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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24화 (24/177)

24화 - 이중 던전 (5)

생각 같아서는 또 다른 은신 전용 스킬 ‘뒷목 치기’까지 획득에 도전하고 싶지만 개미를 상대로 그것까지는 무리였다. 시도해봤자 머리가 박살나는 게 고작이겠지. 그건 나중에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 할 때나 노려봐야했다.

뒷목 치기 스킬이 가진 스턴 효과라면 또 다른 연계 공격법이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터라 아쉽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오, 이건!”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서던 영민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한 가지 아이템에 또 한 번 기쁨을 표했다.

[거대 개미의 더듬이][소모]

원하는 것을 입력하면 그 방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힘을 가진 키 아이템.

목적지의 근처에 도달하면 효력을 다하고 사라진다.

일종의 네비게이션을 얻은 것이다. 활용법이 조금 낯부끄럽기는 했지만 영민은 즉시 그것을 사용했다.

[무엇을 찾기를 원하십니까?]

머리띠처럼 더듬이를 머리에 뒤집어쓰자 안내 문구가 나타났다. 대답은 정해져있다.

“거대 여왕 개미의 방.”

[입력이 완료되었습니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그 순간 양쪽 더듬이 끝이 반짝 빛을 내뿜었다. 일단은 직진. 이미 사용법을 알고 있는 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은신을 사용한 상태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거대 일개미의 출현 빈도는 높아졌다. 영민의 행운 때문인지 그래봐야 두세 마리씩 함께 나오는 것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조금씩 수가 불어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 횟수는 다섯을 넘지 않았다. 은신 스킬은 그보다 한참 수준이 높거나, 감각이 뛰어나거나, 감지 계열 능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놈들을 교란시킬 개미의 체액을 만들어내기 위해 영민이 일부러 은신을 풀고 전투를 벌일 때를 제외하고는 발각당하지 않았다.

덕분에 진입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수많은 갈림길이 나타났지만 그때마다 거대 개미의 더듬이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고 최단거리로 거대 여왕개미의 방을 향해 나아갔다. 그 사이 여러번 은신을 풀었다 다시 사용하면서 숙련도도 착실히 오르고 있었다.

“응?”

그러다 어느 순간, 거대 개미의 더듬이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눈앞에 놓인 3개의 개미굴을 확인한 영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가장 중요한 선택을 남기고 효력이 다한 것이다.

“하나는 거대 여왕 개미의 방이고, 하나는 일개미들의 작업장, 하나는 투사 개미의 쉼터였지?”

똑같이 생긴 굴의 안쪽은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달랐다. 위치는 랜덤. 그것을 떠올린 영민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세 곳 모두 한 번 입장하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는 형태였지만 힌트를 얻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지한이 걸어준 버프가 끝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장을 보는 것이 좋았다.

“왕이니까··. 직진이지!”

영민은 가운데 굴을 선택했다.

들어가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해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고, 다시 은신을 펼친 뒤 안으로 진입했다.

‘빙고!’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거대 개미의 몇 배는 되는 덩치에 은빛 날개를 파르르 떨어대는 여왕 개미의 존재를.

Max의 행운이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 것이다.

‘셋.’

내부를 확인한 영민은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

거대 병정 개미 셋에 거대 여왕 개미 하나. 누구를 먼저 기습할 것인가. 어떤 순서로 상대할 것인가.

거대 병정 개미는 전투력이 높았고, 거대 여왕 개미는 전투력은 거의 없는 대신 그 존재 자체로 개미굴 전체에 퍼져있는 모든 개미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어떻게 하지.’

자신과 수준 차이가 제법 날 것으로 보이는 녀석들이기에 언제 은신이 발각될지 알 수 없었다.

강태성의 기억이 여왕 개미를 먼저 죽이는 것과 병정 개미를 한 마리 줄이고 시작하는 것의 장단점을 내뱉었지만 철저히 분석할 시간 따윈 없었다.

