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만나요
[HOT] 요즘 늦은 시간 지하철역에 자주 출몰하는 유수한 +458
유수한은 모든 광고를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물론 그 이유도 있었지만, 갈 때마다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팬들이 유수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았고 그걸 확인하고 하나하나 떼서 가지고 왔다. 그러다 보니, 목격담이 뜨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ㅋㅋㅋ 나도 술 먹고 집 가는 길에 유수한 봄 ㅋㅋㅋ 메모지 뜯고 있더라 ㅋㅋㅋㅋ
└ 역시 계는 머글이 타는구나… ㅋㅋㅋㅋ
└└ 헐, 뒷모습도 존잘이네…….
└└└ 와 대박
└└└└ 운 뭐여? 존나 부럽다
└└└└└ 잘생김?
└└└└└└ ㄱㅆ) ㅇㅇ 얼굴 다 가렸는데 잘생김은 못 숨기더라 ㅇㅇ
다양한 목격담이 떴고.
- 유수한 진짜 팬 사랑하는구나… 어떻게 매일 목격담이 뜨냐
└ 이게 정상인데 정상이 아닌 놈이 너무 많아서 비정상 같아
└└ 유수한은 찐이야 ㅋㅋㅋㅋ
└└└ 이러니 팬들이 폭주하나 봐 ㅋㅋㅋㅋ
└└└└ 반응이 폭주할 맛 나게 해 ㅋㅋㅋㅋㅋ
유수한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졌다. 유수한은 결국 총 13개의 전광판을 찾아냈다. 팬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OKEN] 유수한 두 번째 팬미팅 연다…… 올 4월, 전국 투어 팬미팅 개최
준비한 팬미팅 관련 보도 자료를 뿌리기 시작했다. 팬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가득 받았으니, 이번에는 유수한이 선물을 줄 차례였다.
“와, 미쳤다!”
첫 번째 팬미팅은 ‘빛나는 유수한’ 팬사이트에서 유명했다. 유수한이 지금의 거대 팬덤을 구축하기 전이라, 규모가 작았기에 경험해 본 사람이 적었다. 뒤늦게 유수한의 팬이 된 사람들은 소문으로만 들은 팬미팅이 궁금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유수한이 직접 준비한 선물도 대단했다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도 그저 팬미팅을 경험하고 싶었다. 유수한을 멀리서나마 경험하고 싶었고 그 현장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다.
“전국 투어?”
역시 유수한은 하면 하는 남자였다.
이경민은 오랜만에 감격에 찬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몇 없었지만, 어느 정도 윤곽을 알 수 있었다. 4월 중순, 서울을 시작으로 팬미팅이 시작되며 부산, 광주, 원주, 대전에 추가로 열린다. 말 그대로 전국 투어였다. 팬 많은 연예인만 한다는 전국 투어.
[빛유/유수한♡] 안녕하세요. 유수한입니다. ^^
이경민은 기사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팬사이트에 등판한 유수한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지금 이경민은 행복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벤트가 성공한 것도 행복했던 이경민이었다. 유수한이 광고판을 보기 위해 지하철에 출몰한다는 목격담만으로도 충분한 떡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유수한이 팬을 위해 팬미팅을 개최하겠단다. 어떻게 덕심이 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
[먼저 지하철 이벤트 잘 봤어요. 요즘 계속 보러 다니는데요. 제가 다 찾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선 인증부터 할게요.]
주루룩.
유수한이 직접 찍은 사진이 보였다. 꽤 많은 양이었고 대단하게도 유수한은 딱 하나 빼고 다 찾아냈다. 아마 다 찾은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해서 확인차 올리는 모양이었다.
[제가 대상 받고 빛유에 오지 않아서 섭섭했죠?]
그 말에 이경민이 짧게 소리를 질렀다.
“네니요!”
사실 유수한이 팬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항상 시상식 다음 날, 팬사이트에 찾아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연예대상 이후에도 빛유에 글을 남겼던 유수한이었다.
