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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39화 (139/177)

< 139화 - 루티 커틀렛 (2) >

[오래된 시계 태엽][에픽][소모]

사용자의 시간을 원하는 시점으로 되돌린다.

되돌려진 시간은 시전자 개인의 상태에만 한정되며 세계의 시간 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럭키 박스에서 튀어나온 아이템은 심플했다. 아주 작은 태엽 하나. 처음에는 영민도 실망으로 표정이 굳어졌지만 설명을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밝아졌다.

연구나 고민도 필요 없다. 즉시 태엽을 들어 자신의 몸에 꽂았다. 자신의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점은 바로 거점 타격 직전.

모든 능력의 쿨타임이 제로인 시점으로의 회귀였다.

끼릭 끼릭

태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스스로 돌아가고, 영민은 몸 상태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는 전투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쿨타임 중이던 스킬들이 다시 사용 가능해졌음을 깨달았다. 덤벼드는 인형들을 밀어내는 것에 부담이 적어지고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드레인을 통해 습득한 마도 공학 전문화의 지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지? 걱정을 하던 부분이 해소 됨에 궁금증을 느낄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지만 쉽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되돌림에도 기억과 정신이 멀쩡하듯 ‘고유 능력’ 자체를 되돌리지는 않았구나 생각할 뿐이다.

‘고유 능력은 영혼의 힘이라더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논문의 내용이 떠올랐다. 고유 능력의 종류와 강도는 헌터의 영혼의 그릇과 질에 연관이 있다는 것인데, 정말로 고유 능력이 영혼에 각인되어 무사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역 선포!”

이런 저런 잡생각이 들면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모든 상태와 쿨타임의 회복 덕분이다.

주변이 성역으로 물들어 감에 따라 복합속성이라고는 하나 암흑, 죽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형들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고 반대로 영민의 능력은 뻥튀기가 되었다.

“헤븐즈 드라이브.”

아니, 오히려 압도하기 시작했다.

성역 선포를 사용하기 전부터 일대일로는 놈들보다 우위에 있던 영민이다.

성역 선포를 통해 능력치가 몇 배나 상승한 마당에 쪽수가 조금 많다한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진형? 숫자? 까다로운 고유 능력? 그런 것은 압도적인 힘 앞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애초에 게이머의 능력과 코인 상점을 통해 익힌 스킬, 그리고 운의 힘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고유 능력에 대처가 가능한 영민이다.

어떤 상성이나 스킬 조합을 이용해도 결코 그를 막거나 곤란하게 만들 수 없었다.

“죽은 자의 대지!”

순식간에 인형 20여기가 파괴되자 루티가 맞불을 놓아보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이미 성역화가 완료된 대지 위로 죽음의 기운을 퍼트리기 위해서는 그보다 몇 배에 해당하는 기운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루티의 능력은 이미 컨디션을 최고로 만든 영민에 비해

압도적이라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덕분에 그녀의 주변 공간 일부만이 성역화에서 제외되었을 뿐, 주변은 모조리 스스로 신성력을 내뿜는 신성한 대지로 변해버렸다.

“뇌신 강림!”

그 뿐이 아니었다. 영민은 시간을 들여 놈들을 공략하기 보다 단번에 휘몰아치는 것을 택했다.

시간을 주면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에 뒤를 보지 않고 뇌신으로 변신한 것이다.

“하늘의 심판!!”

치밀한 계산을 한 행동은 아니지만 성역 선포와 뇌신 강림은 현 시점에서 최고의 콤보였다.

성역 선포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속성 전환’으로 기계 속성을 내세운 놈들에게 뇌신의 힘은 그야말로 천적에 다름 없으니까.

루티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다시 속성을 바꾼다해도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터였다.

전격의 속성 속에도 어둠을 몰아내고 삿된 것을 정화하는 신성한 힘이 일부 들어있기 때문이다.

신성 속성을 제외하고 어둠의 존재들을 상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화염과 전격의 속성이었으니, 인형들로서는 진퇴양란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쿠르르릉-

순식간에 전격의 구름이 일어나고 무차별적인 천둥의 폭격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에 맞춰 영민에게서 뇌전의 용을 비롯한 뇌신의 힘이 아낌 없이 쏟아져 나왔다.

단기결전의 형태로 아낌 없이 뿜어지는 힘 앞에, 언데드 + 기계의 형태이던 놈들은 재가 되고 고철이 되어 바닥에 쓰러져나갔다.

