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나이트 메어 (1) >
영민이 내놓은 아이템, 진실의 목소리 덕분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아직 터지지 않아서 그렇지, 누군가 앞장서서 선빵을 한 번 날리기만 한다면 전쟁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질 만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전세계에 흘렀다.
그런 가운데, 영민은 진실의 목소리를 비롯한 다양한 포션들을 판매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성격 같아서는 먼저 나서서 뇌관을 때리고 싶지만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리는 것도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복수의 기회와 ‘건수’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으니까.
‘와, 이거 장난이 아니네.’
혹시 모를 헌터 전쟁에 대비해 필수품인 체력 회복 포션과 마나 회복 포션이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갔고 진실의 목소리를 비롯한 특수 포션도 불티가 나게 팔렸다. 특히 특수 포션들의 경우 헌터가 아닌 이들에게까지 각광을 받으면서 막대한 돈이 차곡 차곡 쌓
여갔다.
연금술 마스터의 효과로 같은 포션을 제작해도 20% 효과가 상승하는 까닭에 더 비싼 값을 부를 수 있고, 오히려 재료비는 20% 감소되니 앉아서 돈을 산처럼 쌓아갔다. 길드는 법인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에 세금도 적어 이익은 훨씬 더 커졌다.
어쩌면 진지한이 신성력을 가미한 약을 개발해 벌어들었어야 할 돈들까지 모조리 영민이 긁어모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중 일부가 재료 값으로 다시 들어가기는 했지만 독점적 거래의 장점은 바로 가격 뻥튀기 아닌가? 아무리 써도 쌓이는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부가 축적되었다.
‘조 단위도 금방이네.’
그렇게 며칠 간 상황을 주시하며 포션 제작과 판매에만 주력하자 조단위의 자금을 쌓을 수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뭔가를 해볼만한 자금도, 홍보효과고 충분히 쌓았다. 이제는 정말 뭔가를 터트려야 할 상황.
누군가 먼저 해줘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 생각하던 영민이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먼저 움직이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흑사회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쫄리게 해줄 수는 있지.’
흑사회는 곧 중국이다. 전 세계의 헌터가 나서서 한 판 붙는다해도 버틸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당장 S등급 헌터의 수만해도 수천이 넘어가지 않던가? 많은 인구수가 가진 축복을 고스란히 전력으로 획득한 곳이 중국인 만큼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흑사회를 무너뜨리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S등급의 헌터가 A등급 이하 헌터 수십, 혹은 수백도 상대 할 수 있다지만 S등급 상위의 헌터는 같은 S등급 하위의 헌터 수십도 너끈히 상대할 수 있고, 게릴라를 펼친다면 수백도 능히 상대 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쪽수가 답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실제로 수천의 S등급 헌터를 보유한 중국이지만, S등급 상위에 속하는 이는 많아봐야 수십이 고작이다. 더구나 하나 같이 엉덩이가 무거운 양반들이라 어지간해서는 직접 나서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곧 중국의 자존심이라는 허세까지 갖춘 이들이니까.
그들만 나서지 않는다면, 영민은 단신으로도 한바탕 휘저어 놓을 자신이 있었다.
정말 위급하거나 꼭지가 돌면, 막대한 부를 이용해 수시로 사모으고 있는 던전 스톤을 써서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어차피 이슬람 무장 단체의 소행으로 알 테니까. 후후!’
현재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은 그들 뿐이니 은신만 잘 유지한다면 정말 못할 일도 아니다.
영민은 즉시 전용기를 준비시켰다. 골든 크로스의 모든 것을 처분했지만 전용기 만큼은 남겨둔 것이다.
앞으로는 시간이 금이고, 폐쇄되는 공항도 많이 생겨날 텐데 퍼스트 클래스고 뭐고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으니까.
“대장! 같이가요!!”
그렇게 슬쩍 전용기에 올랐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민호와 가람, 철우가 튀어나왔다.
“어디 가는 줄 알고?”
“중국놈들 하고 한 판 하려는 거잖아요? 대장이 가는데 우리가 뒷짐지고 있을 수는 없죠!”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터라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들을 성장시킨 것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아직 민호와 가람은 S등급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미 그에 근접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동행을 수락했다.
그렇게 네 사람이 중국으로 진입했다.
