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83화 (83/177)

< 83화 - 철우 (2) >

“예?! 동료요?”

갑작스런 영민의 제안에 철우가 화들짝 놀랐다. 이제 막 각성을 해서 그조차 자신의 등급도, 능력도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동료로 영입을 하겠다고? 그처럼 유명한 인물이?

아무리 길드 없이 활동하는 그저 ‘유명인’에 불과하다지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버티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자신에게 이런 제의를 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살짝 의심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영민의 다음 말에 수긍했다.

“예. 철우씨를 서브 탱커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서브 탱커··.”

이거라면 그럴 듯 하다. 이들은 자신이 몬스터들을 상대로 버티는 것을 지켜보았으니까. 제법 쓸만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겠지. 여전히 의문점은 있었지만 영민에 대한 첫인상이 제법 좋은 철우였기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그럼 메인 탱커는 누구죠?”

“저입니다.”

영민은 인벤토리에서 방패를 꺼내 스킬을 주입했다. 척 보기에도 굳건해 보이는 모습. 철우는 다소 의외였는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궁수 쪽이 아니셨군요?”

‘럭키맨’에 대해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본 것이라고는 신기에 가까운 궁술로 몬스터들을 요격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처음의 체인 라이트닝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하던 차에 쏘아진 것이라 제대로 인식 하지도 못했고.

“보조 무기랄까요. 제 고유 능력이 좀 여러 방면을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런 능력자들이야 얼마든지 있다고 들었으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확실히 지금 영민의 방패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왜··하필 저죠?”

다시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체 이 사람은 왜 처음 본 자신을 동료로 맞으려 하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건 제가 철우씨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예?”

철우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아직 잘 모르는 자신의 고유 능력을 어떻게 처음 보는 이가 더 잘 안다는 것인가? 다시 눈초리가 의심스러워지려 할 때, 영민의 입에서 그의 고유 능력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강철우. S등급 헌터. 고유 능력은 ‘생명의 전사’.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의 생명력과 트롤을 능가하는 회복력이 강점. 하지만 능력이 과도하게 치우친 까닭에 정작 공격력은 D등급 수준도 되지 않으며 무기 착용 불가와 금속 방어구 착용 불가 패널티는 공격력

과 방어력을 크게 약화시켜 탱커로서의 위치가 불안정함. 또한 도발 스킬의 부재로 메인 탱커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음.”

“어? 어?”

여러 실험과 실전을 통해서 알게 될 이야기들을 영민의 입으로 들으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저 말이 사실일까? 내가 S등급이라고? 아니, 그것보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정말 탱커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반편이라는 건데 정말 그럴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S등급인데?

마음이 흔들리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믿고 싶지 않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리고 있을 때, 영민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도발이야 스킬북을 구해 읽으면 해결 될 일이지만 금속 방어구 착용 불가나 공격력의 실종은 쉽지 않은 문제이죠. 그 문제는 오직 저만이 해결 할 수 있습니다.”

“해결 할 수 있다고요?”

‘저만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확 귀가 쏠리고 마음이 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영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로 방법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한 뒤 모르쇠를 해도 될 일이었다.

“물론입니다.”

당당히 대답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급작스러웠으니까.

그런 그를 느긋하게 바라보던 영민은 여유있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면 나중에 연락을 주셔도 좋습니다. 조건은 알아보신 곳들과 맞춰드리죠.”

그리고는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고 가볍게 돌아섰다. 그를 원하지만, 없다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무척이나 쿨한 태도였다.

민호와 가람이 힐끗 그를 돌아보기는 했지만 그 뿐이다. 그들 역시 영민이 있는 이상 서브 탱커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홀로 남은 철우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 동안 멍한 모습을 유지했다.

*     *     *     *     *

철우에게서 등을 돌린 영민과 두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대신 주변의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레벨부터 6레벨까지. 몬스터의 수준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도륙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대표 길드인 모멘텀이 던전에서 나오기까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그 전에 정리가 모두 끝날 판이었다.

“형, 아직도 보기만 하는 데요?”

그것은 ‘지역 방어’와 ‘경험치 습득’, ‘아이템 파밍’이기도 했지만 철우를 향한 일종의 ‘무력 시위’이기도 했다.

너 없이도 우리는 충분하다는 의미의.

그 사이 자신의 등급을 확인했을 철우를 향한 메시지와도 같았다.

그들의 예상처럼 철우는 그 일이 있은 뒤, 영민들이 주변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대피소를 안전지대로 만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헌터협회를 찾아가 등급 테스트를 했다.

헌터협회 소속의 헌터들이 대피소보다 헌터협회 지부를 필사적으로 지켜낸 덕분에 큰 피해는 있었을지언정 협회 건물은 무사한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S등급 판정을 받아냈다.

대한민국 8번째 S등급 헌터.

그 놀라운 소식에 이 난리를 제쳐두고 10대 길드 중 6곳에서 스카우터를 보내왔다. 10대 길드 밑으로는 감히 영입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S등급 헌터를 보유하지 못한 10대 길드에서는 길드장의 자리를 위협 당할까 싶어 일부러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

이다. S등급을 보유한 곳들 중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는 했지만 이런 인재를 방치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일단 스카웃을 결심했다.

일반적인 헌터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조건들이 오가고, 경쟁이 붙어 조건들이 경매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철우는 그 조건들을 가만히 듣기만 할 뿐,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이 지닌 단점 또한 그들에게 오픈하지 못했다.

