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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52화 (52/177)

< 52화 - 슈퍼 루키 (2) >

고레벨 스킬인 ‘표식 이동’을 구입해 더 큰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위해 그 정도의 투자를 하는 건 사치였다.

안전을 위해 민호에게는 별다른 표식 능력이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하고 유령마를 소환했다. 일단 그들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놈들을 혼내주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호의 레벨 업이니까. 이제 빡쎄게 돌아서 2레벨만 더 올리면 마나량이 2000을 넘길 테니 C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그 다음부터는 던전 입장료를 추가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단 두 팀 입장이 가능해 진다. 두 팀만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으니 패스. 다음부터는 광렙의 시간이다.

4레벨 던전은 C등급 헌터들이 주로 입장하지만 B등급들도 종종 진입할 만큼 난이도 대비 보상이나 몬스터 레벨이 썩 괜찮은 편이니까.

“어디보자, 우탕이면··. 쉽지 않긴 하군.”

고릴라의 형태를 한 우탕은 강화계 C등급 헌터들도 맞붙기를 어려워하는 강력한 육체파 몬스터였다. 두꺼운 가죽은 잘 베이지도 않았고, 엄청난 근력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어설픈 탱커의 방패를 단번에 구겨버릴 뿐 아니라 물리력을 지닌 속박 능력까지

가볍게 끊어버릴 정도였다. 거기다 체력까지 높으니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적절한 연계가 있거나, 그보다 압도적인 강함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강자가 굳이 4레벨 던전을 찾을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러니까 빨리 렙업해라.”

민호의 안전 때문에라도 이번만큼은 광역 도발 대신 저격을 통해 우탕을 한 마리씩 끌어들이며 영민이 투덜거렸다.

육체적으로는 더 없이 강력한 우탕이지만 반대로 마법적인 공격에는 취약한 단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체력이 높아 그 역시도 단 번에 거꾸러뜨리기는 어려웠지만 파괴력 높은 마법의 지원만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체력을 깎을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영민은 그 점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민호가 C등급에 올라 미리 준비해둔 아이템들을 착용한다면 그때부터는 1인분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마력 올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때문에 다른 이들이라면 여전히 짐덩이겠지만 민호라면.

그 천재성을 믿었다.

“오, 이놈들 경험치 짭짤한데요?”

거창하게 싸울 것도 없이 우탕을 육체적 스펙으로 눌러버리는 영민 탓에 민호에게는 쉽게만 보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시의 광기’가 발동하면 골치 아파져.”

꼭 스펙 차이가 아니라도 영민에게는 정보가 있었다. 우탕의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시 발동하는 ‘원시의 광기’. 버서크와 유사한 능력을 지닌 그것이 발동하기 전에 폭발적인 데미지를 쑤셔넣어 끝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요령의 차이였지만 전투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다가왔다.

“무리 짓는 특성이 있으니까··. 저쪽이겠군.”

영민과 골렘의 머리 위에 올라탄 민호는 천천히 외곽을 돌며 우탕을 처리했다. 과연 ‘생존’이 미션으로 주어질 만큼 숫자가 많았는데 무리가 하나가 아닌지 영민으로서도 몇 번이나 길을 되돌아가야 할 정도였다.

상대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민호까지 보호하며 다수의 우탕을 상대하기는 쉽지가 않았으니까.

대신 써먹을 데가 있으니 위치는 파악해두었다.

“근데 여기까지 올 수는 있으려나.”

그렇게 한참을 사냥하던 영민이 문득 너무 멀리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긴 했지만 놈들의 리더를 떠올리고는 머리를 털었다.

영민이 보기에 그 놈은 평범한 C등급 헌터가 아니었다. B등급에 근접했거나 이미 달성한 것이 분명하다.

느껴지는 마나나 기세도 그랬고, 자신감도 머릿수를 믿어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놈이 끼어있으니 고작 우탕 한 두 무리 때문에 포기하거나 전멸을 하지는 않을 터였다.

‘어서 오너라··.’

임승재를 기다리며 영민은 사냥에 더욱 열을 올렸다.

우탕은 강했지만 민호의 말대로 한 마리 한 마리가 주는 경험치가 꽤나 짭짤해서, 민호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해 34를 찍었다.

“드디어 1레벨!”

앞으로 1레벨만 더 올리면 당당히 C등급 헌터로 갱신 할 수 있다.

E등급에서 단번에 C등급 갱신을 한 헌터가 대한민국에, 아니 전 세계에 있기나 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직 착용 제한 패널티가 붙은 스테프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영민이 갑자기 마법을 발현했다.

