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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67화 (67/177)

< 67화 - 던전 강화 (5) >

기계로 된 포탑이었다. 특이한 것은 단순한 포가 아니라 마나를 응집해서 포탄 대신 사용한다는 것인데, 연사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마나를 압축하여 뿜어내는 그 위력만큼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리드미컬하게 마나탄을 쏘아내는 포탑은 아주 정확하게 영민에게 ‘적’으로 인식된 자들만을 노렸다.

소환해낸 영민조차 몰랐지만 이 포탑에는 ‘게임 능력’의 특성이 적용되고 있었다.

바로 ‘확정 타겟팅’ 공격.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든, 각도와 거리만 유효하다면 막을 수는 있어도 절대로 피할 수는 없는 100% 명중의 능력이 부여되어 있었다.

“컥!”

덕분에 가장 먼저 타겟이 된 장군 중 하나가 크게 흔들렸다. 어떤 센서 같은 것이 달려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틈을 노리고 틀어박히는 마나탄의 묵직한 충격에 자세가 틀어지고, 공격의 흐름이 끊긴 것이다.

덕분에 그가 상대하던 하이엘프는 빈틈을 찾아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었다. 하이엘프들의 공세가 이어지는 중에도 마나탄은 집요하게 놈의 빈틈을 찾아 틀어박혔다.

순식간에 전투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뭔가를 하려 할 때마다 마나탄이 훼방을 놓았고, A등급끼리의 전투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허무하게 하이엘프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이어졌다.

“당신은 정말 우리의 은인이에요.”

[엘프들의 마음이 세계수에 닿았습니다.]

[영구 효과 ‘세계수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영구 효과 ‘세계수의 축복’이 적용됩니다.]

‘헉.’

그리고 돌아온 보상. 애초에 ‘하이 엘프의 궁술 : 중급’ 하나를 노리고 왔지만 실제 보상은 그보다 훨씬 대단했다.

모든 능력치와 전투 관련 능력들을 %로 상승시켜주는 세계수의 가호가 깃드는가 하면 코인 상점에서 구매했던 것과 비슷한 세계수의 축복이 몸 안에 자리 잡았다.

본인의 성장 속도를 100%만큼 상승시킬 뿐 아니라 ‘파티’를 맺은 이들의 성장 속도까지 50% 상승시키는 최고의 경험치 버프.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경험치 버프와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두 가지 버프는 ‘보너스’였고 진짜는 따로 있었다.

엘프들이 가진 각종 특수 아이템들. 영민은 그들의 호의를 사양 않고 받아 챙겼다. 어차피 그가 귀환석을 사용하는 순간 초기화 될 테니 기둥 뿌리를 뽑은들 어떠랴.

그렇게 받아 챙긴 아이템은 장비류부터 진귀한 약초나 세계수의 잎사귀, 열매 등 종류도 다양했다.

영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염치 불구하고 그들 특유의 체술과 검법도 배워 익혔다. 체술과 검법 그 자체도 훌륭했지만 정령을 이용해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강태성의 기억에도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마스터 하다니··.”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하이 엘프의 궁술 : 상급][스킬북]

하이 엘프들에게 대대로 전해져오는 특별한 궁술의 오의가 담겨있는 스킬북. 하이 엘프 중에서도 선택 받은 일부만 익힐 수 있다. 요체를 깨달으면 궁술이 아닌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강력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 사용 조건 : 하이 엘프의 궁술 숙련도 70% 달성, 200레벨, 속성 친화력 80% 이상, 모든 능력치 600 이상

‘이래서 익힌 사람이 없었군.’

나중에, 아주 나중에 하이 엘프의 궁술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급 단계까지 익힌 이들은 몇 명쯤 나왔다. 그러나 상급까지 익혔다는 이는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어차피 중급 수준으로도 헌터들 중 손에 꼽히는 궁술을 지니게 되니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하이 엘프들이라고 모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닌 비전서이다보니 그 자체로 무척이나 귀중하기도 했고, 능력 제한이 어마어마해서 어지간한 수준의 헌터들은 익힐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금의 영민으로서도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용 조건. 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 확신했다.

우우웅-

파앗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던전이 던전 스톤으로 변해 사라졌다.

완전한 소멸.

그러나 영민에게는 아직도 2개의 던전 소유권이 더 있었다.

“끄응. 찌뿌둥하네.”

전투 자체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이 됐지만 태초의 숲에서 스킬을 전수받는 추가적인 노가다와 약초 채집을 하느라 시간을 보낸 탓에 입장한지 5일 만에 보는 바깥 세상이었다.

“민호 녀석은 잘 하고 있으려나.”

궁금해져 기웃거려봤지만 민호도 이미 던전에 들어간 상태라 만날 수는 없었다.

결국 숙소로 돌아와 긴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할 겸 TV를 켰는데 꽤나 기묘한 뉴스가 속보로 나왔다.

“속보입니다. 방금 전 청주 시내에서 정체 불명의 몬스터 세 마리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헌터 협회에서 급히 인원을 파견해 조사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나 조사가 완료 될 때까지 청주에 계신 분들께서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

“저거 그거네.”

정체 불명의 몬스터 출현.

뉴스에서 그 이유까지는 파고들지 않고 있지만 영민은 단번에 원인까지 알아차렸다.

“작업장 관리가 개판이고만.”

몬스터 작업장. 혹은 마나석 농장. 또는 몬스터 사육소라 불리는 비밀장소. 대부분의 국민은 물론 어지간한 헌터들조차도 그 존재를 모르지만 영민이, 아니 강태성이 모를 수는 없었다.

