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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36화 (36/177)

< 36화 - 축제 (2) >

거액의 칩을 획득한 영민은 그대로 거리로 나가 도장 깨기를 하듯 부스들을 휩쓸었다.

기업 단위나 중형 이상의 길드가 운영하는 부스의 경우 제법 격을 갖췄다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소규모 부스들은 여느 축제의 난장을 방불케 했는데 그곳들 중 쓸만한 경품을 내건 미니게임을 휩쓴 것이다.

걔 중에는 헌터로서의 능력이 필요 없는 게임도 있었지만 대체로 어떤 식으로든 마나 활용 또는 능력 활용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다트 하나로 풍선 10개 터트리기라든지 50미터 거리에 있는 나무 막대에 고리 던져 걸기, 상자 안의 물건 맞추기 따위의 것이었다.

원래는 강화계, 변화계, 조작계, 감지계 등의 특수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인데 영민은 오로지 운빨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 다트를 원격으로 조작하거나 여러 개로 분열시키는 변화 능력은 지니지 않았지만 잘못 던져 튕긴 다트가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풍

선을 모조리 터트려버린다든가, 힘껏 던진 원반이 그대로 고리에 쏙 들어가 버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모두가 황당해하지만 한바탕 웃고난 뒤 경품을 내어줄 만큼 자연스러운 실수로 경품을 따낸 영민은 한참을 즐기며 인벤토리를 두둑하게 만든 뒤 진짜 목적지로 향했다.

“지금이 두시니까··. 곧이겠네.”

영민이 향한 곳은 공개 경매장이었다. 소위 ‘진짜배기’라고 불리는 아이템들은 천만원이 넘는 입장권을 구입한 인원들에게만 공개되는 비밀 경매장에서 거래가 되겠지만 이곳 공개 경매장에 나오는 물품들도 꽤나 훌륭한 것들이었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원하는 아이템들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만큼. 그런 만큼 비밀 경매장은 사실 99%의 헌터들이 알 필요도 없는, 알아봐야 배만 아플 존재에 불과 할지 몰랐다.

“다음 경매물품은··.”

영민은 도착하자마자 경매품 리스트를 쭉 훑었다. 자세한 내용 없이 경매품의 이름만 나열되어 있는 이 작은 종이 한 장이 백만원이나 했다. 예전이었다면 생각도 못할 사치였지만 워낙 비현실적인 수익을 올리다보니 이제는 별 생각도 하지 않고 구입했다.

공개 경매는 아침부터 쭉 진행이 되고 있었지만 축제가 끝나는 3일 내내 계속해서 이어질 터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 있다.’

리스트를 훑던 영민은 곧 원하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순서로 볼 때·· 대략 30분쯤 후에 나오겠네.’

기억대로였다. 2시 30분 ~ 3시 정도에 순서에 오른다는 기억이 거의 정확하게 맞았다.

이 정도면 기다릴 만 하지.

씨익 미소를 지은 영민은 공개 경매장에 마련된 입찰자석 중 하나에 차지하고 앉았다.

사람이 많아 손을 들어 경매를 진행하기는 무리였기에 이렇게 원격으로 입찰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대거 만들어 둔 것인데 마침 한 자리가 빈 것이다. 물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해도 원격 패드를 대여해 참여 할 수 있긴 하지만 소소한 행운이었다.

약 30분의 시간 동안 누군가에게는 특별해도 영민에게는 큰 의미 없는 경매품들이 올라오고, 팔려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물건이 단상에 올라왔다.

“이번 물품은 아주 특별한 것입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아주 높은 잠재력을 가진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서론이 길다. 기대감을 높이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영민은 그것이 초조함의 발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려 최대 레전드 등급까지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랜덤형 뽑기 아이템,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입니다!”

“우오오오!!!”

확률성이긴 하지만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뽑을 수 있다는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하기야,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레전드 등급은커녕 유니크 아이템을 만져 본 적도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만질 일도 없을 테니 열광적인 게 당연하다.

“다만 마나석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력’을 갖추신 분들에게 추천 드립니다.”

소란한 틈을 타 경매사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슬쩍 언급했다.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

경매사의 말처럼 최대 레전드 등급까지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뽑기’형 아이템으로 강태성의 기억 속에서도 그리 많은 수량이 풀리지 않은 물품이었다.

다만, 생각처럼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리지도 않았다.

작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에 반해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은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

그렇기에 비밀 경매장이 아닌, 이곳 일반 경매장 쪽으로 물품이 넘어온 것이리라.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 시작가 1억원입니다!”

띠이 띠이 띠 띠

시작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입찰을 알리는 부저 소리가 들려왔다. 비밀 경매장에 들어갈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돈 좀 모았다하는 개인이나 중소 길드들이 레전드 소리에 흥분해서 마구 가격을 올려대는 것이다.

띠이 띠, 띠, ··띠

1억원이던 시작가는 두 배를 금세 넘겼다.

1억 1천만원, 1억 5천만원, 2억원, 3억원.

시작가가 낮았던 탓에 3배까지는 금방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고비였다. 순간 눈이 돌아가서 입찰 버튼을 눌러대던 이들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다.

싸늘하다.

금액이 슬슬 부담스러워지려는 것도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주위가 싸늘했다. 정확히는 ‘대형’급에 속하는 길드들이 단 한 번도 입찰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뭐지? 뭐 때문이지? 작전인가? 서로 눈치를 보는 건가? 또 중소 길드들은 바람만 잡다 끝나게 되는 건가?

“3억 3억 나왔습니다. 3억 천, 3억 2천!··.”

