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너마저 나를
[연예이슈] SBC ‘나는 왕이로소이다’ 여주 한초원 깜짝 발탁 …… 한초원은 누구?
듣기로 한초원은 주인공 제안을 받고 놀랐다고 한다.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었다. 한초원에게는 작품을 따질 필요도 없었다. 주인공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잡아야 마땅했다.
[HOT] 벌써 세 번째 만나는 유수한X한초원(feat.노숙자) +218
짧게 스쳐 지나갔던 한초원의 ‘식사남녀’ 특별출연까지, 벌써 세 번째 만남이었다. 유수한은 핸드폰을 들고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 와, 둘이 이러다가 정분 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
└ 22 세 번이나 만났으면 없던 정분도 싹트겠다
└└ 3333 유수한이 추천했을지도 모름
└└└ 4444 이 커플 찬성합니다 ㅁ_ㅂ
└└└└ 55555 벌써 망붕 생김 ㅋㅋㅋㅋㅋ
이런 시답잖은 반응은 눈으로 대충 훑고 지나간다.
- 아니 ㅋㅋㅋㅋ 식사남녀에서도 만났는데 왜 유수한 짤은 죄다 꽃거지야?ㅋㅋㅋㅋㅋ
└ 아무래도 그게 웃기니까
└└ ㅇㅇ 꽃거지가 왕 된다는데 웃기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일자무식 왕 ㅋㅋㅋㅋㅋ
└└└└ 꽃거지 신분상승 개웃김 ㅋ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세 번의 재회를 했다며 글을 썼는데 중심은 죄다 꽃거지였다. 그것도 누추하게 빵이나 주워 먹는 모습, 쪼그려 잠든 모습, 골프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 나 한초원 좋아 연극 보러 갔는데 존나 반함
└ 연기 존잘이야... 진짜 더 잘 되야 함
└└ 연극판 아이돌이 어디 가겠냐고ㅠㅠㅠㅠㅠㅠ
└└└ 지금 하고 있는 한초원 연극 꼭 봐라 두 번 봐라 존나 예뻐서 눈이 튀어나옴
연극이라.
그러고 보니, 유수한도 한초원을 연극 무대에서 처음 보았다. 임정연 작가도 한초원이 나오는 연극을 보고 꽂혔다고 들었다.
“오랜만에 연극이나 보러 갈까.”
평일이라 자리는 충분히 고를 수 있었다. 문제는 들키지 않는 것. 물론 들킨다고 해도 둘러대면 되지만, 괜한 잡음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짧게 고민하던 유수한은 결국 예매를 하고 말았다. 다시 만나 함께 호흡을 맞출 배우였기에, 직접 두 눈으로 연기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이번 연극이 또 시대극이었으니.
“으, 추워.”
현재 드라마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한창 캐스팅 작업 중이었다. 본격적인 촬영은 5월 말, 방송은 8월 중순 예정이다. 그 전에 촬영을 마친 낫플릭스 ‘EXIT’가 공개된다. 여러모로 유수한의 일정은 꽉꽉 채워져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춥지만, 커피는 역시 차가워야 제맛이다. 사람들 시선을 받는 게 싫어서 차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딱 연극이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움직일 생각이었다.
“아, 시원하다.”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연극에 대해 알아본다. 한초원이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연극과 뮤지컬 덕질을 하는 연뮤팬들이 한초원을 반기고 있었다.
“연극판 아이돌?”
요즘은 이런 별명도 있구나.
유수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초원은 무대에서 빛난다. 연기 자체를 잘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보다 대중 앞에 설 때 더 빛나는 사람이었다. 물론 언젠가는 카메라 앞에서도 빛날 것이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재능이 있는 배우였다.
“시간 다 됐네.”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찾다 보니 어느새 연극이 시작될 시간이다. 차에서 나온 유수한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러나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써도 눈에 띄었다. 훤칠한 피지컬은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은 보게 만들었다.
“존잘.”
그런 소리도 익숙했다.
