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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38화 (38/177)

< 38화 - 던전 쇼크 (2) >

무시. 통과. 그리고 유령마의 엄청난 스피드는 허접한 1, 2레벨 던전의 몬스터가 따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달릴 때는 영민이 마나를 쏟아부어 길을 뚫고, 혼령질주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사용하니 몇 개나 되는 몬스터 군락지를 지나쳐 반월동에 무사히 도착 할 수 있었다.

“휴우.”

역시나, 이곳은 난리가 나 있었다. 몬스터들이 이미 거리며 건물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나마 철문이 있는 집이나 아파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이들만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그들은 군부대나 헌터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주기를 바랄 테지만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며칠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할 터였다. 집에 먹을 것을 좀 사다놓았기를 바랄 수밖에.

“개판이네.”

일단 주변 3층짜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상황을 파악하는 영민의 입에서 한숨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1레벨 던전의 몬스터 중 약한 놈들은 어찌어찌 일반인도 죽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고, 2레벨 몬스터가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 뿐만 아니다. 궁수며 마법 계열 따위의 원거리형 몬스터도 일부 있어 저층에서는 잘못

창문을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았다.

때문에 영민은 숨을 고르면서 우선적으로 처리할 대상을 찾았다. 원거리 공격 능력을 가진 녀석들. 궁수 계열과 마법 계열은 외형에서부터 차이가 나니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은신.”

일 대 수백. 놈들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몬스터 군단의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야 했지만 영민에게는 그 또한 어렵지 않았다. 은신을 한 뒤 조심스레 뒤를 점하면 그만인 것이다.

은신한 영민을 알아차릴 정도로 놈들의 감지 능력은 뛰어나지 못했다.

“비열한 습격, 럭키 펀치!”

“꾸윅!!”

뒤를 점했다면 속전속결. 영민은 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순간 데미지를 뽑아내며 보스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혀를 내밀며 즉사하는 거궁의 마젠타. 만약 은신이 아니었다면 그 강력한 공격력과 연사 능력 때문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낭패를 보았을 터였다.

동시에 몰려드는 시선.

당황스러울 만큼 부담스럽지만 예상했던 바였다.

“파이어 볼, 삼단 베기, 빨리 베기!”

오히려 영민은 적극적으로 덤벼들며 마젠타들의 수부터 줄여놓았다. 보스인 거궁의 마젠타처럼 한 발 한 발 공격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속사와 고속 이동이 가능한 놈들이라 이렇게 발이 묶이고 장애물이 많을 때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유령마 소환!”

유령마도 한 팔 거들었다. 영체임에도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녀석이 몬스터들의 한복판을 휘저 놓은 것이다. 덕분에 영민에 대한 시선이 분산 되고, 그 사이 영민은 빠르게 마젠타들을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퍼엉!

“끼히힝!!”

그러나 단 둘 만으로 압도하기는 어려웠다.

곧 마법 계열 몬스터들이 합류하며 유령마를 몰아세웠다.

녀석은 분전했지만, 계속해서 날아드는 마법 공격에는 어쩔 수가 없는지 자꾸만 형체가 흐릿해졌다.

“유령마, 이쪽으로!”

영민도 더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했던 마젠타들을 도륙했으니 일단 후퇴할 생각이다.

치고 빠지는 전술에서는 자신처럼 강한 개인이 압도적으로 유리 할 수밖에 없으니까.

“혼령질주.”

특히나, 이런 사기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영체화 된 유령마와 영민은 몬스터들 뿐만 아니라 벽까지 뚫고 넘어가며 빠르게 전장에서 이탈했다.

“헉헉. 이거 쉽지가 않고만.”

황급히 도주를 감행한 영민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하자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레벨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라 조금은 얕보고 덤볐는데 생각만큼 만만하지가 않다.

어디 그 뿐인가. 사력을 다해 죽이고, 또 죽였건만 능력을 흡수한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접촉’을 해야만 하는 드레인의 특성상 그런 난전의 상황에서 능력까지 흡수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물론 걔 중에는 1레벨 던전의 몬스터라서 흡수가 되지 않은 케이스도 있겠지만 여러모로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혼자 다 해먹는, 소위 ‘무쌍’을 찍는 수준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나중에라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무쌍이 아니라 자살에 가깝다는 것을 조금 전 전투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전투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영민의 눈이 고민으로 물들었다.

