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79화 (79/175)

79. 히든카드 등장

[연예이슈] 유수한, 이번에는 젊은 아빠 된다? ‘시한부 아빠’ 캐스팅 확정!

유수한의 선택은 다들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배우로서 이제 막 날개를 펼치고 날아 올라가는 시점이었고 그렇기에 조금 더 상업적인 작품을 선택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MBS ‘시한부 아빠’는 냉정하게 말하면 방송사에서 밀어주는 작품은 아니었다. 미니시리즈도 아니었고 고작 6부작 드라마.

단막극에 가까운 이 작품을 어느 누구도 성공할 거라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신인 위주 캐스팅을 진행 중이었는데, 유수한이 나타나면서 변수가 생겼다.

- 대체 무슨 생각이지???? 노이해

- 아니, 지금 작품 쏟아질 시기 아닌가? 왜 갑분 아빠?

- 대충 찾아봤는데 이거 원래 송은혁거였대.

└ 엥? 송은혁에서 유수한으로 바뀐거임?

└└ 헐 ㅋㅋㅋㅋ 급 차이 어마 무시하네

└└└ 그 발연기 송은혁???

자연스럽게 물먹은 사람은 송은혁이었다. 물론 유수한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두 차례 송은혁에게 제의를 했고 최근에 와서 미팅을 가졌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그때 당시 제작진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 송은혁이었다. 모양새가 조금 이상해졌을지언정, 유수한이 굴러 들어왔으니 자연스럽게 배를 갈아타는 건 당연했다.

다른 배역도 아니고 타이틀 롤을 맡을 배우였으니, 연기로 보나 위치로 보나 얼굴로 보나 유수한을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빛유/자유] 차기작 떡밥 날아온 건 좋은데 나만 걱정 됨? +21

[빛유/자유] 오빠, 소처럼 일하라 했지 아무거나 하라는 뜻은 아니었잖아 +25

자연스럽게 팬들도 우려하는 반응이 많았다.

[빛유/자유] 난 울 배우님 선택 믿음 +16

[빛유/자유] 지금까지 지켜본 유수한은 납득되는 일만 해서 난 기대 중 +31

[빛유/자유] 몰라, 어쨌든 일한다잖아. 일 쉬는 거보다 낫지 +41

물론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유수한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모든 건 연기로 증명해 내면 된다. 차기작을 결정지었으니 앞으로 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번 작품은 준비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우선 아이와 함께하는 촬영은 처음이라, 친해지는 일이 첫 번째였다.

그다음은 2인 1역이었으니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의 연기 톤을 익혀야 한다. 아무리 톱스타여도 대선배에게 연기를 맞추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유수한도 그걸 알기 때문에 캐스팅이 정리되는 대로 공부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7월 말에는 시사회가 있고.”

책상에 앉아 캘린더를 확인한다. 8월 초에 개봉하는 영화 ‘사냥개’의 공식 시사회는 7월 말에 잡혔다. 그날, 처음으로 유수한의 존재가 영화에 드러날 것이다. 물론 영화 관련해서는 공식 활동이 없었다. 그저 VIP 시사회에 초청받았기에 참석만 하면 된다.

“본격적인 드라마 시작은-”

9월.

대본 리딩을 시작하여 숨 가쁘게 촬영이 이어진다. 유수한은 날짜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전에 하나 남은 게 있다.

* * *

[HOT] 영화 <사냥개> 언론 시사회 평론가 평점 모음 +389

[오평화 – 호쾌하다! 통쾌하다! 올여름 강타할 시원한 액션극! ★4.0]

[이진영 – 어디서 본 듯한 액션. 과연 마지막 비밀병기 효과는 어디까지? ★3.5]

[서태중 – 밋밋한가? 하지만 이만한 킬링타임이 별로 없긴 하지. ★3.0]

[최은하 – 평범하지만 여자라면 만족할 만한 히든카드가 있다. ★3.0]

슬슬 영화 ‘사냥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비밀병기 조심스럽게 유수한 예상해 봅니다

└ 2222

└└ 333333

└└└ 44

└└└└ 아닐 듯 감독이 아니라고 못 박았어

시작은 언론 시사회였다. 유수한의 출연은 여전히 비밀이었고 ‘비밀병기’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평가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형, 굳이 이렇게 새벽에 만나야 해?”

