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K-좀비
- 누나나랑결혼해 주라... 드르륵 탁... 누나나랑결혼해 주라... 드르륵 탁...
- 미친미친미친 이진우가 연하였음???
- 돌앗? 이진우 연하였어 ㄷㄷㄷㄷㄷㄷㄷㄷ
- 누나 드립 뭐야?? 이진우 찐연하임??????
- 와, 연하 이진우? 동갑인 줄 알았는데 이거 개존맛이고요?
└ 222222 개도른맛임 ି ڡ ି
└└ 333 이 순간 미친 듯이 이진우의 연상이 되고 싶다
└└└ 4444444 능글 연하라니 이거 돌았네 ㅠㅠㅠㅠㅠㅠㅠ
중간 광고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시작되었다. 이진우의 능글맞은 고백 이후로 반응이 폭발하고 있었다.
- 이 커플 뭐죠? 덮친 거 선정혜라는 거지? 지금???
└ 정혜의 큰 그림 돌았음
└└ 선정혜도 보통 아니야 ㅋㅋㅋ 저 시대에 연하남을 꼬시다니 ㅋㅋㅋㅋㅋ
└└└ 아, 나 첨에 얘네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나 죽어라
└└└└ 연상연하 커플 너무 맛있고요? 더 먹고 싶고요??
첫 회는 캐릭터 소개와 전체적인 줄거리 줄기를 잡느라, 여러 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를 넣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토리가 이어지는 2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었다.
- 이진우 폭스네 폭스 아주 그냥 귀여워??
└ 눈웃음치는 거 미쳤음 ㅋㅋㅋㅋ
└└ 이 순간 나는 이진우보다 연상이다 ㅠㅠㅠㅠㅠㅠ
└└└ 아니, 반말할 땐 언제고 왜 청혼할 때는 누나래 ㅠㅠㅠ 더 좋게 ^^
- 연하가 반말하니 왜 이렇게 흐뭇하니 ( •͈ᴗ-)ᓂ-ෆ
└ 그야 폭스니까 (۶•̀ᴗ•́)۶
└└ 222 폭스니까 ㅋㅋㅋㅋㅋ
유수한은 웃으며 반응을 살펴보았다.
- 원래 이진우는 되게 고지식했을 거 같지 않아?
└ 인정 과거를 후회하는 애라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음 ㅇㅇ
└└ ㅇㅈ 이진우가 먼저 선정혜 찼다며 ㅇㅇ
└└└ 집안 반대에 부딪혀서 포기한 사람이 이진우라서 과거로 돌아오면서 성격 바뀐 듯
└└└└ 캬, 뭘 해도 맛도리다 얘들아 ㅠㅠㅠ 후회남주야 뭐야 ㅠㅠㅠㅠㅠㅠ
실시간 반응을 보면서 드라마를 보면 재미가 배가된다. 물론 아직 망한 드라마를 해 본 적이 없고 할 생각도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반응을 찾아보는 일은 유수한의 또 다른 취미가 되고 있었다.
어느새.
- 얘들아 시작한다 집중하자
중간 광고가 끝나고 드라마가 다시 흘러나왔다.
「정혜야!」
한 달 후.
「오빠 취업했다!」
이진우는 취업에 성공했다.
미래를 아는 자는 과거의 모든 장애물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이진우는 중견 회사에 취직했고, 건강을 갉아먹던 막노동을 그만둘 수 있었다. 하지만 신문 배달은 계속했다. 달라진 점은 양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며 신문을 배달했다는 점이었다.
미래는 알고 있기에 이진우는 소액이나마 주식을 시작하며 풍족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딸 수아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아침에 일어나면 배 위에 올라타 잠들어 있는 수아를 보는 일도, 퇴근해서 쪼로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눈이 부실 정도로 행복했다.
선정혜는 자리를 잡기 전까지 계속 식당에서 일을 했다. 두 사람은 힘을 모아서 미래를 계획했고 수아 역시도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자, 여기가 우리의 새로운 집이야!」
이진우는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과거에는 뒤늦게 회사에 취업해서도 대출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며 쓰린 속을 달랬던 그였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미래의 정보를 참고해서 최대한 빠르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진우는 딸과 선정혜의 손을 잡고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것이 돈으로 보였다.
