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93화 (93/175)

93. 너 최우현이지?

[OKEN] 유수한 “학폭 관련 사실무근” …… K엔터 허위 사실 단호 대처

오후 4시.

학폭설에 대해 알게 된 지 3시간이 흘렀다. 이성실은 발 빠르게 입장문을 발표했다. 물론 이를 믿지 않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고 예전 유수한이 저질렀던 병크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며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 유수한 이런 사람인 거 모르는 사람 있?

└ 22 유명했음;;

└└ 3333 요즘 이미지 관리하더니 얼마 못 가쥬?

└└└ 44444 놀랍지도 않음 ㅇㅇ

사실이든 아니든 연예인에게 학폭은 치명적이다.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는 일도 힘들었고 자극적인 글에만 집착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근데 유수한 고2 때 유학 갔다며? 그럼 저 사람이 주장하는 거랑 말이 다른데;;

└ ㅇㅇ 학창 시절 내내 학폭 당했다던데... 말이 다름

└└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헷갈릴 수도 있는 거 아냐?

└└└ 그렇다기엔 너무 말이 안 맞잖아;; 2년이나 차이 나는데?

이성실은 유수한이 18세가 되던 해에 유학에 다녀온 증거를 모아 공개했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최우현의 글에 신빙성이 없음을 집어내는 여론도 아주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 이거 사실이면 유수한 은퇴해라 꼴 보기 싫음

└ 22 사실이면 배우할 생각하지 말아야지

└└ 333333

└└└ 444 피해자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 5555555

유수한은 지금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상황을 관망할 여유가 없었다. 돌발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하루 정도는 지켜보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빛유/유수한] 안녕하세요. 유수한입니다. +124

신중하게 글을 썼다.

가만있는 건 답이 아니었다. 소속사가 움직이고 있었지만, 유수한이 그 어떤 말도 없자 날카로운 말들이 쏟아졌다.

소속사 뒤에 숨는다는 말에 유수한은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김대한은 유수한의 17세 기억을 알고 있다. 그리고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영국 유학 관련 폭로였으면…….”

끔찍하다.

유수한은 17세까지는 괜찮았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그래도 관리가 되고 있었다. 부모의 관심은 지독했지만, 유수한이 탈선하지 못하도록 제어했다.

유수한은 부모의 관심이 귀찮았고 그렇기에 유학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영국으로 가자마자 유수한은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서양 특유의 자유로움에 푹 빠졌다. 그의 모난 인성은 유학을 통해 업그레이드되었고 지금의 유수한을 만들어 냈다.

결국 그 덕분에 죽음을 면치 못했지만.

[HOT] 유수한 해명문(먹먹문) 올라옴 +289

먹먹문?

그렇게 말하기에는 유수한은 차분히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 있는 그대로를 썼다. 팬사이트에 올렸기 때문에 팬을 위한 마음을 담았지만, 먹먹문이라는 말로 치부될 글은 아니었다.

[라이프 체인지] 43:32:09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착실히 흐르고 있었다. 여론이 한순간에 바뀔 리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돌린다면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 근데 유수한 말이 다 맞으면 어떡해?

└ 222

└└ 33333 저번에도 덮어놓고 욕하다가 아니었잖아

└└└ 444444

└└└└ 55 지금은 중립기어 박아야 함

이미 일전에 기자의 악성 글로 고통받았던 유수한이었다. 그 사건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이번 일에 접근했다.

- 보통 학폭글 올라오면 다른 피해자도 나타나거든? 이건 조용함

└ ㅇㅈ 피해자 글 대로면 유수한 개쓰레기인데 추가 피해자가 없을 리가;;

└└ 3333

└└└ 증거라고 올린 것도 졸업장이 전부임;;

└└└└ 44444 유명한 일진인데 피해자가 한 명이라고?

유수한은 차분히 댓글을 읽으며 이성실의 연락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유수한은 최우현에 대한 큰 악감정은 없었다.

최우현이 왜 유수한에게 칼을 겨누었는지 이해한다. 도와주지 못할망정, 바퀴벌레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으니 그가 앙심을 품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주동자는 양종혁이었다.

양종혁이 저질렀던 모든 잘못을 유수한에게 돌렸다.

가해자가 양종혁이었다면 유수한은 방관자였다. 방관자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모든 죗값을 받을 만큼의 죄는 아니었다.

“네, 대표님.”

기다리던 이성실의 연락이 왔다.

- 최우현 연락 닿았다. 근데 상태가 그리 좋진 않더구나.

“상태라뇨?”

- 집에서 안 나온 지 꽤 된 모양이야.

“아, 그렇군요…….”

유수한은 이성실의 말을 들었다.

최우현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의 부모는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우현은 방치당한 채 학교를 다녔고 지독한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내일 오후에 찾아가기로 했다.

“네, 알겠습니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최우현은 집에 틀어박힌 지 오래되었다.

사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심각한 불안 증세를 동반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를 기피했고 바쁜 부모님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밥 먹듯이 지각을 하고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를 감행했다. 양종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익명으로 신고도 했던 그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 아, 어머니는 괜찮으시니?

이성실은 유수한의 모친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아들에 관한 일이라면 물불도 안 가리는 성향이었기에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우려하고 있었다.

“네, 걱정 마세요. 나서지 말라고 단단히 말씀드렸습니다.”

- 그래. 일이 어떻게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야.

“네. 저도 법적 공방까지 갈 생각은 없습니다. 잘 풀어 봐야죠.”

진흙탕 싸움.

그 진흙탕 싸움에 특화된 사람이 유수한의 모친이었다. 그렇기에 유수한은 어머니를 제일 먼저 진정시켰다.

