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8레벨 던전 (3)
모두의 우려와 달리,다행히도(?) 모든 드레이크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한 번에 상대하 는 수가 늘거나 단신으로 드레이크 를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될 뿐 이었다.
지금부터는 유재한 또한 예외가 아 니었다. 대신 S등급조차 일대일은 살짝 버거운 드레이크인 만큼,그에 게는 한 가지 어드벤티지를 적용했 다. 영민이 성역선포를 사용해준 것 이다.
비약과,아이템과,버프의 힘으로 A등급의 끝자락에 있던 유재한이
성역 선포까지 적용 받자 단번에 드 레이크보다 우월한 능력치까지 성장 했다.
문제는,자신감이 형편없다는 것이 었다.
애초에 전투 요원으로 성장하지 않 았던 그인지라 몬스터를 상대한 경 험 자체가 많다고 이야기 할 수 없 는 수준이었고,초감각 덕분에 대응 은 되지만 공격을 가하는 것이 한 없이 어색했다.
영민은 그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그를 단호히 대했다. 성역선포 이외 에는 일절 도움을 주지 않을 뿐 아 니라 포션의 사용도 제한시켰다.
악착 같이 피하고,살아남으려 드
는 그에게 독기와 전투감각을 심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꼬불쳐둔 포션을 쓰려는 순간 돌맹 이를 던져 깨뜨려버리기까지 했다. 그의 머리 꼭대기에 을라가 훼방을 놓았다.
단순히 쓰고 버릴 패라면 이렇게까 지 할 필요가 없겠지만 영민은 그에 게서 생각지 못한 재능을 발견한 것 이다.
강태성의 미래에서 고작 A등급 헌 터로 멈추었던 가람에게 그러한 것 처럼,손을 내밀어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민호나 가람과 같은 천재는 아니지 만 그에게는 하늘이 내린 재능,특
별한 고유 능력이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감각의 천재 쯤 되 겠군.’
계산의 천재,간격의 천재,감각의 천재.
그리고 다이아몬드 수저와 각성부 터 S등급인 녀석까지.
영민은 어쩌면 이 중에 가장 평범 하고 별 볼일 없는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행운이 아니었다면 감히 쳐다도 못 볼 구성이긴 하네.’
그 이전에는 불운 Max였던 영민 이기에 마냥 기쁘고 행복해 할 수만 은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지금도 안심 할 수는 없었
다.
당장 나타나기 시작한 8레벨 던전 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타날 다섯 군주와 그들의 군단.
실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그’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았고 강태성조차 그들 중 겨우 하나를 넘어섰을 뿐이 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을 희생양으 로 바치면서.
그것을 생각하면 더 레벨을 올리 고,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가만?’
그때,영민의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번뜩 떠올랐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전력을 다해 드레이크와 전투중인 철우를 뒤로하고 한쪽에 쌓아둔 드 레이크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일부는 도축을 통해 재료로 만들었 고,일부는 언데드화를 위해 시체 상태로 두던 참이다.
드레이크쯤 되면 제대로 된 위력을 갖도록 만들기 위해 여러 작업들이 필요한 까닭이다. 뼛속까지 어둠의 마나로 절여놓은 뒤 시체 뿐 아니라 다른 네크로맨시 재료들을 투입해서 강화하고,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했 다.
그래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위력을 가진 언데드가 나오게 되었다. 영민
은 아예 여기에 마도 공학 전문화가 가진 기계화 기능까지 추가 할 생각 이었다.
그러던 것을 생각을 바꾸어 시체 몇 구를 먼저 챙겼다. 조금 아깝기 는 했지만 얼른 확인해보고 싶은 마 음이 앞섰다.
“레이즈 스켈레톤,레이즈 좀비.”
그리고 두 기를 즉시 언데드로 만 들어버렸다.
원래대로라면 더 높은 등급의 스킬 인 레이즈 데스를 통해 일으켜야 했 겠지만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다.
“끄어어어.”
“후두두둑.”