“표식 해제.”

드디어 그들이 도착한 것이다.

둘에게 걸었던 표식이 가까워진다는 알림이 나타나자 영민은 즉시 방향과 거리를 측정하고 자신에게 걸린 표식을 해제해버렸다. 표적을 잃은 그들이 서두르겠지만 이쪽은 조금 더 그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 충분히 대응은 가능했다.

“민호야.”

“네. 잘 숨어 있을게요.”

그리고 유령마를 소환해 민호를 빼돌렸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지금으로서는 영민 혼자인 편이 훨씬 나았으니까.

“그럼 가보실까?”

아직 자신들에게 표식이 달려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빠르게 다가오는 이들을 확인하고 영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쪽이 맞아?”

“예. 일단은··. 표식이 사라지기 전에는 이 쪽에 있었습니다.”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서 귀찮게 하는 군. 그냥 콱 죽여 버릴까.”

“뒤가 깔끔하려면 그게 나을 수도 있죠. 근데 정말 그렇게 부자면 뜯어낼 수 있는 게 많지 않겠습니까?”

먼저 향한 곳은 오히려 그들이 있는 곳이었다. 도깨비 감투를 착용하고, 전력질주 스킬로 하락하는 이동 속도를 커버하며 이동하는 그들을 따라붙었다.

의중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영민의 추측일 뿐이니까.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나, 생각대로군.’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영민은 망설임을 버렸다.

여차하면 사람을 죽여 가진 것을 강탈하려는 노상강도와 다름없는 놈들이다.

살아있는 것이 사회에 해가 되는 놈들. 이런 놈들만 적었어도 어쩌면 강태성이 살던 세계도 조금은 더 버텨냈을지 몰랐다.

‘어디 똑같이 당해봐라.’

그들의 의중을 확인한 영민은 자리를 이탈해서 따로 움직였다. 목적지는 미리 파악해둔 우탕 무리들의 영역이다.

“광역 도발.”

“크허허헝!!”

영민은 그곳들을 돌며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우탕들을 끌어모았다. 막강한 근력을 바탕으로 이동 속도 또한 만만치 않은 놈들이지만, 각종 버프며 이동 스킬까지 써대는 영민을 따라잡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점점 그의 뒤를 따르는 우탕들의 수가 많아졌다.

실력 좋은 C등급 헌터도 세 마리 이상 상대하기는 쉽지 않은 우탕이 무려 서른이 넘게 모였다. 이대로 놈들에게 배달하는 것도 좋겠지만 영민은 한 가지 양념을 더 했다.

“크와와왁!!”

딱 한 대. 우탕 한 마리당 딱 한 대씩의 칼침을 놓아준 것이다. 그러자 놈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영민의 검에 발라진 ‘광기의 물약’의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미치광이 풀을 주 재료로 만드는 광기의 물약은 직접 마실 경우에도 ‘버서크’ 스킬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무기에 발라 사용할 경우 일정 확률로 상대에게 버서크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다.

확률 싸움이라면 자신 있는 덕분에 우탕들은 강제로 눈이 뒤집히고, 잔뜩 핏발이 선 채로 분노를 해소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쪽이다!”

거기에 영민이 광역 도발 한 방을 더 걸어주니 미친 소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도 더욱 흉폭한 모습. 버서크의 효과로 육체능력까지 적잖이 상승한 상태였지만 영민에게도 방법이 있었다.

“유령마 소환!”

민호를 태워보냈던 유령마를 다시 곁으로 불러드린 것이다.

기본 이동 속도가 Max치로 고정되어 있는 유령마는 아슬아슬하지만 우탕보다 빠른 속도를 가졌고, 영민이 그 위에서 순간순간 마법이며 화살을 날려 가까이 접근하는 우탕을 밀어내니 술래잡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쿵쿵쿵쿵쿵

우탕들이 힘과 체중을 유감없이 실어 달리는 통에 지축을 흔드는 진동을 느낀 임승재와 미믹 길드원들이 자세를 낮추고 경계를 취했다.

그러나 그것이 독이 되었다.

산개하여 은신했다면 몇 명이라도 살 수 있었을지 모를 텐데, B등급 헌터가 있으니 어떻게든 대응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그들에게 절망을 가져다주었다.

“우, 우탕이다!!”

“저게 몇 마리야?!”

“저, 저, 저! 저 앞에 놈은!!”

“권영민!!”