덕분에 중국은 난리가 났다.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길드 힐름의 중국 방문이 확인 된 순간 공안국에 높은 등급의 경계태세가 내려진 것이다.
그들이 오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질 것은 당연한 일. 중국의 입장에서는 네 사람이 소리소문없이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지만 S등급 헌터 둘에 A등급 헌터가 둘이니 흑사회가 누구를 보내든 조용히 처리하기는 힘들지 않나 싶었다.
때문에 생각 같아서는 입국 거부라도 해버리고 싶지만 이 소식이 또 다시 알려진다면 국가 차원에서 흑사회를 감싸는 것이 공식화되며 여러 반발을 받고 고립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라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대신 흑사회에 즉시 연락을 해 그들을 확실히 처리 할 수 있는 인원을 준비하도록 했다.
중국 내에서의 소란과 소식은 어지간하면 통제가 가능했으니 이참에 원흉인 놈들을 죽이거나, 생포해 노예처럼 연금술 물품만 찍어내게 할 속셈이었다.
“뭣?! 이 놈들이 어디로 갔다고?”
“그, 그게··. 모르겠습니다. 입국한 것까지는 확인이 됐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고····.”
“젠장! 은신 능력자가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집단 은신 능력이 있는 자는 없는 것으로··.”
“그럼 뭐냔 말이다! 성 전체 CCTV를 뒤져서라도 당장 찾아내!!”
그러나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영민이 이번에 침입한 헌터들 중 하나에게서 얻은 ‘집단 은신’ 특성을 발휘한 것이다.
본래는 거액의 몸 값을 받고 풀어줄까도 생각을 했지만 포션 판매로 넘칠 정도의 돈을 벌었기에 특성을 흡수하는 쪽으로 결정을 바꾼 것이다.
핑계야 좋은 게 있었다. 동영상이 나간 이후 비밀을 폭로했다는 사실에 비관한 놈들이 자결을 한 것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흡수한 특성 중 이 집단 은신은 꽤나 쓸만한 것이어서, 당당히 걸어서 빠져나갈 동안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CCTV에도 전
혀 잡히지 않았다. 은신 숙련도 100%에 무려 S등급의 능력이 담긴 특성이 더해지니 그 효과는 대단했다.
덕분에 네 사람은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소환, 나이트메어.”
은신을 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탈수도 없는 일. 추적 당하기 쉬운 미리 준비한 자동차 대신 영민이 새로운 탈 것을 소환해냈다. 신체 강화 등으로 엄청난 코인이 소모됐지만 포션을 팔아 챙긴 막대한 돈으로 온갖 아이템들을 사들인 다음 코인 상점에 팔아치워
코인을 모은 것이다.
덕분에 수천억원이 깨졌지만 돈 따위는 얼마든지 벌 수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벼르고 벼렀던 업그레이드 된 탈 것을 쿨하게 구입했다.
디버프와 상당한 전투력, 그리고 혼령질주라는 뛰어난 이동 & 회피기를 지녔던 유령마를 대신해 구입한 나이트 메어는 이름부터가 ‘악몽’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인 영체 계열 상위 탈 것이었다.
영민이 고유 능력을 성기사 베이스로 성장시키고 있으니 ‘광휘의 전마’나 ‘페가수스’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지 모른다. 그들이 발휘하는 광역 버프는 꽤 쓸만한 것이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영민이 사용하는 버프와 중복 적용 되지 않아서 효용성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퍼센티지로 능력이 상승하는 만큼 조금의 퍼센티지라도 적용이 되면 그 효용이 엄청날 텐데, 퍼센티지 버프도 아닐뿐더러 상위 버프가 있을 경우 하위 버프는 자동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무효화 되는 것이다.
물론 ‘성장 형’의 특성을 지닌 신성 계열 탈 것인 만큼 그 밖의 능력도 쓸만하기는 하다. 성장을 할수록 빨라지는 이동속도며 전투력, 신성 공격 스킬들은 그 자체로 A등급 헌터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니까.
그러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기도 했다.
그럴 바에는 영민이 부족한 암흑 계열 능력으로 무장한 나이트 메어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굳이 성장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고, 전투력과 이동속도 또한 처음부터 최대 성장치의 페가수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디버프 오러와 암흑과 정신 계열 저항력을 크게 상승시켜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한 ‘암흑’ 계열로 인식되는 은신 능력까지 증폭해주기도 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와, 형 이거 대박인데요?”
