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74화 (74/175)

74. 소설의 결말은 다시 써야 제맛

허성학의 기사는 한없이 자극적이었다. 또한 기사의 내용으로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HOT] Y모 배우 부친 갑질 논란(실명언급ㄴㄴ 궁예 ㄴㄴ) +598

하지만 정확한 팩트 체크는 필요했다.

- 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ㅋㅋㅋ 콩콩 팥팥 모름?

└ 콩콩팥팥?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 요즘 유수한 이미지 관리 빡세게 하던데 다시 요단강 건넜네 ㅋㅋㅋㅋ

- 노예식당 하차 좀 ㅋ 유수한 때문에 불편해서 못 볼 것 같음

└ 드라마도 하차 소취

└└ 오 피디 생각 있으면 편집해야 함

└└└ 으... 유수한 결국 주민하한테 똥물 튀기네 ㅡㅡ

- 근데 이건 유수한이 잘못한 건 아니잖아

└ 쉴드 오지고요 유수한 팬이면 팬카페 가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

└└ 그냥 부모 잘못이라고 말하기에는 유수한도 전적이 화려함 ㅋ

└└└ 언제부터 유수한이 개념 있는 배우였냐?? ㅋㅋㅋㅋㅋㅋ

- 이제 슬슬 중립 기어 나올 때 됨

└ 이미 나왔음 ㅋㅋㅋㅋㅋ 연어 해 보면 존나 많음

└└ 유수한 팬카페에서 좌표 찍고 온 듯

└└└ ㅋㅋㅋㅋㅋㅋ 뭐만 하면 가마니 타령임 ㅋ

열심히 쌓아 올린 긍정적인 이미지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수한은 팬도 많았지만, 안티도 많은 배우였다. 예전 부정적인 이미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유수한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요즘 점차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유수한을 눈엣가시처럼 느꼈고 지금 같은 이슈에 크게 반응하고 있었다.

- 까글 금지 아님? 공지 창조 오지네 ㅋ 실명 언급에 대놓고 욕하는데 이거 ppf 따라는 거지?

└ 222 까글 금지임

└└ 3333333

└└└ 44 글에 실명 언급하지 말고 궁예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대놓고 하고 있죠?

└└└└ 5555 그러다가 아니면 어쩌려고?

열심히 팬들이 쉴드를 친다.

- 다들 각도기 좀 재자 지금 고소 드립 나오고 댓망진창 됐음 ^^

└ ㅇㅇ 악플은 조심해야 함 심지어 유수한 소속사 노빠꾸임

└└ 유수한 빠들 존나 거슬리는데 어쩌겠어 우리나라는 사실적시 명훼도 범죄인 나라임

└└└ 맞아 할 말 많으면 당장 메모장 켜

실제로 K엔터테인먼트는 루머 생성이나 악플에는 강경 대응하는 소속사였다. 선처 따위는 없었고 오직 소속 배우를 보호하는 일에 가장 신경 쓰는 회사였다.

[OKEN] tnV ‘식사남녀’ 현재 상황 파악 중 …… 아직 유수한 하차 논의는 시기상조

[연예뉴스] ‘노예식당’ 유수한 논란에 묵묵부답

입이 쓰다.

남에게 피해 끼치는 걸 싫어하는 유수한이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드라마나 예능팀에서는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다들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우선 이성실과 통화를 했다.

이번 일은 유수한의 잘못은 아니었다.

- 괜찮다. 이 상황은 네 탓이 아니야.

그걸 이성실도 알고 있었기에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대응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 이런 일이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

이성실은 아직 상황 파악 중이었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었고 어떻게 대처할지는 유수한의 선택에 걸렸다.

- 하나는 잠잠해질 때까지 입을 닫고 있는 것.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현재 유수한은 드라마와 예능이 방영 중이었다. 그 상황에서 8월에는 영화 ‘사냥개’가 개봉한다. 즉 지금처럼 활발히 활동하는 상태에서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었다.

- 네가 지금 공백기였다면 묻히기를 기다리자고 했겠지만.

이성실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 그건 힘든 일이지.

그렇다면 다음 대응 방법은.

- 두 번째는 이 사태에 전면 돌파하는 것.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대응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유수한 역시도 생각이 같았다. 가만있는 건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반응이 잠잠해진다고 한들, 그 문제는 언제고 다시 머리를 들 것이다.

