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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86화 (86/177)

< 86화 - 너냐? (2) >

세 사람의 걱정(?)과는 다르게 영민은 만들어낸 강철 거인들을 이리저리 테스트 해보다가 역소환을 해 코어의 형태로 되돌렸다. 골렘 제작 스킬에 ‘아공간’ 기술이 포함되는 터라 육중하던 강철 거인의 몸이 한순간에 코어로 빨려 들어갔다.

그 이후로도 양상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영민의 세 경험치 노예들은 계속해서 사냥을 해댔고, 영민은 중간중간 던전 밖에서 수급한 재료들을 가지고 ‘비약’을 비롯한 각종 포션들을 제조했다. 영민이 레시피를 알지 못하도록 주 재료를 포함해 쓸모없는 약초들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바람에 약초 가격이 전반적으로 폭등하고 있었지만 비약 하나만 팔아도 어마어마한 거금을 손에 쥐는 터라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긁어모은 약초들로 만들어진 비약은 일부 다시 시장에 풀리고, 나머지는 철우의 스텟을 올리는데 쓰였다.

다른 팀원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비약으로 올릴 수 있는 스텟을 최대치까지 상승시킨 것이다.

철우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비약’의 공급자가 영민이라는 소리에 자지러질 듯 놀랐지만 팀에 들어온 이후 놀랄 일이 천지였기 때문인지 금세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담금질과 같은 약 이주 간의 반복사냥이 지속되자 슬슬 6레벨 던전에 입장하기가 어려워졌다.

“에이, 치사한 놈들.”

6레벨 던전에 대한 입장 예약이 순식간에 차버린 것이다.

심지어 미리 예약을 한 것까지 ‘형평성’의 문제를 들며 헌터헙회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시켜버리기도 했다.

영민이 강하게 항의를 해보기는 했지만 소용 없는 일이다. 완전히 능력이 드러나지 않은 S등급의 헌터가 포함된 정예 팀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힘과 세력까지 갖춘 10대 길드의 눈치가 더 보이기 때문이다.

게이트 키퍼의 이름을 빌려볼까도 싶었지만 그들 역시 제 코가 석자였다. 특히 뷸탄의 왕관을 얻을 마당이라 6레벨 던전에 한 번이라도 더 입장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 제 아무리 영민의 부탁이라 해도 모르는 척 자신들이 한 번이라도 더 입장 했다.

이미 영민도 그들과의 계약관계가 슬슬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던 터라 크게 서운해하지는 않았다.

화염의 성채 이후 소소한 정보들을 풀기는 했지만 뷸탄의 왕관처럼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정보까지는 오픈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사실 강태성이 기억하는 것은 굵직한 몇 가지 뿐이라 더 공개하고 싶어도 할 게 없었다.

그런 와중에 S등급인 철우까지 데려갔으니 내색하지는 않아도 관계가 소원해지고 내부적으로 그들을 경계하는 세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5레벨 던전이라도 돌까요?”

힘의 강약은 역전되었지만 어쨌든 A등급 세 사람에 S등급 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보니 예약 경쟁이 치열할 뿐, 던전 입장에 대한 제약은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5레벨 던전에 입장하자니 뭔가 싱거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5레벨과 6레벨은 들어오는 경험치부터 아이템의 질까지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였으니까.

5레벨 던전만 돌다가 6레벨 던전을 제대로 클리어했을 때의 충격이 컸듯이 6레벨 던전에서 놀던 그들이 5레벨 던전에 가는 것은 고수가 초보존을 도는 것만큼이나 재미없는 일이었다.

긴장감 없는 전투만큼이나 싱거운 일이 또 있을까.

5레벨 던전 또한 예약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예약조차 할 기력이 생기지 않는 네 사람이었다.

그때 마침, 그들의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대장. 택배가 왔는데요?”

“택배?”