영민은 이끌리는 대로 선택을 했다.

‘일단은 대가리부터.’

무거운 몸을 최대한 움직여 거대 여왕 개미의 발치까지 갔다.

“비열한 습격!”

놈들의 체액 빛과 같은 녹색의 검이 거대 여왕 개미의 하복부를 꿰뚫었다.

[크리티컬!]

공격이 정통으로 들어가며 데미지를 극대화시켰지만 영민은 만족하지 않았다. 검을 슬쩍 놓고 놈의 배까지 타고 올랐다.

“럭키 펀치!”

[크리티컬!]

푸확!

격이 다른 증폭 데미지에 여왕의 배가 터져나갔다. 이번만큼은 영민도 체액을 뒤집어 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거대 은빛 여왕 개미를 사냥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타이틀 ‘여왕 살해자’를 얻으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몇 번이나 되는 레벨 업 알림과 함께 거대 병정 개미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자신들의 여왕을 살해한 침입자를 향해

거대한 살의를 내뿜었다.

전차처럼 돌진해오는 그 매서운 기세에 영민이 다급히 몸을 틀었다.

“윽!”

미끌!

분수처럼 터져버린 여왕 개미의 체액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운 것을 깜빡했다. 빠르게 스텝을 밟던 영민의 몸이 쭉 미끄러져버렸다.

쿠웅

그것은 덤벼들던 거대 병정 개미들도 다름 아니었다. 돌진하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거대 여왕 개미의 시체를 향해 투구 같은 머리를 앞세웠다.

“히익!”

쿠웅

철퍽!

강한 충격을 받은 거대 여왕 개미의 시체가 그대로 넘어갔다. 일반 거대 개미의 열배, 거대 병정 개미의 서너배는 되는 너덜너덜한 시체가 놈들을 깔아뭉갰다.

“파워 어택!”

영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체에 깔린 놈들이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는 사이, 놈들에게 재빨리 달려들어 공격을 이어간 것이다.

반복 행동을 통해 익혀둔 일반 공격 스킬들. 거창하진 않지만 공격력을 30%가량 높여주는 심플한 효과가 있었다.

서걱 서걱

영민은 숨통을 끊어 놓는 대신 삐져나온 놈들의 다리를 잘라냈다. 크리티컬까지 터지니 몸체에 비해 가느다란 다리들은 속절없이 잘려나갔고, 영민은 여유있게 놈들의 숨통을 끊어낼 수 있었다.

“휴우!”

그제야 영민은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여왕의 채액 씩이나 되면 개미굴 내의 모든 개미들이 몰려올 법도 했지만 별도의 던전처럼 분리가 된 공간이기에 당장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아싸, 득템!”

어차피 개미들은 무두질이 불가능했기에 인벤토리를 열어 들어온 아이템부터 살폈다. 그러자 떡 하니 자리잡은 은빛의 날개 한 쌍. 거대 여왕 개미를 사냥하면 극악한 확률로 드랍된다는 ‘거대 여왕 개미의 은빛 날개’였다.

[거대 여왕 개미의 은빛 날개][유니크]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 여왕 개미의 날개. 착용 시 거대 여왕 개미의 광휘 효과를 받을 수 있다.

- 방어력 : 200

- 마법 방어력 : 500

- 내구도 : 500/500

- 마력 + 20

- 정신력 + 10

- 모든 상태 이상에 5% 확률로 저항

- 모든 상태 이상의 효과 10% 감소

“룩은 답도 없지만··.”

방어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마법 방어력과 마법 능력을 크게 상승시켜주고 상태이상에 저항효과를 갖는 무려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

다 큰 성인이 은색 개미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은 꽤나 우스꽝스럽러워 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능력만큼은 출중 그 이상을 자랑했다.

“이걸 처음 달고 다닌 놈의 별명이 앤트맨이었던가?”