‘어? 이건··.’

고심하며 인벤토리를 정리하던 영민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이거 잘만하면··.’

좋은 수가 생각났다.

‘일단은 알 빼먹기부터.’

하지만 이 역시 기본 전제는 몇 번의 헤딩이었다. 영민은 힘을 회복하는 대로 처음의 장소로 돌아가 같은 암습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궁수 계열과 마법 계열의 보스 몬스터와 쫄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근접계열 밖에 없었다.

“자, 이제 놀아보자꾸나.”

씨익

그런 놈들을 보며 영민이 꺼내든 것은 바로 활이었다. 거궁의 마젠타가 떨구고 간 레어 등급의 활.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서 영민이 원거리 공격을 쏟아내려는 것이다. 마나가 바닥이 날 걱정이 없는 화살 공격을 통해서.

“뭐, 어차피 얻으려던 거였으니까.”

한 가지 더.

영민은 코인 상점을 열어 스킬북 하나를 구입했다.

카테고리 분류나 필터링으로는 알 수가 없고 직접 이름을 적어 검색해야만 확인 할 수 있는 히든 스킬북, ‘하이 엘프의 궁술 : 상권’.

강태성도 뒤늦게 알아 존재만 확인 했을 뿐, 기존 스킬과 상충되어 익히지는 못했던 그 스킬을 구입하기 위해 모아둔 거의 모든 코인을 소모했다.

“화살은 허접해도 네 놈들에게는 충분하지.”

덕분에 화살은 마지막 코인을 긁어모아 구입한 매직 등급의 ‘무한의 화살통’이 전부였다. 노멀 등급의 ‘평범한 화살’을 무한대로 공급해주는 신비한 화살통. 높은 등급에서는 화살 자체의 데미지도 엄청나다는 것을 알기에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

이 최선이었다.

활 따위는 평생 쏘아본 역사가 없지만 강태성의 기억과, 스킬북을 익히는 순간 각인 된 정보를 토대로 자세는 그럴싸하게 잡을 수 있었다.

활시위를 당기고, 가볍게 놓았다.

휘익

팩-

“오!”

사실 큰 기대는 안하고, 목표도 정하지 않고 쏘아낸 화살이건만 지상의 몬스터 중 하나가 목을 잡고 쓰러졌다.

[하이 엘프의 궁술 스킬 숙련도가 0.1% 상승했습니다.]

활의 위력과 스킬의 강화효과, 엄청난 운이 합쳐져 만든 결과였다.

한 가지 문제 아닌 문제라면 그 운이 한 번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쯤일까.

휘익 휘익 휙 휙

무한의 화살통은 손을 가져가기만 하면 원하는 만큼의 화살을 만들어 냈다. 화살 자체의 공격력은 높지 않지만 적어도 화살이 부족해서 공격을 멈추는 일은 없다는 뜻.

영민은 의도적으로 1레벨 던전의 몬스터들이 밀집한 구역을 집중적으로 노려 화살을 뿌려댔다.

[하이 엘프의 궁술 스킬 숙련도가 0.1% 상승했습니다.]

[하이 엘프의 궁술 스킬 숙련도가 0.1% 상승했습니다.]

[하이 엘프의 궁술 스킬 숙련도가····.]

그때마다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며 위력과 관통 효과, 명중 보정 능력은 꾸준히 증가했다.

어차피 드레인도 못하는 놈들, 숙련도 노가다를 위한 과녁이라도 되라지. 하루가 다 가도록 1레벨 던전 몬스터들만 찾아다니며 활을 당겨댔다.

그러자 숙련도가 제법 빠르게 올랐다.

마구잡이로 쏘아내는 것처럼 보이는 화살들이 정확히 놈들의 숨통에 틀어박혔다.

“속사!!”

