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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70화 (70/177)

< 70화 - 현상금 미션 (1) >

한껏 들뜬 한가람에게 영민은 한 가지 아이템을 더 내놓았다. 바로 스텟 캔디. 마나량을 올려주는 스텟 캔디를 복용 한계치인 3개나 미리 준비해 그에게 준 것이다.

강태성과 만났을 당시, 한가람은 B등급 끝자락에 걸친 상태여서 아주 약간의 증가만으로 A등급에 올랐었다.

“어때요. 뭔가 변화가 느껴집니까?”

“어··. 그게··. 글쎄요.”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가람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값비싼 탓에 복용은 생각도 못하던 스텟 캔디를 먹는다는 두근거림과 달리 막상 복용 후에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영민이 곧장 근처에 있는 헌터협회에서 능력 테스트를 받아봤지만 A등급으로의 즉시 승격 따위는 없었다.

“마나량 8730이라··.”

“죄, 죄송합니다.”

이상한 일이다. A등급의 기준점이 마나량 1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참이나 모자란 상태. 분명 강태성과 만날 때까지 작업장 생활을 계속 할 뿐이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때는 1만에 근접한 마나량을 가지고 있던 것일까?

‘작업장에 깔린 마나석과 던전 스톤의 영향인가?’

확실히 지구의 마나 농도를 높이는 작업장의 효과라면 던전에 들어가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간 그런 공간에 쳐박혀 있던 한가람이니 마나량이 상승한 것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한가람의 성장 속도를 결코 느린 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에요. 이 정도면··그래도 나쁘지 않네요. 중요한 건 앞으로겠죠.”

영민은 자신에게 실망한 건 아닐까 살짝 겁을 먹은 한가람을 안심시키고 그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헌터 협회에 들른 김에 협회의 공증을 받아 빚도 다 갚아버린 마당에 지금 어느 때봐 가족이 그리울 테니까.

또한 굳이 숙소생활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러뒀기에 이제 기러기 아빠 생활도 끝이었다. 빚을 갚고 남은 수십억으로 가족이 함께 살 집을 구하고 이사를 오면 꿈에 그리던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 터였다.

‘이제 형수가 그렇게 갈 일도 없겠군.’

작업장에만 매여있던 한가람이 세상에 나오게 된 이유. 그것은 아내와 아이의 죽음이었다. 빚에 대한 이자와 아주 조금의 원금을 한가람이 갚아나가고는 있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으로 고생 고생을 이어가던 그의 아내와 아이가 던전 쇼크로 인해 풀려난 몬스

터에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거기에서 더 이상 악착 같이 일을 할 의지를 잃은 한가람은 아내와 아이를 죽인 몬스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악귀처럼 몬스터를 학살하고 다녔고 조금씩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잘 된 일이야.’

이로 인해 또 미래가 변하겠지만 강태성의 기억 속 유대감 때문인지 딱히 거부감이나 불안감 따위는 생기지 않았다. 화염의 성채 공략법까지 넘긴 마당에 아예 확 뒤집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차피 강태성의 미래는 실패한 미래였으니까.

그대로 답습한다면 영민의 미래 역시 같은 길을 걸어갈 것이 뻔하니 아예 판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영민은 강태성의 기억 속 드림팀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어차피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인원이 많다면 소위 ‘고기 방패’ 역할이라도 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군주들을 상대 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의 몇 명이다.

강태성의 계획한 것도 민호와 가람을 포함해 7명의 헌터들을 팀으로 꾸리는 것. 수는 적지만 최소 S등급의 헌터들로만 이루어진 최강의 정예 팀이었다.

나머지는 그저 주변의 떨거지들을 정리 할 뿐.

물론 떨거지라고 해도 지금 나타난다면 도시 하나쯤은 가뿐히 말아먹을 수 있는 녀석들이지만 말이다.

‘몇 명은 이미 날뛰고 계신 중이고, 성장이 필요한 건··. 이게 철우 그 녀석 뿐인가?’

남은 인원 중 대부분은 딱히 영민이 손을 대지 않아도 애초에 각성하기를 강력한 능력을 갖고 각성한 이들이었다. 성장이 필요한 것인 민호와 가람과 필우 뿐. 하지만 필우가 각성하는 것은 2차 던전 쇼크 때이니 당장 관계를 맺어 둘 필요는 없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군.’

어차피 가람은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이사도 해야했고, 민호는 화염의 성채 공략에 투입되어야 했다. 듣자하니 대망의 공략 일정이 잡힌 모양. 그들이 모두 돌아온 뒤에야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 될 테니 영민은 모처럼의 휴식을 갖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휴식이 아니었지만.

“라이프 드레인. 마나 드레인.”

이렇다 할 친구도 없고, 딱히 만날 사람도 없었다. 진지한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던전에 들어가 있는 중이라 응답 할 수 없었고 숙소에서 TV나 보며, 인터넷이나 하며 시간을 죽이자니 그것도 따분했다. 어쩌면 영민도 이미 던전이 주는 자극에 익숙해져있는 것

인지 몰랐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숙련도 노가다. 어지간한 스킬들은 숙련도 작업을 마쳐두었지만 정작 드레인 능력에서 파생된 두 스킬은 방치해두었던 것이다.

흡수량보다 사용되는 마나량이 많아 효율은 마이너스 수준인 이상한 스킬인 탓이기도 했다.

“숙련도가 오르면 다르다고는 하니까··.”

숙련도 상승 시 효율 증대라는 툴팁의 설명만을 믿고 영민이 두 드레인 스킬을 작정하고 올리기 시작했다.

