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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7화 (17/177)

17화 - 럭키 펀치 (4)

“차핫!!”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민의 검이 또 한 놈의 목젖을 갈랐다. 녀석은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며 비틀거렸다.

이쯤되니 놈들의 모든 경계심이 영민에게 쏠린 것은 당연했다. 먹잇감에 불과한 김상식보다 사냥꾼에 가까운 영민을 먼저 처리해야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와앙!”

기합성과 함께 놈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이미 코볼트 던전을 통해 익숙한 상황. 이번에는 이빨이 아닌 각자의 무기로 덤벼든다는 것이 달랐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영민도 무사하지 못했다. 놈들의 데미지는 코볼트와 확연히 달라 ‘데미지 무효화’를 기대 할 수 없는 탓이다.

몇 개는 막았지만, 몇 개는 몸으로 받아내며 악귀처럼 검을 휘둘렀다.

“이틈에 올라가세요!”

그 와중에 소리쳐서 멍해있는 김상식을 깨웠다. 베테랑답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나무를 타고 올랐다.

코볼트들이 나무를 잘 타지 못한다는 것쯤은 기본 상식이다.

“으윽!”

곧 묵직한 충격이 영민을 엄습했다. 강화된 방어력 덕분에 경감되었지만 동시에 여러 방을 맞자 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번쩍!

그때 청량한 기분과 함께 영민의 몸이 한 차례 번쩍였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한 것이다.

1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 영민은 멍한 기분이 들었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레벨업을 하니 체력이 회복된다? 그 동안 데미지를 입지 않아 몰랐던 사실을 확인하자 자신감이 치솟았다.

“으아아아!!”

그 때부터 영민의 공격이 더 과감해졌다. 1레벨 던전의 코볼트로도 곧잘 오르던 레벨이다. 헌데 2레벨 던전의 아머드 코볼트라면? 몇 마리만 잡아도 레벨이 쭉쭉 올랐다.

당장 덤벼든 놈들을 도륙하는 동안만 레벨이 두 개나 올랐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놈들이 선발대라도 되었던 것인지 더 많은 아머드 코볼트들과 머리 두 개는 더 큰 녀석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코볼트 워리어‥.”

놈이라면 나무를 탈 수도 있고, 쓰러뜨릴 수도 있다.

힐끔 눈알을 굴린 영민은 방패로 옆에 있던 아머드 코볼트의 대가리를 쳐내고 몸을 날렸다.

“컹! 커겅 컹!”

코볼트 워리어가 무어라 말하듯이 소리치자 놈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죽여라!’ 쯤 되는 모양.

영민은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며 한 칼 한 칼 박아 넣었다.

‘장기전도 불리하지 않아. 다만 저놈이 문제인데‥.’

몇 마리를 잡을 때마다 빛이 번쩍 거리니 싸울수록 여유가 생기는 쪽은 영민이었다.

다만 한 가지. 코볼트 워리어가 변수다.

놈이 언제 덤벼들지, 또 얼마나 강할지. 전투를 지속하면서도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카강!”

‘온다!’

그러기를 잠시, 놈이 드디어 몸을 움직였다.

성인 남성과 다를 바 없는 다부진 어깨를 들이밀며 대포알처럼 부딪혀왔다.

영민도 그냥 당하지는 않았다. 방패를 당기고 팔을 겨드랑이에 바짝 붙였다. 몸을 잔뜩 긴장시키며 충격에 대비했다.

“크윽!”

그럼에도 겪어 본 적 없는 충격이 전해졌다.

어떻게든 막기는 했지만 몇 발자국이나 밀려나 나뒹굴었다.

“윽‥. 어라?”

번쩍

분명 쓰러진 건 자신인데 레벨이 올랐다. 대체 뭐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머드 코볼트와 뒤섞여 구르면서 쥐고 있던 검이 주변 놈들을 찔러댄 모양이다.

덕분에 입었던 피해가 몽땅 사라졌다. 기가막힌 행운이다.

“이크!”

멍하니 있다가 또 한 방을 맞을 뻔 한 영민은 몸을 굴려 피해낸 뒤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힘으로 붙어서는 안 된다는 걸 파악했으니 즉시 전략을 바꾸었다. 발을 통통 구르며 언제든 뛰어 피할 채비를 했다.