당장 법적 대응 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어머니를 달래야만 했다. 강하게 나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만약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건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여론은 유수한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 표면적으로 보이는 피해자는 최우현이었다. 사건은 아직 해결 중이었고 표면적으로 가해자인 유수한이 최우현을 압박할 경우,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표님. 최우현 연락처 받을 수 있을까요?”

- 연락처?

“네, 만나기 전에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

- 그래, 너무 강하게 말하지는 말고.

“알아요. 저도 제 잘못이 있다는 걸 아니까요.”

유수한은 최우현의 연락처를 받았다.

아무리 유수한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였던 최우현에게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일 것이다.

그렇기에 할 수 있다면 통화로 먼저 대화를 한 후에 대면하고 싶었다. 물론 그것 역시도 최우현이 받아주어야만 가능하겠지만.

- 그리고.

이성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영화 미팅이 취소되었다.

“네?”

- 상황을 설명했지만, 학폭설이 완벽하게 해소되기 전까지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하는구나.

“…… 그렇군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문제가 되는 배우와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미팅이 취소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너무 낙담하지 말고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유수한은 최우현 탓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에게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과거 유수한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

최우현이 유수한을 걸고넘어지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난 네가 꼭 연, 연예인이 되었으면 좋, 좋겠어.]

유수한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미지와 평판이었다. 최우현은 유수한을 끌어내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극적인 글로 유수한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생각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지금의 유수한은 예전 유수한는 다른 사람이었다. 겉은 유수한이었지만, 자아는 김대한이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이런 고초를 겪으려니 속이 쓰렸다. 하지만 감수해야만 한다. 유수한으로 산다는 것은 그의 업보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진정하자.”

심호흡을 하고 마우스를 쥐었다.

요즘 유수한은 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최우현과의 만남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응?”

그리고.

- 나 은성고 나왔는데 유수한 일진 아님 ㅋㅋㅋㅋ

상황이.

- 나 얘 알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야, 너 괴롭힌 사람 양종혁이잖아 ㅋㅋㅋㅋ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 아, 이름 생각났다.

유수한이 말없이 최우현 폭로글에 올라오는 댓글을 읽었다.

- 너 최우현이지?

* * *

가끔 동창 중에 관종이 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관종은 가끔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하게 만드지만, 어떨 때는 관심을 받기 위해 도움을 주는 순간도 있었다.

[HOT] 유수한 학폭설 동창 증언 떴음 +1029

바로 지금이었다.

누군지 모르는 관종 동창이 쓴 댓글은 순식간에 추천이 박히며 순위권에 올랐다.

수면 위에 올라온 그 댓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신빙성이 없으니 인증을 하라는 말도 빗발쳤다.

덕분에 그 관종은 졸업장 인증과 함께 진실이 담긴 글을 에이트판에 올렸다.

- 뭐야? 유수한 일진 아니라는데?

- 헐 ㅋㅋㅋㅋㅋ 괴롭힌 사람 따로 있는데 그걸 유수한에게 덮어씌운 거네;;;

- 유수한 억울하겠다;; 욕 존나 처먹었는데;;;

상황이 급변했다.

관종 동창은 졸업장은 물론 교복까지 인증했다. 심지어 학폭 피해자 최우현은 물론 가해자의 이름까지 공개하며 신빙성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유수한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해명은 본인 입으로 하는 것보다 타인의 입을 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 중립기어 박기 잘했다ㅋㅋㅋㅋ 유수한 소속사 노빠꾸인 거 알지? 각도기 잘 쟀나 몰라 ㅋ

└ ㅇㅈ K엔터에서 가만 안 있을 듯 ㅇㅇ

└└ 거기 성실이가 일 되게 잘하잖아 ㅋㅋ 지금 피뎊 수집 중일걸?

└└└ 또 여기 사람들 경찰서에서 정모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 자업자득 ㅇㅇ

참 우습다.

유수한은 한숨을 쉬며 미간을 좁혔다. 늦은 시간, 스트레스 탓에 잠도 오지 않았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돌발 퀘스트가 성공했다는 알림은 없었다.

- 아직 모르는 거 아님? 쟤가 유수한 친구일 수도 있음 ㅇㅇ

└ 나도 아직 피해자를 더 믿어

└└ 아니라고 해도 유수한 방관자잖아 ㅋ

└└└ 피해자 추가 글 기다리고 판단해도 안 늦음

돌발 퀘스트 성공 알림이 없다는 뜻은 아직 학폭설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유수한은 노트북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네가 원하는 게 뭘까.”

내일 최우현을 만난다.

유수한은 최우현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어떤 건지 생각했다. 그의 응어리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 그래야 제대로 된 결말이 지어질 것이다.

몸을 일으킨 유수한은 이성실에게 받은 최우현 연락처를 보았다. 가만 생각에 잠기던 그가 이내 최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유수한이다!”

다음 날.

유수한은 최우현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기자들이 이미 집 앞에 몰려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당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야 했다. 깨끗하게 샤워하고 깔끔한 옷을 입었다. 머리를 정돈했고 누가 봐도 당당한 모습으로 기자 앞에 섰다.

“학폭설에 대해서 한마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수한 씨!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메라 앞에 선다.

유수한은 카메라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 학폭 관련해서 관련된 바가 없습니다.”

숨을 이유가 없다.

“저는 오늘 그 글을 올린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

최우현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으며.

“그간 쌓였던 오해를 풀고.”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 친구를 도와 이 문제의 가해자를 응징할 생각입니다.”

유수한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후회합니다. 17살의 제가 그 친구의 도움을 거절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지난 17살의 유수한이 하지 못했던, 되레 최우현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그 일을 바로잡는다. 그게 지금의 유수한이 내린 결론이었다.

“양종혁, 박현석, 이호태.”

유수한은 담담하게 학교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들의 이름을 꺼냈다.

“이제부터 너희가 고통받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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