“마기꾼 아님?”
“아냐, 몸을 봐. 그럴 사람이 아니다.”
마기꾼.
마스크 사기꾼을 일컫는 말. 종종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눈만 보고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마스크를 벗으면 봤던 얼굴이 달라진다. 순간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얼굴이 못생겨지는 그 순간, 그 사람은 마기꾼이 된다.
유수한은 빠르게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자리를 찾아 앉고 연극이 어서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배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현장감을 느끼며 타인의 연기를 보다 보면 배워 가는 것도 많았다. 오늘도 유수한은 공부하는 자세로 연극을 볼 생각이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너, 너무 배고파서…….”
지지리 가난하던 숙빈 최씨의 아역이 나온다. 유수한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저 나이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생기였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해.”
무수리가 된 여인.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해.”
슬픈 눈으로 자신을 다잡는 모습이 보인다. 숙빈 최씨는 열심히 움직인다. 무수리로서 열심히 일하고 가끔은 궁궐에 핀 꽃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왕의 눈에 띄었고 순간 변하는 그녀의 눈빛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전하께오서 왜 소인같이 천한 것을…….”
고개를 푹 숙인 숙빈 최씨의 모습.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는 왕의 눈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본디, 왕은 화려한 것이 더 익숙하다. 하여, 화려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마음이 동할 수도 있었다. 그게 지금 숙종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꽃인 줄 알았다.”
“예?”
“달빛 아래, 화사하게 웃는 너를 보니 꽃을 보는 듯했다.”
꽃처럼 웃는다.
그 터무니없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인위적으로 만든 조명 아래, 꽃을 보며 웃는 한초원의 모습은 예뻤다. 왕이 첫눈에 반했다는 그 설정이 이해가 될 정도로. 그저 웃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핍진성이 되었다.
“아가, 꼭 높은 사람이 되세요. 나처럼 누군가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꼭 높은 곳에 올라 스스로 살아가세요. 그렇게 된다면, 이 어미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이제 고작 옹알이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숙빈은 슬픈 듯 웃는다. 왕은 숙빈을 총애했지만, 숙빈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힘을 키우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존재였다.
역시 한초원은 연기를 잘한다. 또 양순이 역할에 어울린다. 이미 호흡을 맞춰 본 상대였기에 적응하기도 수월할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건, 모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유수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 * *
[HOT] 낫플릭스 제작 EXIT 티저 공개! +559
[HOT] 낫플릭스 EXIT 티저부터 심상치 않다? 이게 바로 K좀비! +355
[HOT] 좀비 덕후 설레게 할 낫플릭스 EXIT +678
드디어 낫플릭스 ‘EXIT’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티저가 공개되자 빠른 속도로 조회수가 올라갔다. 심지어 낫플릭스에서 기대작으로 손꼽았는지,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걸어 놓았다.
「전 세계를 덮친 좀비 바이러스!」
밀려드는 좀비와 격전을 펼치는 군인의 모습에 내레이션이 합쳐진다. 이은결이 이로 안전핀을 뽑고 수류탄을 던진다.
퍼엉!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살아남는 자, 누구인가!」
총성이 들리고 무릎을 꿇은 이은결이 보인다. 결연의 찬 그의 눈빛과 함께 짧은 티저가 끝났다.
- 와, 좀비 머선일이고? 겁나 빠름;;; 총도 쓰네; 도른 거 아님?
└ 총까지 쓸 수 있는 능지면 사람이 이길 확률이 있어? 미쳤음;;
└└ 와, K좀비라 예상은 했는데, 이건 매운맛을 넘어서 핵매운맛인데????
└└└ 개 매워, 매워서 미쳐버림
총을 쓸 줄 아는 좀비.
드라마 ‘EXIT’의 좀비 설정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다. 안전장치를 풀고 총을 사용하는 것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점차 진화하고 나중에는 수류탄도 사용하며 기존 좀비와는 차별화되었다.
