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78화 (78/177)

< 78화 - 삼파전 (3) >

이번에는 팀이 갈라졌다. 영민이 홀로 한 팀, 민호와 가람이 한 팀이었다. 영민은 당연히 극상성을 지닌 라뭄의 성채를 맡았고, 민호와 가람은 비교적 민호가 힘을 쓰기 편한 켄타우르스 쪽을 맡았다. 켄타우르스의 기동력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근접하는 녀석들을 가람이 어떻게든 막아낸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고작해야 B등급인 두 사람이 비슷한 수준의 켄타우르스 수십과 함께 A등급일 보스까지 처리한다는 것이 다소 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들에게는 향상된 능력치 이외에 ‘아이템 빨’과 ‘강화 빨’이 있었다. 여기에 그들의 천재성까지 더해진다면 같은 B등급이라고는 하나 이미 ‘규격 외’의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영민도 둘만 따로 움직이도록 한 것이고.

일단 영민의 쪽은 아주 간단히 결판이 났다. 뇌신강림의 쿨타임이 돌아온 영민이 체인 라이트닝과 라이트닝 블레이드를 앞세워 뛰어들자 라뭄들은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경험치와 숙련도로 변해 사라졌다. 라뭄의 왕도, 수호기사인 강철거인도 마찬가지였다. 강철거인은 그나마 강철거신과 비슷하게 흉내라도 낸 수준이었지만 상성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게다가 상대는 강철거신조차 쓰러뜨린 경험이 있는 강태성의 기억을 이어받은 영민이다. 강점과 약점, 패턴이나 공략법 따위 알다못해 달달달 외우고 있었다.

그렇게 라뭄의 성채를 몰살시키고 약속 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민호와 가람이 나타났다.

“해냈군.”

“으윽.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어휴. 가람이형 옆구리에 창날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꽤나 치열한 전투였는지 상처는 포션으로 회복을 했어도 장비가 여기저기 상한 모습이었지만 어쨌든 이겨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은 정말로 단 둘이 A등급 수준의 보스 몬스터까지 잡았고, 그 실력이면 이제 대부분의 5레벨 던전에서 학살도 가능할 터였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

“버, 벌써요? 좀 쉬었다 가면··.”

“스테미너 포션 줬잖아. 마시고 따라와.”

영민은 시간을 끌지 않고 즉시 세비지들을 마저 지워버렸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과 소녀 세비지 하나씩만을 남기고.

타고난 호전성 때문인지, 가족친지가 모두 눈 앞에서 죽었기 때문인지 둘은 모두 죽기살기로 덤벼들었지만 아직 육체도 다 여물지 않은 녀석들이 셋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무심히 외면하고 돌아서자 비로소 미션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션 달성! 기여도에 따라 보상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미션 달성도가 100%를 기록함에 따라 보상이 변경됩니다.]

[미션 퍼펙트 달성 보상으로 ‘라뭄의 보물’을 얻으셨습니다.]

[미션 퍼펙트 달성 보상으로 ‘세비지의 보물’을 얻으셨습니다.]

[미션 퍼펙트 달성 보상으로 ‘켄타우르스의 보물’을 얻으셨습니다.]

퍼펙트 미션의 보상은 각 진영의 보물이었다. 영역을 구분해 지내는 그들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던 이유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방식이었다면 상대 진영의 보스를 직접 잡았다는 전제하에 1% 미만의 낮은 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들이지만 영민은 한꺼번에 세 가지를 모두 얻었다. 더구나 A등급 몬스터를 잡으며 들어온 대량의 경험치까지. 한 번에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세 사람이 각자 하나씩의 보물을 선택하자 자동 귀환이 시전됐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아이템들을 모았다.

“자요.”

영민은 그것들을 다시 가람에게 넘겼다.

“응? 이걸 나한테?”