가람을 따라 영민을 대장이라 부르는 철우가 택배 상자 하나를 들고온 것이다. 보내는 사람 이름은 처음 보는 이였고 받는 사람은 ‘팀 럭키맨’이었다.

“제가 열어볼까요?”

팬이 보낸 건가? 이 주소를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수상하기 짝이 없다. 포장에 싸여있기 때문인지 ‘감지의 눈’ 스킬에도 정보가 뜨지 않았지만 아무도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주소를 어딘가에 노출 시킨 적은 없지만 1급 기밀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보니 그들과 게이트 키퍼의 관계를 알고 찾아낸다면 여러 방법을 통해 알 수도 있는 것이니까.

실제로 지난 번 사용하던 숙소에도 비슷한 우편물이 몇 개 오기도 했었다. 반응이 없어서인지 몇 번쯤 오다가 멈추었지만.

“그럼 깝니까?”

성격 급한 철우가 대표로 택배 상자를 부욱 찢어 열었다.

그리고 내용물이 드러나는 그 순간,

“폭탄!”

모두가 단 번에 그것의 용도를 알아차렸다.

생긴 것부터 ‘폭탄’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 같은 물건이 빛을 번쩍이고 있는 것이다.

“끄악!!”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철우는 그대로 물건을 끌어안았다. 몸을 웅크리고 최대한 폭발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으로 덮어버렸다.

콰과과과과광-!

미사일이 터진 것 같은 폭발과 함께 방안으로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민호는 공간 왜곡으로 충격을 무효화 시키고 가람과 영민은 마나를 끌어올려 충격에 맞섰다.

“끄으으윽··.”

다행히 놀란 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철우가 대부분의 힘을 몸으로 받아낸 까닭이다.

잠시 후, 철우의 앓는 소리와 함께 폭연이 걷혔다. 영민이 정령술을 이용해 연기와 먼지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러나, 수작은 그 것만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맹독에 중독되셨습니다.]

[해독하지 않을 시 당신의 체력이 매 초마다 크게 줄어듭니다.]

강력한 독이 그들을 중독시킨 것이다.

영민마저 중독을 피할 수 없는 극독. 체력이 빠지는 속도를 보면 A등급 헌터도 능히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빠득!”

알림보다 빠르게, 체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영민은 즉시 해독 주문과 최상급 해독 포션을 뿌려 일행을 구해냈다. 아예 일대를 정화해버렸다.

퍼렇게 질리던 피부색이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아가고 소모된 체력이 가파르게 차올랐다.

“철우, 괜찮아?”

“으으, 대장한테 맞는 것보단·· 덜 아픈데요.”

실 없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괜찮은 모양이다. 미사일 급의 폭발이 아니라 진짜 미사일이 날아와도 버틸 수 있는 녀석이니 괜찮은 게 당연하긴 하겠지만.

의지의 갑옷을 진화시켜 생명의 갑옷을 익힌 후에는 핵을 쏴도 안 죽을 것 같던 게 철우였으니까.

“감히 어떤 새끼들이··.”

모두의 안전을 확인한 영민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민호, 아까 보낸 사람이름 기억해?”

“찾아봐야 소용 없을 거야. 보나마나 가짜 이름이겠지.”

민호와 가람이 머리를 굴려보지만 그런 방식으로 배후를 찾아내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수는··!”

“누가 당하고만 있는 대? 이럴 땐 제일 의심 가는 놈들부터 족쳐야지.”

잠시 후, 폭발에 놀란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때 이미 영민은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걸리면 다 뒈졌어.’

영민이 혼령질주를 써가며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크레이지 독의 길드 하우스였다. 후보는 몇 있었지만 당장 팀 럭키맨과 원한 관계에 있는 놈들 중 가장 더러운 놈들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지방에 거점을 둔 놈들이라 이동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단숨에 공간을 달려 날아온 영민은 도깨비 감투로 은신 능력을 극대화 시킨 뒤 놈들의 길드장을 찾았다.