조이수는 이정환에게 끌려 나왔다.

“수한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유수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 영화 봤잖아. 같이 VIP 시사회에서. 굳이 이렇게 시꺼먼 남자들끼리 영화를 봐야 해요?”

그럴 만한 게 요즘 조이수는 이정환과 함께 영화 홍보를 도느라 정신이 없었다. 빡빡한 무대 인사 일정이 앞으로 2주간 남았다. 오늘도 서울은 물론 경기도까지 도느라 피곤한데, 기어코 새벽에 영화를 보잔다.

“영화는 말이야. 개봉하고 직접 영화관에서 반응을 경험해야 딱 결론이 나와. 우리 영화가 잘되느냐, 안되느냐. 그걸 바로 알 수 있다니까?”

항상 이정환은 영화가 개봉되면 바로 영화관을 찾는다. 심야 시간,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현장 분위기를 살핀다. 물론 폭망한 영화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예매를 하기도 전에 상영관이 텅텅 비었다는 걸 바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전 좋아요.”

유수한은 혼자라도 영화관을 찾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영화관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대중 호감도가 바닥을 찍었기에 알아보는 사람도 적었고 알아본다고 해도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인기가 올라서 자칫 잘못하면 영화관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함께 들어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역시 우리 수한이가 참 애가 됐어.”

이정환은 유수한을 칭찬하고 조이수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러면서도 체념했는지 알아서 매점으로 가 팝콘과 콜라를 주문하고 있었다.

“형 콜라는 이거예요.”

“뭐가 달라?”

“다르죠. 나나 수한이는 몸 관리해야 해서 제로.”

“그거 좀 기분이 나쁘다?”

“형이 뭐, 몸 만들 일 있어요?”

“내놔.”

“아, 형.”

조이수는 이정환보다 한참 후배여도 살살 긁는 걸 참 잘했다. 이정환도 그래서 조이수를 데리고 다녔다. 보통 후배들은 이정환을 보면 어려워하는데, 조이수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유수한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아무리 심야여도 연예인 셋이 뭉쳐 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유수한은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써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키도 크고 몸매도 탄탄하다. 조이수도 연예인다운 얼굴이었고 개성파 배우로 유명한 이정환마저도 실물이 더 나았다.

“맞지?”

“어, 맞는 거 같아.”

수군거리는 소리가 예민해진 귀에 닿자 세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한다. 차라리 어두운 상영관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무리수라니까요.”

양손에 콜라를 들고 걸음을 옮기던 조이수가 끝까지 투덜거렸다.

“우리 둘이면 모를까. 수한이는 누가 봐도 연예인이라고요.”

* * *

지금까지 유수한은 영화를 볼 때 다른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VIP 시사회가 기대되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처음으로 큰 스크린에 자신이 나온다. 그것만으로도 묘한 설렘이 있었다.

「넌 이미 끝났어! 이 새끼야!」

영화관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유수한은 맨 끝자리였다. 팝콘은 가운데 앉은 이정환이 들고 있었고 유수한은 팝콘을 거의 먹지 않았다. 실상 팝콘을 먹었던 건 영화가 시작하기 전이었다. 세 사람 모두 배우라서 영화가 시작되자 집중하느라 팝콘을 먹는 걸 잊었다.

「허억, 내가? 내가 끝이라고?」

범죄조직 ‘J’의 우두머리 장재진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지금까지 범죄 행각이 세상에 드러났고 해외 도피를 감행하다가 김필성에게 붙잡혔다. 김필성은 집요하게 장재진을 추적했고 이제야 겨우 수갑을 채우려던 그 순간.

「으윽!」

갑자기 등장한 장재진의 심복 김 비서, 일명 ‘K’에게 급습당한다. 순식간에 밀려오는 장재진의 수하들. 머리를 얻어맞은 김필성이 바닥에 뒹굴었다.

「누가 끝이래?」

벼랑 끝에 몰렸던 장재진이 피를 흘리며 씩 웃는다. 다시 기세등등해진 장재진이 몸을 일으켰다. 김필성이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살핀다. 일반인들은 이미 자리를 피했고 장재진의 부하들이 김필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넌 내가 꼭 죽이고 간다.」

장재진이 입술을 잘근 깨물며 날카로운 회칼을 들었다.

