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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23화 (123/177)

< 123화 - 개인전 (4) >

에류시움이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신성력 계열의 힘을 증폭시켜주고 ‘파괴 불가’의 특수 옵션이 붙은 까닭이다. 진지한과 같은 육체파 신성 능력 사용자에게는 더 없이 탁월한 능력이다.

‘파괴 불가’의 옵션이 붙은 만큼 제련 또한 굉장히 힘이 드는데 일반 금속들처럼 불꽃으로 달구는 대신 착용자가 직접 ‘신성한 불꽃’을 불어넣어야 했기에 제련 난이도는 더더욱 올라갔다. 대장장이와 착용자가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고 집중력을 흐트러뜨

리지 말아야만 성공적인 아이템이 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극후반이라 불리는 8레벨, 9레벨 던전에서는 완제품으로 된 아이템이 드랍되기도 하지만 이제야 7레벨 던전 생성이 고작인 시점에서 저걸 먹었다는 것은 운이 아주아주 좋아서 재료가 되는 광물을 얻어 직접 만들었다는 소리 밖에 되지 않았다.

‘누가 행운 Max인지 모르겠군.’

굳이 필요치 않기도 했지만 영민조차 아직 에류시움 금속을 단 한 덩이도 먹어본 적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 드랍률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진지한이 몇 덩이나 입수해서 무기로 제작한 것. 영민으로도서 쉽게 볼 수는 없었다.

“어서 무기를 들어. 한 판 놀아보자고 동생!”

그가 너클의 착용을 마치자 성녀에 비견되는 순도 높은 신성력의 두 주먹에서 뿜어져 나왔다. 실로 엄청난 증폭률. 럭키 펀치를 쓴다면 한 번 붙어볼만 할지도 몰랐지만 무리하기보다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빼어들었다.

‘곤란하군. 곤란해.’

드래곤 슬레이어는 빼어들었지만 성역선포는 아직이다. 둘 다를 사용하기에는 진지한의 힘이 어중간한 것. 드래곤 슬레이어만을 사용하자니 격돌이 길어질 것 같고, 성역선포까지 사용하자니 너무 과한 힘을 써서 그를 다치게 할까 염려스러웠다.

기존처럼 적당히 힘조절을 해가며 때려 눕힐 만한 수준이 아니기에 힘조절이 안 될까 싶은 것이다.

‘에류시움만 아니었어도 너클을 파괴하고 더 좋은 걸 하나 선물하면 되는데··.’

둘 다 게이머 능력을 가졌다면 공격을 막아도 체력이 깎일 테니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은 진지한이 너클로 받아친다면 마땅히 타격을 줄만한 방법이 없었다. 데미지 자체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당연히 우위에 있지만 파괴불가의 옵션은 매우 까다로우니

까. 그렇다고 다른 곳을 베기에는 너무 쉽게 썰려버릴까 무서웠다.

‘할 수 없군.’

스텝을 밟아 무섭게 짓쳐오는 진지한을 피해내며 드래곤 슬레이어 대신 창을 한 자루 꺼내들었다. 가람에게 주려고 챙겨놓았던 룽기누스의 창이 봉인 된 [저주 받은 신성의 창]이었다.

코인 부족으로 강화도 마치지 않았지만 대신 성역 선포를 발동시키니 진지한을 압도할 만한 힘이 충분히 들어찼다.

“이거 나까지 몸이 가뿐해지는 구만!”

그러나 진지한도 만만치는 않았다. 신성 능력 사용자인 탓에 성역 선포의 영향을 간접적으로나마 받으면서 그 역시 힘이 증폭된 것. 이쯤되면 누가 뭐래도 S등급 헌터의 벽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그럼 갑니다. 조심하세요!”

“하하. 내 걱정을 말고 드루와, 드루와!”

쩌정 쩡 쩌정!

그 사이 무슨 체술까지 익힌 것인지 진지한의 몸놀림은 가볍고 빨랐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정확히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다.

과연 자신할만한 실력.

그러나 이미 스펙면에서도, 경험 면에서도 그를 한참이나 뛰어넘은 영민이다.

저주 받은 신성의 창은 아직 강화를 마치지 못해 에류시온 너클보다 공격력이 낮았지만 창을 제법 다뤄본 적 있는 강태성의 기억과 경험은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아 점점 그를 수세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형, 이제 끝내죠!”

“으으.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고 동생!”

진지한 또한 자신이 밀린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끌어올렸다.

일발 역전은 불가능하더라도 영민에게 한 방은 먹여보겠다는 듯 필살기급의 신성력을 모아 떨쳤다.

그래봤자 영민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에이씨, 모르겠다. 홀리!”

현재까지 알려진 신성계열 최강 주문, 홀리.

육탄전으로 안 된다고 판단 했는지 진지한은 마지막 발악으로 신성 구체를 쏘아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버릴 듯 창을 내지르는 영민.