그 뿐만이 아니다. 숙련도가 5를 넘기자 연사 스킬이, 10을 넘기자 속사 스킬이 저절로 익혀졌고 20을 넘기는 순간 두 발 쏘기 스킬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덕분에 숙련도 작업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기대가 됐다. 이보다 하위 스킬인 ‘엘프의 궁술’을 구입한 강태성도 나중에 손에 꼽히는 궁술 실력을 갖게 되었다는데, 과연 ‘하이 엘프의 궁술’은 어떨 것인가.

비록 지금 영민이 익힌 것은 상권에 해당하는 반쪽, 아니 3분의 1쪽짜리 스킬이었지만 영민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해보였다.

“자, 제대로 꿀 빨 시간이다.”

영민이 시위를 당길 때마다 인벤토리에는 아이템이 쌓이고 경험치도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1레벨 던전의 몬스터로 알려진 놈들은 굳이 서두르지 않고 화살로 전멸을 시킨 뒤 무두질을 하고, 마나석을 챙겼다.

하이엘프의 궁술 스킬 숙련도가 상승함에 따라 조준 사격이 가능해진 덕에 2레벨 던전 몬스터가 섞여도 상관 없었다. 일단 최대한 1레벨 던전 몬스터를 솎아낸 후, 마나를 쏟아 부어 2레벨 던전 몬스터를 쓸어버린다. 그리고 늦기 전에 뛰어들어 시체들을 터치

하고 유령마의 스킬을 이용해 도주한다.

꽤나 심력이 들어가는 작업이기는 했지만 레벨 업을 하는 재미에, 능력치가 오르는 재미에 힘들 줄도 모르고 계속했다.

아파트 하나, 둘. 거리 하나, 둘. 차근차근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나가며 모든 이득을 독식했다.

덕분에 아파트 안에 숨어 있는 민간인들의 안전이 보장 될 테니 좋은게 좋은 것이다.

[드레인 능력이 진화합니다.]

[직접 닿지 않아도 1m 이내에 있는 자신이 죽인 대상의 능력 중 일부를 랜덤하게 흡수 할 수 있습니다.]

“?!”

그렇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스킬도 아닌, 고유능력이 진화를 한 것이다.

고작해야 ‘터치’에서 ‘1m 거리 원격 흡수’로 변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적진 한복판에 뛰어 들어가 싸우면서도 실시간으로 능력이 상승하며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싸우면서, 싸울수록 강해지는 상대.

적에게는 공포요, 악몽에 가까운 대상이 되리라.

‘어쩌면 나중에는··.’

광역 스킬이라도 얻으면 몬스터를 몰살시킴과 동시에 능력을 흡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거리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닐지 몰랐지만 일단 이것만 해도 충분히 바람직한 변화였다.

‘남은 시간은 하루··.’

영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디 신나게 놀아볼까?”

다시 몬스터 사냥을 개시했다.

몬스터가 몰린 지역의 높은 건물 위로 오른 영민은 하이 엘프의 궁술을 이용해 까다로운 적을 저격했다. 뿐만 아니라 지능이 낮거나 육체적인 한계로 영민이 위치한 높은 곳까지 오르지 못하는 녀석들을 몰살 시켰다.

그런 다음 궁술 스킬 및 마법 스킬을 아끼지 않고 사용해 한순간 폭발적인 데미지 딜링을 넣고, 은신과 전력질주를 이용해 죽은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능력을 흡수한다. 그 과정에서 보스급의 몬스터라도 있다면 비열한 습격과 럭키펀치로 암살하고 신나게 싸

우다가 유령마의 혼령질주로 도망쳤다.

전주에 있는 던전들은 대부분이 1레벨 또는 2레벨에 불과했기에 위험할 일도 없었다. 위의 과정을 한 번씩 할 때마다 마나가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물론 마나 포션이야 넘치도록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폐 대용으로 쟁여둔 것이기에 손댈 수 없었다.

이제 1레벨 던전의 몬스터는 경험치를 거의 주지 않았고, 2레벨 던전 몬스터도 살짝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따로 몰이를 할 필요가 없는 몰이사냥을 몇 번이나 반복하니 레벨 업을 할만큼 충분히 경험치가 올라 간간이 마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사냥, 아니 학살, 아니 노가다를 계속 반복하고 있을 때 기다렸던 던전 쇼크의 두 번째 현상이 나타났다.

< 38화 - 던전 쇼크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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