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111화 (111/175)

111. 노예주점

영화가 공식적으로 개봉하기 전에 항상 비공식 시사회가 열린다. 언론 시사회를 시작으로 VIP시사회가 이어지며 그 다음 순서로 영화가 공개된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주로 해 왔고 영화는 특별출연 이후 처음인 유수한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언론 시사회는 제작 발표회와 비슷했다. 다른 점은 결과물을 현장에서 보여 준다는 거였고 그 이후에 진행되는 내용은 거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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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화가 개봉되기 전이었지만, 평론가 평점은 언제나 중요했다. 입소문은 서서히 시작된다. 평론가의 평가가 일반 대중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영화를 검색한 후 평점을 찾아본다.

자기 주관대로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참고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기에, 유수한 역시도 평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지원 – 뻔한 것 같은데? 어? 뻔하지 않네? ★4.0]

[소은석 – 다소 설득력 떨어지는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극복하다 ★3.5]

[최종완 – 비주류 감독의 반란 ★4.0]

[김유성 – 수작. 보는 순간 빠져들어 간다 ★4.5]

5점 만점을 기준으로 두면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간혹 평론가 평가와 대중 평가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었다.

- 이거 재밌나? 최종완 평점 돌았네? 맨날 2점만 주더니...

- 아, 존나 궁금하다 빨리 개봉해라!!!

- VIP 시사회도 반응 터졌더라

└ 맞아 파랑새 난리 남 재밌다고...

└└ 존나 뻔한 스토리 같은데 이렇게 좋아한다고? ㄹㅇ 궁금

- 유수한 이거 대박나면 연타석 홈런이 뭐야, 거의 5연타석 홈런 아님?

└ 그정돈 아님 시한부 아빠는 솔직히 2루타잖아

└└ ㅋㅋㅋ 시한부 아빠 무시함? 존나 잘된 편이야 홈런은 아니어도 3루타는 됨

└└└ ㅇㅇ 시한부 아빠 생각보다 잘됐어

└└└└ 이래나 저래나 유수한 요즘 작품 보는 눈 미쳤음

유수한은 반응을 찾아보고 있었다.

예고편 조회수나 반응도 좋았다. 계속 드라마만 했던 유수한이었기에, 영화에서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유수한은 언론 시사회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연기가 튀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며 전체적인 스토리에 집중해서 보았다. 역시나 정동인은 경력이 풍부한 배우답게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

투톱 영화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유수한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렇기에 아무리 투톱이라고 해도 분위기에서 정동인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 유수한의 연기는 괜찮았다. 정동인에게 가려지지 않았고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영화 개봉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무대 인사 인정이 유수한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전에.

「어서오세요. 바삭한 김치전과 막걸리가 맛있는 노예주점입니다.」

‘노예식당’ 시즌2가 첫 방송 되었다. ‘노예식당’ 시즌1은 식당이었다. 노예 4인방이 식당을 운영하는 게 중점이었고, 시즌2는 주점이었다. 그것도 한식이 중심인 주점.

메뉴는 파전, 김치전에 어묵탕이 준비되어 있었고 반찬으로 양파 장아찌와 단무지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술은 역시 막걸리였다. 시중에 파는 막걸리를 공수해 오기도 했지만, 달달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꿀동동주도 따로 준비했다.

- 국뽕 지리네? ㅋㅋㅋㅋ 전에 막걸리라니 ㅋㅋㅋㅋㅋ

- 지금 비오는데 김치전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싶다 ㅠㅠㅠㅠ

- 유수한이 서빙해주는 김치전 먹고 싶음 ( ° ͜ʖ °)

└ 유수한이 서빙해주면 맛없어도 간다

└└ 단골각

└└└ 츄릅...

1회에서는 독일로 끌려가는 노예 4인방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장 재밌는 부분은 역시 윤지우의 신용카드 사건이었다. 신발에 카드를 숨긴 윤지우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노예 4인방 중에 머리를 쓴다면 당연히 조이수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이수도, 이정환도 아닌 막내 윤지우였다.