그의 창 끝이 순백의 빛에 닿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저주받은 신성의 창에 강력한 신성이 깃듭니다.]

[저주받은 신성의 창에 걸린 저주가 해제됩니다.]

[저주받은 신성의 창이 제 모습을 찾습니다.]

[신살의 창, 룽기누스(봉인)을 얻으셨습니다.]

파츳

힘 싸움에서 밀린 홀 리가 산산이 찢겨지고, 진지한이 쿨하게 기권을 외쳤지만 잠시 멍해져서 제 자리에 멈춰선 것은 영민이었다.

‘부러진 신살의 창이 아니야?’

드래곤 슬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강화를 통해 부숴먹으면 1단계 봉인이 풀리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저주받은 신성의 창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무래도 영민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13강까지 성공시켜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은 것처럼, 룽기누스 또한 완전체 무기를 얻는 별도의 방법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거, 대박이군.’

아주 순수한 신성력, 혹은 에류시움에 두들겨지는 것이 핀 포인트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아니 사실은 그 딴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얼른 자리로 돌아가 룽기누스의 능력치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간단히 진지한과의 이야기를 마친 영민은 사람들의 격한 환호를 받으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처음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A등급 헌터로 알려진 진지한과 동수를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신성력이 번쩍거리는 이펙트가 상당하다보니 대결 자체가 무척이나 화려하고 현란하게 보인 것이다.

때문에 헌터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진지한의 능력과 그것을 수월하게 맞받아치는 영민의 능력에 놀랐고, 일반 대중은 엄청난 것 같아보이는 두 사람의 대결에 환호했다.

그런 와중에 철우는 이번에도 일격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신살의 창, 룽기누스. 확인.’

[신살의 창, 룽기누스][봉인]

먼 옛날 신을 찔러 죽였다고 알려진 창. 신의 몸도 꿰뚫을 수 있는 관통력과 권능이 담겨져 있다.

힘의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상태이다.

- 공격력 : 1,578

- 내구력 : 파괴 불가

- 방어력 관통 50%

-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 할 때 공격력 증가

- 모든 존재를 꿰뚫을 수 있다

- 모든 능력치 + 100

“헐.”

능력치 자체는 드래곤 슬레이어보다 낮았지만 무려 방어력 관통이 50%나 붙은데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 할 때 공격력이 증가하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강한 적을 상대할수록 능력이 강해진다는 뜻.

상대적일 뿐 아니라 절대적인 능력의 증가도 놀라웠지만 그 상승폭이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더욱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심지어, 이게 봉인 된 상태였다.

‘만약 봉인을 풀고 강화를 끝까지 마치면··.’

남은 봉인을 마저 해제하고 +13까지 강화를 끝마치면 영민의 +13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용족이 아닌 대상을 상대할 때는.

‘그냥 내가 쓸까.’

때문에 이런 고민이 든 것도 당연했다. 원래는 가람에게 주려고 했지만 이정도 능력치이라면, 주무기를 바꿔볼 의향까지 생길만 했다.

물론 당장에는 +13 드래곤 슬레이어가 압도적으로 좋고, 특히 용제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지만 그 다음에는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에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일단은 생각을 접어두었다. 이미 가람이 가진 빙룡의 일격보다도 좋은 능력치였지만 가람의 공격력의 부족한 상황은 아니니 인벤토리에 보관한 채 두고보기로 하고 자리로 돌아가 다음 경기를 기다렸다.

‘슬슬 추려졌군.’

전광판을 보니 예상했던 대로의 인물들이 3라운드에 진출했다.

“어우, 이제 전부 S등급 뿐인데요?”

철우도 전광판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한 방’으로 끝내왔지만 이제는 어려울 터였다.

남은 7명의 선수 모두가 S등급의 헌터인 것. 대한민국 출신의 S등급 헌터는 총 8명이지만 그 중 게이트 키퍼의 길드장이 출전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물론 해외에서 다른 S등급 헌터를 영입해 온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출신이 한국인이 아닌 이상 출전권이 주어지지는 않았기에 결국 3라운드부터는 철우를 제외하면 모두 각 길드의 길드장들끼리의 대결 구도가 짜여졌다.

“와, 또 부전승이야? 지들끼리 다 해먹네요. 진짜.”

놀라운 것은 이 와중에 부전승 자리를 또 만들었다는 것이다.

남은 총 출전 선수가 7명이다보니 1명을 부전승으로 올리고 준준 결승을 치른다고 헌터협회가 발표했다.

결국은 저들끼리 한 자리를 또 해먹은 것인데 헌터협회는 ‘공정한 추첨’을 통해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사자들은 배제한 채 진행한 저들끼리의 추첨이니 진실을 알 길은 없었다.

“뭐, 상관없지. 힘 좀 더 써봐. 3위 안에는 들어야지?”

“끄응. 어차피 대장이 있으면 1위는 못하겠지만 다른 놈들에게 질 수야 없죠. 결승에서 기다리십시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철우. 그 뒤에서 영민은 자신의 다음 상대를 가만히 살폈다.