일어난 것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 톤 드레이크와 썩은 살점이 가득 붙 은 좀비 드레이크.
소위 본 드래곤과 좀비 드래곤으로 불리는 것들에 비해서는 제법 모자 란 능력이지만 영민은 어쨌든 상관 이 없다고 생각했다.
녀석들을 전투용으로 쓸 생각이 아 니었으니까.
“후후,실험을 시작해볼까?”
영민은 그대로 스켈레톤 드레이크 를 베었다. 박살내버렸다.
“오호?”
기껏 공을 들여 만들어낸 언데드를 제 손으로 파괴하다니? 남들이 보면 어리둥절해 할 일이지만 영민은 오
히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좋아,다시 한 번!”
오히려 다시 한 번 검을 떨쳐 남 은 좀비 드레이크까지 파괴했다. 압 도적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 강 력한 공격력. 그것을 확인한 영민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이 놈들도 ‘용족’ 취급이라 이거 지?”
언데드화 된 드레이크는 물론 ‘자 신의 소유’인 것도 상관없이 ‘공격’ 상태만 인정한다면 드래곤 슬레이어 의 옵션이 발동하는 것이다.
툴팁의 설명을 파고든 사소한 차이 였지만 아주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남은 시체들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스켈레톤 드레이크를 소환한 영민은 용족이 아닌,다른 몬스터들을 찾아 빠르게 이동했다.
비록 던전의 미션과 관련된 몬스터 는 이 지역에서만 나오지만,원한다 면 전혀 관련이 없는 지역으로도 이 동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8레벨 던전부터의 차 이점이기도 했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미 션을 달성하고 귀환석을 얻어야 했 지만,원한다면 미션 지역을 벗어나 다른 곳들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 그리고 운만 좋다면 미션 달성이나
보스 공략 이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 귀환석이나 탈출석을 획득할 수도 있어서 강태성의 시대에는 아예 이 쪽을 파고든 길드도 있을 정도였다.
‘찾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내고 말았다. 바위 오우거 무리였다. 다른 오우거가 괴력을 특징으로 가진다면 바위 오우거는 방어력에 엄청난 강 점을 보이는 놈이었다. 피부에 박혀 있는 암석들 때문인데,그 때문에 무기 내구도가 상할까봐 피하거나, 이 놈들을 잡은 뒤 피부를 자르고 조개 암석을 채취해서 연구하는 놈 들도 있을 정도.
일단 영민은 한 놈을 향해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둘렀다.
“끽!”
전체 전투력은 7레벨 수준이지만 방어력 하나만큼은 8레벨 몬스터에 필적하는 바위 오우거다. 단 번에 빈사에 가까운 타격을 입기는 했지 만 치명상을 입었을 뿐,목숨을 잃 을 정도는 아니었다.
영민은 데이터를 얻기위해 추가로 몇 마리의 바위 오우거를 더 베었 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상황은 대체로 비슷했다. 영민이 최대한 정 확한 데이터를 수집 하기 위해 같은 위치를 같은 힘과 속도로 베었기 때 문이다.
그러다 돌연 몸을 돌려 스켈레톤
드레이크를 한 대 때렸다.
‘과연…]’
그 즉시 다시 몸이 돌아갔고,바위 오우거를 베었다.
바뀐 것이라고는 스켈레톤 드레이 크를 한 대 때렸을 뿐인데,위력이 크게 달라졌다. 바위 오우거에게 깊 은 상처를 남기는 것이 고작이던 것 에서,놈을 양단해버릴 정도로 강력 하게 바뀐 것이다.
용족과 ‘전투 중’일 시 공격력이 상승하는 옵션이 놈들에게도 적용된 것이다. 그 말인 즉,‘전투 중’ 상태 만 유지할 수 있다면 용족이 아닌 모든 존재에게 10배의 공격력을 발 휘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 어떤 아이템이나 버프보다도 압 도적으로 작용 할 수밖에 없는 옵 션!
영민은 그것을 ‘언데드 드레이크’ 라는 꼼수를 통해 패시브화 시킬 계 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목 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흐흐흐흐!”