「너 죽이고 뜬다. 한국.」

어느새 장재진이 김필성 코앞까지 다가갔다.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회칼을 들어 올리는 순간.

부와아아아아앙-!

갑자기 들리는 격렬한 배기음. 헬멧을 쓴 장현우가 바이크를 타고 매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장현우는 거칠게 바이크를 몰며 김필성을 덮치려는 인원들을 분산시켰다.

끼이이이이익!

장현우는 슬라이딩 턴을 하며 김필성 앞에 멈추었다. 장현우가 바닥에 주저앉은 김필성을 보며 헬멧을 벗었다.

“헐.”

“미친.”

순간 앞에 앉은 여성 관객들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걸 시작으로.

“꺄아아아아악!”

까마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수한은 아무것도 안 했다. 그저 헬멧을 벗고 땀에 젖은 머리를 가볍게 털었을 뿐이었다. 그 짧은 장면은 김승찬이 공들였던 장면이었다.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작정으로 보정에 신경 쓰는 건 물론 일부러 슬로모션까지 걸었다.

「선배, 나 기다렸어?」

장현우가 헬멧을 손에 든 채로 해맑게 웃는다.

“미쳤다. 존잘.”

유수한은 괜히 얼굴이 화끈해지는 기분이었다.

팬들에게나 들었던 까마귀 소리를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옆에 앉아 있던 이정환이나 조이수가 낄낄거리며 팝콘을 먹었다. 여기에 그 유수한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쓰지 마.”

“제발 쓰지 마……!”

간절한 목소리.

장현우가 헬멧을 다시 쓰자 사람들이 앓는 소리를 낸다. 잘생긴 얼굴을 왜 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이어지는 호쾌한 액션.

장현우는 바이크를 타고 진압봉으로 하나둘 장재진의 수하를 쓰러뜨렸다. 김필성이 중년의 땀내 나는 액션을 보여 준다면 장현우는 젊음이 담긴 깔끔한 액션을 보여 주었다.

끼이이이이익.

다시금 바이크를 멈춘 장현우가 헬멧을 벗는다.

“헉.”

장현우가 헬멧을 벗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반응했다. 입을 가린 채 그 어느 때보다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개새끼야아아아!!!」

달려드는 김 비서를 보며 장현우가 손에 들고 있던 헬멧을 집어던졌다.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은 김 비서가 뒤로 넘어간다.

「스트라이크.」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 장현우의 모습에 이번에도 까마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장현우는 김 비서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마음에도 스트라이크를 날린 듯했다.

* * *

“오빠, 우리 이 영화 내일 또 볼까?”

“응? 왜, 이런 영화는 싫다며.”

“아니, 오늘 보니까 재밌더라고.”

“갑자기?”

“아니, 사실은 유수한이 너무 잘생겨서…….”

“뭐?”

난리가 났다.

영화관에서 직접 반응을 확인한 유수한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모자를 더 눌러쓰고 혹시나 들킬까 봐 아주 빠르게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이정환과 조이수는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었고 영화관에서 나와서야 유수한을 제대로 놀릴 수 있었다.

“야, 수한아. 영화 2시간 내내 나와도 소용없다. 응?”

조이수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10분도 안 나온 너한테 밀리냐? 이거 나 계속 배우 해도 괜찮겠냐?”

유수한이 손사래를 치며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그러게. 나오는데 다들 유수한 요놈 이야기밖에 없더라.”

이정환은 조금 입이 썼다.

배우로서 이정환은 잘생긴 편이 아니었다. 오직 연기력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올랐다. 김승찬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유수한이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비웃었던 이정환이었다. 하지만 오늘 비로소 깨달았다.

“얼굴 앞에서는 다 부질 없다.”

연기력이고 뭐고.

잘생긴 게 최고라는 사실을.

“아휴, 형 왜 그러세요. 그냥 감독님이 너무 보정을 잘해 주셔서…….”

“우리도 했어.”

조이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한아.”

유수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조이수의 모습은 마치 영화 ‘사냥개’의 장재진 같았다. 그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유수한이었다.

“우리도 했어.”

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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