수들의 수준이 오르 고 있는 것은 분명했으니까.

‘여기가 아닌가?’

하지만,기대와 달리 탑의 형태를 한 감옥의 최상층부에서는 일행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몇몇의 흉 악해보이는 놈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A등급이 고작일까.

구속구를 착용하여 힘을 낼 수는 없는 상태였지만 영민은 숙련도를 100%까지 채운 감지의 눈을 통해 놈들의 전후 능력치까지 훌을 수 있 었다.

‘그럼 지하겠군.’

그러나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 다. 탑이라고 해서 지하가 없는 것 은 아니니까.

이렇게 훼이크를 주고,진짜배기들 은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에 가두어 두는 것은 제법 혼한 설정이다.

내친 김에 혼란도 줄겸 상층에 있 는 죄수들을 모조리 죽이고 경험치 나 챙길까 생각도 들었지만 아직 지 하에 일행이 있다는 확신은 없었기 에 조용히 다시 지하로 잠입했다.

‘빙고.’

지하로 가는 입구는 숨겨져 있었지 만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차하면 나이트메어의 능력을 이용

해 영체화를 해서 바닥을 뚫고 들어 가도 되었고.

그렇게 지하로 잠입하자 느껴진 것 은 어떤 역할을 하는 강대한 마법진 의 힘이었다.

아마도 죄수들의 힘을 억제시키는 역할인 둣 하다.

덕분에 영민 역시 힘이 약화되는 것을 느꼈지만 이 정도로는 큰 지장 이 없었기에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 갔다.

‘으음,이건 좀 곤란한데.’

아래로 갈수록 마법진의 힘은 강하 게 작용을 했다. 심지어 영민조차 사용 가능한 마나가 10분의 1까지 떨어질 정도. 물론 성역 선포나 럭

키 포텐 등을 사용하면 지상까지 단 박에 뚫고 오를 수 있겠지만 아직도 충은 남아있었다.

‘여긴 대체 뭐지?’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갈수록 영민 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더해졌다. 단순히 국경에 위치한 요새가 아닌 걸까?

지하에 내려온 순간부터 보아온 독 방의 죄수들 중 S등급이 아닌 자가 없고,심지어 몇몇은 S등급 중에서 도 상위로 쳐줄만해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이들만 일시에 해방 시켜도 나라가 뒤집어질 판.

마나를 억제 당하고 오랫동안 방치

되어 근육이 말라버린 상황에서도 눈빛이 살벌한 게,보통 흉악범들은 아닌 둣 싶었다.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절대 동결의 마법진에 노출되셨습 니다.]

[일시적으로 마나가 동결 됩니다.]

[스킬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그들을 지나 더 아래층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영민도 깜짝 놀랄만한 알림이 나타났다. 무려 자신의 마나 와 스킬을 동결 시킬 수 있는 마법 진이라니? 이곳에 대체 뭐가 있는 거지?

만약 일행이 있다면 이곳일 것이라 는 생각을 하는 찰나,층을 지키고 있던 기사 하나가 영민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났다.

“웬 놈이냐!!”

절대 동결의 마법진 영향으로 미리 사용한 은신 스킬까지 풀려버린 것 이다.

상황을 파악한 즉시,영민은 무기 를 꺼내들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시 간을 끌수록,소란을 피울수록 곤란 해지는 것은 이쪽이다. 그렇다면 속 전속결이 필요했다.

감지의 눈으로 살핀 기사의 능력치 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상관 없다. 마나와 스킬이 동결된 마당에 전투

력을 좌우하는 것은 스렛과 템빨, 컨트롤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 모든 요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영민이기에 기사는 순식간에 목이 달아났다.

다음도,그 다음도 마찬가지다. 운 좋게도 갑작스런 습격에 신호용 호 루라기를 부는 이가 아무도 없는 덕 에 층 내에서만 소란을 일으키며 모 든 경비를 해치울 수 있었다.

“ ??없잖아?”

그렇게 완전히 층을 장악한 영민의 얼굴이 곧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실컷 요란을 떨었는데,감옥 어디 에도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이다.

