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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56화 (56/177)

< 56화 - 난입 (2) >

영민과 민호의 2대 10 전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났다. 결과적으로 민호가 3명의 C등급 헌터를 잡았고, 영민은 B등급의 헌터 둘을 포함해 7명을 해치웠다. 그 중 한 명은 아예 제압하여 생포하기도 했고.

그들이 난입을, 습격을 했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사 정도 된다면 더 없이 확실한 증거가 되겠지.’

덕분에 B등급 헌터를 제압해야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강화계 한 명, 변화계 한 명이 들어와 준 덕분에 처리하기가 쉬웠다. 변수가 될 수 있는 변화계의 목은 날려버리고 강화계만 힘으로 짓눌러버리면 되었으니까.

스펙과 실력의 차이가 있는 상대에게는 ‘아무것도’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 할 수 있는 것이 적다는 게 강화계의 단점이었다.

“쩝. 미션 보상은 날라갔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놈들의 난입 때문에 성물을 방치해야 했다는 것이다. 나름 서둘러 정리한다고 하긴 했는데 자존심도 버리고 협공을 해오는 두 이사들 때문에 제법 시간을 끌고 말았다.

그 사이 성물은 파괴. 그래봐야 미션이 실패한 것 뿐이지만 추가 보상 기회를 놓쳤다는 것은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기에 살짝 심통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걸로 퉁 쳐야지 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은 녀석들이 남긴 장비들이 있다는 것이다. 시체의 옷을 벗기는 것은 썩 달가운 일이 아니었지만 놈들이 입고 있는 장비 하나하나가 제법 큰 돈이 될 수 있기에 어느 정도의 수익 보전은 될 터였다.

남들이라면 시체들을 벗겨먹는 것이 훨씬 이득이겠지만 미션 보상을 얻을 사람이 다름 아닌 영민이었으니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나와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저것들은 어쩌죠?”

보상 소멸 이외에도 미션 실패의 패널티는 존재했다. 바로 적들의 강화였다. 성물에 의해 그 동안은 언데드들이 약화되었던 것인데 성물이 파괴되었으니 약화 효과가 사라지고 적은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잡아야지.”

그러나 이미 영민의 상대는 아니었다. 코인 상점에서 능력을 봉인하는 구속구 아이템을 하나 사서 제압한 놈에게 강제로 씌워놓고 한바탕 몬스터들 사이를 휘저었다.

*     *     *     *     *

“난입이요?”

제압된 녀석을 앞세우고 던전 밖으로 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게이트 키퍼의 인원이 표정을 굳혔다. 보험료를 지불하기 싫은 보험회사 직원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싸늘함. 게이트 키퍼가 지키는 던전에 난입했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치부하기 때문인 듯 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미믹, 니들은 죽었다.’

영민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건넨 그는 즉시 상부에 보고를 하고 제압된 미믹의 이사를 인도 받았다.

이제 그를 빼내기 위해서는 게이트 키퍼와 맞서야 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이사는 파리하게 안색이 질리며 현실을 부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게이트 키퍼는 응징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그들의 치밀함과 지독함을 알고 있는 영민은 속으로 그들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의 감정을 접었다.

그 역시 여러모로 미믹 길드에 짜증이 났지만 게이트 키퍼가 나섰다면 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 어떤 발악도 부질 없어질 상황에서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일부 개인의 일탈’로 매도하고 난입한 인원들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 뿐이니까.

제압된 자를 죽일 수만 있다면 베스트이긴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꼬리를 밟히느니 철저하게 그들을 부정하며 잡아떼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들도 머리가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벌어낸 시간을 틈 타 도망을 가야겠지. 길드의 결정 또는 길드장의 지시임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니까.

강태성의 기억에 따르면 게이트 키퍼의 경우, 전후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기억을 읽어내고 자백을 받아낼 수 있는 종류의 고유능력을 지닌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백이 필요할 때는 꿈에 들어가 자백을 유도하고, 기억을 읽어야 할 때는 기억을 강제로 끄집어 내 살필 수 있는 인원을 동원하는 식인데, 어느 쪽이든 능력 자체가 희소하고 꽤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며칠쯤은 걸릴 듯 싶었다.