실 없는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이번 던전이 드레이크를 메인 으로 하지 않던가? 원래는 드레이크 를 도축해서 얻는 가죽과 이빨 등의 재료로 여러 장비를 만들 생각이었 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최대한 많은 언데드 드레이크를 만
들어내고 아공간에 보관하는 것,그 럼으로 해서 필요시마다 ‘용족과 전 투 중’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 표로 바꾸었다.
“계산을 잘 해야겠군.”
언데드라고 무한정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공간에 무한정 보 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데드 드레이크의 양과 질을 어떻 게 세팅할 것인가. 영민의 머릿속으 로 계산기가 두들겨졌다.
일단은 재료 확보부터.
다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이동 하니 지한의 지휘로 한창 전투가 벌 어지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지원 계열인 지한이
어째서 도발 스킬을 익히고 있는 것 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전천사의 광 익을 이용해 날아오른 그가 영민을 대신해 드레이크를 한 마리씩 끌어 오고 있었다.
“좀 더 수를 늘려볼까? 발키리 소 환!”
영민이 도착한 줄도 모르고 전투에 매진하던 그는 허공에 빛의 전사 둘 을 소환해냈다. 날개를 펄럭이더니 곧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하는 발 키리들.
그들은 각자 동굴 하나씩에 들어가 는가 싶더니 드레이크를 이끌고 일 행에게 다가왔다.
안에서 한 바탕 전투를 치른 것인
지 멀쩡하지는 않은 모습이지만 놈 들을 상대하고도 이곳까지 끌고 올 수 있다는 것은,그 자체로 발키리 들이 A등급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는 의미였다.
나중에는 그 수가 두 자리까지 늘 어나고,발키리의 수준도 S등급까지 늘어난다는 소문은 강태성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 그들의 훈련 아닌 훈련을 가 만히 지켜보던 영민은 살짝 조급해 졌다. 그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었지 만,마냥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 는 조금 감질나는 기분인 것이다.
어차피 던전이야 다시 들어오면 되 는 것. 초조하게 기다리던 영민이
결국 일을 저질렀다.
“광역 도발!”
강한 적대감이 담긴 영민의 도발이 협곡 가득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까닿게 하늘을 메우며 떨어져내리는 드레이크들.
일행들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지 만 무시하고 다른 능력들을 발현시 켰다.
“성역 선포!”
일대에 신성한 힘이 뒤덮이며 일행 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거라면 할만 하지. 표정에 자신 감이 넘치고 각자의 스킬이 장전되 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인간의 형태를
한 언데드 수십 기가 도열했다. 영 민의 언데드들이다. 성역 선포의 영 향을 받아 온전한 힘을 내기는 어렵 겠지만 그래도 ‘소유자’의 스킬이기 때문에 능력 감소의 폭이 적은 편이 었고,사실 전투력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영민은 그들을 말 그대로 ‘소모품’ 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희생시켜서 언데드 드레이 크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통솔력을 벌 생각이었으니까.
오히려 부숴져지지 않는 쪽이 곤란 했다.
때문에 언데드들은 방어를 도외시 한 채 누구보다 빠르게 드레이크 떼
를 향해 덤벼들었다.
“형?”
“대장?”
그 모습에 일행이 어리둥절한 모습 을 보였지만 영민은 단 한 마리로 의문을 일축했다.
“난전 훈련도 해봐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일대일로 적 응을 해나가는 것도 좋지만 결국 이 런 놈들과,혹은 이것보다 월등히 강한 놈들과 난전을 펼쳐야 했으니 까.
특히 다섯 군주와 함께 딸려오는 ‘군단’의 경우,하나하나가 비통의 드레이크 수준으로 강력하다고 했 다.
그 말에 홀랑 넘어간 일행은 영민 의 속셈도 모르고 결의를 다지며 드 레이크 떼 속으로 뛰어들었다.
“자,그럼 가보실까?”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영민이 가볍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떨치며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