대체 어디 있는 거지? 골똘히 생 각에 잠긴 사이,기듯이 철창 가까 이까지 다가온 죄수 하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누명 쓴 평화주의자 차원의 대마 법사 바킨][S등급][상세 능력치 보 기]

비쩍 골아 있는 거지의 행색이지만 과거 대마법사의 칭호까지 달았던 이였다. 아니,그냥 대마법사이기만 했다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

중 ‘차원의’라는 것이 그의 걸음을 붙잡았다.

최근 흡수한 몇몇의 사념을 통해 던전과 차원에 대해 관심을 갖던 차 가 아닌가? 어차피 경비들이야 쓸어 버린 상태이니 혹시나 다른 정보나 단서를 얻을까 싶어 잠시 짬을 내었 다.

“나를 좀 꺼내주게.”

[바킨의 부탁][퀘스트]

누명 쓴 평화주의자 차원의 대마법 사 바킨을 해방시키고 탈출을 돕자. 차원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라면 당 신이 모르던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 모른다.

- 완료 조건 : 바킨의 탈출

- 실패 조건 : 바킨의 죽음

- 보상 : 경험치 5000000, 10,000 코인,바킨의 차원 지식

그 순간 퀘스트가 떠올랐다. 경험 치도,코인도 꽤나 깝짤한데다 그가 가진 차원 지식까지 보상으로 내 걸 고서.

‘이것 봐라?’

감옥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처지라 서인지 다른 물질적인 보상은 없었 지만 이것으로도 훌륭했다. 1만 코 인이라면 어지간한 아이템보다도 훌 륭한 보상이니까.

“좋습니다.”

“어서 열쇠를 찾아서??콜록,콜록!” 영민이 수락하자 그의 표정이 조금 은 풀렸지만 곧 밭은 기침을 내뱉으 며 괴로워했다.

“잠깐 비켜보십시오.”

그것을 보고 영민은 바킨의 죽음이 라는 실패조건에 ‘타임 어택’이 걸 려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 바킨을 잠시 뒤로 물린 뒤 +13 봉 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창살에 비 스듬이 내리그었다.

“이건 그런 걸로 부서질 재질 이"?!”

바킨의 만류가 무색하게 창살은 쉬 이 잘려나갔다. 마나와 스킬 사용이

불가하다지만,무기의 성능이 압도 적인 탓이다.

잘려진 창살을 툭 차서 떨어뜨린 영민은 바킨에게 최상금 질병치료 포션과 최상급 체력 회복 포션을 들 이부었다.

마시는 것보다는 효과가 더디 나타 날 테지만 애초에 그의 완전 회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기에,상관 없었 다.

“어서,어서 가세. 곧 다시 경비가 나타날 거야.”

포션이 치료한 것은 질병과 외상일 뿐,이미 말라 비틀어진 근육과 떨 어진 스테미너로 성치 않은 것은 여 전하건만 바킨은 눈에 생기를 가득

담은 채 영민을 재촉했다.

그러나,영민은 그의 뜻처럼 움직 이지 않았다.

“아아,잠시만요. 영감님.”

대신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죄수들 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제라르의 부탁][퀘스트]

[클템의 부탁][퀘스트]

[롤랑의-]

이곳에 갇힌 것은 그 혼자가 아니 었다. 영민은 내친 김에 가능한 모 두에게 말을 걸어 탈출 퀘스트를 몰 아 받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모

두 작살을 내며 올라갈 계획이었으 니까.

“안 되네. 그자들은

[바킨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하였습 니다.]

그 과정에서 바킨의 만류가 있었지 만 무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들은 누명이 아니라 정말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거나,역모를 꾀하는 등 문제가 많은 자들이라는 것인데 사실 영민의 입장에서는 알 바가 아 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대량의 경험치와 코인만 해도 얼마인데 고작 처음보

는 바킨의 호감도 따위를 따진단 말 인가?

영민이 묵살하자 바킨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 따라 움직이기 시 작했다. 어쨌든 그도 이곳에서 탈출 은 해야했으니까.

그렇게,병약해진 죄수들을 우르르 이끌고 영민이 다시 감옥의 지상으 로 오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