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79화 (79/177)

< 79화 - 2차 던전 쇼크 (1) >

“던전 쇼크라고요?!”

“아내와 아이가 위험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영민은 비교적 담담했지만 다른 두 사람은, 아니 영민을 제외한 모두가 그 사실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난 던전 쇼크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지금은 폐지된 대한민국 헌터 어워드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던전 쇼크라니?

믿기도 힘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대장.”

던전 쇼크의 영향으로 전파도 잘 안 잡히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주변의 안부를 확인하느라 전화가 안 터졌다.

가람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아내가 있을 집으로 뛰쳐 갔다.

“예린이 쪽으로는 제가 갈게요!”

동시에 민호도 굳은 표정으로 호응을 했다. 지금은 아이가 학교에 가있을 시간. 가람이 동시에 두 곳을 커버 할 수 없으니 다른 한 쪽으로는 민호가 가기를 자처한 것이다. 가람과 형 동생하며 가깝게 지내는 만큼 그의 가족과도 종종 왕래를 하던 터다. 아직 초등학생인 그의 딸이 눈에 밟히지 않을 리 없다.

지난 던전 쇼크로 온 가족을 눈앞에서 잃었기 때문인지 민호는 가람보다 더 흥분한 모습으로 공간을 격했다.

A등급 헌터들의 질주.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교통수단보다 빠른 두 사람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주변 정리는 내 몫인가?”

그들을 뒤따르며 영민이 기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조급한 마음만큼 마나를 아끼지 않고 눈 앞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난폭한 행보를 보이는 둘과 달리 기감을 통해 나타난 몬스터들의 수준을 가늠하고, 쉽게 감당키 어려운 보스 몬스터들만을 암살하며 따라붙었다.

6레벨 이상의 던전이 파괴된 것만 아니라면 영민 혼자만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보스의 암살이 가능했다. 아니, A등급에 오르며 또 다시 강화를 이룬 지금이라면 6레벨 던전 몬스터나 보스에게도 부벼볼만 했지만 6레벨 이상의 던전의 경우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을 경우에만 던전 쇼크의 영향을 받기에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다.

있다해도 시간을 크게 잡아먹는 만큼 지금은 우회해서 이동했겠지만.

“늦지 않았군.”

일단 가람의 집은 안전했다. 애초에 집을 구할 때부터 영민의 조언에 따라 상주하는 헌터 경비원들이 있고, 대형 길드가 인근에 위치한 곳을 선택했기에 방어가 철저한 것이다.

다행히 주변에 고레벨의 던전이 없던 것 역시 큰 몫을 했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은 오히려 아이가 있는 초등학교 쪽.

집과 바로 인접한 학교였다면 비슷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테지만 워낙에 전학이 어려운 학교라 조금 떨어진 곳에 보낸 것이 문제였다.

민호가 곧장 그리로 가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이다보니 어쩌면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커버가 없는 상태에서 마법사 혼자 여럿을 지키기는 쉽지가 않지.’

물론 민호가 대단한 A등급의 헌터이긴 하다. 그러나 범위 타격을 비롯한 ‘화력’에 초점이 맞추어진 마법사이다보니 가람의 딸, 한예린을 지킬 수는 있어도 모두를 구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광역 도발.”

그래서 영민이 살짝 나섰다. 숙련도 100%를 채우며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확장된 광역 도발로 주변의 몬스터들을 제 쪽으로 불러 모은 것이다

“형, 땡큐요!!”

그 이상 나설 것도 없었다. 서둘러 불러모은 선생님과 학생들을 등지고 영민이 몬스터들을 향해 폭격을 날린 것이다.

고작해야 3~4레벨 수준에 불과한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덕분에 영민 역시 폭격의 중심에 서게 되었지만 민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최강 마법을 콤보로 넣어도 툭툭 털고 헤쳐나올 수 있는 것이 영민이니까.

“우와아아아아-!”

“저 사람이 예린이 오빠야?”

“우와, 예린이는 짱 좋겠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에는 민호가 더 없이 멋져보였다. 아이들 역시 몬스터의 무서움과 위험성에 대해 부모님들에게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터라 그 초롱초롱한 눈에 깃든 존경심은 깊어만 갔다.

“응! 우리 오빠야!”

덕분에 예린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을 말 할 것도 없었다.

