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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40화 (40/177)

< 40화 - 기계 골렘 (1) >

빠르게 클리어 할 수 있는 2레벨 던전만 골라 도느라 능력의 흡수가 안 되는 것은 아쉬웠지만 경험치는 그런대로 쌓여서 레벨은 간간이 올라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새롭게 생성된 2레벨 던전을 모두 돌고 나니 이제는 도전이 필요했다.

물론 도깨비 감투와 유령마를 이용해 다른 지역의 던전들을 털어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중 던전이 2레벨 던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보상도 3레벨 쪽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니 도전을 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영민이 마음을 정했을 때, 전주의 도시 수복은 절반 정도 이루어진 상태였다.

몬스터들에게 짓밟힌 도시를 회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죽이고 끝인 것이 아니라 숨은 몬스터를 찾는 수색 작업과 안정화 작업이 필요했기에 진전이 더딘 것이다.

대신 헬기와 드론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집에 숨어 지내는 이들에게 운송했다. 필요한 경우 헌터협회 전주지부장이 다른 헌터들과 함께 투입되어 시선을 돌리고, 물자를 전달했다.

그나마 낮은 레벨의 던전들만 있던 전주가 이럴 진데, 다른 도시들은 안 봐도 상황이 뻔하다.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대한민국 헌터 어워드 때문에 일산과 서울 지역에 대부분의 헌터들이 몰려 있던 대한민국은 여느 국가들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빠른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와 힘을 합쳐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먼저 챙기지 않은 것은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영민은 더 멀리 보았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해가 큰 이번 1차 던전 쇼크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바로 그때, 나아가 인류 궤멸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있기도 하고.’

또 한 가지. 이번 던전 쇼크를 통해 새롭게 각성한 헌터들이 있으니 피해는 있어도 버틸 수는 있을 터였다.

사태가 모두 정리된 후 추산된 피해 결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도 그 덕분이었다.

때문에 영민은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던 채, 3레벨 던전으로 향할 수 있었다.

“으음.”

애초에 3레벨 던전도 많지 않던 전주이기 때문인지 도시 전체를 뒤져봐도 3레벨 던전은 다섯에 불과했다.

그 중에 골라잡은 하나.

안으로 들어온 영민은 눈 앞에 나타난 적을 보고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하필 골렘이라니.”

거대한 던전이자 공장처럼 생긴 지형에서 나타난 것은 골렘이었다. 4레벨 이하 던전에서는 동급 최강으로 불리는 종.

골렘은 재질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갖는데, 그 중에서 영민이 마주한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우드 골렘이었다.

골렘 중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특징이 없고, 어떻게 보면 가장 난해한 녀석.

“칫.”

쿵 쿵 쿵

먼저 인식하고 덤벼드는 녀석의 기세에 영민이 방패를 끌어올렸다.

꽈앙!

영민의 몸집만한 주먹이 방패를 때렸다.

몸이 저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

골렘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가속도가 붙어서인지 정신이 번쩍 드는 공격이었다.

“파이어 볼!”

몸을 띄워 데미지를 줄이는 한 편 그대로 날아가 거리를 벌린 영민이 화염의 구를 쏘았다. 재질이 나무이니 아무래도 불에 약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지만, 그것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도 각오했다.

“크워~!”

파이어 볼에 의해 복부의 일부가 파괴된 우드 골렘이 더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파괴된 부위에 여전히 불이 붙어 있지만 그런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예 불을 끌 생각도 없어 보였다.

골렘 특유의 복원력이 저절로 불길을 제압하고 회복으로까지 이끌 것이라는 믿음 또는 프로세스였다.

‘원래는 속도부터 늦춰 놓는 게 정석이지만··.’

다시금 달려드는 우드 골렘을 보며 영민이 마음을 굳혔다.

보통 강한 공격력과 느린 속도, 높은 방어력, 말도 안 되는 복원력으로 정의되는 골렘이지만 우드 골렘은 사정이 다르다. 제법 빠른 속도에 다른 골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할 뿐, 결코 인간에게 약하지 않은 공격력을 지닌 터라 천천히 시간을 끌며 공략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강력한 속박 능력으로 묶거나 느리게 만들거나, 단번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민이 택한 것도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흐압!”