- 좀비 갑자기 막 튀어나오네 개무서워
- 아니, 좀비 핸디캡 하나도 없어? 이건 뭐, 설정 개에바임;;;
└ 까봐야 알 듯
└└ 뭔가 설정 더 있을 것 같아 티저 30초짜리라 아직 아무것도 모름 ㅇㅇㅇ
└└└ 일단 보고 까자 좀
좀비 핸디캡은 있다. 예고편에는 풀지 않았지만, 본편에서 차근차근 풀릴 것이다. 김승찬 감독은 점차 좀비가 머리를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상황을 그리려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다양한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연출했다.
- 벌써 해외반응 미쳤는데? 탁톡, Y튜브, 규글 다 난리남
└ 크으 국뽕찬다 ㅋㅋㅋㅋ
└└ ㅇㅈㅇㅈ 티저 조회수 쭉쭉 오름
└└└ 얘네 K좀비 존나 좋아하잖아 ㅋㅋㅋㅋㅋ
└└└└ 뭐든 8282 매운 거 좋아하는 한국이 한국 했다
└└└└└ 이게 바로 K좀비다 이것들아 ㅋㅋㅋㅋㅋ
낫플릭스에서 거듭된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찔렀다. 전 세계가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OKEN] 시작부터 뜨겁다! 낫플릭스 ‘EXIT’ 4월 첫 공개!
관련 기사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식 시사회는 3월 말에 잡혀 있다. 유수한은 짧게 홍보 영상을 촬영했고 지금은 드라마 ‘나는 왕이로소이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연예뉴스] 열일하는 유수한, 전생에 소였던 게 분명? 이 남자, 사극은 어떨까?
SBC 역시도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 아직 공식적인 촬영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낫플릭스 ‘EXIT’의 뚜껑이 열리면서 함께 묻어갈 생각을 하는 듯했다. 지금 관심을 받고 있는 유수한인지라, 별거 아닌 드라마 홍보 기사도 함께 물살을 타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초원 씨.”
자연스럽게 한초원과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네, 반가워요.”
한초원 역시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은 감독, 작가와 함께 모여 전체적인 연기를 맞추는 날이었다. 유수한과 한초원 외에도 극중에서 비중이 있는 배우 서너 명도 함께 참여했다.
“박 내관.”
유수한은 침울한 눈빛으로 서책을 덮는 시늉을 한다.
“내가 이걸 배워야 할 이유가 있는가.”
“전하께오선 이 나라를 이끌 군주이십니다.”
“내가?”
현재 철종은 정치를 하고 있지 않다. 배움이 짧은 그였기에 수렴청정 기간이었다. 철종은 제왕학을 공부하며 제대로 된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군주라 할 수 있나…….”
한탄.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걸 누군가는 무능이라 말했으며 그 말에 반박할 의지조차 없었다. 위태로운 그를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양순이었다.
“저는 천한 신분이라, 전하의 심중을 모두 헤아릴 수 없지만…….”
천한 신분.
그 말을 하는 양순이의 모습이 철종의 마음을 짓누른다. 두 사람은 사랑했다. 머지않아 결혼하자는 약속을 했고 함께할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환경이 달라졌다.
“천하다? 너는 천하지 않아. 오히려 천한 것은 나다.”
“전하, 어찌 그런 말씀을…….”
“나를 높이지 마라. 너만큼은, 양순아. 너만큼은 내게 달라지지 말아.”
철종은 두려워한다.
달라진 세상에서 모든 것을 잃어 가고 있었다. 원하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지만, 마음은 박탈감에 시달린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마음은 왕이 아니라 나무꾼 이원범이다.
“너마저 나를…….”
철종이 애달픈 눈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바라본다.
서서히 변해 간다. 모든 것이. 철종은 이원범으로서의 삶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양순을 여전히 같은 말투, 같은 목소리, 같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양순에게는 이원범의 모습으로 남아 있고 싶은 탓이었다.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버틸 수가 없다.”
서서히 유수한은 철종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