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175화 (완결) (175/175)

175. 지금까지 유수한이었습니다

[연예뉴스][단독] 유수한, 3년 만에 복귀하나? 영화 ‘중독’ 캐스팅 물망

그동안 폭주 기관차처럼 작품 활동을 하던 유수한은 긴 휴식기를 가졌다. 쉬는 동안에도 작품이 밀려 왔지만, 대본을 읽어 볼 뿐 선택하는 작품은 없었다.

이성실도 유수한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그 사건이 마음에 걸렸는지, 휴식기를 가지는 것을 이해해 주었다.

[OKEN][단독] 배우 유수한, 영화 ‘중독’으로 돌아온다 …… 캐스팅 확정

유수한이 선택한 작품은 영화 ‘중독’이었다. 강혁수 감독 작품으로, 강력반 형사로 일하던 남자가 마약 범죄를 뒤쫓다가 코카인에 중독되는 사고를 겪게 되는 내용이었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치는 남자의 처절한 모습과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로 상업 작품이 아닌 독립영화였다.

[HOT] 독립영화로 복귀 신호탄 날린 유수한 +987

유수한의 복귀에 대형 커뮤니티가 들썩거렸다. 휴식기 직전까지 선택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었던 유수한이었다. 그렇기에 길어지는 공백기를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 드디어 유수한 나오는 거임?

- 진짜 존나 기다렸다

- 뭐든, 나와줘서 고마운 듯 ㅠㅠㅠㅠㅠㅠㅠ

- 저거 존잼일 듯 ㅋㅋㅋㅋㅋ

- 유수한답다 복귀작으로 독립영화라니 ㅋㅋㅋㅋ

└ ㅇㅈ

└└ 나라면 블록버스터 선택한다 ㅋㅋㅋㅋ

└└└ 독립영화 ㅋ 이왜진 ㅋ

└└└└ 진심 유수한다운 선택 ㅋㅋㅋㅋ

공백기가 길었기에 독립영화임에도 ‘중독’은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유수한은 3년 동안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부모를 끌고 자원봉사 활동도 했다. 따로 연기수업을 받기도 했고 가만히 카페에 앉아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휴식기가 길어질 줄은 몰랐다. 노는 것도 중독이라고 쉬다 보니 계속 쉬게 되었고, 생각을 하다 보니 계속 생각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배우로서 정체성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연기를 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유수한은 자아가 흔들리는 사람이었기에 이번 휴식기를 가지면서 정체성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시간을 보내고 유수한은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그 어떤 장애물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빛유/자유] 나 오늘 회사에서 울었음 ㅠㅠㅠㅠ 유수한 복귀라니 ㅠㅠㅠㅠ +26

[빛유/자유] 외쳐!!! 갓수한!!!! +15

[빛유/자유] 얘들아, 지독한 가뭄이 끝나는 소리가 들린다 ㅋㅋㅋㅋ +17

[빛유/자유] 오늘 하루종일 웃었엌ㅋㅋㅋㅋ 이게 얼마만의 떡밥이냐? +29

팬들도 반겼다.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탈덕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그 기간을 견딘 팬들은 더 단단히 뭉쳤다. 유수한은 사실 팬들에게 미안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휴식기가 길어졌기에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만큼 팬사이트를 자주 찾았지만, 그걸로는 팬들이 갖고 있는 갈증을 해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기다려 준 팬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유수한이었다.

[빛유/자유] 얘들아!! 떡밥이 쏟아진다!!!! 에르 1월호 표지모델이래! +109

[빛유/자유] 화보... 화보니..? +9

[빛유/자유] 흑흑흑흑 소처럼 일하는 유수한 돌아왔나 봐 ㅜㅜㅜ +21

[빛유/자유] 얘들아, 인터뷰 떡밥도 떴다 ㅠㅠㅠㅠㅠㅠ +38

유수한은 복귀작을 선택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미팅을 하면서 화보를 찍었고, 그다음은 예능이었다.

[HOT] 3년 만에 ‘노예식당’ 재합류하는 유수한 +329

바로 ‘노예식당’이었다.

유수한이 꾸준하게 예능 활동을 하던 유일한 프로그램이 ‘노예식당’이었다. 여전히 ‘노예식당’은 인기가 좋았고 유수한의 공백을 한초원이 채우고 있었다. 한초원은 유수한이 추천한 배우였다. 제작진이 유수한에게 미련을 거두지 못하고 비슷한 캐릭터를 원한다는 말에 한초원을 추천했었다.

한초원은 예능감은 없었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오 피디 예능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묵묵히 할 일을 하는 한초원의 모습이 자유로운 멤버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었다.

- 유수한 컴백!!!!!!!!

- 미쳤닼ㅋㅋㅋㅋ 댕청수한 돌아오냐고ㅋㅋㅋㅋㅋㅋ

- 진심 수한아 기다렸어 존나 기다렸다고 ㅠㅠㅜㅠㅠㅠ

- 와, 노예식당 조온나 기대된다 진심

- 그럼 이제 노예식당 5인체제인가?

└ 그럴 듯

└└ ㅇㅇ 한초원 여기서 버리면 오 피디 개놈이지

└└└ 개잼일 듯

└└└└ 관계성 추가될 거 생각하니 짜릿해

오 피디는 신나서 공식 보도 자료를 뿌리고 있었다. ‘노예식당’에서 유수한의 존재감은 탁월했다. 묵묵히 일을 하면서도 묘하게 엉뚱한 면이 있어서 재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여전히 ‘노예식당’은 tnV의 대표작이었고, 이번 유수한의 합류로 진부해지고 있다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찬스를 맞이했다. 그러니 오 피디가 신날 수밖에.

