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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2화 (12/177)

12화 - 세트 아이템 (2)

조합 재료를 동일하게 사용했을 뿐인데 세트 효과가 붙어버린 것이다. 확률은 랜덤이었지만 영민은 단번에 성공했다.

세트 효과는 10 이하의 데미지 무효화.

각 아이템에 붙어있는 5이하의 데미지 무효화 기능이 사라지는 대신 생긴 것인데 10이라는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흐릿한 기억을 뒤져서야 알 수 있는 영민인지라 와닿지는 않았다.

“실험을 해볼 수밖에 없겠네.”

가죽 세공 스킬을 얻기 위해 한 일일 뿐, 이건 강태성의 기억에도 없던 상황이었다. 기억이라는 것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니까. 때문에 강태성이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굵직한 것들과 소소한 팁들 정도였지, 모든 세세한 수치까지는 아니었다.

결국 영민은 쉬려던 것을 포기하고 다시 수색에 나섰다. 좀 전의 주변 정리를 통해 대충 코볼트들의 출몰 방향은 알아차렸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뱅글뱅글 도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 직선으로 가면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이니까.

“크르릉.”

“와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보이는 놈들이 두려웠지만 영민은 강태성의 기억을 믿었다. 덤벼드는 놈을 향해 기꺼이 팔뚝을 내주었다.

“크르르‥.”

부르르르

코볼트는 냅다 달려와 영민의 팔뚝을 물었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물었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팔에 매달린 코볼트의 무게감 뿐이었다.

“헐. 진짜네.”

가물가물하던 강태성의 기억이 옳았다. 코볼트의 공격력은 기껏해야 7~9정도 수준. 10 이하 데미지를 무효화 할 수 있는 영민에게는 무슨 짓을 해도 타격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꼭 방어구를 입은 부분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였다. 갑옷들을 제대로 착용하고 있는 이상 방어력은 동일하게 적용을 받아서, 맨살을 물려도 데미지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영민은 지금‥.

“무적이라니‥.”

적어도 코볼트 이하 몬스터에 대해서는 무적의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면 길게 끌 것도 없겠는데?”

베이스 캠프야 이미 차렸으니 놔두면 되고, 굳이 며칠씩 걸려서 갉아먹듯 코볼트를 상대할 이유가 없다.

조심해야 할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코볼트 전사 뿐. 자신감이 솟아난 영민은 거침없이 놈들의 영역으로 뛰어들어갔다.

“컹컹!”

코볼트들이 흉악한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들었지만 웃음만 나왔다. 무슨 무적 치트키를 쓰고 게임하는 기분이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접근해야하는 코볼트들을 매달고 칼침을 한 번씩 놔주니 단 번에 빈사가 되거나 목이 잘려나갔다.

[검술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방패술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덕분에 원하던 스킬도 얻었다. 코볼트 다섯 마리를 몰아잡고 얻은 나무 방패로 막고, 후려치며 -굳이 막지 않아도 데미지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투를 이어가자 이도류 마스터리 때처럼 스킬을 습득한 것이다.

한손 검과 방패를 사용하는 방패 전사. 가장 선두에서 적을 막아내야하는 부담은 있지만 오히려 가장 안전한 헌팅이 가능하다는 그 클래스를 영민은 노리고 있었다.

‘이제 자체 힐만 익히면‥.’

아니, 영민이 노리는 것은 거기에 자체적으로 힐링 능력을 갖춘, 이왕이면 축복 등의 버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성기사. 흔히 게임에서 ‘성바퀴’라고 불리는 영역이었다.

바퀴벌레처럼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고 살아나고 마는 지독한 생존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불리는 별칭.

거기에 마법 등 잡다한 스킬들을 모조리 익혀 극한의 생존능력을 찾줄 생각이었다.

과거 강태성도 게이머의 특성에 힘입어 약간의 힐과 버프 능력을 갖추기는 했으나 성기사보다는 광전사, 혹은 스킬을 조합하여 순간적으로 엄청난 데미지 딜링을 퍼붓는 폭딜누커에 가까웠다. 하지만 영민은 생각을 달리했다. 이제 막 헌터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치열하고 암울한 미래의 전장을 기억으로만 알고 있는 까닭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스겠네.’

자신의 결정을 돌아보며 영민은 암울함 속에서 버티고 버텨내며 살아온 자신의 삶과도 가장 잘 맞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겐 이 힘이 있으니까.”

[코볼트의 체력을 흡수합니다.]

성기사가 약간 어정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부족한 공격력 때문이다. 한정된 스텟과 마나를 가지고 공격과 방어, 힐과 버프에까지 투자를 하려니 부족한 부분이 생기게 되는데 성기사의 경우 그 부족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공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주 좋은 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커버가 되겠지만 그런 무기는 가격도 더럽게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영민에게는 강태성에게 없던 또 다른 힘이 있었다.

바로 드레인.

몬스터의 시체에서 힘을 흡수하여 스텟을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이 힘이 있다면 원하는 모든 스킬을 익혀 사용하면서도 부족함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영민은 기대했다.