- 윤지우 ㅋㅋㅋㅋ 역시 어려서 머리 잘돌아감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오 피디 낚임 ㅋㅋㅋㅋㅋ

└└ 세상 허망해진 오 피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난 오 피디 망연자실 할 때가 제일 재밌음 ㅋㅋㅋㅋㅋㅋ

└└└└ 22 ㅇㅈㅇㅈ 오 피디 당할 때가 젤 웃김 ㅇㅇ

시즌1에서는 다소 존재감이 떨어졌던 윤지우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유수한은 윤지우를 보면서 현역 아이돌의 힘을 느꼈다. 윤지우는 이렇게 시작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유수한 여전히 댕청하네 ㅋㅋㅋ 조이수 뭘 믿고 유수한에게 계산 맡겼냐? ㅋㅋㅋㅋㅋ

└ 댕청하니까 제작진놈들도 방심한 거 ㅇㅇ

└└ 맞아 그래서 왕작가가 조이수 붙고 오 피디는 이정환한테 붙었잖아

- 이건 막내들의 반란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사기 침

└ 22222 윤지우가 큰 그림 그리고 유수한이 거들었음

└└ 33333 비록 유수한은 댕청해서 걸릴 뻔 했지만, 결국 성공함 ㅋㅋㅋ

└└└ 44 아, 유수한 댕청미 존나 커여움 ㅠㅠㅠㅠㅠ

└└└└ 5555 막내들의 반란 ㅇㅈ

유수한이 마지막 결제를 할 때, 또 CG가 들어갔다. 얼굴이 빨개지고 땀이 나는 듯한 CG가 들어갔는데, 유수한이 보기에도 그리 썩 똑똑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 노예식당 보다 보면 유수한한테 영업당함;

└ 22 영업력 지림...

└└ 3333 노예식당 보면 유수한 갭차이에 치여

└└└ 4444 진심 존나 씹덕임 ㅋㅋㅋ

반응은 좋다.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색다른 모습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유수한은 자세를 고쳐 앉고 화면을 응시했다.

「이제 바꿔야지. 노예식당이 아니라 노예주점.」

본격적인 주점 오픈이 시작되었다.

「아, 디자인 잘 나왔다.」

그 순간, 화면 상단에 쓰여 있던 ‘노예식당’ 로고가 바뀌었다. 순식간에 ‘노예식당’이 아니라 ‘노예주점’이 되었다.

- 헐 ㅋㅋㅋㅋㅋ 타이틀 바뀐 거 뭐임?

└ 노예식당 아닌가 봐 ㅋㅋㅋ 노예주점 됨 ㅋㅋㅋㅋ

└└ 아니 타이틀 이렇게 한순간에 바꿔도 되는 거?

└└└ 타이틀 바꾸기 참 쉽죠? ㅋ

타이틀이 실시간으로 바뀌었으니 반응이 빗발치는 것도 당연했다. 유수한은 단톡방으로 노예들과 대화 중이었다.

- 어, 그거 오 피디가 바꾼다고 말하긴 했어. 이제 주점이야, 노예주점.

이정환은 알고 있던 모양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다들 모르고 있었다. 유수한은 바뀐 타이틀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혼란은 오겠지만, 이슈는 확실히 될 듯했다.

「어?」

노예주점의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점심부터 술을 판다. 유럽에서는 낮술이 이상하지 않은 문화였다. 한국보다 점심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밥을 먹으며 술을 한 잔 곁들이는 문화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노예주점의 타깃층에는 현지인도 있었지만, 주는 여행 온 관광객이었다. 어차피 놀러 온 사람들이니 낮에 술을 먹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11시, 이른 시간에 오픈을 결정지었다.

「지금 비 와요.」

운이 좋다.

「와! 우리 대박 나려나 봐요!」

윤지우가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며 말했다.

비 오는 날, 전과 막걸리의 매출이 상승한다. 한국에서는 비 오는 날에 전을 먹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만, 여긴 독일이었다. 그래도 사람 입맛은 거의 비슷하니까, 맛있을 걸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비 오니까 내가 다 막걸리 마시고 싶네.」

유수한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전 김대한이던 시절에 비가 오면 항상 막걸리 한 통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왔었다.

안주는 별다른 게 없었다. 보통 멸치를 집어 먹으며 막걸리를 마셨는데, 궁상맞지만 꽤 즐거운 추억이었다.

지금은 술을 찾아 마시지는 않지만, 비 오는 날 자연스럽게 막걸리가 떠오른다.

