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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77화 (77/177)

< 77화 - 삼파전 (2) >

10분. 단 10분의 시간만에 라뭄의 성채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 갑작스런 소란에 뛰쳐나온 정예병들이 몰살을 당했고 2차로 나타난 라뭄의 왕과 근위병들 중 반수가 죽어나갔다. 함께 대동한 기계 골렘 역시 온전한 것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무참히 박살

났다.

제한 시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빨리 나타났다면 왕까지 한 번에 떼몰살을 당할 뻔 한 것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노란 불빛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정말 엄청나군.’

아무리 극 상성의 상대였다고는 하지만 뇌신 강림의 위력은 대단했다. 비록 변신을 한 동안에는 몇 개 되지 않는 뇌신의 스킬 밖에 사용할 수 없다지만 스스로가 뇌전 그 자체가 되어 뿌려대는 힘의 위력은 A등급 헌터의 그것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힘이라 손실도 크고 활용법을 익히는데 버벅거리기는 했지만 최소 S등급에 비할 만 하달까.

아직도 그 힘의 여운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짜릿한 감각이 대신 그 위력을 증명하는 듯 했다.

‘이럴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지.’

후유증도 재사용 대기시간 외에는 딱히 없었다. 강대한 힘을 맛본 뒤 돌아오는 탈력감과 박탈감도 이미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S등급’의 강함을 엿본 영민이기에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그저 더 빠르게 강해져야겠다는 계기가 되어 줄 뿐이었다.

‘그나저나, 예상 밖에 소득이네.’

라뭄의 성채는 꽤나 짭짤했다. 기계 장치의 달인들답게 여러 장비들과 광물들을 얻기도 했지만 영민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얻은 것이다.

[골렘 제작 숙련도 : 63%]

드레인이 기계 골렘에 대한 숙련도를 흡수했다. 그러면서 좀체 올리기 힘들었던 골렘 제작 숙련도가 50%를 바라볼 만큼 성장했고 새로운 골렘 제작법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직은 라뭄이 만드는 기계 골렘들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일 뿐이지만 그들을 모두 잡고 난다면, 던전을 몇 번이고 돌고 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제법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에서도 강철 거신을 만들면 재미있겠군.’

강태성의 기억 속에서도 골렘 제작 숙련도를 100%까지 올린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높았던 것이 92.8%를 달성한 이였는데 메카닉 덕후여서 골렘에 별별 무기들을 다 달아놓았었다.

덕분에 전투력은 올라가 강철 거신에게도 꽤나 오랫동안 버티기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결국 강철 거신을 넘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숙련도 100%라면 어떨까? 최종 병기로서 만들 수 있는 어떠한 골렘을 제작해낸다면.

어쩌면 강철 거신과 자웅을 겨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파괴된 강철 거신을 재활용 할 수도 있겠고.’

점점 미래에 대항할 방법들이 생기는 것 같아 설레였다.

“이제 쉬었다가 라뭄을 끝장내버리는 건가요?”

민호의 물음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영민을 깨웠다.

영민이 뇌신으로 변하자마자 줄행랑을 친 덕분에 멀쩡한 모습이다. 이 둘은 도망치는 데도 천재인지 영민이 후퇴를 이야기 한 순간 바람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아니. 이제 세비지들에게 가야지.”

“흐음. 독식할 기회인데 아쉽네요. 그래도 세비지들과 우호도를 단 번에 높일 수 있을 테니··.”

“아까부터 자꾸 무슨 소리야? 우리는 아무하고도 손 안 잡는다.”

“예? 그럼 미션은 포기하는 거에요? 보상이 좀 아깝기는 한데··.”

영민의 계획에 민호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경험치만 적당히 먹고 빠질 생각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미션을 클리어하고 랜덤 상자를 까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뭐,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이 나오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두근거림은 연애만큼이나 좋

은 기분이랄까.

“아니. 보상도 받아야지.”

“네?”

“삼파전 미션은 말이야. 결국 딱 한 종족만 남기면 되는 거거든. 그 수가 얼마나 되든 상관 없다는 거지.”