이 정도 위력의 폭탄과 독을 사용하려면 길드장급이 개입하지 않고는 무리일뿐더러 설명 다른 이가 지시를 했더라도 길드장에게 보고가 올라가기 마련인 것이다.

놈들이 금방 결과를 알지 못하도록 세 사람에게도 일단 몸을 숨기고, 크게 몸이 상한 것처럼 위장을 해서 뒤늦게 나타나도록 지시해두었으니 만약 놈들이 범인이라면 현장을 덮칠 수 있을 터였다.

‘조용히 렙업 좀 하려고 했더니 가만 놔두지를 않는구나. 어디 어떤 새끼들인지 낯짝 좀 보자.’

영민은 크레이지 독의 길드장, 김광구의 곁에 딱 붙어서 감시하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패대기친 뒤 지독한 고문을 가해 입을 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크레이지 독은 지워버릴 필요가 있는 놈들이지만 이번 일이 이들의 소행이더라도 단독 범행은 아닐 것 같다는 촉이 왔기 때문이다.

‘강철대오인가? 아니면 S등급을 보유하지 못한 10대 길드 중 하나? 아니 어쩌면····게이트 키퍼 일지도 모르지.’

영민은 게이트 키퍼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 직접 개입은 몰라도 ‘방조’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쯤 의심을 굳히고 있었다. 처음 품에 안을 때와 달리 생각보다 너무 커버린 그들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지.

게이트 키퍼와 협력 관계이긴 하지만 그들이라고 마냥 깨끗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민이기에 감정적으로 타깃을 한정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그들의 영역’에 그만한 폭탄이 배달되었다는 것은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니까.

띠리리리리리-

“놈들은?”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구인지 안다는 듯 용건부터 툭 던지는 김광구의 한 마디에 영민은 범인을 확신했다.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표정이 굳어지는 놈. 감정이 끓어올랐지만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아내며 통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접니다.”

그리고 역시나, 김광구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호통에 놈의 몸이 움찔거린다. 확실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한 책망을 듣는 것이다.

한 성질 하게 생긴 김광구가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전화기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란 소리를 다섯 번쯤 했을 때, 그의 손에 들린 전화기가 허공으로 채어 올라갔다.

은신을 해제한 영민이 힘으로 빼앗은 것이다.

방심을 해서인지 A등급의 강화계 헌터인 김광구가 전화기를 빼앗긴 채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런 놈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영민이 상대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너냐?”

“누구냐, 넌.”

“나? 택배 받은 사람이다. 씹새끼야.”

“··김광구, 이 병신 같은 새끼.”

상대도 상황파악이 빨랐다. 그러나 그 뿐, 끊지 않고 여유를 부렸다.

“선물이 마음에 들었나 모르겠군. 나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신문 1면을 장식하게 해줬는데 말이야. 내일 아침에 이런 신문 기사가 나오겠지? 팀 럭키맨, 내분 끝에 동반 자살하다.”

이미 뒤처리까지 끝내두었다는 소리다. 폭발로 죽었든 독살로 죽었든 똑같은 내용으로 경찰과 헌터협회의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고 신문에는 최대한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기사가 뜨겠지.

“헌데 이렇게 통화하고 있을 시간이 있나 모르겠군.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 하소연이나 해야 할텐데 말이야. 크큭, 그 물건이 효과가 좀 오래 가거든.”

같은 방법을 제법 써본 솜씨다.

영민은 부글거리는 속으로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너도 망설였던 일이 있으면 빨리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곧 찾아갈 테니까.”

우드득

통화를 이어가는 동안 몇 번이나 덤벼든 김광구를 발길질로 제압한 영민이 놈의 다리 하나를 밟아 부러뜨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통에 신음하는 김광구를 향해 하얗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진지한 대화를 좀 나눠볼까?”

물론 그 전에 진지한 몸의 대화부터 나누고.

< 86화 - 너냐?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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