그 동안 영민과 민호는 개의치 않고 사냥을 지속했다. 게이트 키퍼가 얽혔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어슬렁거리던 잔챙이들이 떨어져나갔기에 부담 없이 던전만을 오갔다.

그 과정에서 수확도 꽤나 있었다. 언데드 몬스터들과, 미믹 길드가 몸을 사리느라 던전 예약이 되어있지 않은 우탕 던전을 완전 클리어 해버리면서 레벨이 꽤나 오른 것이다.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민호는 5레벨을 더 올려 45레벨을 찍었고, 영민은 100레벨을 달성했다.

영민과 민호의 레벨 체계가 다른 까닭이다.

‘드디어!’

99레벨과 100레벨. 고작 1레벨 차이였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사뭇 달랐다.

[10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달성 보상으로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신규 기능이 오픈 됩니다.]

[강화 기능이 오픈 됩니다.]

모든 스텟이 100씩 상승했을 뿐 아니라 레벨 업 당 자동 분배 스텟이 기존 2에서 5로 늘어나고, 선택하여 스텟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보너스 포인트 역시 레벨 업당 2개를 주던 것이 5개로 늘어났다.

필요 경험치도 크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당장 모든 스텟을 100씩 올리려면 100레벨 혜택을 포함해서 레벨을 100개 올려도 불가능 했다.

‘드레인이 대단하긴 하네.’

새삼 드레인의 능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4레벨 던전까지 돌며 가능한 모든 능력치를 흡수하긴 했지만 벌써 레벨 업을 통해 얻은 능력치보다 드레인으로 얻은 능력치가 더 많지 않은가?

비록 게이머 능력의 경우 고레벨이 될수록 능력치 상승폭이 크고, 이번처럼 일정 레벨을 달성했을 경우 주어지는 추가 능력치가 많다고 하지만 만만치 않은 수치임에 분명했다.

게이머가 그러하듯 드레인 역시 후반으로 갈수록 더 많은 능력을 흡수하게 될 테니까.

단순히 계산해도 강태성이 도달했던 경지에 다달았을 때, 영민은 거의 2배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된다는 소리였다.

S등급 헌터보다 두 배나 강하다니? 말이 두 배지 그 정도 차이라면 그 시절의 강태성과 맞붙어도 압살을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닌가?

‘이거라면··.’

암담하기만 했던 다섯 군주와의 전투. 그리고 그 뒤에 도사리고 있을 ‘그’와의 전투에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이것만 해도 입이 찢어질 지경인데 한 가지 중요 기능이 더 오픈 됐다. 스텟 100씩 추가와 더불어 한순간 전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게 해주는 기능. 바로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강화’였다.

아이템의 능력을 각각의 특성에 맞게 한층 끌어올리는 기능. 등급이나 아이템 레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강화 횟수에 따라 많게는 처음 능력의 몇 배까지 강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말 할 것도 없는 사기 능력이었다.

‘아니, 진짜 사기는 내 행운 인가?’

강화 능력의 단점이라면 역시 ‘증발’이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 강화에 실패했을 경우 아이템 자체가 파괴되어 사라지는, 흔히 증발이라 불리는 현상. 강화 단계가 높아질수록 성공 확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생각 할 때 위험성도 매우 큰 기능이지만 영민의 ‘행운’이 작용하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강화 성공 여부는 확률에 달렸지. 행운 수치는 그 확률에 영향을 미치고 말이야.’

행운이 Max라고 모든 확률이 100%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가서 1%까지 떨어지는 강화 확률이 두자리 수까지만 올라온다고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강화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극적인 변화를 보이기 마련이니까.

‘일단은 안전하게.’

하지만 아직은 추측일 뿐이다. 영민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자신이 가진 장비들부터 강화를 시도했다.

[등급이 높아 3단계까지만 안전하게 강화됩니다.]

[강화를 하시겠습니까? 강화 시도 시 일정량의 코인과 마나석이 소모됩니다.]

‘강화.’