그러는 사이에도 금액은 계속해서 뛰었다. 처음보다는 속도가 줄었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였다.

‘이상하다.’

아니다. 아예 팔짱을 끼고 버티는 것이 아예 입찰을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눈치 빠른 자들이 대형 길드 경매 담당관들의 의중을 파악하고 멈칫 거렸다.

“5억원 나왔습니다!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지금부터 2천만원 단위로 호가하겠습니다.”

저 물건에 문제가 있는 건가? 가만, 경매사가 처음에 뭐라고 했지?

“5억 2천, 5억 4천··. 6억! 지금부터 5천만원 단위로 호가하겠습니다!”

단위가 커지고 낌새가 이상하자 점점 입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속도가 느려지려하자 경매사는 눈치 빠르게 호가 단위를 올려버렸다. 마치 금액이 커져서 느려지는 양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러자 몇 번쯤 입질이 더 오더니 멈춰버렸다.

“8억! 더 없으십니까? 레전드 아이템을 다수 획득 할 수도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셋을 셀 때까지 입찰이 없으면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는 뉴메타 길드에게 돌아갑니다. 하나, 둘··.”

띠이

영민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영민이 단번에 2억을 올려 10억에 입찰을 걸었다. 어설프게 올렸다가는 경쟁이 붙겠지만 이미 이상한 낌새를 챈 상태에서 2억은 꽤나 크게 다가올 터였다.

“10억! 10억 나왔습니다. 셋을 셀 때까지 입찰이 없으면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는 팀 럭키맨에게 돌아갑니다. 하나, 둘, 셋. 낙찰!”

결국 승자는 영민이었다. 방랑 상인의 만물 보따리가 8억에 낙찰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니, 사실 더 오른다 해도 돈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하는 아이템이라고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는 비싸봐야 12억을 넘기기 어려웠다. 10억도 상당히 많은 편.

이 것이 도깨비 방망이 이상가는 도박성 아이템이라는 것을 아는 대형 길드의 인원들은 오히려 영민이 눈탱이를 맞은 것이라며 비웃고 있을 터였다.

그럼 어떠랴, 사용자가 만족하면 그만이지.

낙찰을 받은 즉시 영민은 한 쪽에 마련된 교환처로 가 경매품을 수령했다.

10억원 어치의 칩을 지불하고, 방랑 상인의 만물 주머니를 인계 받았다. 외형은 그저 한짐 가득 실려 묶인 보따리의 형상이었는데 이것을 펼치는 순간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이다.

“어떻게 할까.”

영민은 그것을 당장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으로 지불할 많은 양의 마나석을 미리 구입해두어야 했기 때문에 당장 써봐야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때문에 영민이 고민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바로 비밀경매장에 대한 것.

공개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최고 금액이 10~50억 사이라면 비밀 경매장의 거래 금액은 평균이 수억에서 수십억이고, 정말 값나가는 것들은 100억을 우습게 넘는다. 작년에는 1,000억원이 넘는 경매품도 있었다던가?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돈이 생기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강태성의 기억은 아직 이 시기의 아이템 중 그럴싸한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멸망 직전까지 살아낸 그의 기준이지, 영민이 눈 돌아가게 만들 백억 짜리 아이템은 수두룩 할 터였다.

“후우, 그래. 가자.”

하지만 영민은 비밀 경매장으로의 입장을 포기했다. 마나석을 사는데만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아예 유혹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칩을 모조리 현금화 시키고 행사장을 벗어났다.

아직 전야제 행사나, 내일 있을 시상식에서도 볼거리가 많았지만 그런 것쯤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오늘이 고작일 테니까.

“가만, 돈도 바꿔야겠군.”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를 떠올린 영민은 일찍 빠져나오기를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거, 이거, 이거. 있는 대로 다 주세요.”

영민은 집 대신 신라 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아이템들을 몽땅 쓸어 담았다. 구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구입한 것은 포션. 저급한 포션이 아니라 하나에 수백, 수천만원씩하는 중급 이상의 포션들이다.

그만큼 엄청난 가격에도 때만 되면 없어서 못 파는 상품들. 영민은 슬라임 레이스로 딴 돈을 모조리 써버리겠다는 듯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 해독 포션 및 각종 고가의 도핑 물약과 주문서를 재고가 없을 때까지 마구 사들였다.

그렇게 사용한 돈만 근 200억.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켓이 가지고 있는 물량이 부족해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을 털고 나와야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어서야 쇼핑을 마쳤다.

그나마도 신라 마켓이 주변의 업체와 협력사를 통해 최대한 긁어모은 덕에 이만큼이지 아니면 100억을 조금 넘기는 선에서 멈췄을 터였다.

뜬금없이 나타난 큰 손의 등장에 신라 마켓은 그를 VVIP 등급으로 격상 시키는 한 편 플로어 마스터가 나와 극진히 대접하며 챙겼다. 서비스라도 챙겨주면 좋을 테지만 국내 최대 헌터 마켓인 신라 마켓의 VVIP가 된 것도 큰 성과였기에 만족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 오실 때 미리 연락주시면 바로 모시겠습니다.”

입구까지 나와 허리를 숙이는 플로어 마스터를 보며 영민이 쓴 웃음을 지었다. 당장은 엄청난 매출이 찍혔으니 좋아하겠지만 아마도 내일이면 땅을 치고 후회할 만큼 아쉬워 할 터였다.

던전 쇼크.

기존 던전에서는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신규 던전이 대거 출현하는 그날이 바로 내일이었다.

< 36화 - 축제 (2)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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