그 동안은 가정 형편이 썩 여유가 있지 못해 아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만 봐야했던 예린이기에 형편이 나아진 지금도 다소 위축되고 소심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단 한 번에 제일의 인기인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신이 난 예린은 ‘아는’ 이라는 단어를 쏙 빼고 ‘오빠’라고 칭하며 민호의 옷 소매를 붙들었다.

나이로 따져도 고작 고1 밖에 되지 않는 민호이지만 선생님들까지 공손하게 대하고 있으니 아이들의 눈에는 얼마나 대단해 보일까?

민호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고 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예린아. 걱정 하지마. 어떤 괴물이 나타나도 오빠가 지켜줄게.”

“응!”

이때까지만 해도 민호는 이 약속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대피소로 가실까요? 사방이 뚫려있는 학교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요.”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도 문제는 없었지만 다수를 보호하기에는 입구가 제한되는 편이 좋았기에 민호는 그들을 이끌었다.

전교생이 움직이는 만큼 규모가 상당하고 어린 아이들이기에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몬스터들의 접근을 막는 ‘홀리 오러’ 포션의 사용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안전하게 대피소로 이동 할 수 있었다.

“형, 어떻게 하실래요?”

아내의 안전을 확보한 가람이 딸을 찾아 대피소로 온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누가 어떻게 될지, 어디서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 영민은 강요나 지시를 하는 대신 이후의 선택을 가람의 판단에 맡겼다.

아마도 안전할 테지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둘과 함께 몬스터 사냥에 나설 것인가.

함께 나서는 것이 그의 성장이 더 빨라지는 길이겠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고 영민이 그를 스카웃한 이유는 이런 자잘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최소한 다섯 군주나 그 아래 있는 군단장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이니 이번에 한 번쯤 빠진다고 대세에 큰 지장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마음이 약해져서 나중에도 가족을 택하면 어쩌냐고? 그럴 리가. 그때가 되면 그런 선택의 여지가 사라진다. 자신이 힘을 보태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할 판인데 가족의 곁을 지키겠다는 것은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니까.

가족을 위해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며 희생하던 그가 그런 선택을 하리라는 것은 생각 할 수 없었다.

“가겠습니다.”

어린 딸이 두려운 듯 옷깃을 꼬옥 움켜쥐었지만 그는 환히 웃어 보이며 아내에게 딸의 손을 넘겨주었다.

“아빠 금방 다녀올 테니까.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한다?”

“우움···.”

어릴 때부터 이런 생활을 해온 예린은 울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러면 아빠가 더 떠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안간힘을 쓰며 눈물을 참았고 가람은 쓰린 속으로 영민, 민호와 함께 돌아섰다.

만일을 위해 게이트 키퍼에 보호를 요청하고 그의 아내에게 홀리 오러 포션을 몇 병이나 건네기는 했지만 마음이 안 좋은 것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자, 그럼 빠르게 갑니다. 지금부터는 시간이 금이에요.”

벌써 출동한 협회와 길드들로 인해 주변의 몬스터들이 빠르게 정리가 되고 있었다.

더구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는 기존 던전에 입장해서 만날 수 있는 몬스터의 수보다 적어도 3배 이상 많은 몬스터가 풀려나기에 먼저 집어먹는 쪽이 이득이었다. 그들처럼 학살이 가능한 수준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세 사람은 즉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다. 동시에 기감을 넓혀 보다 수준 높은 몬스터들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다행히 사람들은 없는데요?”

“대부분 잘 피한 것 같네.”

이번 역시 갑작스러웠지만 이미 한 번 겪어본 사태인 만큼 시민들의 대응도 훌륭했다. 대피소로 이동해 도시가 빠르게 비워지고 미처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단단히 문을 걸어잠갔다. 헌터들이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못 주워먹는 놈이 바보였다.

“다른 놈들도 속도를 낼 테니 사냥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인벤토리 정리 같은 건 나중에 하고 일단은 쓸어 담아요.”

“넵!”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일제히 힘을 개방했다.

“와라!”

첫 타자는 광역 도발이었다. 주변에 있던 모든 존재들이 영민을 향해 눈을 돌리고 적의를 드러냈다.

“크허허허엉!”

그러나 다음 순간, 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능력치를 하락시키고 심한 경우 기절하게 만드는 워크라이가 터진 것이다.