씨익

영민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세비지를 적당히 잡고 켄타우르스도 적당히 잡고. 그런 다음 라뭄, 세비지, 켄타우르스를 돌아가면서 잡는다. 그럼 각 진영의 우호도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겠지? 그렇게 어느 한 쪽의 우호도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쫄 몇 놈만 남기도 세 진영 모두 전멸

시켜도 미션은 완료된다.”

“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한 쪽 진영의 우호도가 증가하면 해당 종족에게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던전의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한 전략이었다.

라뭄을 생각보다 크게 격파하는 바람에 나머지 두 진영의 우호도가 꽤나 올라갔겠지만 그들도 적당히 죽여주면 다시 우호도가 내려 갈테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보면 더는 우호도를 높이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상대 진영을 처치하는 것보다 아군

진형을 공격하는 것에 더 큰 우호도 하락을 선사하는 법이니까.

때문에 이번에는 세비지 진영을 털 차례였다.

“이번엔 정공법이다. 이놈들 너무 많이 잡아도 안 되는 건 알지? 켄타우르스 쪽 우호도가 너무 높아지면 손해니까 신호보고 적당히 빠져.”

뇌신 강림은 쿨타임 상태로 돌아갔고 뇌신의 인장이 지닌 증폭효과도 덜 받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애초에 5레벨 던전 몬스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왕, 또는 족장쯤 되는 A등급의 몬스터 한 둘만 조심하면 충분히 학살도 가능했다.

“가자.”

창백한 피부가 인상적인 세비지 종족은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숲에서의 전투력은 엘프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궁술이 일품인 엘프와 달리 창과 도를 주로 사용하는데 지형지물을 어찌나 기가 막히게 이용하는지 어설픈 녀석들은 자기가 어떻

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죽어나갈 정도였다.

물론 그들에게 죽어주기엔 일행의 실력이 너무나 높았지만.

특히나 가람의 창술이 빛을 발했다.

창 대 창의 대결.

실력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가람은 장비의 차이를 앞세워 동급으로 볼 수 있는 세비지를 다섯 마리 이상 동시에 감당해내며 확실하게 격차를 보여줬다.

오히려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마법사인 민호가 조금 곤란한 모습을 보였지만 위태로운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둘 정도는 동시에 감당해냈다.

영민의 활약? 그건 말 할 것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초토화를 시켜버릴 수 있는 무력인 만큼 둘에게 적당한 수의 세비지가 몰릴 수 있게하는 선에서 나머지 모두를 감당해냈다.

다만 그 방법이 재미있었다. 직접 놈들의 마을로 쳐들어가는 대신 세비지들의 호전적인 성격을 이용해 광역 도발로 수십을 끌어들인 뒤 은신으로 어그로를 해제해버린 것이다.

그러자 한순간 갈피를 잃은 놈들의 분노가 가람과 민호에게 향했고, 둘을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누가 봤다면 몹몰이 PK로 의심, 아니 확실을 할만한 상황. 외길로 몰려드는 놈들을 역할을 나눠 상대했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다.

정말 위급한 순간이라면야 돕겠지만 그 전까지는 영민도 그들을 편하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 둘이 아무리 가만 놔둬도 1인분은 할만한 천재들이라지만 ‘노력하는 천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겠나?

그리고 특히 가람은 더 빡쎄게 굴릴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성장하려나.’

강태성의 기억 속 가람은 성장 한계가 명확했다. 민호야 어찌됐건 ‘만렙’만 찍으면 S등급까지 성장 할 수 있다지만 가람은 초반 성장이 느렸기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A등급이 한계였다.

물론 그 천재적인 감각 때문에 일반적인 A등급과는 활약이 달랐지만 결국 최후의 단계에서 A등급의 헌터는 서포터 역할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영민이 강태성의 기억을 바탕으로 꾸린 ‘팀’에 그를 집어넣은 것이기도 했다. 원래 크게 성장할 인원 이외에 새로운 변수를 넣은 것. 기존 인원들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S등급까지만 오르면··.’

