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112화 (112/177)

< 112화 - 상황 정리 (2) >

비통의 드레이크는 이름 그대로 비통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의 피어에 S등급 헌터들조차 사지가 굳었고, 그가 발을 딛으면 대지가 비명을 질렀으며 영민과의 전투 중 내뿜은 브레스, ‘비통의 숨결’에는 수만에 이르는 희생이 발생 하기도 했지만 결국, 영민의 검에 목이 베어 사라지고 말았다.

비통의 드레이크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헌터가 힘을 합쳐도 장담 할 수 없는 상대였다. 용제와 그 밑의 용군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등급 헌터 십수 명은 붙어야만 사냥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개체 중 하나이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용족’인 까닭에, 상대가 영민인 까닭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영민이 기를 쓰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으려던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쳇, 소환수에는 드레인이 안 먹히는 건가.’

드래곤 슬레이어의 특수 능력이 발동하는 순간 승리를 직감했던 영민은 그러한 존재를 손쉽게 쓰러뜨리고도 드랍템이 없다, 드레인이 안 먹힌다며 속 편하게 투덜거릴 뿐이었지만, 그를 제외한 모두는 경악하고 겁에 질렸다.

영민과 비통의 드레이크가 맞붙는 순간 순간 발생하는 충격파와 마나의 폭발에 영혼이 떨려옴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 7레벨, 8레벨, 9레벨 던전을 천천히 겪어갔다면 모를까 단숨에 9레벨 던전 중상위의 존재를 마주하니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이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13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가진 봉인의 힘이 작동합니다.]

[비통의 드레이크의 영혼을 봉인하시겠습니까?]

[봉인한 영혼의 능력에 따라 봉인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가진 능력이 증폭되며 하나의 영혼을 봉인하면 더 이상 다른 영혼을 봉인 할 수 없습니다.]

그때 영민에게 특수한 알림이 나타났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지닌 용족 봉인 능력이 발동하며 비통의 드레이크의 영혼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봉인을 하게 되면 비약적인 능력치 상승은 물론 비통의 드레이크가 가지고 있던 특수 능력까지 계승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미 적수가 없던 무기가 다시 한 번 파워업을 하게 되는 셈.

‘이정도로 만족 할 순 없지.’

그러나 영민은 단호히 NO를 외쳤다.

비통의 드레이크도 제법 강력한 개체였지만 그 뿐이다. 그보다 강력한 용족은 앞으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드레이크 따위가 아니라 진짜 ‘드래곤’만 하더라도 녀석의 배 이상 가는 전투력을 지녔으니 봉인된 영혼을 교체 할 수 있다면 모를까, 하나 뿐인

슬롯을 허투루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용제의 영혼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최종 목표는 바로 다섯 군주 중 하나인 용제의 영혼.

강태성이 회귀 전 사냥한 유일한 군주이자 약점을 알고 있는 존재였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군주들에 비해 힘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마법의 조종이라 흔히 표현되는 드래곤들의 제왕인 만큼 순식간에 고위 마법을 뽑아내는 것도 무서웠고 어지간한 공격력으로는 날이 박히지도 않는 비늘에 무엇이든 베고 꿰뚫을 수 있는 발

톱과 이빨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율스러워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니라면, 어쩜 단일 개체로서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잡고 싶었다.

놈의 영혼을 봉인할 수만 있다면. 그로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강화시킬수만 있다면. 다른 네 군주들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일단 시작은 좋다. 라고 생각하며 영민이 볼 일 없어진 드레이크의 시체로부터 돌아섰다.

어차피 소환수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빛으로 화해 사라질 터였다.

“으어어어····.”

돌아보니 상태들이 가관이다. 어떤 놈은 거에 질려 아직도 바닥을 벅벅 기고 있었고 어떤 놈은 좀비처럼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넋이 나가있었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몇몇이 해독 포션을 들고 돌아다니며 영민에게 중독 당해 체력이 바닥을 치는 이들을 구하고 있었는데 영민은 그 모습을 주의 깊게 보았다.

‘저건··.’

그들이 사용한 것은 최상급 해독 포션. 영민이 대량으로 제조하여 판매한 물품 중 하나였다.

