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버스? NO. 총알 택시! (1) >
순식간에 수많은 유니크와 레어, 그리고 소수의 레전드 등급 아이템들을 뽑아낸 영민은 이참에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도 갈아치웠다.
던전 쇼크를 정리하는 동안 잘 써먹었던 검은 개미 세트와 한파의 단검, 인내의 방패는 여전히 C등급 헌터에게 최고의 위력을 가져다주었지만, 판정받은 등급과 무관하게 영민의 능력은 C등급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었으니 부족하다면 부족한 상황이긴 했다.
그런 때에 유니크, 레전드 아이템이 쏟아지니 과감히 교체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룩이 영 구리기도 했고··.’
검은 개미 세트의 외형이 영 별로였던 것도 한 몫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불꽃 망령의 저주 장검][레전드]
불꽃으로 화한 강력한 망령의 저주가 담긴 장검. 사용자의 정신력이 약할 경우 영혼이 불타는 고통을 맛보게 되지만, 견뎌낼 수만 있다면 상대를 불태우는 혼멸의 검이 될 것이다.
- 공격력 : 550 ~ 700
- 내구력 : 1500 / 1500
- 공격 성공시 10%확률로 적에게 [꺼지지 않는 불꽃] 발동
- 화염 속성 공격력 10% 추가
- 사용자의 정신력이 300이하일 시 [화염의 저주] 발동
- 힘 + 82
- 정신력 - 30
[은 사자 왕의 위엄][레전드]
은 사자 기사단장 로드락의 상징과도 같은 갑옷. 적에게는 두려움을, 아군에게는 무한한 신뢰의 증표가 될 수 있다.
- 방어력 : 730
- 내구력 : 3000 / 3000
- [은빛 광휘]효과로 주변 아군의 공격력 10% 상승
- [은빛 철벽]효과로 모든 받는 피해 30% 감소
- [은기사단의 결속]효과로 주변 아군 1명 당 방어력 1%증가. 최대 100%증가
- 힘 + 50
- 체력 + 50
[폭풍 결사대의 신발][유니크]
폭풍을 뚫고 적을 타격한 불굴의 결사대 신발. 그들의 굳은 의지가 담겨있다.
- 방어력 : 480
- 내구력 : 1700 / 1700
- [굳건한 걸음걸이]효과로 상대의 넉백 효과를 무시
- [폭풍을 뚫고]효과로 비가 오는 지형에서 방어력과 이동속도가 20%씩 증가
- [결사대의 마음가짐]효과로 정신계열 저항 확률이 50%만큼 증가
- 체력 + 30
- 정신력 + 40
[진리와 질서의 방패][레전드]
진리와 질서의 힘을 담은 방패. 신성의 힘까지 더해져 삿된 것으로부터 저항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 방어력 : 700
- 내구력 : 3000 / 3000
- [빛의 저항]효과로 악한 속성의 대상에게 피해를 30% 덜 받는다.
- 상대의 악한 기운이 클수록 피해 감소량은 더욱 증가한다.
- [균형 조절]효과로 빛 속성이 아닌 공격을 하루 1회 반사 할 수 있다.
- 체력 + 80
- 인내 + 50
덕분에 영민은 뜻하지 않은 스펙 업을 꽤나 많이 이루었다. 운 좋게도 겜블을 통해 얻은 장비들이 영민의 수준에 딱 맞는 것들이라 레벨 제한 패널티 없이 모든 능력을 다 발휘 할 수 있는 덕이다.
소위 말하는 ‘깡 능력치’, 즉 순수 공격력과 방어력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가 옵션으로 붙은 추가 스텟이나 추가 능력 또한 훌륭했다. 다만 한 가지, 일정 확률로 추가 효과를 일으키는 능력이 거의 붙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확률성 옵션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무기에 붙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지덕지다.
“이 정도면 깡패네.”
마나의 절대치 때문에 B등급으로 분류되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 능력치 합이면, 말도 되지 않는 숙련도면, 아이템 빨이면 어지간한 B등급 헌터도 찜 쪄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동급인 C등급 헌터? 팀 단위로 덤벼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들 파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영민 혼자서 할 수 있을 테니까.
어지간한 수준이라면, 팀이 아니라 파티 혹은 길드가 덤벼도 영민을 어찌하긴 힘들었다.
‘3레벨 쯤은 이제 껌이겠어.’
