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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76화 (76/177)

< 76화 - 삼파전 (1) >

꿀꺽

더 이상 전격을 내뿜지는 않았지만 뇌신의 인장은 굉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성물이라도 되듯 조심스럽게 집어 들자 상세한 정보가 나타났다.

[뇌신의 인장][반지][에픽]

뇌신의 의지가 담긴 반지. 자격을 갖춘 자가 착용하면 잠시동안 뇌신의 힘을 사용 할 수 있다.

- 조건 달성으로 봉인 해제

- 조건부 특수 스킬 [뇌신 강림] 사용 가능

- 일정 수준 이하의 전격 계열 공격 흡수

- 민첩 + 100

- 정신력 + 100

- 전격 속성 공격력 100% 증가

- 전격 공격 시 물 속성 대상에게 300% 데미지

- 전격 공격 시 기계 계열 대상에게 300% 데미지

[뇌신 강림]

뇌신의 힘을 사용자의 몸에 강림시킨다.

- 발동 시 [전용 스킬]만 사용 가능

- 지속 시간 : 10분

- 소모값 없음

“와, 미쳤다.”

일단 붙어 있는 옵션이 어마어마했다. 민첩과 정신력을 100씩이나 올려주는 것도 대단했지만 선풍환처럼 일정치 이하의 속성 데미지를 흡수해버렸고 기본적으로 전격 계열의 공격력을 두 배로 뻥튀기 시켰다. 어디 그 뿐인가? 대상이 물 속성이거나 기계 계열

일 때는 데미지를 다시 3배로 올려준다. 도합 6배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것. 거기다 뇌신 강림까지 사용하면? 10분에 불과하지만 수십 명 분의 데미지 딜링을 혼자서 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영민의 주 속성이 전격은 아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 없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능력.

영민조차도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아이템 창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아이템들이 풀려나온다지만 이런 아이템은 강태성도 본 적이 없었다.

“이크. 은신.”

영민이 그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던 것은 던전의 붕괴 때문이었다. 현상금 미션이 완료되면서 던전이 사라지는 것이다. 눈앞이 환해지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하와이의 해변이 나타났지만 이미 흥분으로 들뜬 영민의 마음을 잠재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휴양을 즐기고 돌아갈 법도 하건만 영민은 즉시 귀환을 결정했다.

‘그래. 이거라면··.’

쿨타임을 기다려 유령마를 소환한 뒤 다시 바다를 건너는 영민의 머릿속에서는 어떠한 시뮬레이션이 그려지고 있었다.

강철 군주.

다섯 군주 중의 하나인 그와의 대결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로 용제를 쓰러뜨렸듯 뇌신의 인장으로 그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희망은 보였다. 강철 거신이라는 기계 계열 거인 족들을 수하로 부리는 그에게도 이 옵션들이 통용된다는 전제이긴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체력을 깎아낼 방법이 생긴 셈이니까.

역시 강태성과 친구들의 추측이 맞았다.

답은 던전 속에 있었다.

‘남은 세 군주들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거야.’

안타깝게도 강태성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현상금 미션에 대한 정보는 이것이 다였다. 단편적으로 몇몇 던전의 해법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던전에서 나오는 보상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신벌의 대지야 몬스터가 아닌 다른 이유로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소문이 퍼져 제법 유명하기도 했고 직접 클리어한 일렉트로닉 마스터를 잠시 동료로 삼았었기에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경우의 수는 좁혀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뇌신의 인장을 얻으며 다수의 현상금 던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최종 단계의 던전이 클리어되면, 봉인이 해제되고 완전한 모습을 찾으면 관련 던전들은 일반 던전으로 탈바꿈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법칙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야 아직 봉인된 모습을 하고 있고, 다섯 자루가 모두 봉인이 풀려야 관련 던전이 사라지겠지만 뇌신의 인장은 최종 봉인이 해제되었으니 관련 던전들이 변화되었을 것이다. 괜한 헛걸음을 할 확률이 줄어든 것이다.

관건은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영문을 몰라 허둥대는 사이, 확실하게 나머지 던전들을 공략해 핵심 보상들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     *     *     *     *

영민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뇌신의 인장을 얻은 지 꼬박 한 달이 되었을 때였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비약’이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 최초 등록 지점이 한국이라는 것도 파악한 상태였기에 최대한 눈을 속이기 위함

이다. 결국은 밝혀지겠지만 그 시기를 늦추는 것은 꽤나 중요한 일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 사이 이슈가 된 것은 비약 뿐만이 아니었다. 비약과 함께 가장 핫한 주제로 떠오른 이들은 바로 게이트 키퍼. 정확히는 그들이 가진 에픽 등급의 아이템, 뷸탄의 왕관이었다.