[제가 팬미팅 준비를 하고 있어서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빛유 방문을 꾹 참고 있었어요.]
하아.
- 꾹, 꾹, 꾹꾹꾹, 참고 있었구나… 우리 수한이...
- 오빠, 참지 마요. 그런 거 참는 거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
- 수한아, 누나 벽 잘 부수지??
- 아니, 왜 글에도 씹덕이 뚝뚝 떨어지는데요?? 나 죽음
└ 팬미팅은 보고 죽어 이 사람아
└└ 22 죽더라도 팬미팅을 보고 죽어요
└└└ 3333 갈 땐 가더라도 팬미팅은 보고 가야지
└└└└ 444 죽기엔 아직 일러
덕후 마음은 다 같다. 작은 거 하나에 꽂혀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경민도 입을 틀어막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내 배우가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팬미팅에서 우리 귀여운 빛유 분들 볼 생각하니까, 벌써 설레네요.]
- 엥? 수한아, 네가 더 귀여워
- 참나 귀여운 사람이 누구보고 귀엽대???
- 오빠 소문 다 났어 유수한의 최고 씹포는 커여움인 거
- 이게 뭔 소리고? 빛유 사람들 안 귀여움 ㅇㅇ
└ 22222
└└ 333 내가 안 귀여운데 빛유가 어떻게 귀엽겠어
└└└ 44444
└└└└ 55555 귀여운 건 하나면 충분하지 ㅇㅇ
유수한 말 하나에도 반응이 빠르게 올라온다. 어느새 글은 마지막 문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열심히 팬미팅 준비할 테니, 4월에 만나요!]
- 네! 4월에는 주말 다 비울 거야!
- 네에! 4월에 봐요!
- 4월 ㅇㅋㅇㅋㅇㅋㅇㅋ
- 4월 입력 완
그리고.
이경민은 콧김을 뿜으며 달력을 휘리릭 넘겼다. 4월 중순이다.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지만, 보통 공연은 주말에 연다. 그렇기에 대략적인 일시를 유추할 수 있었다.
[빛유/공지] 여러분. 지금 당장 오세요.
댓글을 쓰지 못하게 막아 두고 글 하나를 급하게 올렸다.
[회의합시다.]
내용은 짧다.
정확히 설명하는 말이 없어도 사람들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바로 이경민은 비공개 사이트인 ‘대피소’로 이동했다. 팬미팅 소식은 자연스럽게 팬에게도 일이 생겼다. 단순히 서울에서 열리는 일회성 팬미팅이 아니었다. 무려 전국 투어.
[회의/불판] 팬미팅 이벤트 첫 번째 회의 +59
대피소에 글을 올리기 무섭게 공식 팬사이트에서 폭주하고 있던 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경민은 자기들끼리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팬들을 잠시 내버려 두고, 계좌를 확인했다. 최근 광고판 이벤트를 하느라 탈탈 털었던 계좌였다.
- 일단 남은 총알 인증함
└ 얘들아, 총알 채워
└└ 당장 입 벌려 총알 들어간다
└└└ 가자가자
└└└└ 내 건 대포알이다 ㅇㅋ?
잔고 인증을 시작으로 텅 비어 있던 계좌에 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이번에 팬송 하나 만드는 건 어때요?”
지금 유수한도 회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의미 있잖아요. 하나 곡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선 게스트는 다 준비가 되었다. 서울 공연은 정동인, 민서온이 함께하기로 했고 나머지는 한초원, 주민하, 명서진, 주해원이 함께 하기로 했다. 물론 한 명이 더 있지만, 굳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예산이 될까요?”
이미 지역마다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돈이 심각하게 깨진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작곡가를 섭외해서 팬송을 만든다는 것도 이제 슬슬 눈치가 보이는 유수한이었다.
“안 될 게 뭐 있니.”
이성실은 담담하게 말했다.
“팬송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은데.”