본능은 공격을 외치는데, 몸은 무기력해지고 잔뜩 위축되는 기묘한 현상과 함께 영민이 먼저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체인 라이트닝!”

뇌신 강림까지도 필요 없었다. 광역 마법에 한 방향이 초토화되고, 일부러 적에게 둘러싸인 그가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몇이나 되는 몬스터가 죽어나자빠졌다. 5레벨 던전의 몬스터도 수월한 그에게 1~4레벨 몬스터는 초식 동물만도 못한 존재였다.

여기에 민호와 가람이 가세하니 수백의 몬스터를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아싸, 유니크!”

그 시체더미 속에서 민호는 ‘아이템 필터링’을 통해 확인된 레어 등급 이상이 아이템만 쏙쏙 골라 챙겼다.

영민과 둘 뿐이었다면 알아서 인벤토리에 쌓였겠지만 가람이 끼면서 일부 아이템은 바닥에 드랍되기 때문이다. 그것까지 모두 챙기면 인벤토리가 금방 차버리기에 민호는 레어 등급 이상의 고가 아이템만 따로 주웠다.

‘매직 등급 이하 무기 전량 판매. 매직 등급 이하 방어구 전량 판매.’

사정은 영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인벤토리에 쌓이는 아이템 중 큰 가치가 없는 것들은 전투 중에도 코인 상점을 열어 곧장 팔아버리고 다시 인벤토리의 공간을 확보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민호에게 남는 아이템을 넘겨받아 판매하기도 했다.

팔면 제법 값을 받을 수야 있겠지만 이미 그들에게 그 정도 돈은 푼돈에 가까웠다. 그럴 바에야 영민이 아이템을 몰아 갖고 나중에 따로 돈을 배분 받거나 아이템, 스킬북을 받는 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다음 지역으로.”

빠르게 지역을 정리한 세 사람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시간이 금이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불러 모으는 다크니스 오러를 사용 할까도 싶었지만 너무 어중이 떠중이, 돈도 경험치도 안되는 잡몹들까지 꼬일 것을 염려해 참는 대신 수준이 낮아도 길을 막거나 다른 헌터들이 닿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렇게 한 지역, 두 지역 씩 몇 개의 지역을 공략해나가자 몬스터 정리에 나선 다른 길드와 마주칠 수 있었다.

“우회 할까요?”

B등급 다수에 A등급도 몇 명이나 포함된 다수의 헌터 무리를 확인한 민호가 곧장 의견을 던졌다. 근처의 몬스터래봐야 고작 3레벨 수준이 가장 높은 놈이니 방어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은 많았지만 헌터들 쪽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게다가 3레벨 정도라면 굳이 자신들을 노출하고 밥그릇 싸움으로 다른 곳과 충돌해가며 집어먹을 만큼 메리트가 있지도 않았다.

“그게 낫겠군.”

영민의 판단도 동일했다. 그럴 시간에 다른 무리를 사냥하고, 여차하면 신규 던전을 털러 들어가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그렇게 지나치려는 순간, 갸날픈 울부짖음이 그들의 귀에 들어왔다.

“이게 전부입니다.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저들이라면 무난하게 몬스터들을 정리 할 수 있을 텐데? 아이가 몬스터들에게 잡혀가기라도 한 건가?

세 사람의 신형이 그 자리에 우뚝 서고, 소리가 들려온 쪽을 주시했다.

보이는 것은 헌터와 실랑이, 아니 헌터들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여성의 모습. 그 옆으로는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고 아이는 뒤에서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거참 이 정도로는 수고비도 안 된다니까 그러네. 아줌마, 정말 더 없어? 저엉~히 그렇다면 차용증 같은 것도 받아 줄 수 있는데.”

놈들은 헌터라는 힘을 이용해 남의 목숨을 갖고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몬스터를 사냥하면 저들이 이득을 보는 주제에 민간인들에게 양아치처럼 삥을 뜯는 모습.

그나마 상대 몬스터 무리의 수준이 낮아 여유가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정말 버거운 상대였다면 제시한 액수대로 높은 순으로 목숨을 구할 판이었다.

“저 새끼들이!!”

그 모습에 민호가 폭발했다.

< 79화 - 2차 던전 쇼크 (1)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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