화염의 성채에서 나온 아이템 답게 불 속성에 큰 이점을 주고 ‘왕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력한 광역 버프를 일으킬 뿐 아니라 A등급 상위에 속하는 ‘화염 근위병’을 소환 할 수 있는 뷸탄의 왕관은 6레벨 던전의 공략을 가속화시켰다.

6레벨 던전이라고 꼭 화염의 성채나 바람의 거신처럼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10대 길드가 총력을 기울여도 쉽지는 않지만, 몇 번의 트라이 끝에 소화해낼 수 있는 6레벨 던전은 몇 개나 있었다.

“어, 형. 언제 왔어요?”

영민이 숙소에서 며칠 간 묵으며 쌓인 여독을 풀고 있을 때, 한참 동안이나 보이지 않던 민호와 가람이 나타났다.

영민이 신벌의 대지를 공략하는 동안 그들도 놀고만 있던 것이 아니라 둘이서 호흡을 맞추며 무려 5레벨 던전을 클리어 해낸 것이다. 그것도 처음이 아니라 했다. 벌써 두 번째 클리어.

아무리 탈출석을 믿고 벌인 일이라고는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5레벨 던전이라면 B등급 헌터만으로는 수십이 필요하고, A등급 헌터가 한 둘 정도 함께 진입을 해야 안정적인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알려지지 않았든가? 아무리 영민이 그들을 강하게 훈련시키고 장비를 강화해주었다지만 B등급에 불과한 단 두 사람만으로 5

레벨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깐··.’

천재는 괜히 천재가 아니었다.

데미지 딜러 한 명에 회피탱커 겸 딜러 한 명으로 5레벨 던전 클리어라니. 영민조차 혀를 내둘렀다.

정작 본인은 B등급이면서 솔로 클리어를 할 수 있는 주제에.

“이제 좀 할만 한가보다?”

“헤헤. 처음에 워낙 굴러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 읍. 아니에요. 힘들었어요. 정말 죽을 뻔 했다니까요?”

마음을 놓고 대답하던 민호가 스스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을 바꾸었지만 이미 늦었다.

영민의 표정이 기묘하게 바뀐 뒤였다. 마치 5레벨 던전에 처음 그들을 데려가 기관을 조작하기 직전의 모습 같달까.

“이런, 이런. 그러면 안 되지. 그럼 훈련이 되겠어? 내가 보기에 둘 다 충분히 솔로 클리어가 가능한 인재들인데. 여기서 정체되면 안 되지. 자, 갑시다.”

“어, 어딜요?”

“어디긴 던전이지. 마침 나도 수련 할 게 좀 있는데 신나게 한 번 굴러 봅시다!”

“으으, 민호 너!!”

“히익! 잘못 했어요! 한 번만 봐줘요. 형. 우리 방금 나왔단 말이에요!”

그러나 그런 소리가 영민에게 통할 리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영민에게 끌려다가시피 또 다른 5레벨 던전에 몸을 던져야 했다.

[미션 ‘삼파전’이 부여됩니다.]

[미션을 달성하면 보상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삼파전이라··.”

진영 미션이라는 것은 알고 들어왔지만 꽤 재미있는 놈이 걸렸다.

던전 내부에 자리 잡은 세 개의 진영. 헌터들이 처음 던전에 들어서면 세 진영 모두와 중립의 우호도를 갖게 되는데 헌터들은 그들 중 하나의 진영과 손을 잡고 다른 두 진영을 격파하는 미션이다.

세 진영의 전투력은 비등한 편. 결국 헌터들이 얼마나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데 특정 진영과의 우호도를 올리는 방식 자체가 ‘적대 진영 사냥’이라 줄타기만 잘 한다면 딱히 어려운 미션도 아니었다.

“꿀 좀 빨아볼까?”

씨익

하지만 영민이 하려는 방식은 일반적인 것들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형, 어느 쪽에 붙을 거에요?”

초원 지대에는 반인반마의 켄타우르스. 광산 지대에는 기계장인 종족 라뭄. 숲 지대에는 창백한 피부의 전투종족 세비지.

민호가 그들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 물었지만 영민은 선뜻 답을 내놓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까다롭기는 하다.