일명 ‘카드술사’라 불리는 유이왕.

‘게이머’와도 비슷한 능력이라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전투력이 상위이면서 하위라고 평가 되었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건 바로 그의 고유 능력이 가진 특징 때문이었다.

바로 ‘카드 뽑기’에 위력이 결정 되는 것. 카드 뽑기를 통해 특정한 ‘조건’을 달성할 경우 위력이 강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운이 좋게 초반에 좋은 카드를 뽑거나, 초반을 잘 버텨서 좋은 카드를 뽑을 시간을 번다면 S등급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

하는 강력한 전투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초반에 승부를 봐야겠군.’

영민은 그의 고유 능력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장단을 파악했다. 고유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제약’이었으니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제약’이란, 특정한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능력을 곱절로 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헌터라면 필수 상식으로 알고 있는 지식이다. 예를 들어 ‘드래곤도 죽일 수 있는 검 생성’을 하려고 한다면 고유 능력 개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드

래곤만 죽일 수 있는 검 생성’으로 제약을 걸 경우 보다 쉽고 확실하게 고유 능력을 개발 할 수 있는 식이다.

아마도 유의왕의 고유 능력 또한 비슷할 터.

그렇다면 좋은 카드를 뽑기 전에 끝장을 내버리면 의외로 간단히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행운이 있으니 든든하군.’

그의 고유 능력을 좌우하는 ‘카드 뽑기’는 운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본선 세 번째 라운드가 막이 올랐다.

“공간 봉쇄!”

“?!”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튀어나가려던 영민은 상대가 뿌려낸 카드 한 장에 가로 막혀 움찔 몸을 멈추었다.

공간을 비틀어 공간을 봉쇄하는 최상급의 공간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이 새끼가··!’

명백한 장난질이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이미 능력을 사용해 유지하고 있던 것.

즉, 미리 카드 뽑기를 한 뒤 해제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반칙이 분명한 일이지만, 헌터협회는 그것을 묵인했다. 아마도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 떼겠지만 모를 리가 있나. 뒤로 뭔가 합의를 본 것이겠지.

이를 빠득 간 영민은 그 사이 스스로에게 버프를 걸고 성역 선포를 하는 것으로 맞대응 했다.

‘박살을 내주지.’

이제 뭐가 나오든 상관 없다. 설사 그가 최상의 카드를 뽑았더라도 힘으로 박살을 내주리라 생각하며 공간 봉쇄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놈의 다음 수가 펼쳐졌다.

“소환, 아카무. 소환, 크로텍!”

그 사이 놈의 앞에는 두 마리의 소환수가 모습을 갖추었다. 고작해야 B등급 쯤이나 될 법한 놈들이지만 문제는 그것들을 ‘제물’로 삼는 것이었다.

다수의 ‘제물’을 통해 소환해내는 최상급의 소환수들.

놈이 만약 그 중 하나를 뽑아낸다면 용족 계열이 아닌 이상 꽤나 골치가 아파질 게 분명했다.

‘아직은 괜찮아.’

고작 제물 두 마리로 최상급 소환수를 뽑아내긴 무리다. 자료에서도 놈이 최상급 소환수를 뽑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이상의 재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흐흐흐. 끝이다. 소환! 먼지 괴물.”

“?”

퍼엉

공간 봉쇄가 끝나는 순간, 놈이 득의에 찬 미소와 함께 소환한 것은 뭉친 먼지 같은 괴물이었다. D등급으로 보기에도 모자람이 많은 그야말로 먼지 뭉치.

그럼에도 뭔가 해냈다는 듯한 놈의 표정은 무척이나 거슬렸다.

“먼지 괴물, 분열!”

퍼엉 펑 펑 펑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일격에 베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영민의 돌진에 놈은 한 가지 스킬로 응수했다.

동시에 분열하는 먼지 괴물. 여전히 약하기 그지 없는 먼지일 뿐이지만 그 수가 둘, 셋, 넷, 다섯까지 분열했다.

“제물 소환! 태양의 시조새!”

그리고 소환된 모든 존재를 제물 삼아, 태양의 힘을 지닌 소환수가 소환되었다.

“어어??”

퍼엉 펑 펑 펑 퍼엉

아니, 소환 될 뻔 했다. 제물 소환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먼지 괴물들이 펑하고 터져 사라져버린 것이다.

미처 제물로 인정이 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소환은 취소가 되고 유의왕의 얼굴은 당혹으로 물들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두 사람 모두 당황스러워했지만, 영민은 곧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라이프 드레인!’

이제 패시브처럼 발동되고 있는 라이프 드레인에 그야말로 먼지 같던 먼지 괴물의 체력이 모두 빼앗겨버린 것이다.

“후후, 잘도 까불었겠다?”

이제 영민의 시간이었다.

< 123화 - 개인전 (4)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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