그러면서 핸드폰을 만진다. 여러 작곡가 연락처를 저장해 두었는데, 예전에 보이 그룹을 야심 차게 만들었다가 거하게 말아먹었던 이성실이었다. 그때, 다양한 작곡가를 많이 알아 두었다.
“아니면 우리 사 놓고 못 쓴 곡도 있잖아.”
“아휴, 많죠.”
“많을 정도인가?”
“네. 편곡하면 트렌디하게 쓸 수 있는 곡 많아요.”
이성실이 속이 쓰린 듯 한숨을 쉬었다.
“다 유명 작곡가라, 아까울 정도인걸요.”
쓰려고 했지만, 못 쓴 곡들이었다.
이성실이 기획, 제작한 아이돌은 정규 1집과 싱글 2집을 내고 폭망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조금 오는가 싶더니, 거기서 끝이었다. K 엔터는 배우로는 유명하지만, 아이돌로는 문외한이었다. 처음에는 K 엔터가 가요계에 뛰어든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였지만, 정작 가수가 뜨지 않았다. 덕분에 수집하듯이 모았던 숨은 명곡들이 지하에 그대로 묻혀 있었다.
“일단 골라서 선택하는 걸로 하고.”
지금이라도 써먹게 됐으니,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된다.
회의는 계속되었다. 이성실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따로 방송 작가를 섭외했다. 공연 구성을 짜는 일은 방송 작가만큼 잘할 사람이 드물었다. 요즘은 아예 방송 작가를 영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사 콘텐츠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자사 콘텐츠라-’
점차 Y튜브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K 엔터 역시도 Y튜브를 하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아무래도 슬슬 손을 볼 때가 되긴 했다. 물론 지금 그 문제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한 회의가 끝났다.
며칠간 계속 회의를 진행했기에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였다. 유수한은 차근차근 팬미팅 준비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추는 춤을 숙지하고 연습했고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팬송 편곡 끝났어요.”
유수한은 연습실에서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액션 연기의 달인(S)]을 얻게 된 이후에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완벽히 숙지했지만, 무대에서 완벽히 하고 싶은 마음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일단 들어보세요.”
K 엔터에 묻혀 있던 유명 작곡가의 작품이 이제야 세상에 드러난다. 편곡을 하고 바로 가사를 붙였다. 유수한은 잠시 연습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 악보요.”
악보?
어차피 유수한은 악보를 볼 줄 모른다. 하지만 매니저가 주니, 일단 받기는 했다. 악보에는 곡명과 가사가 적혀 있었다.
“빛나.”
제목은 말 그대로 ‘빛나’였다.
유수한의 팬사이트 이름은 ‘빛나는 유수한’이었고 줄여서 ‘빛유’였다. 그렇기에 그 팬덤명을 가져와 제목을 만들었다. 그건 유수한의 생각이었다. 팬들이 유수한을 빛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유수한 역시도 팬들을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멜로디는 흥겹다. 발라드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리듬감이 필요한 노래였다. 우선 차분히 들어보기로 했다.
“노래 좋죠? 여기에 춤도 넣을 거라던데요.”
매니저가 리듬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말했다.
“춤?”
“뭐, 그냥 율동 수준인가 봐요.”
“어째 일이 커지는 거 같네.”
“형이 바란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할 말이 없다. 늘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유수한이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멜로디에 집중해서 듣고 두 번째는 가사에 집중했다. 팬에게 선물하는 노래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노래 괜찮네.”
고개를 끄덕이며 유수한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있는 듯 없다. 춤은 늘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템 덕분에 예전처럼 우스운 꼴은 면할 수 있었다.
“녹음 일정은 확실히 정해지면 알려드릴게요.”
시간은 성큼성큼 흘러간다.
유수한은 팬미팅을 준비하며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따금씩, K 엔터에서 벗어나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팬들이 준비한 광고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연예뉴스] 유수한 전국 투어 팬미팅 3분 만에 매진 기록!
그렇게, 유수한의 두 번째 팬미팅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