자리도 무려 5인승! 개인의 크기에 맞출 수도 있지만 자유자재로 크기 조절이 가능해 최대 5인승까지 몸집을 키울 수 있는 능력 덕분에 덩치가 큰 철우를 포함한 일행 모두를 태우고도 자리가 넉넉한 나이트메어의 승차감에 민호가 감탄을 토했다.
그의 말처럼 ‘간지가 좔좔 흐르는’ 데다 승차감까지 뛰어난 나이트 메어는 누구라도 탐낼 만한 것이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탈 것의 경우 코인 상점에서 구매한 본인만이 소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투하는 모습을 보면 기절 하겠군.’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민호를 보며 영민은 속으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모르긴 몰라도 나이트메어의 전투력은 민호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일 것이다.
민호가 좀 더 성장한다면, 혹은 비슷한 수준의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전투에서라면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단일 전투력이나 수준 낮은 다수와의 전투에서는 나이트메어의 전투력이 우월했다. 심각한 타격을 받아도 ‘역소환’을 당할 뿐이니 ‘죽음’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광역 정신 공격’ 스킬도 보유하고 있어서 B등급 이하의 다수를 상대할 때는 정말이지 전율 그 자체이다. 정신력이 특별히 강한 자들이 아니라면 그 수가 몇 명이든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자들에게 공포와 혼란 효과를 줄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자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기도 할 정도이니 소위 ‘양학’에 특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영민이 무리해서라도 나이트메어를 구입해 온 이유였다.
흑사회가 ‘쪽수’로 밀어붙일 경우 이쪽에서는 ‘나이트메어’의 패를 꺼내는 것이다. 광역 정신 공격에는 정신력이 낮은 A등급 헌터도 당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해볼만 하지 않은가?
‘본 드래곤만 꺼낼 수 있다면··.’
하지만 진짜 엄청난 것은 본 드래곤이다.
이 다음, 암흑계 탈 것의 최종 단계인 본 드래곤은 그 자체로 어지간한 S등급 헌터는 찜 쪄먹고 A등급 이하의 헌터나 몬스터들을 ‘양학’ 할 수 있는 결전 병기였다.
강태성조차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겨우 구입 할 수 있었던 녀석. 문제는 그조차도 용제가 이끄는 ‘용 군단’ 중 하나와 겨우 동수를 이룰까 말까하다는 것이지만 강태성은 그것을 조금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바로 ‘어그로 획득’이다. 드래곤의 시체로 만들어지는 본 드래곤이 살아있는 드래곤들의 거대한 분노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용해 용 군단을 모조리 이끌고 이동하는 동안 용제 사냥을 성공 시켰던 것이다.
그러고도 전력의 반수 이상을 잃었으니 용제의 위력은 실로 가공할만 했다.
‘이번에는 좀 더 일찍 얻을 수 있을 테니··.’
달리 생각하면 그런 존재가 있어도 어쩔 도리가 없는 끔찍한 상대들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지만 영민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강태성과 달리 자신은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고, 드레인으로 추가 스텟 역시 엄청나게 얻고 있으며 극도의 행운과 막대한 재력으로 코인 또한 배 이상 많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강태성이 본 드래곤을 위해 포기했던 다른 것들까지 모조리 얻고,
보다 높은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점 찍어둔 은신처로 향했다.
생각 같아서는 단숨에 흑사회의 본거지로 쳐들어가고 싶지만 여러 핸디캡이 있으니 가진 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좀 더 영약해지려는 것이다.
그렇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나이트메어. 서칭해.”
모두가 잠이 들었을 새벽 네 시.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잠이 들었던 네 사람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린 가운데 나이트메어가 특수 능력을 발동시켰다.
바로 악몽 탐색.
잠이 들어 있는 특정 대상의 꿈을 탐색한 뒤, 그가 있는 위치로 이동하는 특수 조건부 공간 이동 능력이었다.
그것으로 흑사회의 보스, 왕륜걸의 위치를 파악한 이들은 나이트메어에 올라 단숨에 목적지로 이동했다.
< 109화 - 나이트 메어 (1) > 끝
ⓒ 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