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41화 (141/177)

# 141화 - 세계수 (1)

“응? 다들 일어나봐.”

전용기를 타고 한참을 비행하던 중,영민이 번뜩 눈을 뜨며 모두를 깨웠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하지만 지난 번 미사일 테러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노골적이라 할 만 큼 크게 요동치는 마나의 기운이 느 껴진 것이다.

“제길.”

하지만 반응이 너무 늦었다. 일시 적으로 능력이 급감한 상태이기도 했고,상대가 뭔가 수작을 부려 마 나를 감춘 채 캐스팅을 끝내기도 한

까닭이었다.

“모두 조심해.”

직접적인 충격은 없었다. 비행기를 직접 타격하기 위한 능력의 발현이 아니었으니까.

대신,비행기 창밖의 시야가 갑자 기 변해버렸다. 공간 이동 계열의 고유 능력인 모양이었다.

“우리 납치 당한 거에요?”

“뭐,비슷해.”

특별한 방식의 비행기 납치였다. 여기가 어디지? 확인하기도 전에 사 단이 일어났다. 비행기의 엔진이 저 절로 꺼지고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 이 된 것이다.

이것도 역시 놈들이 준비한 함정인

둣 했다.

“추락한다. 기장이랑 승무원을 보 호해!”

비행기의 추락쯤은 이제 그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못했지 만 함께 탄 기장이나 승무원들은 달 랐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살 도리가 없는 것. 때문에 영민은 그들의 구 조를 최우선으로 지시하고 나이트메 어를 소환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와중에,그들을 한데 모아 나이트메어에 태우고 비 행기 밖으로 내보냈다.

조종할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기체 한 쪽에 구멍이 뚫리며 비행기는 더 욱 요동치고 엄청난 흡입력이 작용

하긴 했지만 영민을 비롯한 여섯은 침착을 유지했다.

이대로 추락을 해도 살 수는 있지 만 이 다음 어떤 함정이 준비되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힘을 아끼 고 피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었 다.

“철우는 재한을,민호는 가람을 보 호해.”

철우라면 어떤 충격에도 걱정 없고 민호의 마법적 센스라면 가람을 보 호하는데 문제 없었다.

남은 것은 강중만과 영민 뿐.

“버틸 수 있겠어?”

끄덕

명색이 s등급의 헌터인 강중만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내구력이 엄청난 방패 하나 를 꺼내 무혼을 각성시켰다. 그 방 어력과 내구력을 빌려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모양이다.

“그럼,가자.”

영민의 지시에 따라 모두가 추락하 는 비행기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

영민의 등 뒤에서는 순백의 광휘가 펼쳐졌다.

바로 아이템 전천사의 광익이 능력 을 발휘한 것이다. 날개가 활짝 펴 지더니 대기나 추락 에너지 따위는 무시하고 거뜬히 날아올랐다.

‘이번엔 또 어떤 놈이냐.’

모두가 안정적으로 떨어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영민의 눈빛이 싸 늘하게 얼어붙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루티 커틀렛 도 모자라 이번엔 또 누구냐? 후유 증이 가시지 않아 조심할 필요가 있 었지만 나중에라도 이 원수는 곱절 로 갚아주겠다 생각하며 주위를 살 폈다.

쐐애애액 -

“득!”

그때,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드는 화살의 파공성에 영민의 몸이 황급 히 뒤집어졌다.

화살이 여기까지 날아온다고? 그것 만으로도 최소 A등급의 헌터임을 짐작한 영민은 다급히 날개를 조작

해 곡예비행을 시작했다.

기초 스펙 자체는 월등하지 않지만 육체적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 천사의 광익인지라 후유증 상태로도 어떻게든 피해낼 수 있었다.

“네 놈들은 누구냐!”

그러는 사이,무사히 땅으로 착지 한 일행들은 정체불명의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였다.

소리쳐봐도 상대는 대답이 없었고 말 대신 무기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수만 무려 일백이 넘었다. 하나 같이 최소 A등급 중위권 이상의 기 운이 느껴지는 이들로만.

아무래도 한국 팀이 힘 빠졌다는

소리를 듣고 제대로 끝장을 보려는 모양이었다.

‘다행이군.’