폭주를 통해 버텨보겠다? 모두 헛수고다. 이미 마나핵과 어둠의 핵을 동시에 자극한 ‘대폭주’가 발동을 마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뇌신이 된 영민의 주변 10M 내로 들어오는 놈이 단 하나도 없었다.

영민이 이 모든 공간을 지배하기라도 하듯 놈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박살이 날 따름이었다.

“이제 패가 다 떨어지셨나? 뇌룡 출격!”

100마리나 되던 언데드 인형들이 모두 쓰러진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뇌신의 힘이 불과 5분만에 거의 다 소진될 만큼 아낌 없이 뿌려댄 덕에 압도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모아 루티를 향해 뇌전의 용을 날려보냈다.

“아스트랄 블레이드!”

파츳 파츠츠츳

마크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뇌전의 용과 힘겨루기에 들어간 순간, 영민의 변신도 강제로 풀려버렸다.

불러낸 뇌신의 힘을 모두 소진한 것이다.

하지만 영민의 얼굴에서 조금의 당황함이나 곤란함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당당함을 넘어선 오만과 확신이 표정에 녹아있었다.

“럭키 포텐.”

최후의 뇌전이 데스 나이트와 몸을 부비는 사이, 뇌신의 힘을 뛰어넘는 미증유의 기운이 전신에 가득 들어찬 것이다.

S등급의 ‘격’을 넘어선 느낌.

또 다시 찾아온 절대자의 영역을 만끽하며 영민이 룽기누스의 창을 꺼내들었다.

“스페이스 체인지!”

후웅-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닌 가벼운 동작에 공간이 찢겨나갔다. 신마저 멸할 수 있다는 최강의 창이 날아들자 마크가 그녀를 대신해 몸을 날리고 루티는 재빨리 능력을 발현했다.

“안 돼!!”

그 순간, 룽기누스를 대신 받아낸 마크의 상반신 절반이 날아가고 저 멀리 일어난 스켈레톤 한 기와 그녀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그녀를 대신해 몸을 일으킨 스켈레톤은 당연히 파괴 당했다.

애초에 강력한 개체가 아닌 탓에 룽기누스가 몸에 닿기도 전에 그 여파만으로 이미 뼈는 가루가 되고 몸을 지배하던 마력은 가닥가닥 끊어졌다.

“데스 리제네레이션!!”

반파된 약혼자의 모습에 루티는 급히 마력을 쏟아 부었다. 운래의 강인한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아낌 없이 힘을 공급했다.

그 결과, 불과 몇 초가 되지 않는 순간에 마크가 강력한 죽음의 기운을 내뿜으며 재생되었지만 루티는 꽤나 지친 기색을 띄었다.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죽게 해준다고 했던가?

영민이 분노와 냉소가 가득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끌어올렸다.

“턴 언데드.”

“····!!!”

럭키 포텐으로 증폭된 것은 스텟만이 아니었다. 신성력의 수준까지 한층 높아졌다.

그런 영민이 사용하는 턴 언데드는 어지간한 조치 쯤은 가볍게 뚫어버릴 수준이었다. 턴 언데드가 여러모로 제약이 많고 막아낼 방법이 많은 스킬이라지만 이정도 힘과 순도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하물며 영민은 행운 Max의 사나이가 아니던가?

그에게서 느껴지는 순도 높은 신성력에, 그녀의 직감을 자극하는 어떤 불안감에 루티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마크의 힘과 영혼을 담은 심장부 주변에 몇 겹이나 되는 보호막을 씌우고 온갖 저주와 어둠의 힘을 덧입혔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사용하면 저주이지만, 죽음의 존재들에게 사용하면 버프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달그락 달그락

그녀의 응원에 힘입어 마크 역시 턴 언데드에 강하게 저항했다. 이미 죽었지만, 필사적으로 그의 신성에 저항을 해냈다.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으로 힘을 돌려 심장을 보호했다.

“하아, 하아.”

결과적으로, 루티와 마크는 턴 언데드에 저항하는 것에 성공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능력들 다했음에도 급히 마련한 모든 힘이 파괴되고 간신히 마크를 구할 수 있었다.

“죽여버릴거야.”

덕분에 기진맥진해진 몸으로 루티가 영민을 향해 독기를 표출했다. 원한에 가까운 원망과 증오가 멀리에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영민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 모든 마이너스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약혼자를 되살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누구든 자신의 손톱 밑의 가시가 우주보다 크게 느껴지는 법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다. 생판 모르는 남들 수천, 수만이 죽어나가는 것과 내가 알고,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이 죽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터였다.

그래서, 그게 뭐?