「정혜야.」
손을 놓고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내 무심하게 슥 내밀었다.
「이 반지 끼면 나랑 결혼하는 거다.」
무심한 청혼.
선정혜는 이제야 그의 청혼을 받았다. 이진우는 성실하지만 실속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결단력이 있던 사람도 아니었다. 성실히 일을 하지만, 어디 가서 사기당하기 딱 좋은 사람이 이진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기당한 사람은 선정혜였지만, 이진우도 과거 사기를 당했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과거에 엇갈리지 않고 만났다 해도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함께 있기 때문에 행복했을 거라는 점이었다.
[자네는 부디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네.]
이진우는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취업한 회사는 지금은 중소기업이었지만, 미래에는 날개가 돋친 듯 끝없이 높이 올라가는 회사였다. 이 회사에 박혀서 열심히 일하는 한 미끄러질 일은 없다고 믿었다.
「덕분에 좋은 선택을 한 것 같소.」
노인의 목소리를 떠올리던 이진우가 창밖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음, 아직까진 좋아 보이는구먼.」
지팡이를 든 노인이 아파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이진우가 보였다.
「이보게나.」
그는 사람 사이에 서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를 보지 못했다. 슥, 길을 걷던 한 여성이 그의 몸을 통과하며 지나간다.
「선택은 지금부터일세.」
길게 자란 수염을 매만지며 노인이 껄껄 웃었다.
* * *
[연예뉴스] ‘시한부 아빠’ 다시 등장한 미스터리 노인의 정체는?
[OKEN] MBS ‘시한부 아빠’ 시청률 급성장! 7.3% … 유수한 효과는 지금부터
예상했던 대로였다. 실시간 반응으로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짐작했지만, 3% 넘게 오를 줄은 몰랐다. 첫 주 시청률 추이가 좋았다. 방송사에서 재방송 편성을 늘리고 있었으니 입소문이 퍼진다면 시청률 걱정은 없었다.
사실상 ‘시한부 아빠’의 진짜 시작은 후반부였다. 지금은 이진우의 꿈같은 하루를 그리지만, 3회부터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 시점부터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탄력받는 건 좋지 못했다. 초반에 빌드업하듯이 시청자를 끌어모아야만, 후반부에서 시청률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방송 첫 주가 중요했다. 6회차라는 짧은 드라마 구성이었기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다. 물론 그렇기에 더 빠르게 흐름을 이어 갈 수도 있었다.
[HOT] 속은 할배지만 폭스인 연하남주의 고난이 예상되는 웰메이드 드라마.jpg +209
슬슬 대형 커뮤니티에 첫 회에는 없었던 영업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이거 제목부터가 너무 불안쓰 ㅠㅠ
- 그놈의 선택이 뭐길래 선택선택거려
- 아, 근데 노인 정체 뭐임? 악마야 신이야?
└ 산신령인 듯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에 노인 나올 때 토 나올 뻔 꺼지라고요ㅠㅠㅠㅠ
└ 우리 폭스연하 행복 길만 걸어야 하는데...
└└ 진심 노인 나올 때 나도 모르게 나가라고 소리침;;;
└└└ 이제 가족 생긴 애한테 넘하네 노인네 ㅠㅠㅠㅠㅠ
다들 노인의 등장에 극대노하고 있었다. 아직 떡밥만 날렸을 뿐 노인의 정체는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추측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맞히는 사람은 없었다.
- 근데 유수한이랑 명서진 잘 어울리더라 처음에 별로라고 생각했던 나를 매우 침
└ ㅇㅈ 유수한이 누나 하는 순간 이미 맛 도랏음
└└ ㅋㅋㅋㅋㅋㅋ 맞아 ㅋㅋㅋㅋ 연하라는 걸 아는 순간 눈이 개안함
└└└ 하악, 유수한 철없는 연하도 참 잘할 것 같은데 ㅎㅎㅎㅎㅎ
└└└└ 22 맞아 쓸데없이 잘생겨서 누나 속 썩이는 역할 존나 잘할듯ㅋㅋㅋ
대형 커뮤니티는 물론 SNS를 돌아다니며 반응을 찾아보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깜짝 놀란 유수한이 액정을 본다.
