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행운 MAX-73화 (73/177)

< 73화 - 신벌의 대지 (1) >

[세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자신에게서 승리하십시오.]

“····?”

“!!”

또 다시 바뀌는 환경. 이번엔 그다지 크지 않은 장소였다. 처음 보지만 어째서인지 용도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곧 이어 상대가 될 세 명의 적이 나타나는 순간, 알림음이 말한 ‘자신에게서 승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도플갱어?!”

그들과 똑같은 모습을 한 존재들이 나타난 것이다. 외형부터 장비까지 모두 동일했다. 아마 능력치나 고유 능력까지 동일하겠지.

민호와 가람이 잔뜩 긴장했다. 소위 ‘천재’라 부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신들의 카피라니, 보통 상대가 아닐 게 뻔하지 않은가? 더구나 같은 B등급 임에도 이미 B등급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영민의 카피까지 있으니 이번만큼은 쉽게 넘어갈 수 있지 못할 게

뻔했다.

“어떻게 하죠?”

이럴 때 가장 쉬운, 또 일반적인 방법은 서로 흩어져 각자의 도플갱어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 시련이 원한 바도 바로 그것이었지만 영민은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처리할게.”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은 위치에서 영민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불안한 눈빛으로 영민과 상대들을 바라보는 두 사람. 아무리 영민이라도 자신들의 도플갱어와 본인의 도플갱어를 도이에 상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민의 표정은 평온

하기 그지 없었다.

“강화.”

다음 순간, 영민이 승부를 가르기 위해 취한 행동은 아주 의외의 것이었다.

자신의 장비를 그 자리에서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량의 코인과 마나석이 필요했지만 충분한 정도의 것들이 이미 인벤토리에 준비되어 있었다.

기존까지 영민이 맞춰둔 것은 +5까지. +3을 넘어서부터는 장비가 파괴될 위험이 있기도 하고 굳이 스펙 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놔두었는데 지금 이 순간, 과감하게 강화를 시도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7 강화에 성공하는 순간 타오르는 불꽃 같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장비들을 보자 정작 영민이 당황스러워했다. 방어구의 강화야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검의 강화 성공은 전혀 예상치 못하던 것이었다.

‘이게 성공하면 안 되는데··.’

강화가 성공하면 안 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지금 영민이 들고 있는 검이 [고대의 신성을 담은 저주받은 바이킹 소드]이기 때문이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잠들어있는 매개체. 드래곤 슬레이어를 깨우는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키워드는 단 하나였다. 바로

‘매개체의 파괴’다.

즉, [고대의 신성을 담은 저주받은 바이킹 소드]가 파괴되면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봉인된 드래곤 슬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문제는 매개체의 내구도가 무지막지하게 높다는 것인데, 그것을 쉽게 만들어주는 꼼수 중 하나가 바로 ‘강화 실패’였다. 강화 실패로 인한 아이템의 파괴. 그것을 통해서도 안에 숨겨진 봉인된 드래곤 슬레이어가 나타나는 것이다.

비록 한 단계 봉인이 더 걸려있어 ‘옵션 능력 사용 불가’라는 제약이 있지만 순수 무기 공격력, 흔히 말하는 ‘깡 데미지’만큼은 봉인된 상태에서도 S등급에 필적하는 것이기에 ‘입장 시의 능력과 장비’를 카피하고 있는 도플갱어 따위는 상대가 될 리 없는 것이

다.

영민이 노린 것 또한 바로 그것인데 그런데 이게 왠 일?

영민의 한계를 모르는 행운이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무려 +7 강화까지 성공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부수려던 거니까··.’

어쩌지? 찡긋 인상을 쓴 영민은 내친 김에 더 질러버렸다.

강화 시도에 소모되는 코인과 마나석이 아깝기는 했지만 어쩌겠나.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은 값이라고 생각해야지.

“강화!”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강화!!”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컥!”

또 성공. +9이 되어버린 바이킹 소드를 보자 사례가 들린 듯 당황스러웠다.

“강화!!!”

제발 좀 망해라!!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에라이, 미친!!”