각자 무기를 꼬나쥐며 소리쳤지만 그 뿐이다. 광기를 흘리며 덤벼드는 우탕들의 기세에 발이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들의 한계였다.

“자, 선물이다.”

영민은 그들의 지척까지 다가간 뒤, 공격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놈들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그리고는 혼령질주를 사용해 유령처럼 통과해버렸다.

몇몇이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다. 능력을 사용해도 마찬가지. 일반 상태의 유령마는 마나를 사용한 공격에 영향을 받지만 혼령질주 상태일 때는 모든 공격과 능력을 무시할 수 있었다. 이쪽도 이동 외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최고의 탈출기가 되니 실보다는 득이 훨씬 더 많다.

그렇게 영민이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사라져버리자 타겟을 잃은 우탕들이 순간 멈칫거렸다. 아직도 내면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데 그럼 이걸 어디다 풀어야하지?

답은 정해져있다.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향해 어정쩡하게 서있는 인간들.

“크허어엉!!”

배틀 크라이를 내뱉으며 놈들을 짓뭉개기 위해 달려갔다.

“씨발!”

“개새끼!”

“닥치고 퍼부어! 저 새끼들 ‘원시의 광기’다!”

몸부림으로 끝나려던 이들의 행동이 리더에 의해 정리가 되었다. 우탕들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대응하려는 것. 그러나 혼란보다 무서운 것이 리더의 잘못된 오판이다.

콰앙 콰과광!!!

그의 명령에 따라 짧은 시간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스킬들을 퍼부었다. 마나량 따위를 계산할 시간도 없었고 일단 눈 앞의 우탕을 죽이기 위해 온 힘을 집중했다.

그것이 재앙을 가져왔다.

버서크 상태이긴 했어도 체력은 대부분 차 있던 우탕들이 놈들의 집중 포화에 급격히 체력이 깎이며 진짜 우려해야할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원시의 광기’

영민마저 순간적인 데미지 딜링을 통해 발동 자체를 막으려 했던 그 능력이 발동했다.

“미친!!”

쓰러진 것은 고작해야 코앞에 있던 두엇이 전부. 나머지는 오히려 광기에 휩싸여 더욱 강력하게 파워업을 했다.

이게 뭐지? 이럴 리가 없는데··. 영문을 알지 못하는 놈들은 더 큰 혼란에 물들었고 잠깐 동안 공격을 멈추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으아아악!!”

덥썩

와구와구

그 짧은 순간, 식인 고릴라라는 별명답게 우탕은 놈들을 덮쳤다. 아가리를 들이밀어 한 입에 덥썩 베어 무는가 하면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팔다리를 잡아 쫙쫙 찢은 다음 한 입씩 하기도 했다.

일부는 분노에 취해 식욕도 잊고 그대로 패대기를 치거나 주먹으로 내리쳐 찌그러뜨리기도 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들은 급히 능력을 일으켜 방어에 나섰지만 그조차도 쉽지가 않아서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밀리기만 했다.

“역시 입만 산 놈들이었군.”

영민은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감상했다. 그나마 B등급으로 추정되는 녀석은 조금이나마 우위를 보이며 우탕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강화계로 보이는 만큼 고작해야 혼자 몸을 피하는 것이 고작인 듯 했다.

강화계의 한계다. 기본적인 스펙과 효율성이 좋으나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다면 전황을 뒤집을 한 방은 부족한 것.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간다 한들 시간을 들여 한 마리씩 유인해 처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영민이 그렇게 그냥 두지도 않을 테지만.

“도망쳐야합니다!”

“젠장··.”

최후의 저항마저 딱히 소득이 없자 임승재가 소리치며 리더의 곁으로 붙었다. 그리고는 능력을 발동했다.

“안 돼!!”

“우릴 버리지마!”

파앗

손을 잡을 두 사람이 순식간에 전장에서 이탈했다. 임승재의 고유능력이 이동 계열이었던 모양. 그나마 분전하던 리더가 사라지자 구멍이 뚫리고,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진형이 급격히 무너져내린 미믹의 길드원들은 1분도 되지 않아 우탕들의 식사거리가

되었다.

“이것들 봐라?”

쫄보라는 건 알았지만 각성한 고유 능력도 도망치는 것일 줄이야.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영민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 걸려있는 ‘표식’이 아직 작동하는 까닭이다.

“그래. 어디 발버둥쳐봐라.”

표식이 다시 나타난 방향을 바라보며 영민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 52화 - 슈퍼 루키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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