[이성실 대표님]
“응?”
요즘은 촬영하느라 정신없어서 이성실과 대화할 시간이 없던 유수한이었다. 또 요즘 개인적인 이슈도 없었기에 대화할 일도 없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는다.
“네, 유수한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이성실의 목소리는 뭐, 그냥 평소와 같았다.
- 민수에게 전달할까 하다가, 어차피 내가 또 얘기할 것 같아서 바로 전화했다.
하기야.
요즘 유수한은 무슨 일이 있으면 매니저를 거치는 게 아니라 아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성실이 느끼기에 요즘은 유수한 전담 매니저가 된 듯했다. 현장은 로드가 따로 뛰지만, 다른 부분은 이성실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었다.
- 김승찬 감독 기억하지?
뜻밖의 이름이었다.
“네, 그럼요. 사냥개 감독님이요.”
- 그래. 머리 다쳤다고 해서 한번 물어본 거야.
“농담이시죠? 저 기억력에는 문제없습니다.”
- 혹시 모르니까, 항상 머리는 조심해라.
“네, 그럴게요.”
이성실은 실없는 말을 주고받다 이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오늘 아침에 김승찬 감독에게 연락이 왔거든.
“네.”
- 사냥개도 잘 마무리되었고 신작 구상 중인 모양이야.
유수한은 차분히 이성실의 말을 들었다. 김승찬은 유수한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다음 작품에는 유수한을 주연으로 생각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작품 제안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 영화였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아니야.
이성실은 슬슬 유수한을 영화계로 돌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충분히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할 수 있는 작품이 드라마였다. 하지만 영화계는 쉽게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같은 배우임에도 영화를 하는 배우와 드라마를 하는 배우로 나눌 정도였다. 물론 그 경계를 허물만큼 톱이 된다면 관계없는 이야기였지만, 언제든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붙잡아야 한다.
- 그렇지만 아쉬운 제안은 또 아니라서.
이성실이 볼펜을 휙휙 돌리며 말했다.
- 낫플릭스 독점 계약한 작품이다.
슬슬 감이 잡힌다. 이성실이 가장 원하는 건 영화였지만, 그만큼 괜찮은 제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낫플릭스 독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었다.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미국까지 접수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낫플릭스가 있다.
낫플릭스는 한국을 가성비 넘치는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제작비를 가성비 있게 사용하면서도 수입은 최대치로 뽑아낸다. 그러다 보니, 한국 콘텐츠를 점차 늘려 가고 있었다.
- 시나리오는 따로 작가를 둔 모양이야. 내 개인 생각으로는 김승찬 감독이 직접 집필을 하는 것보다 전문 작가가 나을 거야.
그 말에 유수한은 납득했다.
“그렇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김승찬 감독은 연출력은 좋지만, 글발이 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사냥개’ 잘된 이유도 통쾌한 액션과 세심한 연출력 덕분이었다. 그런 김승찬 감독이 능력 있는 작가를 만난다면 일어날 시너지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 일단 들은 내용으로는 소재가 ‘좀비’라고 하더라.
“좀비요?”
- 그래. 네가 좀비를 때려잡는 역할이라고 하던걸.
“좋네요. 신선하고.”
유수한이 미소를 지었다. 좀비라는 소재를 듣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배우가 되고 난 후에는 해 보지 못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좀비가 결합된 내용이라니, 하고 싶다는 열망이 휘몰아쳤다.
- 일단 미팅을 잡아야 하는데, 이쪽도 아직은 기획 단계라 급한 건 아닌가 봐.
“네.”
-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 시간을 잡으려 하는데, 괜찮니?
“네, 괜찮습니다. 대표님.”
물론 대본을 봐야 성공 여부가 가늠이 서겠지만, 낫플릭스 독점 작품이라면 일단 확인하고 봐야 했다. 낫플릭스 독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배우들이 하려고 달려들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유수한은 통화를 마치고 짧게 생각에 잠겼다.
“좀비, 좀비라.”
역시 [액션 연기의 달인(S)]을 지른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