두려워서다.

자신이 쓰레기 취급을 받을까봐? 아니. 힘을 얻고도 아무도 구할 수 없을 까봐서다.

사실 어렴풋이 영민이 말이 사실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홀로 막을 당시, 어떻게든 놈들을 막아내기 위해 무기도 들어보고 방어구도 입어보았지만 별 다른 효과가 없었으니까.

방어구는 마치 고철덩이라도 되는 듯 한 두 번의 공격만 막아내도 넝마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고 무기 역시 그 시퍼런 예기와 달리 몬스터들의 얇은 가죽을 가르지 못했다.

이 정도면 ‘무기 착용 불가’, ‘금속 방어구 착용 불가’라는 말이 딱 맞지 않은가?

때문에 철우는 ‘생각 할 시간을 달라’는 말로 그들 모두를 물리고 영민 일행의 활약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S등급 헌터라는 타이틀. 천문학적인 연봉과 인센티브 조건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민의 손을 잡는다? 영민이 조건이야 맞춰준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가 들은 조건은 일개 개인이나 팀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을 믿는 것도, 영민의 동료가 되는 것도 남들이 들으면 미친 짓이라고 할 만한 일.

그런데 어쩐지 그쪽으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결국, 철우는 3일만에 먼저 영민을 찾아왔다.

그런 그를 영민은 알고 있었다는 듯 당연하게 맞이했다. 애초부터 철우는 독하게 욕심을 부릴 만한 성격이 못 되었으니까.

우락부락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일정 수준의 충분한 금전적 여유만 보장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가 바로 철우였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영민은 그와의 계약서에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다.

계약금 1천억. 연봉 500억. 그리고 고유 능력을 개발하고 보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철우는 그것을 성실히 따른다는 약속이행 각서까지.

10대 길드에서 제시한 여느 조건들에 밀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조건에, 1천억이나 되는 거금을 즉시 입금하는 행동력까지 확인한 철우는 영민에게 껌뻑 넘어가버렸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예. 형님! 그런데 어떻게··?”

워낙에 순박한 정신을 가진 터라 영민을 믿기로 한 순간 형님이라 부르기로 한 철우.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는 영민의 표정이 사악하게 변했다.

“철우야. 형 믿지?”

“예? 아, 예. 그렇기는 한데··.”

‘생명력만 높은’ 단점을 커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던 철우의 표정에 불안이 깃들었다.

“그럼 일단 버텨 봐!”

휘익!

“으아아아아악!!!”

철우의 거구가 가볍게 들려지는가 싶더니 휙 하니 던져져 민호와 가람이 몰아놓은 몬스터들의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굶주린 승냥이 떼처럼 달려드는 몬스터들.

하지만 아무리 세게 물어도 자국만 조금 남을 뿐, 이가 들어가지 않았다.

“으으윽! 이게 무슨 짓입니까!!”

놈들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여유가 있는지 목소리를 높이는 철우를 향해 영민이 가볍게 대꾸했다.

“그게 바로 첫 번째 단계야. ‘의지의 갑옷’. 생명력을 움직여서 온 몸에 갑옷을 두른다고 상상해봐. 데미지가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 그런!!”

철우가 격하게 반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돕지 않는 이상 철우의 공격력으로는 이 놈들 중 하나도 쓰러뜨릴 수 없었으니까.

그저 버티고 버티며 영민이 말한 ‘의지의 갑옷’을 개발해내는 수밖에 없었다.

10분, 20분, 30분, 1시간이 넘도록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몰매를 맞는 철우를 보며 가람과 민호는 연민의 감정을, 혹은 정말 죽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스러운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그를 몬스터들 속으로 던져넣은 영민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 철우와 파티를 맺어 체력 게이지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갈 때마다 회복 주문을 걸어 그를 회복시키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 정도의 몰매를 맞으면서도 좀처럼 의지의 갑옷을 구현해내지 못하는 철우에게 실망했는지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보군.”

얼마쯤 더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입으로 싸우며 소리만 질러대는 철우의 모습에 영민은 가람과 민호를 움직였다.

그를 둘러싼 몬스터들을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정리해버리고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

“헉, 헉.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 겁니까?”

“방법은 맞아. ‘생명의 전사’가 진정한 탱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한 자극 속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 뿐이지. 어지간한 방어구 아이템으로는 헝겊조각만 만들어낼 테니 아예 처음부터 방어구 없이 가는 것도 맞고. 다만··.”

“다만?”

“자극이 약했던 모양이군.”

“예에에에?! 저, 저거 5레벨 던전 몬스터라면서요. 6레벨 던전 몬스터도 끼어있고!”

“넌 S등급이잖아.”

“····.”

그 한 마디에 철우도 입을 다물었다. 그 또한 맞는 말이었으니까.

“그, 그럼?”

설마 7레벨 던전에 집어넣기라도 할 셈일까? 철우가 슬쩍 영민의 눈치를 보다가 딱딱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영민이 그를 향해 주먹을 들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오해 하지 마.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 뿐인 거니까.”

체력 재생력을 상승시키는 ‘리제너레이션’을 먼저 건 영민은 있는 힘껏, 마력을 집중해 ‘훈련’을 빙자한 ‘구타’를 시작했다.

< 83화 - 철우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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