“형님, 김 실장이 직접 모시러 왔습니다.”

유수한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민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김민수는 올해 실장으로 승진했다. 유수한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다른 배우를 맡았던 김민수였다. 그러면서도 유수한의 복귀를 기다렸던 김민수는 드디어 공식적인 활동이 시작되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차 뒤에 숨어 있던 보라가 트렁크를 활짝 열며 소리쳤다. 형형색색의 풍선이 트렁크에서 튀어나오며 현수막이 눈에 보였다.

[배우 유수한의 연예계 복귀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문구를 읽은 유수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김민수는 실장으로 승진했고 보라는 독립해서 ‘퍼플’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개인 사업을 시작한 보라는 유수한의 공백기에 슬퍼했다. 하지만 능력을 발휘해 담당 배우를 포섭했고, 지금은 유수한 외에도 굵직한 배우를 담당하고 있었다.

“고맙다.”

아직 영화 촬영은 시간이 남았다. 오늘은 짧은 인터뷰를 위한 스케줄이 준비되어 있었다. 차에 올라탄 유수한은 가방에서 대본을 꺼냈다. 긴 휴식기를 가진 터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어서 대본 리딩을 하고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다 왔습니다.”

한참 대본을 읽고 있던 유수한이 고개를 들었다. 오늘 인터뷰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진행된다. 깔끔한 의상을 입은 유수한이 카페에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가 보였다. 포토그래퍼 출신 기자였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2층 카페는 기자 개인 소유였다.

작업실로도 사용하는 카페라,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영업을 하지 않고 작업실로 사용한다.

“어서오세요.”

반갑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유수한이 악수를 하며 말했다.

“유수한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인터뷰를 진행한다.

시작 전에 기자는 유수한의 사진을 몇 컷 카메라에 담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간에도 사진을 찍었다. 그게 콘셉트였다. 중간중간,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전직이 포토그래퍼인 만큼, 사진을 찍는 실력이 좋았다.

“공백기가 길었는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며 살았나요?”

유수한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고요. 쉬면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휴식기 전에는 정신없이 일만 했었거든요. 지친 건 아닌데,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하려면 내면이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어요. 쉬면서 생각을 거듭하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긴 공백기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팬을 위한 인터뷰였다. 팬사이트에 자주 온다고 해도, 내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다는 데에 자연스럽게 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팬에게 가장 좋은 연예인은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유수한은 왜 휴식을 취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고 싶었다.

“사실 추진력을 얻기 위한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푹 쉬었으니 더 좋은 연기를 보여 줄 준비가 되었고, 영화 ‘중독’을 시작으로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촤라라라락.

셔터음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문득 이 소리가 그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를 지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공백기를 청산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준비하면서 유수한은 몸을 만들었다. 운동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근육이 빠져 있었기에 다시 꽉 채우는 작업을 했고, 살도 조금 뺐다. 덕분에 지금 완벽한 배우의 모습이었는데,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묵직함이었다.

예전에는 나이에서 오는 묵직함이 없었다. 지금은 나이도 먹었고 내면이 성장했기에, 묵직한 분위기가 생겼다.

“쉬는 동안, 연애는 안 하셨어요?”

그 질문에 유수한이 멈칫하다가 뒤늦게 미소를 지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이 대답이 아닐까.

차라리 안 했다고 하는 게 나았을까.

유수한은 모태솔로 기간이 길었다. 김대한 시절에는 연애를 꿈도 꾸지 못했고 유수한이 되어서는 일하느라 정신없었다. 사실 연애라는 걸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해요.]

누군가가 먼저 다가왔다.

[걱정돼서, 고민하다가 전화했어요.]

사랑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첫눈에 반해 사랑을 깨닫는 경우도 있지만, 유수한에게는 서서히 사랑이 스며들었다. 처음 하는 연애는 어색하면서도 즐거웠고 어떨 때는 고통스럽기도 했다.

배우가 되면서 유수한에게 가장 큰 약점은 사랑이었다.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기에 늘 상상으로 감정을 구현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조금 더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애매모호한 대답이네요.”

“그런가요?”

공개 연애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팬에게 미안한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상대도 공개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서로 비밀스럽게 만남을 이어 가고 있었다.

“유수한 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마지막 질문.

유수한은 커피를 마시며 짧게 생각을 정리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그 시작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자만하지 않고 늘 성장하는 배우, 남을 생각할 줄 알고 도울 줄 아는 배우, 그 어떤 역할을 하든, ‘미스 캐스팅’이란 소리를 듣지 않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감사했다. 덕분에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었고, 연기할 때는 숨을 쉬는 듯했다. 마치 천직처럼 느껴졌다.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1시간 넘게 진행됐던 인터뷰를 마치고 유수한은 카페에서 나왔다. 추운 공기가 느껴졌지만 날이 화창해서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

잠시 하늘을 올려본다. 따뜻한 햇볕을 느끼고 피부로 차가운 공기를 느낀다. 매 순간, 살아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는 유수한이었다.

앞으로 예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 순간마다 몸으로 부딪히며 어떻게 극복할지 골몰히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두렵지 않았다.

“레디-”

유수한은 카메라 앞에서 눈을 감았다. 감정을 잡고 다른 사람이 되어 눈을 뜬다. 코카인에 중독된 강력반 형사가 된 유수한이 미소를 짓는다.

“액션!”

지금 유수한의 배우 인생 2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