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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 MAX-1화 (1/177)

< 1화 - 불운의 아이콘 >

나는 운이 없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쭉.

그저 살려고 발버둥쳤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어미를 잡아먹은 놈이라 손가락질 받았고, 내가 태어난 이후로 아버지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었으며,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행동 하나하나가 문제를 일으켰다.

나는 정말 원하지 않았는데, 불운의 신이 나를 점찍은 것처럼 모든 일이 불행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넘어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시비가 붙어 두드려 맞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하루도 몸 성한 날이 없었고 조용히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나 혼자만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면 괜찮다.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불운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나와 가까이하려는 친절한 사람들은 늘 다치거나 불행해졌고 그것은 나의 아버지도 다름 아니었다.

남들이 나를 욕하고 재수 없는 놈이라 돌을 던질 때도 나를 감싸 안아주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고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도 늘 내게 웃어주며 밝게 힘을 내서 살려했다. 그러나 내 지독한 불행 때문인지 곧 암에 걸리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치료 할 수 있는 수준의 암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이면 모를까, 현재의 높아진 의학기술이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했다. 아니면 이제는 제법 많아진 헌터들 중에서 치료계열의 고유능력을 가진 이들이 힘을 쓰면 어렵잖게 나을 수 있었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굉장히 비싸다는 것이다.

사업이 실패해 월세 단칸방으로 쫓겨난 마당에 암을 치료할 돈이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도움이 되보려 해도 늘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아서 알바비는커녕 돈을 물어주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무료로 치료봉사를 해주는 헌터를 찾아가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진료 예약까지 잡았지만 그는 우리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헌터가 심장마비라니, 학계에 보고가 될 만큼 황당한 일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치료를 포기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

무엇하나 혼자 할 수 없는 내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나는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다.

나의 불운을 알기 때문인지 몇 없는 친척들도 나를 외면했고 정말로,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

그래도 나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를 위해 희생하고,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려고 노력했다. 그때마다 사건과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아무도 나와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살아냈다.

길거리를 헤매던 나를 거두어주고 기술을 가르쳐준 구둣방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떻게든 버텼다. 평소에는 창피하다며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던 자식들이 할아버지가 평생 모든 돈이 꽤 크다는 사실에 달려와 나를 겁박하고 모든 것을 빼앗아갔을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눈에 반했지만 멀리서 지켜만 봐야했던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그 아이가 나를 대신해 차에 치여 죽을 뻔 했을 때 내 안의 무언가가 툭 끊어져버렸다.

휘이이잉-

그리고, 나는 지금 이곳에 섰다.

13층 높이의 건물 옥상. 아직 날이 덜 풀려 사나운 바람을 맞으며 난간을 붙잡던 손에 힘을 서서히 풀었다.

아래에는 몸이 걸릴만한 어떠한 장애물도 없다. 이 정도 높이라면 어떤 돌발 상황이 있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겠지.

굿바이, 세상아.

굿바이, 불행아.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스르륵 손에 힘이 풀리고 몸이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머리 끝에서부터 관통하는 저릿한 느낌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10층, 8층, 6층….

눈은 감지 않았다. 이 지랄 맞은 세상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조금만 버티자. 한순간에 끝날 거야.

이제 곧…!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정수리를 관통한 어떤 기운이 전신을 훑더니 몸의 어떠한 지점에 모여 폭발했다.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졌다.

헌터들이 각성을 할 때 일어난다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각성을 했다는 기쁨보다 짜증이 먼저 일었다.

“젠장, 또!”

나는 직감했다. 죽는 것조차 실패했음을.

운명의 신이 죽는 것조차 너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콰광!!!

낙하 에너지와 각성에 의한 폭발이 힘겨루기 끝에 상쇄되었다. 무려 13층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가볍게 땅 위로 내려앉았다.

“콜록, 콜록!”

뿌옇게 올라온 먼지에 콜록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로또 1등 당첨보다 어렵다는 각성을 했지만 기쁘지도 않다. 내가 좋은 능력을 각성했을 리가 있겠어? 어차피 쓰레기라는 E등급이겠지.

“하아‥. 응?”

기쁨보다 한숨으로 먼저 상황을 달관할 때,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헉!”

그리고 기겁했다.

사람이 죽었다. 쥐포처럼 납작해져서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뿜고 죽어버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추락하면서 깔아뭉갠 모양.

이제는 살인자까지 되는 건가‥!

절망의 그 순간, 그의 시체에서 빛이 일어났다.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콧속으로 빨려들어왔다.

“어? 어??”

뭘 어찌 해볼 새도 없이 시체가 사라졌다. 몽땅 흡수되었다. 깜짝 놀라 숨을 참아보지만 그런 것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아‥‥!”

기억들이 떠올랐다. 아니, 꿈일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처음 듣는 지식들이 나타났다.

“강태성‥. 회귀‥. 10등급 몬스터‥?!”

강태성이란 사내의 기억을 흡수했다.

< 1화 - 불운의 아이콘 > 끝

ⓒ 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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