개체 개체의 전투력도 뛰어나지만 각자가 자신하는 지형에서 붙는다면 보다 윗 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해도 쉽게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

민호는 그 때문에 영민이 고민하는 것이라 여겼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어느 쪽의 손도 들어줄 생각이 없기 때문.

영민이 두 사람을 이끌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라뭄이 거주하는 광산지대였다.

“흠, 라뭄이면 나쁘지 않네요. 기계 골렘들도 제법 강력하고 시간이야 조금 걸리겠지만 여러 기계장치들로 숲을 밀어버려도 되고.”

“무슨 소리야? 전투 준비나 해.”

“에엣? 그럼 바로 우호도 작업 들어가는 거에요?”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민호 동생? 라뭄은 성채를 쌓고 지내니까 칠거면 가장 먼저 치는 게 낫겠지. 전혀 우호도 작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각 진영의 출입이 자유로우니까.”

민호와 가람이 저마다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정답은 아무도 없었다.

“얘기 다 끝났으면 시작 할까요? 라이트닝 블레이드. 라이트닝 리플렉트.”

시작은 영민부터였다. 뇌신의 인장을 얻으며 특별히 코인을 투자해 구입한 전격 속성의 공격 스킬과 데미지 반사 스킬. 방어면에서는 신성 계열이 우위였지만 공격과 반사 데미지는 위력이 기본적으로 두 배가 되니 전격 계열로 구입한 것이다.

“체인 라이트닝!”

그리고 또 한 가지. 전격 속성의 광역 마법.

수백 수천 가닥의 전격이 거미줄처럼 대기를 타고 뻗어나가 성벽 위를 지키던 라뭄들을 통구이로 만들어버렸다.

끼이익

털컹

그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던 기계 골렘들도 마찬가지다. 영민이 익힌 골렘 제작 스킬의 보다 상위에 위치해있는 강철의 로봇들이 일격에 모조리 침묵해버렸다.

고레벨 광역마법에 데미지 6배 옵션, 치명타가 더해진 결과였다.

“헐. 대박.”

그 모습에 놀란 것은 민호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라뭄의 기계 골렘들이 훗날 등장 할 강철 거신의 하위 호환이라고는 하지만 B등급 헌터와 일대일로 겨루어도 쉽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인데 그것을 한 방에, 그것도 열 기가 넘는 숫자를 고철로 만들어버리

다니?

스스로 행하고도 믿기지 않는지 영민이 주먹을 몇 번이나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이거라면 가능하다. S등급에만 오른다면. 보다 고위의 전격 능력을 갖춘다면. 그 무지막지하던 강철 거신에게도, 나아가 강철 군주에게도 충분히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영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란에 몰려든 라뭄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끄악!”

“괴물이다!!”

라이트닝 인챈트의 상위 버전인 라이트닝 블레이드가 먼저 적의 전신을 마비 시키고 +10으로 강화된 바이킹 소드가 무방비해진 갑옷과 육신을 부수고 틀어박혔다.

그 무지막지한 위력이 크리티컬로 배가 되니 영민의 일검을 막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마저도 세 번의 칼질을 막지 못하고 동강이 나버렸지만.

“민호! 제대로 안 해? 정예가 오기 전에 반 수 이상 못 쓸어버리면 세비지 진영에서 혼자 싸워야 할 줄 알아!”

“으윽, 하고 있다고요!”

그런 무참한 학살을 벌이면서도 여력이 남았는지 민호와 가람을 닦달하기까지 했다. 성채의 벽이 높다한들 지킬 인원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

영민이 수준 차이 나는 병사들과 중간급들을 학살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 있었다. 아무리 기계 골렘으로 인원을 대체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수에 한계가 있었고, 기계 골렘이라면 이제 영민의 밥이 아닌가?

말단의 수만 대폭 줄여버리면 수뇌부는 버서크를 쓰든 뇌신 강림을 쓰든 어떤 식으로라도 처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을 끌며 학살을 자행하자 저 위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라뭄의 정예들과 보다 강력한 기계 골렘들이 무거운 엉덩이를 뗀 것이다.

그 육중한 덩치에서 나오는 힘도, 총과 대포를 닮은 기계 장치에서 뿜어지는 위력도 무서웠지만 영민은 지체 없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새롭게 얻은 힘을 개방했다.

“뇌신 강림.”

쿠르르릉-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고, 지상에 뇌전의 신이 강림했다.

< 76화 - 삼파전 (1)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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