등급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A등급은커녕 B등급을 일생의 목표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A등급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민은 어쩐지 가능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버프 때문일수도 있고, 행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람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리고 S등급에 오르기만 한다면, 크나큰 전력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 멍청한 놈들 몇 명분은 하겠지.’

타고 나기를 A등급, S등급에서 시작해 실력도 없이 등급만 높은 얼간이들 때문에 망친 작전만 몇 개였으니 기억하기도 싫은 영민이었다.

“후퇴! 다음은 켄타우르스다.”

그렇게 한참을 사냥하던 영민은 우호도 창을 열어 우호수치를 확인하고 재빨리 다음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초원 지역. 말의 다리를 하고 있어 기동력이 대단한 켄타우르스가 사냥감이었다.

여기서는 세비지들 때와 달리 민호가 제대로 활약을 했다. 그들의 기동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광역 마법 앞에서는 먼저 맞나 조금 늦게 맞나의 차이일 뿐,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간혹 동료를 방패 삼거나 조그만 틈을 파고 드는 녀석들도 있지만 대기하고 있던 가람의 창 끝에 꿰뚫려 명을 달리했다. 원래 기병의 천적은 창병이라든가? 게다가 간격의 천재인 가람이니 켄타우르스가 힘을 써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이번에도 역시 영민은 뒷짐을 지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2배 위력을 내는 광역마법 체인 라이트닝도 있고 속도나 힘, 체력 등 모든 면에서 켄타우르스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을 A등급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고작 5레벨 던전에서 언제까지 머물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5레벨 던전도 무시무시하지만 6레벨 던전부터는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나 아이템부터가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차이가 났다.

‘6레벨부터는 그야 말로 신세계지.’

6레벨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은 비단 A등급 이상의 헌터만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A등급 헌터들이 보기에는 쓰레기이지만, B등급이나 C등급 이하의 헌터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물론 A등급 헌터들을 크

게 강화시키는 최상급 장비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그것들로 제대로 무장을 할 수만 있다면 현재의 던전 입장 제한 등급이 뒤집히고, 천대받던 E등급의 채집꾼들도 1, 2레벨 던전에서 충분히 힘을 쓸 수 있게 된다.

던전 공략이 더욱 활성화되고 인류는 몬스터에 대항할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개 중에는 코인 상점에서도 구입 할 수 없는 ‘성장의 물약’이라는 것도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일종의 경험치 물약 같은 것이랄까. 실제로 게이머 능력을 지닌 이가 마시면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고, 일반 헌터들이 마시

면 고유 능력이 강화되거나 마나가 늘어나거나, 스텟이 상승하거나, 그도 아니면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하는 등 랜덤한 작용을 하기도 했다.

“그만! 다시 세비지 영역으로!”

그렇게 두 사람의 활약에 힘 입어 몇 번이나 세비지와 켄타우르스의 영역을 왕복했다.

“헐. 진짜 이게 되네요.”

그러자 우호도가 세 진영 모두 공평하게 낮아졌다. 어느 한 쪽이 특출나지 않게 고른 우호도인데 처음 입장 했을 때보다는 전체적으로 낮은 수치였다.

“결국 이 미션의 핵심은 ‘보스 킬’이거든. 삼파전으로 쫄병 놀이를 해봐야 진짜 제대로 된 이득은 볼 수 없다는 소리지.”

삼파전 미션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클리어하면 결국 보스 대 보스의 대결을 손가락 빨며 구경만 해야한다. A등급끼리의 전투이니 어설프게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민처럼 단신으로 A등급과 겨룰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된다면? 또한 다른 진영의 도움을 받지 않고 쫄병들을 치워버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세 진영의 보스 몬스터들을 모조리 독식하는 편이 낫다.

다만 한 가지. 무작정 보스 킬만 따봐야 드랍 아이템을 먹을 뿐이지만 보스 셋을 모두 잡고 미션까지 클리어하면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볼까?”

영민이 노린 것은 그 ‘특별한 보상’이었다.

< 77화 - 삼파전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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