의지를 내비치자 대상이 된 영민의 검, [불꽃 혼령의 저주 장검]에 빛이 번쩍이더니 검신에 빛이 흡수되었다.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레전드 등급의 무기인 만큼 첫 번째 강화부터 성공 확률이 100%는 아니었지만 가뿐하게 성공했다.

[+1 불꽃 혼령의 저주 장검][레전드]

불꽃으로 화한 강력한 혼령의 저주가 담긴 장검. 사용자의 정신력이 약할 경우 영혼이 불타는 고통을 맛보게 되지만, 견뎌낼 수만 있다면 상대를 불태우는 혼멸의 검이 될 것이다.

- 공격력 : 600 ~ 750

- 내구력 : 1500 / 1500

- [불 타 올라라]효과로 공격 성공시 10%확률로 적에게 [꺼지지 않는 불꽃] 발동

- [불꽃과 함께]효과로 화염 속성 공격력 11% 추가

- 사용자의 정신력이 300이하일 시 [화염의 저주] 발동

- 힘 + 102

- 정신력 - 20

단 한 번의 강화였음에도 평균 공격력이 50이나 오르고 화염 추가 데미지도 1% 증가했다. 거기다 추가 힘 스텟이 20이 상승, 정신력 감소 패널티는 10이 줄어들었으니 꽤나 양호한 상황. 영민은 내친 김에 +3까지 단숨에 올려버렸다.

[+3 불꽃 혼령의 저주 장검][레전드]

불꽃으로 화한 강력한 혼령의 저주가 담긴 장검. 사용자의 정신력이 약할 경우 영혼이 불타는 고통을 맛보게 되지만, 견뎌낼 수만 있다면 상대를 불태우는 혼멸의 검이 될 것이다.

- 공격력 : 720 ~ 850

- 내구력 : 2000 / 2000

- [불 타 올라라]효과로 공격 성공시 10%확률로 적에게 [꺼지지 않는 불꽃] 발동

- [불꽃과 함께]효과로 화염 속성 공격력 13% 추가

- 사용자의 정신력이 300이하일 시 [화염의 저주] 발동

- 힘 + 102

- 민첩 +10

- 체력 +8

공격력과 내구력, 속성 공격력이 모두 상승하는가 하면 추가 스텟까지 따라붙었다. 정신력 패널티는 아예 사라져버리기까지. 레전드 등급인 만큼 강화의 상승폭도 대단했다.

그리고 영민의 장비는 그것 하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착용하고 있는 모든 장비를 +3까지 강화해버렸다.

아직 ‘고급 강화’ 기능이 오픈되지 않아 악세서리는 강화가 불가능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덕분에 모아놓은 코인의 양이 꽤나 줄어들었지만 던전 독식을 통해 벌어들인 코인이 상당한데다 나오는 아이템들도 어지간한 것들은 모두 코인 상점에 팔아치워버린 터라 아직 코인은 넉넉했다.

“흐흐흐흐··.”

“잉? 형. 무슨 좋은 일 있어요?”

갑자기 미친 놈처럼 웃어 제끼는 영민을 보고 민호가 갸웃거리자 영민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민호야, 벗어봐.”

“예? 에에엑? 형, 설마··.”

두려움에 물드는 두 눈. 설마 이러려고 자신에게 잘해준 건가? 나는 아직 미성년자인데??

“형, 취향이 쇼타··.”

“헛소리 말고 장비 내놔보라고.”

“아··.”

간신히 정신을 챙긴 민호가 주섬주섬 장비를 해제해서 영민의 앞에 늘어놓았다. 영문은 몰랐지만 영민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것들을 받아든 영민은 당장 5단계까지 강화를 해버렸다.

민호가 가진 것들은 좋아봤자 유니크 등급이라 +5까지는 안전하게 강화가 가능했다. 단계별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무려 5강이다. 하나 같이 기존의 20~30% 이상 능력치가 상승했다.

“헐, 대박.”

다시 장비들을 받아들고 확인한 민호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짜 강화’는 200레벨에 오픈되는 고급 강화부터라는 것을 영민만이 알고 있었다.

< 56화 - 난입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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