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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48화 (48/177)

< 48화 - 버스? NO. 총알 택시! (4) >

‘이쪽은 큰 뿔 토플론.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잘 정리했네.’

먼저 팀 진주 방패가 간 방향에서는 큰 뿔 토플론이 나타났다. 코뿔소와도 비슷하지만 훨씬 단단한 피부와 높은 공격력을 지닌 녀석.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지 않다는 것이 다행일 만큼 개체개체의 힘이 강력했는데 높은 방어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헌팅

을 진주 방패 팀에게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상대였을 듯 했다.

막고, 때린다. 라는 단순한 명제를 전투 프로세스로 가지고 있는 그들로서는 공격 형태가 단순하지만 막아도 피해가 적지 않은 토플론이 은근 상성에 맞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도중에 패턴 변경과 역할 변경을 잘 해냈는지 그나마 한 개의 결계 기둥을 부순 것은 그들이었다.

‘두 번째 기둥 쪽으로 트라이 중이겠군.’

첫 번째 결계 기둥 파괴지점까지 거침없이 나아간 미니 골렘에게 추적 명령을 내리고 다른 방향의 골렘에게 시야를 옮겼다.

“윽.”

“형, 왜 그래요?”

시야를 돌리는 순간, 약한 충격과 함께 암전된 듯 시야가 팍 하고 꺼졌다.

그에 대한 리바운드로 영민이 잠시 비틀거리자 민호가 걱정스런 기색을 보였지만 영민은 손을 휘저으며 다른 미니 골렘에게로 빠르게 시야를 옮겼다.

‘리자드맨.’

팀 5P가 간 방향에서 나온 것은 리자드맨이었다. 각 개체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전사부터 마법사까지 클래스도 다양하고, 무리를 짓는 특성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 특히 지휘관 역할을 하는 녀석이라도 있으면 난이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난리가 났군.’

다른 미니 골렘이 빠르게 전장을 훑으며 팀 5P를 찾았다.

헌터협회의 정보에 따르면 팀 5P는 다섯명 각각이 조화롭기보다 스스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는 개인 플레이에 능하다고 했었지.

‘어쩌지.’

전황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함께 던전에 들어온 채집꾼 둘은 이미 어디있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팀 5P의 다섯 헌터들도 피칠갑을 한 채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리자드맨들이 영악하게도 그들을 천천히 몰고 몰아 포위망 안으로 집어넣은 듯 했다.협력에 약한 그들로서는 집단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하는 종족 중 하나인 리자드맨들을 장기전으로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그마저도 아슬아슬해보여서 이대로 있다가는 오

래 버티지 못하고 그들 중 하나가 쓰러질 것이 뻔해보였다.

‘도와야하나.’

영민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있으면 확실히 당한다. 적어도 그들 중 한 둘은 죽어나갈 것이고 나머지 인원들도 도망을 쳤으면 모를까 적을 섬멸할 수 있을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이미 놈들의 작전에 걸려 꽤나 오래도록 토끼몰이를 당한 것 같으니 그 체력으로 도망이나 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영민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강태성의 기억이, 괜히 나섰다가는 물에 빠진 놈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나와 본전도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 경고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소문나기라도 하면 자신들의 평판이 떨어지기 때문에라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우겨대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팀 5P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러지 않으리라고는 장담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전멸하도록 두고보기만 해야할까? 말 없이 상황을 파악하던 영민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자폭해라.’

명령을 내린 영민은 즉시 시야를 회수했다. 미니 골렘이 파괴되며 돌아올 반작용을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으니까.

콰앙!

폭발이 제법 컸던 것인지 영민이 자리잡은 집결지에서도 미세하게나마 폭발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정도 위력이면 잠시나마 포위망에 구멍이 뚫리고, 리자드맨들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기회를 살려 도망칠 수 있을지는 순전히 팀 5P의 능력과 판단력에 달렸다.

도망쳐서 구원을 요청한다면 나설 것이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모든 상황이 끝난 후 제대로 복수해줄 생각이었다.

강태성의 기억 때문인지 게이머의 정신 때문인지.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였음에도 영민은 전에 없이 침착했다.

“헉, 헉. 살려줘··. 살려주세요!”

몇 시간 뒤, 영민과 민호는 헐레벌떡 집결지로 뛰어 들어오는 헌터 한 명을 마주했다.

팀 5P의 일원인 사내였다.

실패를 자인하는 그 모습에 민호가 당황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영민은 덤덤한 표정으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포기하시는 겁니까?”