[강철거인의 코어], [켄타우르스의 영혼 창]. [세비지의 주술 부적]. 언뜻 보면 별로 상관이 없는 아이템 같지만 이것들은 모두 하나의 무기를 강화시키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켄타우르스의 영혼 창은 기존의 [창] 형태의 무기와 결합할 수 있는 영체형 강화재료였고, 세비지의 주술 부적은 창에 강력한 전사의 영혼을 불어넣는 주술형 강화재료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철거인의 코어는 무기의 출력을 높여주는 결합형 강화재료다.

세비지와 켄타우르스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라뭄은 강철거인을 최고의 무기로 무장시키기 위해 서로의 보물을 탐낸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 모두가 가람의 손에 들어오고 말았다.

과연 이 재료들을 레전드 등급의 무기인 빙룡의 일격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가람은 영민의 설명을 들은 뒤, 떨리는 마음으로 무기를 강화했다.

“헐. 대박.”

그리고 강화를 마치는 순간 깨달았다.

등급이 올랐다. 격이 상승했다.

가람은 자신의 무기가 레전드 등급에서 에픽 등급으로 승격한 것을 확인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생에 이런 무기를 들어볼 것이라 생각이나 했던가. 더구나 그냥 에픽도 아니고 영민의 도움으로 +5까지 강화된 것이었다. A등급 헌터들 중에서도 최상급 혹은 규격 외의 물건이 된 것이다.

S등급의 헌터를 감당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무기. 특히 창이라는 희소성을 생각 할 때 지구상에 비교할 만한 것이 몇 없는 무기가 된 셈이다.

“축하해요!”

“와. 쩐다. 구경 좀 해봐도 되요?”

덕분에 유니크 등급의 무기를 가진 민호가 ‘제 거는요?’라면서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영민은 가볍게 무시했다.

“자, 그러면 다시 갑시다.”

극적으로 가람을 강화시킨 영민은 그들을 이끌고 재차 던전에 입장했다. 동일한 삼파전 미션이 나타났지만 이번은 공략에 있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애초부터 팀을 둘로 나누어 진행한 것이다.

게이머 능력을 가진 영민과 민호는 원거리에서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니 우호도에 따라 전투를 조율하며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까닭이다.

골렘 제작 숙련도를 흡수 할 수 있는 라뭄의 성채를 영민의 전담으로 하고 균형있게 세비지와 켄타우르스 진영을 사냥하니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던전 공략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세 진영의 보물을 얻었지만 민호의 지팡이를 강화할 수는 없었다. 장비 개조를 통해 무리해서 적용 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근접 전투’에 맞춘 강화였기 때문에 ‘마법사’인 영민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그렇게 삼파전 미션을 다섯 번이나 완료하며 아이템, 경험치 노가다를 했을 때 던전의 바깥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다들 삘 받았나 본데요?”

중국과 미국을 필두로 한 헌터 강국들을 중심으로 6레벨 던전의 공략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 것이다.

기존에도 간간이 공략이 되던 곳만이 아니라 화염의 성채나 바람의 거신처럼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던전들까지도.

더불어 선풍환이나 뷸탄의 왕관과 같은 에픽 등급의 전리품 획득 소식도 제법 많이 들려왔다.

‘원래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인데··.’

각 국에서 과시하듯 공개하는 정보들에 영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어려운 던전을 빠르게 공략하고, 강력한 아이템들이 세상에 풀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던전에 대항할 힘이 생기는 것이고 던전 쇼크 시 생겨날 피해도 줄어들 테니까.

더욱이 돈과 정보를 풀어 다음 던전 쇼크가 일어날 즈음에 경각심을 일깨운다면 피해는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얼마나 희생이 된 거지.’

그 공략 소식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을지를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제대로 된 하나의 공략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헤딩팟(맨땅에 헤딩하는 파티)’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들의 희생이 안타까워서? 그럴 리가. 인류의 마지막을 지켜본 강태성의 기억을 가진 영민으로서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쯤은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물론 그것이 정당하거나 어쩔 수 없을 때의 일이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들의 희생에 대한 애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하나.