곡예비행을 하면서도 그들을 가늠 해낸 영민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미루 어보아 루티 커틀렛이 다시 살아나 거나,매드 사이언티스트의 후계자 쯤 되는 인물이 일을 벌인 것은 아 닌 것 같았으니까.

그저 중국이 그러했듯 한국 팀이, 영민이 잘나가는 것을 두려워한 누 군가의 소행인 듯 했다.

사실 시기나 여건도 딱 맞다. 지금 그들을 납치해 죽인다해도 ‘이슬람 무장 단체의 소행’으로 몰고 가면

그만일 테니까. 그들이 부정을 하든 누가 의심을 하든 결국엔 적당히 묻 혀서 사라질 뉴스가 될 것이다.

‘대체 누구지?’

이 정도 스케일이면 최소 강대국 중 하나가 나선 것일 텐데,어디에 서 수작을 부린 것일까? 중국일까? 아니지. 그들에게는 아직 ‘공포’가 심겨져 있을 텐데? 일본? 개들 치 고는 투입된 인원이 너무 많고 강한 데".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답은 하나였다.

“좋아. 그럼 직접 알아내주마!”

놈들을 쓰러뜨리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영민을 대신해 철우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힘을 발산했다. 예전이라면 어렵고 난처했을 것이다. 상대들도 최소 A등급에 S등급도 수십 명이나 되다보니 민호와 가람을 지키는 것 에 초점을 맞춰야 했을 테니까.

물론 어지간해서는 S등급에게도 쉽 게 당하지 않을 두 사람이기는 했지 만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강중만에 게 넘기고 적진 깊숙이 뚫고 들어갔 다.

강중만은 졸지에 보모가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둣 투덜거렸지만 그러면서도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 해 열심히 힘을 이끌어냈다.

“죽어라!!”

“막아!!”

성난 황소처럼 절들을 들이받는 철 우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황홀한 강타를 일반 공격처럼 쏟아내고 어 떤 고유 능력이든 아무렇지도 않게 몸으로 받아내 버리니 상대로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설 수밖에 없었다.

“괴,괴물이다!”

“저 놈이 영민인가?”

그와 맞상대한 S등급 헌터 다섯이 순식간에 떡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 니 더욱 암담해졌다. ‘생각보다 강 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래봐야 S등급이고,그래봐야 여섯

놈 뿐이라 생각하던 것이 이제는 동 급의 보스 몬스터를 잡는 것처럼 느 껴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느끼지 못했던 죽음 에 대한 공포가 밀려올 만큼 철우의 전투력은 전율스러웠다.

하지만 그로 인해 문제도 생겼다.

적들이 철우를 상대하는 대신 나머 지 인원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영민은 공중에서 날아드는 마법과 원거리 공격을 피하기 바빴으니 남 은 것은 S등급의 강중만과 A등급의 민호,가람,유재한 뿐이었다. 아무 리 민호와 가람이 천재성을 바탕으 로 준 S등급의 전투력을 발휘한다지 만 기본 출력의 차이는 무시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유재한은 잘 쳐줘야 A등급 상위권 수준의 평범한(?) 헌 터에 불과했다.

철우는 온갖 상태이상과 이동 방해 능력으로 집중 견제를 받는 중에도 추가로 S등급 헌터 둘을 쓰러뜨리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확실히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파워업을 했다한들 상 대 역시 S등급의 헌터만 수십이었으 니까.

영민처럼 아예 ‘격’을 넘어서는 수 준이 아니라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험한데.’

때문에 영민의 표정도 굳어졌다.

결과적으로,버티면 이기는 게임이 다.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지칠 줄 모르는 철우의 힘이라면 놈들을 몽 땅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 그 동 안 가람과 민호가 잘 버텨줄 것이라 믿기는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장담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자신이 어느 정도의 역할 만 해줘도 훨씬 수월해 질텐데오 랜만에 느끼는 무력감에 영민은 애 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철우의 각성 효과로 생명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일까. 전이라면 꽤나 휘청거릴만 한 공격에도 일행은 굳건히 버려내

고 있었다.

하지만 위태로운 것은 여전했다.

[‘세계수의 새싹’이 온전하게 성장 을 마쳤습니다.]

[히든 퀘스트. ‘세계수를 지켜라!’ 를 완료하셨습니다.]

[극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 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히든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세계 수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모든 쿨타임과 후유중이 영구적으 로 50% 감소합니다.]