그러나 아직 힐과 버프 능력을 습득하기에는 조건이 맞지 않았으므로 방패전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리저리 익숙하지 않은 방패와 검을 놀려 코볼트들을 상대해갔는데, 재미있게도 숙련도가 오를수록 스스로가 나아지고 있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검술이나 방패술 따위를 배워 본 적은 없어도, 누군가 가르쳐준 것처럼 서서히 발전해나가고 있었다.

숙련도 시스템이 가진 커다란 장점 중 하나였다. 거기에 강태성의 기억이 보조하니 검술과 방패술의 숙련도는 0.1%가 아니라 최소 0.2%~0.5%씩 껑충껑충 뛰었다.

“코볼트 전사.”

그렇게 휘젓고 다니다 보니 보스 몬스터인 코볼트 전사와 마주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놈의 공격력은 얼마였더라? 정확하진 않지만 10은 넘는 것은 확실했다. 그럼 힘은? 지금이라면 상대할만 하다라는 판단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영민은 확실하게 하기 위해 쌓아둔 보너스 포인트를 사용했다. 힘과 민첩, 체력을 2 : 1 : 1 비율로 올리자 몸이 움찔 떨리더니 검과 방패를 쥔 손의 힘이 달라졌다.

“와라!”

개처럼 네 발로 덤벼드는 일반 코볼트들과 달리 자기 몸집만한 몽둥이를 치켜든 코볼트 전사를 향해 영민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대쉬를 통해 추진력 얻는 것을 봉쇄하고 공격의 각도를 제한하기 위함이다.

“끄륵!”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코볼트 전사가 맹렬한 일격을 선사했다.

빠악!

조악한 나무 방패가 부숴지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 그러나 정작 영민은 묵직한 기운을 느끼며 조금 밀려났을 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스킬로 이 정도란 말이지?’

영민은 공격 순간, 놈의 몽둥이가 약한 빛에 휩싸인 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킬이 발동되었다는 소리. 그럼에도 이 정도 충격이라면 답은 나왔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일반 공격이라면 호각 또는 자신이 우위다. 강태성의 기억을 이용해 어떻게든 공격을 비껴내려 애를 쓰던 영민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재차 덤벼들었다.

정면으로 부딪혀도 밀리지 않는다면 양손을 버겁게 놀리는 코볼트 전사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방패를 부딪혀 비등하게 막기만 해도 이득이다. 놈은 양손, 자신은 한 손을 쓰는 것이니까.

막고, 때린다.

이 간단한 행동만으로 순식간에 코볼트 전사가 수세에 몰렸다.

“커엉! 커엉!”

사방에서 코볼트 전사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몰려들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데미지 따위 전혀 주지 못하는 몸부림 따위,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다.

수십 개나 되는 이빨이 날아들었지만 제대로 박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맞을 때마다 픽픽 쓰러져 죽어주는 덕분에 영민의 기세만 올랐다.

[코볼트의 힘을 흡수했습니다.]

기세 뿐만이 아니다. 놈들은 실제로 ‘힘’이 되어 주고 있었다. 드레인 능력이 한껏 발현되며 탐욕스럽게 코볼트들을 집어삼켰다.

“후우!”

잠시 후, 영민이 뻐근한 팔을 풀며 호흡을 가다듬을 때 살아남은 코볼트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무두질.”

숲지기의 단검을 사용한 탓에 분수처럼 뿜어진 피를 몽땅 뒤집어 썼지만 이상하게 두렵거나 구역질이 나지 않았다.

“이것도 게이머의 정신 때문인가?”

방금까지 따끈하게 살아숨쉬던 것들을 해체하면서도 오히려 당연하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영민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알뜰하게 가죽과 이빨 등을 모아 챙겼다.

몇몇은 마나석까지 남겨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

“베이스 캠프로‥. 갈 필요가 없군.”

코볼트 마을을 정리하고 다시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려던 영민은 잠시 고민하다 생각을 바꾸었다. 굳이 다시 그곳을 찾아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당장 이곳에 누워 코를 골고 잠이 든다한들 자신을 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베이스 캠프를 몇 개고 만들어낼 능력이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영민은 즉시 불을 피우고 또 하나의 베이스 캠프를 뚝딱 만들어냈다. 숙련도가 올라서인지 제법 속도가 붙어 금세 그럴싸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실에 깡통을 매단 간이 경보기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텐트이니 나가기 전에 회수하기는 해야겠지만 이만하면 대충 몸을 뉘고 잠을 청할 만 해보였다.

“역시 노가다가 답인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돌아본 영민이 진리의 한 마디를 던졌다. 재료라고는 나뭇가지 몇 개와 나무토막 몇 개, 나뭇잎 조금이 고작이니 이런 식이면 얼마든지 노가다를 해서 숙련도를 올릴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실제로 강태성의 기억을 뒤져봐도 초기에 이러한 숙련도 노가다를 참 많이도 했었다는 것이 읽혔다.

숙련도가 더럽게 안 올라서 문제였었지. 하지만 자신은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정점을 찍은 행운 스텟 때문인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숙련도가 올랐고, 이런 식이라면 금세 캠핑 스킬을 경지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최대한 뽑아먹을 거니까.”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뽑아먹을 수 있는 것을 최대치까지 뽑아먹는다.

결정을 내린 영민은 일단 약초 감지 스킬을 이용해 주변의 약초들을 스캔했다. 인벤토리가 가득해지도록 약초를 쓸어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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