‘이 일이 또 나비효과가 되는 건··.’

그로 인해 변화될 미래에 대한 염려였다. 원래 살아서 활약을 해야 할 사람들이 죽고, 등급만 높은 쭉정이들만 살아남은 것은 아닌지.

본래 어떤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 얻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도 하지 못할 사람이 얻은 건 아닌지. 또 탐욕스러운 유혹에 빠져 몬스터에게 사용되어야 할 아이템들이 부자들의 컬렉션에 잠들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던전에서 희생된 사람을 때문에 동화(同化)가 가속화 되는 것은 아닐까?’

던전과 몬스터로 인해 생겨난 세상의 변화가 더 가속화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었다.

‘일단은 A등급부터.’

잠시 고민을 하던 영민은 억지로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이미 현재는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믿을 것은 변화된 미래를 헤쳐나갈 자기 자신의 힘 밖에 없었다.

*     *     *     *     *

5개월.

삼파전 미션을 완료한 후 영민이 A등급의 기준을 달성한 시간이었다. 이미 충분한 힘과 자격을 갖춘 영민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치 뿐이었음에도 그랬다.

피로도를 낮춰주는 내면의 빛과 획득 경험치가 2배가 되는 세계수의 축복이 아니었다면 5개월이 아니라 1년은 족히 걸렸을 터였다.

‘아깝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A등급에 해당하는 마나는 달성했지만 원하던 레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등급의 마나, 즉 마나량 10,000을 달성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마나 밀도 집약’ 효과는 분명히 대단한 강화 효과를 일으켰지만, 게이머 능력을 지닌 이들에게는 특정 레벨을 달성하며 얻을 수 있는 기능이나 스킬들이 더 가치가 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민은 그 점이 아쉬웠지만 그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기에 스스로를 다독였다.

“오오, 형도 드디어!”

“축하합니다. 대장.”

승급 절차를 마치고 돌아온 영민을 이미 A등급에 오른 두 사람, 민호와 가람이 반가이 맞아주었다.

세계수의 축복 덕분인지,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영민의 버프 덕분인지 오히려 A등급의 벽을 먼저 넘은 것은 두 사람인 것이다.

장비빨과 던전 출입 기회, 여러 서포트를 받아 급속 성장한 가람이 가장 먼저 A등급을 찍었고, 그 다음으로 민호가 A등급이 되었다. 능력의 한계가 없는 영민과 달리 100레벨, S등급까지로 능력이 제한적인 민호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이다.

덕분에 두 사람에 대한 수많은 스카웃 제의와 경쟁이 있었지만 둘은 모두 거절했다. 영민과의 의리 때문에? 물론 이제는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줄 수 있는 것들, 제시한 조건들보다 영민이 지금까지 주었고 또 앞으로 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았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A등급에 오른 자신들이 B등급인 영민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괴물을 버리고 길드 따위에 들어오라고? 코웃음을 치며 내쫓는 게 당연했다.

“대장. 그럼 이제 6레벨에 도전하는 겁니까?”

또한 그 수련의 과정에서 가람은 영민을 달리 부르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와 감사의 사이에서 ‘영민씨’, ‘영민님’이라고 부르던 것을 ‘대장’으로 고쳐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나이는 가람이 더 많았지만 그를 진정으로 믿고 따르겠다는 의미에서 굳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영민도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그래야겠지.”

6레벨 던전. A등급 수십이 모여야 안정적인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신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긴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그때였다. 몸이 떨릴 만큼의 강진이 일어나며 변화가 시작된 것은. 떨어져내리는 집기며 간판 따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엎드리고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헌터들만이 유일하게 버티고 섰다.

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창백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군.”

계속되는 고레벨 던전 공략 소식에 영민이 염려하던 그것.

2차 던전 쇼크의 시작이었다.

< 78화 - 삼파전 (3)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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