판매하기 전 나름 구입자들을 확인했음에도 그와 적대적인 이들에게까지 물건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자신들이 판매한 무기에 자신들이 테러 당했던 미국과 같은 상황에 기분이 묘해졌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영민의 반응은 꽤나 쿨했다. 구입자 신원 조회를 좀 더 철저히 하겠다느니, 포션의 판매를 줄이거나 멈추겠다느니하는 생각 따위도 없었다.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궁극적인 목표는 상위 던전의 공략과 다섯 군주의 살해. 그리고 그 뒤에 도사린 ‘그’의 처치인 만큼 인류의 피해를 줄이고 더 원활하게 던전을 공략 할 수 있게 된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 테러리스트 새끼들만 아니라면 말이야.’

자신들을 제외한 인류를 적으로 규정한 몇몇의 테러리스트들만 아니라면 말이다.

때문에 이번에 사용한 최상급 중독 포션이나 최상급 폭발 포션 같은 공격용 포션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회복이나 강화 계열의 포션과 달리 악용하기가 너무 쉬운 물건들이니까.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들을 어떻게 할까 무심히 내려보는 영민에게 왕륜걸과 다른 이들이 무릎을 꿇고 패배를 자인했다. 스스로 용서를, 자비를 구했다.

엄밀히 말해 제대로 싸운다면 영민은 왕륜걸과 동수를 이룰 수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우위를 점할 수도 있었다.

변화무쌍함이 무기인 왕륜걸의 전투법은 그의 전투 스타일을 아는 이들에게도 위협적이어서, 가람과 같은 천재성을 지니지 못했다면 영민의 수준으로도 위험한 순간이 제법 많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가 헌터 랭킹 상위에 이름을 올

리고, 이 거대한 중국 땅에서 가장 큰 길드의 장을 맡고 있는 것이니까.

변화를 뭉개버릴 정도의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한 이상, 원거리 무기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에게 우위를 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비통의 드레이크가 보인 힘의 차이가 그들의 마음을 꺾어버렸다. 지금이라도 아껴둔 최상급 포션들까지 아낌없이 풀어가며 덤빈다면, 영민의 버프 지속 시간까지 버텨내기만 한다면 의외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음에도 머리를 조아리는 것

에는 비통의 드레이크와 벌인 일전의 효과가 컸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존재를, 용족에게만 강해지는 영민의 특수성을 알리 없는 그들은 영민이 그저 힘을 숨긴 것으로만 생각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머리를 조아렸다.

“좋아. 너희 목숨 값은 얼마지?”

씨익

그런 그들의 오해를 굳이 바로 잡아 줄 필요는 없겠지. 영민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협상을 시작했다.

*     *     *     *     *

하룻밤 사이에 헌터와 민간인 수만이 죽임을 당하고 지도가 바뀔 정도의 파괴가 일어났음에도 중국과 그 지역에 거점을 둔 흑사회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몇 가지 추측을 내놓을 따름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가장 가까이에서 취재 할 수 있는 중국 언론이 쏙 빠져 있어서 추측이 추측을 낳는 상황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나마 진실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것은 누군가 들었다는 ‘심장 마비에 걸릴 것 같은 공포스러운 몬스터의 표효 소리’를 근거로 한 상위 던전의 브레이크였는데 정작 그것을 토벌했을 흑사회에서 자랑이나 홍보는커녕 무대응으로 일관할 뿐이라 또 다시 의

혹을 낳았다.

7레벨 이상의 브레이크를 막고 너무 대단한 아이템을 습득해서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였지만, 그 근처에 7레벨 던전조차 있지 않았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 어떤 추측이 나오던 제대로 된 반응이나 대답을 얻을 수는 없는 가운데, 무수한 추측들 중 하나인 영민 일행은 태연히 쇼핑과 관광을 즐기다가 아무 문제 없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간밤에 문제를 일으킨 것이 그들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기에 곧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며칠 뒤, 흑사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책이 나오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되었다.

“흠. 다행이군.”

하마터면 헌터들간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뻔한 일이다. 성녀가 가지는 상징성은 그만큼이나 대단한 것이었다.