“제발 살려줘요. 팀원들이····.”

“다시 묻겠습니다. 맡으신 구역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시는 겁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 그게··.”

사무적인 그 말투에 사내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동료들의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전리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팀원들을 살려주세요!”

이윽고 기다리던 대답이 나왔다.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약속. 그러나 말로는 골백번도 더 할 수 있는 것이 약속이다.

영민은 인벤토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약속의 증명]이라는 아이템이다. 서로의 약속을 글로 적어 증명하는 일종의 계약서. 계약서 자체가 가지는 구속력은 없지만 파괴할 수도, 빼돌릴 수도 없어서 공증인 따위를 세우는 것보다도 훨씬 믿을만한 것

이었다.

“큭··.”

말 없이 내미는 영민을 보며 사내가 마지못해 사인을 했다. 다른 내용은 다 채워져있고 그들의 팀명과 사인을 할 자리만 남겨두었던 터라 작성을 완료하는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럼 여기서 쉬고 계시죠.”

확실한 약속을 받아낸 영민은 유령마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 뒤에 민호를 태웠다. 전장으로 진입하려는 것이다.

혼령질주를 사용하면 더 빠르게 도달 할 수 있겠지만, 민호를 태우고 가기 위해 기동력을 살리는 쪽으로만 이용했다.

파티를 유지하고 있다고는 해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버리면 경험치 균등 분배 효과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대 속도로!”

다행히 유령마는 지칠 줄을 모르고 내달렸다. 혼령질주 따위가 없더라도 강화계 헌터 중에서도 발 빠른 이를 따라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영민과 민호를 목적지에 데려다 놓았다.

“여기서 민호를 지켜라!”

“히이이잉-!”

“쿠워어어!!”

서로의 목숨을 탐하는 살기어린 기운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 영민이 유령마에서 뛰어오르며 골렘의 코어 몇 개를 뒤로 던졌다.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명령을 내려놓았다.

최우선 과제는 민호의 안전.

그를 감쌀 일꾼 골렘 한 기와 미니 골렘 두 기가 몸을 일으키며 혹시 모를 상황으로부터 민호를 보호했다. 유령마도 그 옆에 섰다.

그 사이 영민은 하늘을 날 듯이 이동했다. 정확히는 나무들을 박차고 연속해서 뛰어오른 것이지만 적어도 민호의 눈에는, 구원받는 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케륵?!”

“인간, 또 있···!”

리자드맨들의 틈 바구니로 떨어져내린 영민은 등장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리자드맨 두 마리를 골로 보냈다. 한 마리는 방패로 정수리를 내리찍고, 다른 한 놈은 목을 날려버린 것이다.

화려한 등장이었던 만큼 리자드맨들의 시선이 쏠리고 소란이 일어났다.

“건방진 인간. 저놈을 잡아라!”

모두가 멈칫한 사이, 삼단 베기로 또 한 마리의 리자드맨을 죽이자 팀 5P의 멤버 중 셋을 몰아붙이고 있던 덩치 큰 리자드맨, 리자드 커맨더가 고함을 치며 분노를 토했다.

생각 같아서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흐느적거리는 눈 앞의 인간 놈들을 도륙해버리고 직접 목을 치고 싶지만 이 빌어먹을 인간놈들이 끈질기게도 버텨내는 덕분에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신, 부하들에게 새롭게 나타난 인간 놈의 처리를 맡겼다. 개개의 리자드맨은 믿기 어렵지만 집단을 이룬 리자드 부대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속사!”

하지만 그 믿음은 5분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어졌다.

등장과 동시에 주변을 초토화시킨 영민이 곧장 활을 꺼내들고 저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목표는 리자드 주술사와 마법사.

특히나 리자드 주술사는 보조 주문을 통한 강화와, 리자드맨을 전혀 다른 존재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림을 일으키는 주범들이다.

“케륵! 주술사를, 보호해라!”

뒤늦게 움직여보지만 이미 늦었다. 하이 엘프의 궁술 : 상권으로 올릴 수 있는 숙련도의 최대치인 30%까지 달성한 영민의 활솜씨는 이미 인간이 할 수 있는 극한에 닿아있었다.

눈으로 쫓는 것보다도 빠르게 화살이 점이 되어 리자드 주술사들의 이마에 틀어박혔다.

“강림만 없으면 껌이지.”