강태성의 기억을 훑어봐도 유례없는 오버 스펙. 기분이 싱숭생숭하니 설레는 한 편,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부터가 문제겠군.’
C등급 헌터들이 떼로 몰려 입장하는 4레벨 던전. C등급용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B등급 헌터가 들어와도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은 그곳부터는 입장부터 클리어까지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입장은 가능하겠지만··.’
입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C등급 헌터가 포함된 팀이라면, 능히 입장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니까. 하지만 문제는 ‘단독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최소 2~3개 이상의 팀이나 1개 이상의 파티를 구성 할 것. 그것이 4레벨 던전의 입장 조건이었다.
‘그냥 몰래 들어가 버려?’
도깨비 감투를 얻은 이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난입한다면? 혹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던전을 클리어하고 귀환해버린다면? 다른 헌터들과 마주치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오해까지 떠안을 수 있었다. 아니, 그럴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아니면 유령 팀을 몇 개 더 만들까.’
이 또한 선택 사항이 될 수 있었다. 영민이 럭키맨이라는 1인 팀을 만들어 이름을 숨긴 것처럼, 헌터 한 둘을 더 섭외해 1인 팀을 만들게 하고 이름만 빌리는 방법은 썩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그런 헛짓거리를 해줄만큼 한가한 C등급 헌터가 있다면.
문제는 1인 팀이든 유령 팀이든 행세를 하려면 ‘C등급’ 헌터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데 C등급씩이나 돼서 던전 입장을 포기하고 명의 대여만 해줄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C등급쯤 되면 대체로 마나를 이용한 육체 강화가 가능하기에 그 고유능
력이 무엇이든 막론하고 던전 입장이 가능했으니까.
그러니 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주 큰 돈이 필요했는데, 그런다 한 들 영민이 이득을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원점.
한참을 고민하던 영민은 결국 선택을 해야했다.
‘힘을 드러내든가, 팀을 만들든가.’
힘과 능력이 드러나더라도 단신으로 팀을 유지할 것인가, 팀원을 보충해 구색을 갖출 것인가.
영민이 결정을 내렸다.
* * * * *
산간오지라 할 수 있는 곳이 극히 드문 작은 땅덩어리였기에,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했음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극복을 해냈다. 그 과정에서 군사력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제 던전 바깥에 남아있는 몬스
터는 그야말로 잔당에 가까운 정도가 고작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예전처럼 도시와 도시를 자유로이 왕래하고, 던전쇼크로 인해 일어난 변화에 빠르게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4레벨 던전이었지?”
“그래. 우리까지 3개 팀이 지원했다던데?”
“3개면 적당하네. 근데 던전 쇼크 이후로 던전 몬스터들이 예전보다 더 세진 것 같지 않아?”
“글쎄. 그런가? 그런 것도 같고··.”
그 중 가장 빠르게 적응한 것은 바로 헌터들이었다. 다른 이들은 빼앗긴 것을 되찾고 기반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지만 몸뚱아리 하나가 전재산인 그들은 지긋지긋한 몬스터를 찾기 위해 다시 던전으로 흘러들어갔다.
어째서인지 헌터협회에서 오픈한 거의 모든 던전들이 모두 1회 이상씩 클리어가 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특별하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기분 탓인지 좀 더 강해진 듯한 던전 내의 몬스터들에 신경이 쓰일 뿐이다.
“진주 방패 팀입니까?”
한참 이야기 중이던 이들이 고개를 돌리자 또 하나의 헌팅팀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두 팀 중 하나인 모양. 하나, 둘, 셋, 넷··. 헌터 다섯에 채집꾼 둘. 적당히 균형 잡힌 팀이다.
“그쪽은··. 5P?”
“맞습니다.”
서로를 확인한 이들은 장비를 스캔하며 적당히 서로를 인정했다.
"한 팀 남았군요.“
“이름이 뭐라더라? 럭키맨?”
“촌스런 이름이네요.”
딱히 남 말 할 팀명들은 아닐 텐데도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들의 팀명을 비웃으며 시계를 살폈다. 입장 시간이 12시이니 아직 2분이 남았지만 은근한 짜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은 정확히 지키되, 먼저 도착하지 않으려는 괜한 기싸움이 헌터들 사이에 만연한 것이다.
어디, 오기만 해봐라. 심통이 나려는 순간,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아직 시간이··.”
“····?”