빛이 번쩍이며 바이킹 소드에 금빛 오러가 타오르는 것을 보자, 영민은 순간 검을 바닥에 내동댕이를 쳤다.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10이라고? 잠시 후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능력치가 어마어마하게 증폭됐다. +7부터는 능력치 상승폭과 추가 옵션이 대단한 까닭이다.

[+10 고대의 신성을 담은 저주받은 바이킹 소드]

고대의 신성을 담고 있는 바이킹 소드. 동시에 강대한 누군가의 깊은 원한과 저주를 받아 신성이 약화되었다.

상반되는 두 가지 힘의 반발을 견디기 위해 무기의 위력보다 내구도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강화를 통해 검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내재된 힘을 일부 발휘 할 수 있게 되었다.

- 공격력 : 1580

- 내구력 : 10,000 / 10,000

- [고대의 신성] 효과로 모든 신성 계열 효과 30% 증가

- [고대의 신성] 효과로 전투시 주변에 [성역 선포] 발동

- [강대한 원한] 효과로 어둠 속성 저항력 30% 증가

- [강대한 원한] 효과로 주변 몬스터의 원한 집중

- 힘 + 150

- 민첩 + 68

- 체력 + 132

- 정신력 + 200

당장 도플갱어가 들고 있는 무기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강력했고, [고대의 신성]이 주는 신성 계열 능력 증폭 효과와 성역 선포는 성기사를 베이스로 하는 영민의 능력과 찰떡 궁합이었다. 당장 S급 무기와 비교했을 때 순수한 공격력 자체는 부족한 감이 있

었지만 이 정도 옵션이면 커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만큼 대단한 능력치. 이 어이 없는 상황에 영민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미치겠네. 진짜.’

차라리 다른 드래곤 슬레이어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차피 ‘고급 강화’가 오픈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는 +10강 이상 시도를 할 수도 없는데.

이런 저런 고민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걱정스런 민호의 목소리가 그를 진정시켰다.

“형, 괜찮아요?”

게이머의 능력 특성상 혼자 하늘을 보고 중얼거리는 등 미친놈 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영민의 당혹스런 표정 변화에 걱정이 된 것이다.

“후우. 그래. 일단은 눈 앞의 일부터 처리해야지.”

덕분에 간신히 생각을 정리한 영민이 몹시 짜증스러운 모습으로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그에 반응해 움직이는 세 마리의 도플갱어.

그러나 저쪽의 영민과 달리 진짜 영민의 손에 들린 바이킹 소드에서는 금빛의 기운이 솟구치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이게 다 니놈들 때문이야!”

콰앙!

일대삼의 전투가 시작됐다.

첫 번째 시련에서 그들이 합을 맞추었듯이 각각 포지션을 잡고 장점을 살려 덤벼드는 도플갱어들. 압도적 스펙으로 방패를 앞세워 달려드는 영민의 뒤로 날카롭게 틈을 노리는 가람과 그 뒤를 버티고 선 민호의 모습이 퍽 두렵게도 느껴졌지만 영민은 일수에

그들을 날려버렸다.

빛의 일격.

고작 무기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스킬이라고 생각 될 만큼 위력이 증폭된 그 공격이 셋의 방어와 진형을 부수었다.

“헐. 저거 저래도 되는 거에요?”

“··왠지 초라해지네.”

압살.

삼대일의 전투임에도 영민은 세 마리의 도플갱어를 압도하며 무너뜨렸다. 도플갱어가 그들의 천재성을 제대로 카피하지 못했나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민호와 가람이 보기에도 저렇게 날카로울 수 있나 싶을 만큼 예리한 공격이 몇 번이나 있었다.

아니, 그들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버티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자괴감에 빠져 우울증에 걸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 그만큼 일방적으로 전투가 끝이 났다.

[모든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미션 달성!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한 사람에게 보상 ‘지도 : 신벌의 대지’가 지급됩니다.]

[미션 달성 보상으로 ‘지도 : 신벌의 대지’를 얻으셨습니다.]

도플갱어들의 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순간, 미션 완료 알림이 나타났다. 영민에게는 현상금이 걸린 특수 아이템 보상이, 나머지 둘에게는 일반 미션들과 동일한 랜덤 보상이 돌아갔다.

