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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22화 (122/177)

< 122화 - 개인전 (3) >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뽀각 뽀각 뽀각

어딘지 정겨운 소리와 함꼐 강효종의 언데드들이 모두 소멸했다. 말이 ‘낮은’ 확률이지 A등급 수준 이상의 언데드를 만날 경우 ‘희박’, 아니 ‘극악’하다시피 해서 ‘일격사’라는 놀라운 효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모두에게 외면 받던 그 스킬이 100%쯤 되는 확률로 연속 발동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S등급과 A등급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너무한 일이다.

“안 되긴. 이게 다 확률의 맹점이지.”

그 흔하게 굴러다니는 ‘턴 언데드’ 스킬북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물론 그들이 똑같이 턴 언데드를 익히고, 숙달한다고 해서 영민 같은 능력을 발휘하기는 무리겠지만 사람의 기대심리라는 것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게 만드는 법이다.

연속된 턴 언데드. 제법 많은 양의 마나를 잡아먹는 대신 거의 쿨타임 없이 사용 가능한 스킬 특징을 이용해 영민은 순식간에 모든 소환수들을 무(無)로 되돌려버렸다.

그것은 단순한 역소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멸.

언데드 제작의 핵심이 되는 ‘혼(魂 )’의 소멸을 의미했다. 물론 단순한 언데드야 무슨 타격이 있으랴. 적당량의 마나와 본능만 남은 영혼 하나 잡아다가 만드는 언데드는 얼마든지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만 데스 나이트와 같은 특수한 영혼이 필요한 언데드의 경우 문제가 심각했다.

육신이 될 재료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육신에 걸맞는 영혼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지금의 데스 나이트만 해도 충분한 영혼을 구하지 못해 직접 영혼을 성장시켜가며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강효종의 눈빛이 분노를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멍해졌다.

차라리 힘으로 박살을 낸 거라면 시간이 지나 재소환이라도 될 테지만 턴 언데드라면 끝장이다.

“쩝. 그래도 난 경고 했다?”

더는 공격 능력도, 의사도 없었기에 경기는 자연스레 영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 무시무시한 언데드 부대를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턴 언데드로 분쇄해버린 영민의 모습에 경기장의, 또 카메라 안에서 보고 있던 관중들이 열광하고 스킬북 장사꾼들은 이미 턴 언데드 스킬북의 매입을 시작했지만 영민에게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저, 다른 경기들의 진행 양상을 지켜볼 뿐이다.

‘다들 짜고 치는 고스톱이구만.’

총 50명이 벌인 첫 번째 경기도 그랬지만 한 명은 부전승이고 영민을 포함해 24명이 벌인 두 번째 경기 역시도 짜고 치는 고스톱에 가까웠다.

같은 파벌의 상대를 만나면 적당히 상대하는 척하다가 한 명이 고의로 빈틈을 보이고 당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상대 파벌을 상대로 만난 케이스인데 이 경우도 서로가 전력을 다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무리 결계의 영향으로 외부 피해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전력이 드러날까 두려워 제대로 힘들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 시점에 드러내는 기술들은 분석되고, 파훼 당하기 쉬웠다. 약점없이 완벽한 기술이 있을 수는 없으니까.

아마도 상대 파벌들이 눈을 번뜩이며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피곤하게들 사네··.’

그런 와중에 시원하게 상대를 박살내는 것은 역시 영민과 철우 뿐이었다. 그렇기에 호응도 더 큰 것이고.

잠시 더 기다리자 두 번째 경기로 결착이 지어졌다.

기본적으로 S등급끼리의 대전은 없었기에 금방 끝날 경기였지만 S등급들이 힘을 감추기 급급하느라 제법 시간을 끈 것이다.

오히려 A등급끼리의 대결은 서로를 드러내지 않으면 승리하기 힘드니 더 치열하고 호쾌했다. 보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두 번째 경기도 끝이나고 세 번째 경기를 치를 차례가 돌아왔다.

총 13명의 헌터. 6번의 경기.

대회를 기획한 자들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본선은 두 번째 경기부터 꼬박 꼬박 1명의 부전승 진출자가 나오는 구조였다.

이번 부전승 진출자는 아리랑 길드의 수장인 강중만.

뒷조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 때문인지 어째 구린 냄새가 났다.

“어?”

부전승 좀 안하면 어떤가. 그냥 다 때려눕히면 그만이지.

가볍게 자리를 털고 나서던 영민은 대진표를 확인하고 그 자리에 멈칫 거렸다.

상대의 이름이 무척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지한이형··.’

세 번째 경기의 상대는 다름 아닌 아리랑 길드의 대표 선수. 진지한이었다.

게이머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영민만큼이나 빠른 성장을 보이며 벌써 S등급의 경지를 눈 앞에 둔 전투형 지원 능력자.

각종 버프 뿐 아니라 체내에서 마나를 휘돌려 육체를 강화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은 영민도 직접 목격한 바가 있었다.

“오랜만이야. 영민 동생!”

경기장에 오르자마자 어제 만난 것 같은 친숙함으로 손을 흔들어대는 진지한을 보자 영민도 피식 웃음이 터졌다.

“오랜만이에요. 형.”

생각해보면 그렇다. 사생결단을 낼 것도 아니고, 결국은 경기일 뿐이니 서로 얼굴 붉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요즘 아주 제대로 이름 날리고 있던데? 역시 동생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것 봐, 내 촉이 맞았지?”

“하하. 그렇네요.”

“저번에 보내준 ‘물건’은 잘 썼어. 헌데 맛은 개량할 생각 없나?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과일향 같은 거라도 첨가하면 더 좋을 텐데 말이야. 하핫.”