빠르게 덤벼드는 우드 골렘을 향해 더 빠르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혔다.

덩치는 다르지만 힘 수치 만이라면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스킬을 섞으니 자신감은 배가 되었다.

[크리티컬!]

300의 마나가 연소되며 럭키펀치가 발동했다.

쩌저저적

퍼석!

우드 골렘의 굳건하던 주먹이 팔꿈치까지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텅빈 내부.

영민은 지체없이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캠핑!”

그리고 캠핑을 이용해 사방에 불을 질렀다. 골렘을 유지하는 것은 ‘핵’이지만 구성과 강화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마법진을 새겨야 하는데 우드 골렘의 경우 재질의 특성상 외부가 아닌 내부에 그것들을 새긴 것이다.

덕분에 외부는 단단하지만 내부는 한 없이 연약했다. 강화의 힘이 외부에 집중된 것도 있고, 난리를 필 동안 마법진이 훼손 될 위험도 꽤나 큰 탓이다.

강태성의 기억을 통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입받는 영민은 그야말로 종횡무진 골렘 속을 누볐다. 쿨타임마다 스킬을 난사하며 어딘가에 있을 골렘의 핵을 찾았다.

“끄어어어!!!”

그때마다 골렘이 날 뛰며 마구 몸을 어딘가에 부딪혀댔지만 그런 몸부림에 충격을 입거나 튕겨져 나가기에는 영민의 행운이 너무 높았다.

쩌엉!

결국 영민의 검이 골렘의 핵에 꽂히고 나서야 의미없는 몸부림이 멈추었다.

“휴우.”

[우드 골렘의 힘을 흡수합니다.]

그저 나무 토막에 불과하게 된 우드 골렘의 잔해를 뚫고 나온 영민이 숨을 크게 쉬었다. 해치우긴 했지만, 드레인이 다시 작동하여 능력을 흡수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3레벨 던전이면 C등급에 갓 오른 헌터 다수 또는 C등급 상위의 헌터가 무난히 클리어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3레벨 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까다로운 개체라지만 한 마리를 상대로 너무 시간을 끌고 난리를 피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드 골렘에 대한 정보, 공략법에 대한 기억이 늦게 들어왔다고는 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더 압도적일 필요가 있었다.

우드 골렘과 비등한 정도의 육체 능력이 아니라, 더욱 강화된 힘을 가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노가다를 해야겠군.”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코인 노가다가 필요했다. 대량의 코인을 사용해 고작해야 기초 능력 밖에 얻지 못한 근접 전투 능력을 확 끌어올려야했다.

그나마 솔로 플레이가 가능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파티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얼마나 많은 던전을 클리어 했어야 할 것인가.

영민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들기 전까지 강태성이 익힌 스킬의 수가 많지 않았던 것을 비로소 이해했다.

“은신.”

어쨌든 할만 하다는 것은 확인했기에 영민도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비등한 것은 어디까지나 정면으로 승부했을 때.

하지만 굳이 골렘과 정직하게 싸워줄 필요는 없었다.

은신을 이용해 기척을 숨기고 안으로 들어간 영민은 놈의 발치까지 숨죽이고 다가갔다.

그리고 발목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럭키 펀치.”

꽈앙!!

막대한 충격에 발목이 터져나가고 허벅지까지 균열이 타고 올라갔다.

아니? 우드 골렘의 거체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우드 골렘의 민첩을 흡수합니다.]

“··?!”

정작 주먹질을 한 영민마저 갸웃거렸지만 곧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골렘의 핵이 심겨진 위치는 그야말로 랜덤인 것, 그리고 이번 녀석의 경우 그 위치가 발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격에 발목을 날려버린 영향으로 핵이 박살 나 행동이 정지된 것이고.

운이 좋군. 체력과 마력이 모두 회복된 영민은 곧장 다음 상대를 찾았다.