물론 그렇다해도 고민이 되는 문제이긴 했다. 헌터용 아이템 중 이상한 게 많다고는 하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확 눈에 띄는 아이템이니까.

“던전 안에서만 착용해야겠어.”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영민은 필요할 때만 착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능력이 필요한 것도 던전 안에서 뿐이니 굳이 시선을 끌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아직은 충분히 강해지지 못했다.

“이제 보물상자를 까보실까?”

각 길드들이 이중 던전에 목을 매는 이유. 그것은 바로 가장 중심부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상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최초 공략을 포함해 총 11번까지 가능한 던전 입장 동안 단 한 번만 얻을 수 있는 보물상자에서는 그만큼 희귀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꽝’에 해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최소 레어, 높게는 레전드나 에픽 등급의 아이템까지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노다지.

던전 자체가 가지는 등급의 한계는 있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유용한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어디보자··. 찾았다!”

안정을 가지고 주변을 살피자 보물상자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개미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궤짝을 찾는 것이니, 그리 헷갈리지도 않았다.

“금빛?”

가까이로 다가간 영민은 상자를 열기 전, 상자의 모습에서 살짝 당황했다. 자신을 열어달라 강한 매혹의 빛을 뿌리는 금빛의 보물상자. 보통은 은빛이나 구리상자, 정말 재수가 없으면 낡은 쇠상자라는 것을 생각 할 때, 내용물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디··.”

끼이이익

기름칠 안 된 삐거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입을 벌렸다.

자신이 감추고 있던 것을 영민의 앞에 드러냈다.

“헐.”

안에 들어 있는 아이템은 모두 2개. 보통 1개이거나 많더라도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쓰레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영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개의 아이템이 각각 주황빛과 보랏빛 아우라를 뿜고 있는 것이다. 각각 레전드 등급과 에픽 등급이라는 소리.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가고 상자 안으로 집어넣는 손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윈드 엘리멘탈][장신구][에픽]

바람의 정수로 만든 브로치. 일정 수준 이하 바람 속성의 공격을 모두 흡수한다.

[한파의 단검][레전드]

한파의 기운이 서린 단검. 이 검에 당한 자는 한파의 공포를 맛 볼 것이다.

- 공격력 : 130~170

- 내구력 : 800 / 800

- 공격 성공 시 3% 확률로 빙결 효과

- 공격 성공 시 5% 확률로 동상 효과

- 공격 성공 시 10% 확률로 한파의 저주 효과

- 공격 성공 시 30% 확률로 둔화 효과

둘 다 엄청났다. 윈드 엘리멘탈은 이름이며 설명이 심플해도 ‘에픽’이라는 등급이 그 능력을 짐작케 했고, 한파의 단검은 C등급 헌터용 무기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할만한 것이었다.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동상과 빙결 효과를 노린다면 B등급 헌터들도 충분히 사용할만한 수준. 영민의 행운 때문인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으으. 고민되네.”

그러나 정작 본인의 표정은 썩 좋지가 못했다. 자신이 획득하기는 했지만 이 아이템들의 소유권은 던전의 주인인 아리랑 길드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취한다 한들 결국 던전이 클리어 된 이상 영민이 ‘무언가’를 가졌다는 것은 분명하고 합당한 무언가를 내놓지 않는다면 훔친 것으로 간주되어 쫓기게 될 것이 분명했다.

“뭘 선택하지··.”

때문에 영민은 선택해야 했다. 두 가지 아이템 모두 저들이 납득할만한 것이니 하나는 슬쩍 인벤토리에 넣어 가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을 해야했다.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취할 것인가.

등급만을 보자면 에픽을 꿀꺽 하는 것이 백번 옳았고 ‘조건부 무적’의 능력이 얼마나 좋은 줄도 알았지만 다른 쪽은 레전드 등급의 ‘무기’였다. 당장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것. 게다가 공격력과 부가효과들도 좋아서 상당히 오랫동안 써먹을 만 했다.

어쩌지. 어떻게 할까.

영민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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