“나쁘지 않군.”

[지도 : 신벌의 대지]

신벌의 대지에 들어설 수 있는 입구와 열쇠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그곳에 무엇이 잠들어 있을지,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도에는 세계 전도가 마법적인 능력으로 그려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두 개의 X자 표시도 적혀 있었다. 아이템 설명에서 말하는 입구와 열쇠가 바로 그것들이리라.

영민은 그것만으로도 꽤나 큰 수확이라 생각했다.

열쇠와 입구라면 꽤나 큰 힌트가 아닌가? 어차피 하나의 ‘진짜 보상’을 위한 소스만을 얻을 수 있는 현상금 미션이 수두룩 한데.

‘물론 열쇠를 얻으러 가면 또 뭐가 어쩌고저쩌고 하겠지만.’

아마도 열쇠나 입구가 있는 던전에 입장하면 또 다른 연계 미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오, 이거 대단한데요?”

현상금 미션의 경우 완료되는 순간 던전이 붕괴하고 자동 귀환 되기 때문에 채집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민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두 번째 시련을 아예 패스해버리긴 했지만 첫 번째 시련에서 그 많은 숫자의 5레벨 던

전 몬스터를 몰살시킨 덕분에 무려 두 단계나 레벨 업을 한 것이다.

레벨이 오르면서 필요 경험치도 급격하게 늘어나 이제 4레벨 던전 몬스터 정도로는 티도 잘 안 날만큼 경험치가 올랐는데 단번에 2레벨이라니. 확실히 마리당 경험치가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물론 레벨 업보다 영민이 제공한 비약으로 상승한 능력치 폭이 훨

씬 크긴 했지만.

“다음은 어디에요?”

“지도 보고 찾아봐야지. 일단 오늘은 푹 쉬어.”

바닥을 벅벅 기는 체력으로도 다음 던전을 찾는 것을 보니 확실히 레벨 업이 마약은 마약이다.

영민은 무리한 두 사람에게 휴식을 주고 즉시 지도를 확인해 다음 목적지를 찾았다.

알 수 없지 지형이 아니라 세계 지도인 만큼 대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정확한 위치나 던전의 종류 등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오사카라··. 다행히 멀지는 않군.”

확인한 결과, 둘 중 하나는 가까운 나라 일본에 위치해있었다.

다만 한 가지. 일본에서 그들에게 순순히 던전 공략을 위한 허가를 내줄 것이냐가 문제였다.

다른 던전이라면 게이트 키퍼의 연줄로 어떻게든 입장을 할 수 있겠지만 현상금 미션이 있는 던전이라면··.

“이건 좀 얘기가 다른데 말이야··.”

다른 모든 것을 가지되 미션 보상은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릴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그것을 지키지 않고 몰래 가지고 도망을 갔을 때는 ‘국부 유출’로 판단하고 자국의 모든 힘을 동원해 그를 색출하고 잡아들이려고 할 것이고.

“가장 좋은 건 그 놈들이 가치 없다고 판단해주는 건데··.”

물론 모든 현상금 미션의 보상이 좋은 것은 아니니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한다면 돈을 받고 팔수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희망.

영민은 재빨리 태블릿을 조작해 던전의 보상을 확인했다.

“에··. 천둥의 구슬?”

검색으로 확인한 던전의 보상이 꽤나 애매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영민 만큼은 그 이름만 듣고도 자세한 정보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천둥의 구슬은 뇌전 계열의 힘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는 아티펙트. 그러나 저장한 만큼의 힘만을 사용 할 수 있고 저장 용량에 한계가 있는데다 그 외에는 별다른 능력이 없어서 좀 어중간한 장비로 분류가 되곤 했다.

이 정도면 일본으로서도 포기할 수 있을 듯 하긴 한데 확신할 수는 없는 애매한 수준이다. 내가 갖기엔 좀 부족하지만 남 주기는 아까운 계륵 같은 위치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영민의 고민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흐흐흐. 내가 왜 이걸 생각 못했지?”

마침내, 묘안을 찾아냈다.

< 73화 - 신벌의 대지 (1) > 끝

ⓒ 갈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