“끼익?”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등장 몬스터의 수가 많은 1, 2레벨 수준의 저레벨 던전에 들어가서 두 스킬을 차례로 발동시키면 그만이었다.  한 번 목표를 정하거나 범위를 정하고 발동시켜놓으면 따로 유지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영민은 데미지도 들어오지 않는 잡몹

들을 무시하고 산책하듯 느긋하게 던전을 걸어다녔다.

그러자 영민의 몸에서 촉수처럼 뻗어나간 기운들이 놈들에게 달라붙어 체력과 마나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라이프 드레인 스킬 숙련도가 0.2% 상승했습니다.]

[마나 드레인 스킬 숙련도가 0.4% 상승했습니다.]

[라이프 드레인 스킬 숙련도가····.]

노력가의 알약까지 섭취한 탓에 숙련도는 빨리 올랐지만 흡수량은 턱 없이 부족했다. 고작 1레벨 던전 몬스터의 체력을 바닥내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을 써야할 정도. 지금으로서는 손만 휙 내저어도 피를 토하고 쓰러져나갈 놈들을 바늘로 찔러 죽이듯 한참이

나 괴롭히다 겨우 죽이는 그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영민은 여유를 갖고, 믿음을 갖고 노가다를 계속했다. 드레인이라면 자신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을 터였다. 어차피 남는 시간을 때우듯이 하는 일이기도 했고.

‘따로 뭘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뭐.’

자신은 그저 산책하듯 던전을 거닐고, 구경이나 하다가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지속 효과인 덕에 딴 짓을 하고 있어도, 잠을 자고 있어도 영민의 마나가 바닥나거나 근처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 테니까.

영민이 하는 일이라고는 적당히 놀고, 쉬고, 제작 노가다를 하다가 이따금씩 광역 도발을 사용해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1, 2레벨 던전을 세 바퀴쯤 돌자 드레인 스킬들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 겨우 본전 치기네.’

숙련도 30%를 찍자 소모하는 값과 흡수하는 값이 거의 비등해진 것이다. 이 자체로도 상대의 체력과 마나를 소진시킨다는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영민은 더 이상 포션을 마시는 귀찮음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정도로만 여겼다.

애초에 목표한 것은 고작 이 정도의 효율과 숙련도가 아니었으니까.

숙련도 30%를 찍자 영민은 더욱 피치를 올려 작업에 들어갔다. 3레벨 던전에 들어가 나오는 모든 몬스터들을 제압한 뒤 모기처럼 체력과 마나를 쪽쪽 빨아먹는 것이다.

1, 2레벨 던전 몬스터와는 체력이나 마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녀석들인지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숙련도의 상승폭도 꽤나 컸다. 그리고 결국, 숙련도 50%를 달성했다.

“와, 이거 장난이 아니네.”

행운 Max인 영민이 이 정도 속도로 숙련도를 올린다면 보통 사람들의 경우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 더구나 숙련도 상승을 2배로 만들어주는 노력가의 알약까지 먹은 상태인데 말이다.

그만큼 노력의 대가를 보상 받는 대기만성형의 능력이라 믿고 싶기는 했지만,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좀 애매한 감이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드레인 스킬 노가다를 계속하고 있을 때, 게이트 키퍼에 임대되었던 민호가 돌아왔다.

“성공했나보군.”

그리고 그 말인 즉, 게이트 키퍼가 화염의 성채 공략에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함께 따라 들어 온 이세종 이사가 온몸이 그을린 상태로 면담을 요구했다. 아무래도 화염의 성채 공략을 끝내는 즉시 찾아온 모양이다.

하긴, 궁금하기도 하겠지. 10대 길드 모두가 탐을 냈지만 공략에 번번이 실패하기만 하던 화염의 성채 공략법을 고작 B등급에 불과한 영민이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또 무엇을 더 할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죠.”

영민도 굳이 피하지 않았다. 게이트 키퍼와 공생 관계를 갖기로 마음 먹은 이상, 그들에게 좀 더 ‘있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니까.

“우선 영민님께서 전해주신 공략법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맨 땅에 헤딩 하는 것보다야 백 번 나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게이트 키퍼 측의 손해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저희의 미숙함이겠죠. 물론 민호군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게이트 키퍼는 큰 산을 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던전 공략에서 얻은 것들에 대한 소식은 곧··.”

“그래서, 먹었습니까? 뷸탄의 왕관은.”

“··그걸 어떻게.”

저도 궁금했던지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온 영민의 물음에 이세종이 흠칫 놀랐다. 어떤 아이템이 드랍되었는지는 게이트 키퍼 내에서도 소수의 간부들 밖에 모르는 사항인데 어떻게 벌써 알고 있는 거지?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하게 답했다.

“역시 그렇군요.”

“?”

“이번 사건도 그렇고, 그 전의 일들도 그렇고. B등급 헌터가 어떻게 그런 일들을 벌일 수 있었는 지에 대해 조사도 좀 하고, 고민도 해봤습니다. 역시, 영민님의 고유 능력은··‘미래 예지’인 겁니까?”

세상에는 수많은 헌터들과 수많은 고유 능력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미래 예지’ 능력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영원히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투 예지’ 정도의 근미래형 예지 능력은 종종 나타났으니까.

그렇기에 이세종은 영민의 능력을 미래 예지로 예상한 것이다.

“그럴 리가요. 정보력이 좋을 뿐이죠.”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

영민은 피식 코웃음을 칠 뿐이지만 이세종은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게이트 키퍼는 계속해서 영민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요구하셨던 공략법에 대한 보상 역시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잘 됐네요.”

결국 이 말이 하고 싶어서 온 거였군. 영민은 속으로 웃으며 그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았다.

보상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미 모두 그의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당장은 아무 생각 없이 수락하겠지만 나중에는 땅을 치고 후회할 것들로.

< 70화 - 현상금 미션 (1)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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