예의상 괜찮다고 대꾸하려 몸을 돌리던 이들이 순간 멈칫거렸다. 와락 인상이 구겨졌다.
“··두 분 뿐입니까?”
팀이라고 들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겨우 두 명의 헌터 뿐이었다. 아니, 그마저도 한 명은 행색이 초라한 것이 채집꾼처럼 보였다.
“저분은 채집꾼? 헌터?”
“둘 다 입니다.”
울트라맨 가면의 헌터가 답하자 나머지 팀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둘 다라는 것은 헌터로서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편이거나 4레벨 던전에서 힘을 쓰기 어려운 D등급쯤 된다는 소리인데, 이렇게 전력이라고 할 수 없는 1인 팀의 경우 소위 ‘버
스’를 기대하고 지원을 하는 게 99%인 것이다. 혹은 아이템을 노리는 ‘먹튀’ 이거나.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팀 진주 방패와 팀 5P가 서로 눈짓을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먼저 운을 뗀 것은 5P의 리더였다.
“1인팀이면··. 좀 곤란하네요. 이렇게 하죠. 인원수대로 순차획득하거나, 구역을 할당제로.”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어차피 진주 방패나 5P 모두 헌터의 수는 동일했으니 인원 수대로 나눠먹으면 손해 볼 건 없었고 대신 저쪽은 1인 팀이니 5분의 1로 습득 횟수가 줄어든다.
‘버스를 타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지.’
그러면서도 인심 썼다는 듯한 태도. 그러나 울트라맨 가면의 반응은 그들의 생각과 달랐다.
“구역 할당제로 하죠.”
“예. 역시 그렇게··. 예?”
그들의 생각을 비웃듯 잘됐다며 넙죽 받아먹는 대답에 오히려 놀란 것은 두 팀이었다. 구역 할당제로 하겠다고? 던전을 분할해서 구역을 나누고, 각자의 영역 내의 모든 몬스터의 우선권을 가지되 서로 간에 일체의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그 조건을?
“자신 있나 봅니다. 그렇게 하죠.”
그 당당한 자신감이 거스렸는지 사내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어디 한 번 해보라는 것이다. 나중에 도와달라고 사정하면 약초 한 뿌리 남기지 않고 홀랑 벗겨 먹어주마.
단단히 벼르며 세 팀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미션 ‘여섯 결계를 파괴하라.’가 부여됩니다.]
[미션을 달성하면 보상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4레벨 이상의 던전임을 알려주는 특별한 알림이 나타났다. 3레벨 이하 던전의 경우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싸그리 죽인 뒤 귀환석을 획득해 탈출하면 클리어가 됐지만 4레벨 이상의 던전에서는 몬스터를 죽여 귀환석을 획득하거나, 미션을
달성함으로써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다만 미션을 완료할 경우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보스 몬스터와의 조우도 피할 수 있어 보통 미션을 달성하고 보스를 죽이거나, 보스 처리가 부담스러울 경우 미션만 달성하고 빠져나오곤 했다.
4레벨 던전의 보스는 아래 레벨의 보스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결계가 육망성 형태니까 팀 당 두 개씩 파괴하면 되겠네요. 이의 없으시죠?”
“좋습니다. 딱 맞네요.”
“그러죠.”
헌터협회에서 관리하는 만큼 미션에 대한 정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아주 간단하게, 육망성의 형태로 세워져있는 결계의 축. 즉 기둥 여섯 개를 파괴하면 되는데, 기둥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기둥까지 도달하는 동안 마주치게 될 몬스터들이 꽤나 성가시다고 했지.
4레벨 던전답게 강력한데다 숫자도 적은 편이 아니라 아예 팀들끼리 힘을 합쳐 여섯 곳을 순차적으로 도는 것을 권장할 정도였다.
게다가 가장 문제가 되는 보스 몬스터가 어느 방향에 있을 지는 랜덤. 재수 없으면 마주치는 거고, 운이 좋으면 아예 마주치지 않고도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각 팀은 자신이 있는지 구역 할당제에 동의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이곳으로 오세요. 다 정리한 뒤에 쓸어버리면 되니까.”
그러면서 은근히 한 곳을 바라봤다. 바로 팀 럭키맨이 있는 방향. 그러거나 말거나 표정을 알 수 없는 울트라맨 가면은 몸을 돌려 자신의 방향으로 향했다.
< 45화 - 버스? NO. 총알 택시! (1) > 끝
ⓒ 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