“잡아봐라!”

이번엔 속도로 승부했다. 보스가 싸우고 있기 때문인지 공격을 멈추고 있는 아머드 코볼트들이 거추장스럽기는 했지만 오히려 놈들을 장애물 삼아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허억!”

몇 번쯤은 재미를 보았지만 그마저 통하지 않았다. 이제 갓 D등급 초입의 강화계와 비슷한 능력을 얻은 영민의 스텟이 놈에게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놈과 비슷한 수준으로는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영민의 속도에 적응한 코볼트 워리어가 반격을 가할 때면 공중에 붕 뜬 채 몇 미터나 날아가며 흐름이 깨졌다.

‘계속 해? 말아?’

고민의 순간이 왔다. 장기 소모전으로 가서 놈의 체력을 야금야금 빼먹을 것인가,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인가.

전자는 레벨 업이 있으니 가능할 수도 있을 듯 했지만 언제까지, 또 몇 번이나 레벨 업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남은 아머드 코볼트의 수가 열 정도 밖에 되지 않기도 했고.

그렇다면 도망칠까? 김상식은 어쩌고?

생각의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반전이 필요해‥.’

조합해둔 약초들에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좀체 쓸만한 것은 없었다.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시켜주는 망나니 풀이나 10분 동안 마나의 속성을 냉기로 바꿔주는 냉혈의 환이 전부다.

모두 기각. 조금의 효과는 얻을지 몰라도 후유증이 발생하는 까닭이다. 자칫하면 오히려 후유증 때문에 당할 수도 있었다.

“스킬을 미리 얻어뒀어야‥. 응?”

왜 미리 반복 숙련을 통한 스킬 획득을 해두지 않았을까 후회하던 찰나,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자신이 가진 유일한 공격 스킬.

이름부터가 허술해서 일부러 기억해두지 않았던 그 스킬을.

“믿어봐야‥하나?”

아머드 코볼트를 방패삼아 코볼트 워리어의 공격을 피해낸 영민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하게 변했다.

아무리 그래도 럭키 펀치라니. 좀 너무한 이름이 아닌가?

더구나 무기가 아닌 주먹 공격이니, 스킬이기는 해도 공격력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고, 안 되면 튀어야지.”

자신이 코볼트 워리어만 달고 움직이면 김상식도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영민은 큰 기대 없이, 방패를 비껴세우고 놈에게 돌진했다.

“큭!”

쿠웅!

묵직한 내리찍기를 비껴막자 애꿎은 땅이 비명을 질렀다.

휘청

흔들리는 몸을 다잡은 영민은 더욱 발에 힘을 가해 놈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럭키 펀치!”

코볼트 워리어의 배에 주먹이 닿는 순간, 마나가 폭발했다. 300의 마나가 증발하며 크리티컬이 터졌다.

Max에 고정된 영민의 운 수치라면 럭키펀치의 크리티컬 확률은 100%.

그러나 일반적인 크리티컬과는 데미지 계산법부터가 달랐다.

“끅‥‥!”

코볼트 워리어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 돌출되고 살짝 벌려진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렀다. 숨을 쉴 수 없는지 호흡조차 하지 못했다.

“명치에 맞았나?”

몸이 굳은 채로 털썩 무릎을 꿇는 모습에 도망칠 궁리를 하던 영민이 깜짝 놀라 몸을 되돌렸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기회였다.

“죽어!!‥ 라?”

푸욱

코볼트 워리어의 무방비 몸에 영민의 검이 틀어박혔다. 단단히 굳은 근육에 날이 잘 들어가지 않아 놀랐지만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이미 죽었어?”

놈이 이미 죽어있던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몸에서 번쩍 빛이 솟구쳤다. 레벨 업. 이보다 놈의 죽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은 없었다.

정작 놈을 쓰러뜨리고 레벨 업까지 한 영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조력자가 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 모르는 사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날린 것은 아니었을까?

“끼깅!”

멍해있던 정신은 보스를 잃은 아머드 코볼트들의 도주와 함께 깨어났다.

어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볼트 워리어가 죽은 것이다.