[현재 걸려있는 모든 부정 효과가 사라집니다.]

[당신의 몸 상태가 최상으로 변경 됩니다.]

“어?”

우우응-

파앗!

그때 변화가 일어났다. 어지러울 만큼 많은 알림음과 함께 무기력하 던 몸에 활력이 넘쳤다.

레벨업에 이른 세계수의 가호 적용 까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다 죽었어.”

당장 이들을 쓸어버릴 만큼의 힘이 돌아왔다는 것!

영민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어 보인 뒤 쉴새 없이 파닥거리던 전천사의 날개를 멈췄다. 스스로 과 녁이 되어 그 자리에 떠올라 멈춰 있었다.

쐐애애액-

파바바팡!

그가 포기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원거리 공격들이 더욱 힘을 가해 쏟 아졌다.

하지만 영민은 피하는 대신 검을 들어을렸다.

+13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 볍게 내리그었다.

화살도,마법도. 그 밖의 현란한 고유 능력들도.

단 한 번의 검격에 모두 베어져버 렸다.

무참히 찢겨져 무(無)로 돌아가버 렸다.

뭐지? 무슨 일이지? 대체 이건 어 떤 상황인거지? 저 멀리서 당황스러 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되긴,이렇게 된 거지.

“신성한 광휘,성역 선포!”

영민을 중심으로 신성한 빛이 퍼져 나갔다. 대지와 대기가 모두 물들어 갔다.

상대 중에 딱히 암흑 계열이 있는

것은 아니라 디버프의 효과를 기대 할 순 없었지만 그런 것이 필요 없 을 만큼의 능력 상승이 아군에게 일 어났다.

“형?”

“대장!”

덕분에 가람과 민호의 표정이 환해 졌다. 전신에 들끓는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영민의 부활!

영문은 알 수 없지만 후유증이 끝 났다는 것을 파악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반격의 시작이다.

“피어풀 스톰!”

민호의 주변으로 날카롭고 흉폭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가까이 있는 자는 찢어발기고,멀리 있는 자들은 하늘로 날려 쳐박아버리는 재앙적인 자연의 힘을 인위적으로 일으켰다.

반면 태풍의 눈과 같은 안전지대에 위치한 가람과 민호,유재한,강중만 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달라진 힘에 적 응할 시간을 번 것이다.

마법의 영향이 끝나는 순간,튀어 나갈 채비를 마쳤다.

철우는? 피어풀 스톰의 영향권 안 에 들었지만 폭풍이고 태풍이고 무 시한 채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생명력을 이용해 대지에 뿌리는 내 리고 뚜벅뚜벅 이용해 간신히 버티

고 있는 자들에게 일격을 꽂아 넣었 다.

땅에 크레이터가 생길 만큼의 경이 로운 위력!

어지간한 헌터들은 한 방만 맞아도 최소 기절에서 중상을 입으며 쓰러 졌다.

“천검난무!!”

“인챈트 올마이티!”

잠시 후,폭풍이 걷히자 강중만과 가람도 날뛰기 시작했다. 성역선포 의 힘을 얻은 이상 민호는 더 이상 보호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웠으니 까. 마음껏 자신의 힘을 펼치기 시 작한 것이다.

먼저 강중만은 여러 개의 무기를 허공에 뿌렸다. 동시에 모든 무혼을 일깨웠다. 그러자 최소 유니크 등급 의 무기들이 일제히 각성하며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기어검!

무협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렇게 외 쳤을 법한 광경이 펼쳐지며 사방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반면 가람의 스킬은 심플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인챈트 하는 것!

육체적 능력은 물론 스킬까지 강화 시킨 그는 양떼 사이를 누비는 늑대 처럼 압도적인 무위를 뽐내기 시작 했다.

누가 뭐래도 그의 ‘간격’은 난전에 최적화되어 있었으니까.

유재한도 제 한 몸을 안전하게 지 키는 것을 넘어,s등급 헌터를 상대 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능력만 높아졌다면 여전히 상 대가 되지 못했겠지만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어깨넘어 본 것들이 있는 터 라 어설픈 S등급쯤은 이기긴 어려워 도 여유 있게 상대가 가능했다.

덕분에 순식간에 상황이 뒤집어졌 다. 포위 후 몰아붙이던 적들이 이 제는 그들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가장 위험한 존재가 그들 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