둘의 너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주위에서 돌아볼 정도였다. 영민이 연금술 마스터를 찍고 난 이후, 비약을 몇 개 챙겨서 진지한에게도 보내줬던 것. 개당 수백억이나 하는 것을 그렇게나 받아먹고도 맛 타령을 하는 걸 보면 그가 영민을 어떻게 대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기, 두분. 이제 시작해주셔야··.”

결국 두 사람의 잡담은 경기 진행요원이 다가와 말리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방심하지 말라고. 동생. 그 동안 이 형도 논 게 아니거든!”

“물론입니다. 시작하시죠.”

짧은 순간,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번쩍거렸다.

온갖 보조 주문들이 전신을 휘감는 것. 보조 주문을 모두 몸에 두르는데 걸린 시간은 비슷했지만 실제로 걸린 주문의 양이나 질에서는 모두 진지한 쪽이 우세했다.

영민은 코인 상점에서 구입한 스킬들을 사용할 뿐이지만 진지한은 스스로의 고유 능력을 발전시키고 진화시켜 얻어낸 주문들이었으니까.

차이가 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하압!!”

꽈앙!

주먹과 주먹의 부딪힘인데, 누구도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육체적 스펙 자체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더 강한 보조 주문을 두르고, 체내의 마나까지 가속화시켰지만 강화를 마친 S등급 헌터의 육체를 넘어서는 것까지는 무리인 것이다.

아니 사실 동수를 이룬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했다.

애초에 영민이 사용하는 +13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나 럭키 펀치가 괴랄할 만큼 강력할 뿐이지, 그의 펀치가 약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당장 무기를 들지 않아도 어지간한 A등급 헌터쯤은 몇 트럭 쯤 때려눕힐 수 있는 것이 영민이었다.

‘역시.’

때문에 영민은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하긴, 이 정도나 되니까 마지막까지 회사를 지킬 수 있던 것이겠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이어갔던 강태성의 미래에서도 진지한은 치료 이능이 담긴 약을 계속해서 만들어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세계가 파괴되는 그 때에도 몬스터들로부터 제약 공장을 지켜냈다는 의미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겠지만 실력자들이 모두 결사대에 투입된 상황에서 그 자신의 무력이 약했다면 결코 가능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흐핫핫하. 간만에 몸이 좀 풀리는 군. 아리랑은 너무 몸을 사려서 말이야. 쯧쯧!”

그렇게 몇 번이나 격돌을 벌이고 나자 진지한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이 소속된 아리랑 길드를 디스(?)했다. 모두가 보고, 듣는 상황인데도 전혀 상관 없다는 듯 남 얘기처럼 핀잔을 늘어놓는 진지한.

덕분에 몇몇이 불편한 시선을 보내오긴 했지만 그 까짓 시선으로 진지한의 입을 틀어막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동생이 ‘그 물건’을 괜히 가져다 준 것 같아. 좋은 물건을 얻었으면 더 화끈하게 밀어 붙여봐도 좋을 텐데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몸을 사리기 시작하더라니까?”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평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런 거로군.’

그 이야기에 영민도 상황을 파악했다.

과거의 아리랑 길드는 그렇지 않았다. 다른 10대 길드들처럼 ‘회사’의 형태를 띄기는 했어도 제법 진취적이었고, 공격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도와 법도를 지킬 줄 알고 때로는 희생을 할 줄도 아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작 ‘힘’이 될 무기를 얻자 태도가 변한 것이다. 적어도 ‘바람’ 속성의 던전에서는 충분한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다보니 안전한 던전만을 골라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담이 작아져서 도전하기보다는 지키고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소극적으로 변하다보니 안전이 확보되고 수익은 증가할지 몰라도 헌터들의 피끓는 전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진지한은 아무래도 그것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때문에 영민은 격렬하게 부딪히면서도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바로 진지한을 영입하는 것. 사실 전력 자체로만 보자면 진지한보다 포지션이 겹치면서 더 강력한 성녀 아리스를 영입하는 것이 옳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길드의 전력이 상승하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전투력이 하락할 것 같았으니까.

그에 비해 진지한이라면 충분히 훌륭한 전력이 되어 줄 수 있었다. 버프도 훌륭한데다 그 자신의 전투력 또한 뛰어났고 가만히 놔둬도 결국엔 S등급으로 승급하게 될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민 자신이 돕는다면 더욱 빠르게 승급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성녀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동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주 믿음직스러운 인물로.

진지한의 반응을 보니 이미 슬슬 아리랑에 실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으니 영입 가능성은 더욱 올라갔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추진해봐야겠군.’

물욕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다 설사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이 있다해도 물어주면 그만이다. 위약금이 3배, 아니 10배라 한들 자신이 가진 재산보다 비싸지는 않을 테니까.

그깟 푼돈(?) 쯤으로 그를 영입할 수 있다면 확실히 남는 장사였다. 앞으로 생겨날 7, 8, 9레벨 던전 공략도 훨씬 수월해 질테고 거기서 획득할 아이템 한 두 개만 팔아도 돈 걱정 할 일은 없어질 터였다. 지금도 없긴 하지만.

“자, 몸도 다 풀렸으면 진짜로 가볼까?”

“어?”

영민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몸이 다 풀렸다며 물러선 지한이 씨익 웃으며 양 손에 특수한 너클을 착용했다.

어딘지 익숙한 빛깔에 진하게 풍겨지는 신성한 기운.

‘미친! 저게 뭐 벌써 나와?!’

영민은 금세 그가 착용한 너클의 재질을 간파했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에류시움이었다.

< 122화 - 개인전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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