쫓을 것인가, 말 것인가. 도망치는 아머드 코볼트들을 바라보던 영민은 후자를 택했다. 놈들의 수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상황을 정리하고 설명을 할 때이다.

“신입, 자네‥.”

주변의 몬스터가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김상식은 주섬주섬 나무를 내려왔다. 다행히 아직 능력을 발휘해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은 상황. 영민은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맙소사, 심장마비라니?!”

“예?”

“몬스터가 심장마비도 걸리나?”

먼저 입을 연 것은 김상식이었다. 그것도 아주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코볼트 워리어의 상태로 보아 심장마비에 가까운 증상이라는 것이다. 영민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일단 잠자코 있었다.

“코볼트의 심장이 인간보다 아래쪽에 위치해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그의 설명인 즉 이랬다. 영민의 펀치가 코볼트 워리어의 심장을 때렸을 거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어난 순간적 충격이 우연찮게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고.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격에, 그것도 주먹으로 놈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니까.

“헌데 자네, 강화계였나? F등급이라고 들었는데‥.”

어찌되었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한 김상식은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했다. 채집꾼 팀을 이끄는 조장으로서 구성원들의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기본. 영민의 정보를 떠올려서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E등급으로 다시 판정 받았습니다.”

“그렇군.”

영민은 이 때다 싶어 말을 보탰다.

그러자 김상식도 그럭저럭 수긍하는 눈치였다. E등급의 끝자락에 있고, 강화계라면 어떻게든 아머드 코볼트에 비벼 볼 수 있지.

물론 코볼트 워리어와 비슷하게 싸웠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아이템이 좋다는 전제하에 그 또한 가능한 범주였다.

보통은 채집꾼의 신분으로 값비싼 아이템을 소지한다는 것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지만 영민이 누구의 낙하산인지를 알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가 아이템을 지급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보다 개인 짐이 조금 많을 거라는 이야기는 던전에 입장하기 전 들은 상태였으니까.

“어쨌든 대단해. 정말 큰일을 해냈어. 자넨 내 생명의 은인일세.”

마지막 의문점까지 해소되자 김상식은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영민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코볼트 워리어를 잡은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덧붙였다.

“자네가 잡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포상금이 제법 될 텐데‥. 알겠네. 자네가 원한다면 그러도록 하지.”

김상식은 의아해하면서도 그러겠노라 말했다. 그의 말처럼 포상금이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 채집꾼 신분으로 들어온 만큼 시체에 대한 온전한 권리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생각해보니 오현모가 꼬장을 부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자기가 실력에 부쳐서 못 잡아놓고 스틸을 했다며 박박 우겨대는 놈들이 꼭 하나씩 있는 법이니까. 베테랑인 그의 눈에 특히 오현모는 그런 부류로 보였다.

“그럼 시체는‥.”

“제가 해봐도 될까요?”

“자네가?”

열 마리가 넘는 아머드 코볼트와 한 마리의 코볼트 워리어 시체. 가죽 값으로만 따져도 상당한 수준일 터라 오랜만에 직접 무두질을 해야하나 김상식이 고민하고 있을 때, 영민이 은근하게 자신이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곧장 수락하기 어려웠다. 몬스터의 부산물은 어찌되었건 이 던전을 소유하고 있는 아리랑 길드의 것이니까. 영민이 잡은 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말고를 떠나서 숙련도가 낮은 이가 건드렸다가 적은 양의 가죽이 나오는 것은 채집꾼 조장으로서 곤란했다.

영민이 아무리 좋은 장비와 강화계 능력을 지녔다고는 하나 채집꾼으로서는 초짜였으니까.

그가 고민을 하는 눈치이자 영민은 재빨리 꾀를 내었다. 한 마리를 시범 삼아 작업해보고, 그 결과를 본 뒤 다시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좋아. 하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나머지는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하네.”

그 정도는 충분히 수용 범위였다. 채집꾼 조장의 권한으로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정도. 하기사 던전이 매번 초기화 될 때마다 완전히 동일한 수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니 한 마리 분량 정도는 아예 없어져도 의심 받지 않을 터였다.

“무두질.”

김상식의 허락을 받은 영민은 시체들에 손을 얹고 시동어를 외쳤다. 드레인 능력과 무두질 스킬이 차례로 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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