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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16화 (116/177)

< 116화 - 매드 사이언티스트 (2) >

인천 공항.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처음 만나고, 누군가는 반가운 이들과 재회를 하는 곳.

그곳에 은밀히 다가선 이들이 있었다.

바로 민호과 가람, 철우 세 사람이다.

비록 영민이 사라지면서 은신 능력을 사용해줄 사람은 없었지만 최대한 신속하고 조용하게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그리고 곧장 모든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보안부서를 방문했다. 소란을 막기 위해 헌터협회에 알리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유재한이 미리 손을 써 인천공항 측과는 이야기를 마쳐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10대 길드의 발언권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어서, 어떤 시점에서는 정부의 한 마디보다 위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더구나 길드 힐름은 길드원의 숫자만 적을 뿐, 압도적인 힘과 자금력 두 가지 모두를 지닌 곳이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들 경우 ‘이 회사 확 사버린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줄을 대보려는 이들은 많고 많았다.

그런 이들에게 몇 마디 말만 던져도 협조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손쉽게 모든 CCTV를 확보한 이들은 구역을 나누어 각자 수상해 보이는 자들을 찾았다.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사람을 찾으랬어요. 남과 부딪혀도 반응이 없는 사람, 주변을 전혀 돌아보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불안정한 마나를 지닌 사람.”

인형들을 아주 세밀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투의 영역에서일 뿐이지, 이동하는 것에까지 적용을 시키기는 무리였다. 할 수야 있지만 굳이 그런 수고까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영민은 그 점에 주목하고 민호에게 일러주었다.

통신 방법은 간단했다. ‘게이머’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메시지 기능’을 썼다.

아직 영민의 고유 능력이 ‘게이머’라는 사실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인형의 숫자는 다섯.

영민에게 10기의 인형이 투입된 것과 달리 이번 테러에는 A등급 둘에 B등급 셋이 고작이었다.

어차피 테러라는 것이 A등급 한 둘 정도의 힘만 있어도 고유 능력에 따라 충분히 파괴가 가능한 만큼 숫자를 줄인 것이다.

결국은 파괴될 인형들이기도 했고, 테러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기! 여기도!”

이미 인지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놈들이 활동할 대략의 시간까지 알고서 살피니 수상한 자들이 금방 눈에 들어왔다.

남은 것은 확인을 하는 것 뿐.

인천 공항의 경우 매우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A등급 헌터도 몇이나 배치되어 있었지만 세 사람은 보안부서장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하고 직접 움직였다.

그들은 셋, 적은 다섯. 수적으로 불리했기에 다른 보안 팀을 놈들의 주위로 붙게 했지만 가능하면 모두 직접 처리할 생각이었다.

“발견하면 바로 처리해. 알았지?”

도청의 위험으로 통신 수단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적들을 완전히 파악하고, 한 번에 움직이려 했다가는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세 사람은 발견하는 즉시 처리를 하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각기 흩어졌다.

그리고 곧 의심이 가는 자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어디··.“

의심은 가지만 곧바로 공격을 하는 것은 부담이 컸다. 생사람을 잡는 일일수도 있으니까. 때문에 적어도 확인 절차가 필요했는데 기운을 느낄 만큼 근처까지 다가갔다가는 상대도 자신을 알아차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가람은 한 가지 테스트를 했

다.

가지고 있던 작은 구슬 하나를 던져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어헉?!”

휘익

쿠당탕!

산처럼 가득 쌓아놓은 캐리어 위에 앉아 쉬고 있던 이가 무너지는 짐과 함께 벌러덩 나자빠졌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꽤나 꼴사납게 나뒹굴어서, 주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정도였다.

‘맞군.’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가람이 쫓고 있던 그자다.

그 모습에 가람은 적이라는 것을 특정 할 수 있었다.

등에 매고 있던 빙룡의 일격에 가만히 손을 가져 갔다.

“거스트 오브 윈드.”

민호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 한정된 지역에 약화된 돌풍을 일으켜 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던 자도 홀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흐압!!”

철우의 경우 방식이 전혀 달랐다. 영민에게 ‘무식한 놈’이라 괜히 구박 받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를 확인하자마자 달려가더니 지척에 이르러서 다짜고짜 주먹부터 뻗어낸 것이다.

공격을 시도하기 직전, 녀석의 불안정한 마나를 느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

퍼억!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철우의 살기를 느끼자마자 자동으로 반응을 하고, 반격까지 시도했지만 철우가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놈을 뭉개버린 것이다.

어지간한 헌터들과는 최소 동귀어진을 노릴 수 있을 만큼 매서운 공격이지만 상대는 철벽 그 자체인 철우였다. 놈이 전력을 다해봤자 생명의 갑옷까지 단단히 두른 그에게는 그저 세게 밀친 정도의 충격 밖에 전해지지 않았다.

반면 철우의 ‘황홀한 강타’는 머리통을 두부 으깨듯 으깨버렸다. 생명력이 방어력이 되고, 방어력이 곧 공격력이 되는 비례형 데미지지만 이미 S등급 헌터들조차 막아내기 버거울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쿨타임인데, 그조차도 30초 정도로, 철우의 생명력과 방어력을 생각하면 결코 긴 것이 아니었다.

“꺄아아악!!!”

“사람이 죽었다!!”

무식할 만큼 단순하고 빠르게 처리해버린 철우 덕분에 공항에는 난리가 났다. 살인을 목격한 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몇몇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기절하기까지 했다.

‘이 자식들··.’

그러나 철우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들의 특이점에 주목했다. 머리가 박살나고도 힘을 잃지 않고 뻗어왔던 공격도 신경 쓰였고, 놈의 박살난 머리와 목을 이으며 덜렁거리는 금속줄기도 괴이했다.