저 몬스터 작업장으로 인해 일어났던 사건 사고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몬스터 작업장의 정체는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저레벨 던전, 그 중에서도 번식력이 뛰어난 종이 있는 던전을 던전 스톤사용으로 폭파시킨다. 그리고 미리 대기시켜둔 헌터들로 그들 모두를 제압하고 정신 능력을 지닌 헌터의 지휘하에 가축처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한 개체들은 바로 끄집어 내 죽이고 마나석을 비롯한 부산물을 채취했다.

물론 보통의 방법이라면 몬스터들의 성장 속도가 느려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그 또한 방법이 있었다.

마나석과 던전 스톤.

이 두 가지를 이용하면 충분히 번식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던전 스톤을 응용해서 그들을 사육할 장소를 ‘던전 필드’로 변화 시킨다. 던전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후 마나석을 갈아 그들의 먹이에 섞어 넣어주면 끝. 동족에게 채

취한 마나석을 다시 사료에 넣는다는 게 좀 꺼림직하긴 하지만 다행히도 이것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 따위는 없었다.

“저러니까 그 난리가 나지.”

영민은 이번 사태가 이 작업장에서 탈출한 일부 몬스터의 발각으로 보았다. 작업장 관리를 개판으로 해서, 몬스터가 탈출한 것도 모른 것이라고.

몬스터가 목격되었다는 장소 근처에 헌터협회가 관리하는 던전이 따로 없다는 것이 그 증거다. 남들이 보기에는 몬스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 보이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리저리 압력을 넣고 있겠지.

나중의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몬스터가 탈출하거나, 몬스터 작업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 던전의 예상치 못한 몬스터가 난리를 피우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나곤 했다.

“가만, 저거 그냥 놔둬도 괜찮은 건가?”

기억 속의 강태성은 몬스터 작업장에 대해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 작업장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 몬스터들에 대항할 장비 제작으로 쓰이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몬스터의 수준이 낮아 C, D 등급 헌터용 아이템

의 양산만이 가능한 수준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들이 강해지고, 사육하는 몬스터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B등급 헌터용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까지 발전할 것이었다.

장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체실험이 자행되기도 했다. 테이밍에 관한 능력을 테스트 하고, 강화나 약화에 대한 부분도 테스트하고, 무기의 공격력과 방어구의 방어력 테스트도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 할 수 있었다.

몬스터에 대적해야하는 인류의 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부산물의 일부가 사치품 제작에 활용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속해서 등장할 헌터들이 적당한 장비를 갖추고 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에 따른 반대급부도 있었다.

사육당하는 몬스터가 불쌍하다는 말 따위도 나오겠지만 결코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애초 던전에 들어가서 몬스터를 도륙하는 것이 그의, 헌터들의 역할이었으니까.

다만 강태성이 염려하는 것은 ‘침식’이었다.

던전 스톤을 지구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던전에서 가지고 나오는 마나석의 양이 늘어날수록 ‘침식’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기 때문에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강태성과 그 친구들은 80% 이상 믿고 있던 것.

던전 스톤이 지구에서 더 많이 사용 될 때마다, 마나석 사용으로 인해 지구의 마나 농도가 더 높아짐에 따라 지구의 식생이 변한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발견 된 적 없는 식물들이 자라나고, 광석들이 채취되며 동식물까지 변형을 일으켜 일부는 몬스터화

하기까지했다.

아니, 그뿐이 아니다. 던전 브레이크 또는 던전 쇼크로 인해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수준에도 차이가 생겼다.

보다 던전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던전 내부에서와 비슷한 힘을 발휘하거나 일부 종의 경우 오히려 더 강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기도 했다.

심지어 던전 쇼크와 무분별한 던전 스톤의 사용으로 마나 농도가 짙어진 마지막에 가서는 일부 지역에서 ‘마나 중독’, ‘마나 질식’ 현상이 일어나 헌터가 아닌 일반인은 머무는 것조차도 허용이 되지 않기도 했다.

던전 쇼크가 한 번 일어날 때마다 마나 농도가 급격히 짙어지긴 했지만 작업장의 영향이 없다고만은 할 수 없을 터. 영민은 이걸 가만 놔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이맘때쯤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했지.’

그러나 영민이 결정을 내린 것은 전혀 엉뚱한 포인트였다.

강태성의 기억 속에 있는 누군가. 그러나 최후까지 함께 했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주 확실하게 기억 속에 각인 되어 있는 인물.

능력이 강력하거나 특이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지막에 확인한 능력도 평범한 A등급의 수준이고, 고유 능력 자체도 평범한 강화계. 신체와 장비를 강화하여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데미지 딜링을 하는 평범한 창술가였다.

일격필살의 기술은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차근차근 상대를 무너뜨리는 타입.

그럼에도 그가 인상 깊게 남아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천재니까.

능력 자체는 평범했고 능력의 사용 자체도 평범했지만 그 자체가 사기 캐릭에 가까웠다.

‘간격의 천재라니, 사기지. 사기.’

바로 간격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 민호가 가진 ‘계산’과는 또 다른 ‘계산’을 천재적으로 해내다 보니 모든 계열과 능력, 무기를 떠나서 동일한 수준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A등급의 수준에서 그를 만났던 강태성마저 패배했던 기억이 있으니, 그야말로 동급 최강의 사내였다.

‘그 재능을 썩히게 할 수는 없지.’

그런 최강의 재능을 지닌 사내임에도 지금은 처량한 신세일 것이라는 게 퍽 우스웠지만 그를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은 이상 그대로 계속 둘 수는 없었다.

‘한가람. 기다려라.’

영민은 던전 공략은 잠시 미루고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67화 - 던전 강화 (5)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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