이번에도 발목을 날려버리자 기우뚱 놈의 거체가 기울었다.

“파이어 볼.”

발목을 날린 이유는 기동성을 빼앗기 위함. 복구 시간을 늦추기 위해 한 번 더 화염의 구를 날린 영민은 불길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캐치했다.

즉시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연사, 속사!”

순식간에 몇 발이나 되는 화살이 꽂히며 골렘의 핵이 파괴되었다.

이후로도 양상은 비슷했다. 골렘의 몸체가 쓰러지며 뾰족한 어딘가에 부딪혀 핵이 파괴되는가 하면 잘못 조준 된 파이어볼에 맞아 부서진 틈 사이로 핵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다.

핵을 부수지 않는 이상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무한히 복구 되는 두려움의 대상, 골렘이 영민의 앞에서는 ‘핵만 부수면 되는’ 가벼운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처음의 긴장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골렘은 그 강력함 만큼 개체수가 많지 않았다. 고작 다섯을 상대하고 나자 던전의 끝이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귀찮게 됐네.”

마지막 한 마리. 보스로 나타난 골렘을 확인한 영민이 인상을 찡그렸다. 강태성의 기억이 놈의 정체를 일러주고 있는 까닭이다.

“기계 태엽 골렘이라니.”

단순히 마력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기계 장치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마도공학의 결정체··. 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설픈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까다로운 적임에는 틀림없었다.

끼릭 끼릭

등 뒤에 장착된 거대한 태엽을 감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도깨비 감투까지 사용해 은신한 채 접근해보지만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를 했다. 이 녀석에게는 은신이 통하지 않으니까.

투웅

“젠장.”

묘한 기파가 몸을 스치는 순간, 영민이 은신을 풀고 튀어나갔다. 은신을 비롯해 적의 위치를 파악 할 수 있는 마나 파동이다.

동시에 기계 태엽 골렘의 눈이 번쩍 뜨이며 나무꾼의 그것과 같은 시퍼런 도끼날을 높이 들었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리고는 야채를 다지듯 순식간에 영민이 있던 자리를 다져놓았다. 단단하던 지면이 움푹 패이고 부서질 만큼 강력한 연격.

영민은 구르듯 피해 녀석의 가랑이 사이로 숨어들었다.

“으랏차!”

즉시 도약한 영민은 일단 녀석의 등에 끼워진 태엽부터 떼어냈다. 일정치 이상의 데미지를 받거나 뽑아서 제거 할 수 있는 이 태엽이 녀석의 공략 포인트였다.

무시무시한 기세와 다르게 귀여운 소리를 내며 뽑히는 태엽. 그 순간 눈이 뒤집힌 기계 태엽 골렘이 몸을 돌려 영민을 노렸다. 정확히는 자신의 태엽을 노렸다.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었다. 이 태엽이 없어야만 놈의 위력이 점차 하락하고 종국에는 일반 우드 골렘 수준의 능력으로 변하고 만다. 그러나 태엽을 되찾으면 다시 스스로 감아 오버 밸런스 급의 힘을 계속해서 발휘할 터였다.

어떻게 하지? 피해야하나? 막아야하나?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쏘옥

“····?!”

영민의 키보다도 큰 태엽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정작 일을 벌인 영민도 깜짝 놀랐다. 혹시나 했는데 인벤토리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덕분에 영민도 당황해 허둥거렸다. 눈 앞까지 다가온 도끼날을 보며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이스케이프!”

그의 유일한 생존기가 발동하며 공격 범위 밖으로 몸이 저절로 이동했다.

놈의 시선과 공격 범위를 벗어나 제법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나 파동이 그의 위치를 찾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무표정해 더 섬뜩한 기계 태엽 골렘의 고개가 돌아가고 도끼를 휘두르는 대신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자신의 분신들을 토해냈다.

미니 기계 골렘. 마나 핵이 없어 복구는 불가능하지만 온갖 장치가 달린 그것들이 영민을 향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 40화 - 기계 골렘 (1)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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