그녀가 억울해하듯 억울하게 죽은 모든 이들을 대신해 영민은 심판을 대신 할 뿐이다. 아니, 사실 그런 거창한 생각도 없었다.

다만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것에 그녀가 방해가 될 뿐이다.

그것을 알면 그녀도 덜 억울해할까? 영민은 피식 미소를 흘리며 한 가지 힘을 더했다.

“신성 폭발.”

세상을 가득 메울 수 있을 것 같던 영민의 신성력이 한 순간 응축되었다. 도저히 가능하리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점과 같이 변했다. 모르는 자가 느꼈다면 그가 힘을 잃었다고 생각을 할 만큼.

하지만 다음 순간, 응축되었던 힘이 순식간에 팽창되었다.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힘으로 변했다.

‘이건··신세계군.’

성역 선포, 럭키 포텐에 이른 신성 폭발!

감히 ‘신’의 힘을 얻었다 생각 할 만큼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과연 이 경지를 SS등급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같은 S등급 내에서도 경지의 차이가 상당하다지만 이건 ‘격’ 자체가 달랐다.

아예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은 고양감에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이대로 해탈해서 신이든 신선이든 되어버릴 것만 같은 현자 타임에 루티의 발악이 귀엽게만 느껴질 정도였지만 영민은 애초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이 모든 현상에 제한 시간이 걸려있음도 간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해서 힘을 쓸 생각도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억겁과 같이 느껴지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니까.

감히 덤벼들거나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루티와 마크를 향해 손을 들어올린 영민은 선고를 내리듯 한 번 더 신성력을 일으켰다.

“턴 언데드.”

“이익!!”

삿된 자여, 흙으로 돌아가라.

그 지엄한 명령에 마크의 눈빛이 금세 흐릿해졌다. 마왕 같은 마기로 넘실거리던 눈두덩이가 푹 꺼지고 산 자를 얼어붙게 만들던 안광이 훅 꺼져버렸다.

“안 돼!!!”

그 옆에 붙은 루티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을 정도로, 반쯤은 미친 상태로 힘을 퍼부었다.

꺼져버린 영혼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마나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쟁여두었던 죽음의 정수와 영혼 봉인석을 장작처럼 쏟아 부었다.

우웅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곧 마크의 텅 빈 눈에 검은 불빛이 깜박거렸다. 마치 배터리가 다해가는 꼬마전구처럼 미약한 불빛을 간신히 드러냈다.

“제발, 제발··!”

그런 루티의 눈물겨운 노력을 지켜보며 영민은 단호히 힘을 뻗어냈다.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아직 턴 언데드에 저항 중인 마크를 끝장내기 위해 신성 계열 최강의 주문을 날려보냈다.

“홀리.”

신성 그 자체.

모든 것을 치유하고 모든 것을 정화하는 신성한 빛이 그들을 삼키기 위해 나아갔다.

“영혼 교환!”

마지막 순간, 루티는 최후의 수를 사용했다.

언데드 하나를 일으킴과 동시에 놈의 영혼과 마크의 영혼을 바꿔치기 한 것이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홀리의 영향권을 벗어났다.

“나와라!!”

또 한 가지. 그냥 도망가지만 하는 대신 아공간에 감추어둔 언데드 한 기를 꺼냈다.

영민도 익히 알고 있는 얼굴.

매드 사이언티스트였다.

자폭을 막아냈던 것일까, 아니면 키메라처럼 재료를 뒤섞어 비슷하게 생긴 놈을 만들어낸 것일까. 언데드로 되살아난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어딘지 어설퍼보였지만 주인의 명에 충실하기 위해 영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체 폭파!”

“!!”

콰과과광!!

매드 사이언티스트 정도라면 대단히 중요한 재료일 텐데 그저 잠깐의 시간을 벌기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됐다.

영민의 시야를 가리고, 한 순간의 틈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자폭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루티는 마크의 영혼이 담긴 작은 스켈레톤을 안아들고 탈출석을 발동시켰다.

아니, 발동 시키려고 했다.

“아아, 마크··.”

하지만 탈출석이 채 힘을 일으키기도 전, 심장이 꿰뚫린 채 무릎을 꿇었다.

영민이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자폭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룽기누스를 집어던진 것이다.

목적을 달성한 이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손으로 되돌릴 수 있는 룽기누스는 적을 추적하여 반드시 꿰뚫어버린다는 궁그닐과 더불어 최고의 투창 무기였다.

그렇게, 연인의 부활을 꿈꾸며 세상을 죽음으로 물들였던 죽음의 마녀는 허무하게 숨이 끊어졌다.

< 139화 - 루티 커틀렛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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