사람인지 로봇인지 얼핏 봐서는 모를 상황.

당장 그 전선 같은 것을 휘어잡고 흔들며 사람들을 진정 시킬까도 싶었지만 곧장 이동하는 것을 택했다.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뒷정리를 하는 것은 공항 경비대가 알아서 할 테니 나머지 두 기의 인형을 잡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이미 한 기가 박살이 난 이상, 놈들을 조종하는 적 또한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머지 네 기의 인형이 즉각적으로 행동을 개시 할 가능성이 높았다.

“차합!!”

“어딜?!”

철우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가 한 기를 때려 부수는 순간, 나머지 네 기의 인형이 발작적으로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그 중 두 기는 민호와 가람이 주시하고 있어 대응했지만 나머지 두 기를 아니었다.

“꺄아아악!!!!”

“막아!!”

물론 공항 경비대가 출동하기는 했다. B등급 헌터 다수에 A등급 헌터가 소수. 중요한 지점인 만큼 나름대로 전력이 갖추어져있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남은 두 기 중 A등급 헌터에 해당하는 인형이 있었다.

놈은 발작과 동시에 주변의 민간인을 학살하다가, 경비대 소속의 A등급 헌터가 나타나자마자 심장을 향해 무기를 내질렀다.

“컥?!”

푸욱!

두 자루의 검이 동시에 서로를 꿰뚫었다. 소수와 다수의 싸움일 경우, 특히 수준의 차이가 대단하지 않을 경우 부상을 입을수록 불리한 소수가 몸을 사리기 마련이지만 인형인 놈은 전혀 그런 것 없이 같이 죽겠다는 기세로 검을 뻗은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 작은 흔들림의 차이가 결과를 뒤바꾸어 놓았다.

인형의 공격은 주저함이 없었고, 검에 꿰뚫리는 그 순간에도 조금의 경직이나 흔들림이 없던 것이다.

그 탓에 A등급의 경비대원은 즉사했고, 인형은 급소를 비껴 맞아 치명상을 면했다.

“미친!!”

뒤늦게 다른 대원들이 덤벼들어보지만 결과는 미진했고, 처참했다. 놈이 몸을 털 때마다 튀어오르는 핏방울이 강력한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냥 싸우는 것도 버거운데 독까지 견뎌야하다니? 경비대의 특성상 중급 해독 포션쯤은 갖추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독은 그 정도로 해소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일대 다수의 싸움임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다수의 쪽이었다.

게다가 피해를 입는 것은 경비대 뿐이 아니었다. 직접 피에 닿지 않아도, 독향을 맡은 민간인들이 픽픽 쓰러지기 일쑤였고 놈이 자꾸만 민간인들의 틈으로 뛰어들어 전장을 바꿔대는 통에 희생되는 인원이 늘어만 갔다.

“작작 좀 해라!!”

퍼억!

몸이 행동을 멈춘 것은 철우가 뛰어들었을 때였다. 최초에 당한 인형과 달리 전투감각이 살아난 녀석은 철우가 닿기도 전에 반응을 마쳤지만 정작 철우는 놈이 공격을 하든, 피를 뿌리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황홀한 강타!

하지만 놈은 그 찰진 타격을 느껴볼 새도 없이 우그러져 행동을 정지하고 말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그 피에는 강력한 독이··!”

덕분에 놈의 피를 한 껏 뒤집어 쓴 철우를 보며 경비대가 기겁을 했다. 한 방울로도 정신이 아찔한데 그걸 철우가 흠뻑 뒤집어 썼으니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S등급의 헌터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당장 A등급 헌터도 피 몇 방울에 속수무책으로 도망을 칠 정도였으니까.

“아, 이거요? 저야 별 문제는 없지만··.”

하지만 정작 철우는 아무렇지 않게 놈을 고이 접어(?) 두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아닐 테니 이렇게 하죠.”

그리고는 간단히 최상급 해독 포션을 꺼내 온몸과 놈의 시체 주변에 마구 뿌렸다. 한 병, 두 병, 세 병··. 충분할 정도로 뿌리자 독 기운은 티끌만큼도 남지 않았고 남은 해독 포션을 선심껏 뿌려 다른 중독된 인원들을 구해주었다.

그 모든 일들이 끝날 동안 경비대조차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형! 다른 한 놈도 끝났어요?”

그리고 잠시 후, 나머지 한 놈까지 끝장을 낸 민호와 가람이 찾아왔다. 각자가 맡은 인형은 물론 남은 한 기의 인형까지 처리하고 온 것이다.

영민이 일러둔 것처럼 한 조각의 부품도 남기지 않고 박살을 낸 것은 당연했다.

“응. 이제는 대장 차례로군.”

*     *     *     *     *

“이럴 수가. 이 놈들이 어떻게 알았지?”

그 시각, 인천공항의 인형들을 조작하던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을 대체 어떻게 안 것이지? 그들이 ‘인형’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놀라움은, 분노는 더욱 컸다.

아무리 영민을 시험하고 다른 계획을 준비하느라 최고의 전력을 보낸 것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쉽게 발각되고 파괴되다니? 이건 그들을 만든 창조주로서도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빌어먹을. 그럼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군.”

엄지 손톱을 잘근잘근 씹던 녀석은 한참 뒤에야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이성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어차피 인천공항 테러는 계획의 일부이자 전초 단계일 뿐이다. 다음 테러가, 그 다음 테러가 준비되어 있었고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생각보다 이르긴 하지만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한편에 놓아둔 명령 발신기에 손을 얹었다.

그때였다. 그의 계획에는 없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오랜만이야. 매드 사이언티스트.”

< 116화 - 매드 사이언티스트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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