리자드맨이 강력하게 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 지휘관인 리자드 커맨더가 집단전에 장기전으로 몰고 갔다고는 해도 5P가 이 정도로까지 철저하게 몰린 것도 일부의 리자드맨들이 강림을 통해 상위 존재로 거듭난 까닭. 하나하나가 5레

벨 던전 몬스터에 필적할 수준으로 향상되니 제 아무리 잘났어도 버티기 힘들 었을 것이다.

“광역 도발.”

파츠츠츳-

순식간에 붉은 광기가 전장을 휘감았다. 리자드 커맨더와 인간들의 대결을 바라보던 모든 리자드맨들이 고개를 돌려 영민에게 적의를 표했다.

리자드 커맨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 5P의 생존자들이 리자드 커맨더에게 충분한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는지 전투 중임에도 녀석이 영민이 있는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팀 5P 녀석들도 눈치 빠르게 공격, 아니 저항을 멈추고 숨을 고른다. 영민이 누구인지, 왜 난입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리자드 커맨더가 몸을 돌리는 순간 뒤도 돌아가지 않고 덤벼들 기세. 하지만 영민은 놈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은 눈앞을 가득 메우는 리자드맨들에 집중했다.

“실드 차지!”

굳건한 방패에 어깨를 바싹 붙인 영민이 힘으로 부딪혀갔다. 리자드맨들이 무기로, 몸뚱이로 막으며 저항해보지만 허리가 꺾이고 뼈가 부러질 뿐이다.

반면 영민은 아주 가뿐한 모습으로 방패를 털어냈다. 이미 리자드맨 따위는 일격에 박살 내놓을 만큼 힘이 높은 데다 특수 능력인 데미지 반감 효과가 작용해 충격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검을 길게 늘어뜨리고 가까이 다가온 리자드맨들의 목을 연달아 베었다.

접근하면 죽는다.

광기에 휩싸인 리자드맨들조차 움찔 몸을 떨며 멈칫거릴 만큼 영민이 강렬한 기세로 주변을 휩쓸어갔다.

안 와? 그럼 내가 가지.

그런다고 결코 봐줄 생각이 없는 영민은 스스로 놈들의 사이로 몸을 던졌다. 맛있는 것을 빼앗길까 두려운 어린아이처럼 허겁지겁 놈들을 집어삼켰다.

[리자드맨의 힘을 흡수합니다.]

[리자드맨의 체력을··.]

그럴수록 내재된 힘은 더욱 강해졌다. 리자드맨들의 능력을 흡수 할 때마다 각 스텟이 4씩이나 올랐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체감이 될 만큼 능력이 빠르게 상승했다.

“거기까지다, 인간!”

보다못한 리자드 커맨더가 영민에게 덤벼들었다. 아직 위협 수치는 비등했지만 비실거리는 5P보다 아군의 진형을 휘젓고 다니며 학살 중인 영민이 더 위험하다 판단한 모양이다.

“큽?!”

그러나 무기를 마주치는 순간, 자신이 오판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 놈은 맞서 싸울 적이 아니다. 무조건 도망쳐야만 살 수 있는 적이다.

하지만 그 생각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영민의 검이 목을 쳐오고 있는 것이다.

“크엑!”

리자드 커맨더가 식겁하며 몸을 휘돌렸다. 어찌나 급히 움직였는지 목을 대신해 꼬리의 일부를 내주었다.

서걱

파닥거리며 떨어지는 꼬리. 그러나 개의치 않고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켰다.

“윽!”

묵직한 철퇴 같은 것이 영민의 방패 위를 때렸다. 그 짧은 순간, 리자드 커맨더이 체력을 소모해 재생시킨 꼬리가 내리친 것이다.

그러나 설마 밀려나지도 않고 막아낼 줄은 몰랐는지 오히려 녀석이 당황한 눈치였다.

영민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검을 놓는가 싶더니 허공에 멈칫거리던 꼬리를 양손으로 잡아 힘을 주었다. 버티려는 리자드 커맨더의 의지 따윈 가뿐히 무시하고 당겨서 휘돌리기 시작했다.

“놔, 놔라. 인··간··!”

부웅

그의 뜻대로(?) 꼬리는 곧 놓아졌다. 또 다시 꼬리를 잘라낼까 고민하는 순간, 영민을 벗어나 허공에 함께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추락하는 그 지점에, 영민이 주먹을 모으며 서 있었다.

“럭키 펀치!”

기본 능력이 오르며 더욱 강력해진 럭키펀치가 리자드 커맨더의 두개골을 박살내놓았다.

< 48화 - 버스? NO. 총알 택시! (4)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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