종교를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 칭송받던 만큼 그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지난 사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일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흑사회의 소행이기에 그만큼이나 대치가 이어졌던 것이지, 어지간한 자들이었다면 길드고 나라고 진작 박살이 났을 판이니 이번 사과와 사태 진정은 꽤 의미가 컸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가는 것은 영민도 바라는 바는 아니기에 그날의 협상에서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으로 합의를 본 것이었다.

물론 공식적인 보상안 이외에 놈들의 아이템 창고에서 챙겨나온 것들이 대단히 많긴 했지만.

“이것들을 빼앗기지 않아서.”

어쩌면 흑사회의 아이템 창고를 다른 놈들에게 털리지 않은 것이 기쁜 것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영민은 전체적인 상황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이런 것까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이미 모든 방어구를 레전드 등급으로, 그것도 +10 이상까지 강화해둔 상태인 만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기대까지는 없던 영민이었다.

다만 나이트메어를 구입하느라 소모된 코인을 좀 보충해볼 요량으로 아이템 창고를 턴 것인데, 다소 의외의 것들이 딸려 들어왔다.

바로 [저주받은 신성의 창]과 [거울 방패]다.

둘 다 유니크 등급의, 꽤나 상위에 속하는 아이템이지만 영민이 착용하기에는 손색이 있는 것이었는데 영민이 훨씬 더 대단한 아이템들이 산처럼 쌓인 그곳에서 유독 이 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한 가지 공통된 특징 때문이었다.

“강화만 성공하면 대박이겠군.”

두 아이템 모두 강화만 충분히 해준다면 진정한 ‘대박’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인 까닭이다.

일단 [저주받은 신성의 창]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봉인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신성을 찌르고 저주를 받았다’는 이 창의 진실된 이름은 ‘룽기누스의 창’.

신멸의 힘이 담긴 최강의 무기 중 하나였다.

“이게 어디 있다가 튀어나왔나 했더니 창고에 짱박혀 있었을 줄이야.”

강태성의 미래에서는 어찌어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완벽히 저주를 해소해내지 못한 반쪽짜리의 형태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신멸의 힘’을 지녔다는 설명 하나 때문에 다섯 군주의 뒤에 있던 ‘그’를 대적할 무기로 꼽히던 무기 중 하나이기도 했

다.

아쉬운 것은 등장 시기가 너무 늦었고, 계속되는 난리로 주인을 몇 번이나 갈아치운 탓에 저주를 겨우 한 단계 벗겨냈을 뿐인데 이번이라면 제대로 도전해볼만 했다.

적어도 첫 번째 저주의 약화 방법을 알고 있고, 또 성공 시킬 자신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은 ‘강화’였다. 영민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그렇듯 강화를 통해 봉인을 파괴하거나, 무기의 성능을 끌어올려 저주를 잡아먹게 만드는 방법인데 영민은 이것 또한 최대치인 +13까지 강화해볼 생각이었다.

다음은 ‘거울 방패’.

이것은 다소 어설프다 할 수 있는 방패 아이템이었다. 크기도 손목에 매달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작고, 방어력도 그냥저냥이라 A등급 헌터들조차 거쳐가는 아이템으로 사용할 만큼 특징 없이 좋은 아이템. 나중에 가면 몇 십 개 정도는 시장에 풀리는 그런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 진가는 +8이상 강화를 했을 때 나타났다. 사실 강화까지 시도할 만큼 쓸만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어떤 괴짜가 이 거울 방패의 비주얼에 꽂혀 고강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그 덕에 알아낸 사실은 바로 이거였다. ‘거울’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유독 강화 시도시 파괴 확률이 높은 대신 강화 시 상승하는 능력치의 폭이 크다. 그러나 진짜 대단한 것은 +8부터다. +8강에 성공하는 순간부터 막강한 물리, 마법 방어력과 ‘데미지 반사’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전체 피해량 중 일부를 반사할 뿐이고 거울 방패로 정확히 막아낸 공격만을 반사 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13이 아닌 +10까지의 능력일 뿐이었다. 만약 +13강에 성공한다면? 피해량을 고스란히 반사해내거나 오히려 더욱 증폭해서 되돌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 어려운 걸, 영민이 해볼 생각이었다.

< 112화 - 상황 정리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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