「자, 이제 오픈합니다!」

오전 11시 정각, 베일에 가려진 노예주점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일은 시즌1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주방은 이정환과 조이수가 주로 담당하고 유수한과 윤지우는 서빙, 계산 담당이었다. 하지만 메뉴가 시즌1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에 유수한이 설거지를 맡아 주기로 했다.

유수한의 외모는 서양에서도 통했다.

그저 문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그러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마치 낚시를 하듯이 미끼를 던지는 유수한이었다.

그렇게.

「어서 오세요.」

첫 손님은 역시나 여자였다.

한국은 애국심이 강한 나라다. 나라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며 저항한 나라, 남북 전쟁 이후 폐허가 돼 버린 땅을 일구고 다시 두 발로 우뚝 선 나라,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성실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니.

국뽕도 뒤따라온다.

- 김치전 맛있지? 쓰애끼들아, 치즈랑 같이 먹어봐라 맛있어서 눈물 날거다

- 캬, 비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라니 ㅋㅋㅋㅋ 맛 잘알

- 다이어트 중인데 안 되겠다.. 나도 모듬전 시켜야겠다.. 막걸리도 마실래 ㅠㅠㅠㅠ

└ 다이어트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 ㅋㅋㅋㅋㅋ 방송엔 김치전, 파전 나오는데 왜 넌 모듬전 시켜? ㅋㅋㅋㅋ

└└└ 방송은 이용당한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사람들은 외국인이 낯선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렇기에, 오 피디 예능 말고도 외국인 반응을 겨냥한 예능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유수한은 막걸리를 신명나게 흔들었다. 물론 흔들고 거품이 쏟아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유수한은 예전 김대한 시절에 막걸리를 자주 마셨기에, 김 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를 쓰면서 [언어 능력의 달인(S)]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은 비가 오는 날에는 꼭 김치전이나 파전에 막걸리를 먹습니다.」

부연 설명을 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 간장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양파와 함께 드셔도 맛있어요.」

- 와, 유수한 속시원하다 먹는 방법 딱 알려주니까 좋잖아

└ 맞아. 김치전은 간이 됐지만, 파전은 간장 필수라구!

└└ 양파 장아찌, 그렇지.. 같이 먹으면 도른맛이지

└└└ ㅇㄱㄹㅇ 제대로 먹어야 속시원함

음식에 진심인 나라.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쌈 싸 먹을 때, 쌈을 베어 먹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한국 음식을 먹을 때는 제대로 먹어야 속 시원해지는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 잘생겼다.」

「배우인가?」

「응, 한국 배우인가 봐.」

이건 대본이 아니었다.

외국인에게 잘생겼다고 말 한마디 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따로 섭외한 사람도 아니었다.

- 응, 대본~ 안 믿어~

└ 22 아, 좀 이런 거 시키지 마라;;; 쪽팔;;

└└ 3333333

└└└ 4444444 대본 좀...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은 쉬이 믿지 않는다. 유수한은 억울했다. 타 예능에서 외국인 반응을 조작한 적이 있어서 예민하게 생각하는 걸 알고 있지만, 대본이 아니었기에 억울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증명할 방법도 마땅찮으니.

- 뭔 대본이야;; 저 사람들이 유수한 아는 것도 아니고 잘생겼다 하는건데. 또 식당에 카메라 존나 많은데 당연히 배우나 연예인이라고 생각하겠지;; 까질 오지네?

└ 222222 아니 뭐만 하면 대본이래;;;

└└ 333 유수한 객관적으로 봐도 존잘인데요? 이정환한테 잘생겼다고 하면 대본 ㅇㅈ

└└└ 4444 ㅋㅋㅋㅋㅋ 야, 위에 너 이정환한테 왜 그러냐 ㅋㅋㅋㅋㅋ

└└└└ 이정환 순살 됨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정환 갑자기 처맞음 ㅋㅋㅋㅋㅋ

유수한은 부정적인 반응이 이따금씩 나오는 걸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연예인으로 사는 이상, 늘 좋은 소리만 듣고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예뉴스] 네? ‘노예식당’이 아니라 ‘노예주점’이라고요? …… 2회 시청률 대폭발! 14.7%

그리고.

‘노예주점’은 2회 만에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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