“지금 아버지 만나러 가요. 우선 저도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대응 방법이 나올 것 같거든요.”

유수한은 부친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지금은 유수한이 되었다고 해도 남이었던 사람이다. 만약 실제 유수한의 기억이 있었다고 해도 그를 쉽게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보다.

이성실은 현재 상황을 전체적으로 관망하고 있었다. 일이 터진 지는 이제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가만두고 보고 있었다.

회사 공식 메일에는 유수한 팬이 직접 캡처한 고소 자료가 쌓여 가고 있었고 이성실은 커뮤니티에 도는 글 자체를 삭제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우선.

속이 시원할 때까지 욕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 이후에 잠잠해지는 타이밍에 삭제를 해야 뒤탈이 덜했다.

- 허성학.

이성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이제 가만두면 안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허성학이었다.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었던 인간이다. 특히 유수한에 대해서는 무서울 만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이성실 때문인지도 몰랐다. 유수한의 사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서 허성학에게 늘 달콤한 꿀을 줬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으로 달려들었을 것이다. 달콤한 꿀물을 얻어먹기 위한 수작.

“캐디 정보는 알아냈나?”

지금 이성실은 모니터링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직접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상학과 접촉한 캐디를 만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네. 현재 한방 병원에 입원 중이고요. 허성학이 1인실 병실로 옮겨 줬다고 합니다.”

“한방? 이거 참. 대놓고 한몫 챙기겠다는 심보네.”

“네, 허성학은 물론 캐디 뒷조사도 마쳤습니다.”

특이점이 있다면.

“두 사람 모두 돈이 급한 상태라는 것 정도?”

이성실이 자료를 살펴본다.

허성학은 주식과 코인으로 돈을 꼬라박았지만,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돈을 메꾸기 위해 유수한을 다시 캐기 시작한 정도였다.

다만.

20대 중반의 캐디는 사정이 달랐다. 애초에 낭비벽이 심한 사람이었고 끌고 다니는 차 역시도 비싼 외제차였다.

“카푸어네.”

“네.”

“어쭈, 심지어 도박 중독자야?”

“요즘은 주로 사다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채도 썼고. 구려도 좀 구린 게 아니네.”

사이즈가 딱 나온다.

허성학은 유수한의 뒤를 캐다가 제대로 된 기삿거리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잃은 돈을 다시 채워야 하는 입장에서 특종을 잡아야 했던 허성학은 결국 유수한의 가족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수한의 부모는 금수저였고 그 사실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소재였다.

구체적 소재를 찾는다.

주로 은퇴한 아버지가 타깃이었다. 유명 로펌 대표 변호사인 모친을 건드리는 건 허성학도 조금 마음이 걸렸겠지.

물론.

“나라면 애초에 유수한 부모 안 건드렸을 텐데.”

상대를 잘못 짚었다.

“왜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 역시 주식에 빠지면 정신도 함께 도는 걸까.”

그건 그거고.

허성학은 선을 넘었다. 데스패치 소속 기자는 늘 악질이지만, 허성학은 수준이 다른 느낌. 그래, 유수한을 향한 집착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허성학이 유수한의 기사를 잡아챈 건 명백한 사실을 기반으로 둔 특종이었다. 해서, 이번 일은 자극적이었지만 허점도 명백히 존재했다. 허성학은 일 자체를 자극적으로 재구성했다. 캐디를 포섭하고 숨통을 조여들수록 허성학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날 터였다.

“일단 가자.”

기자는 기자가 상대한다.

물론 이성실은 기자라는 부류를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연예부 기자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특종?”

이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특종을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특종은 우리가 만든다.”

판을 뒤엎기 위해 연예부 기자의 이름을 빌려 직접 기사를 쓴다. 지금까지 K엔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지켜 왔다.

물론 실패는 있었다.

“유수한 이놈은 진짜 난제라니까.”

그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유수한이었다.

하나가 터져서 간신히 수습하면 또 하나가 터진다. 다시 또 수습하면 다른 사건이 터지고.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성공해야지.”

쌓인 정은 무시 못 한다.

또.

“뇌도 다쳤는데 딱하잖아.”

오해 역시도 깊었다.

* * *

허성학이 쓴 기사, 아니,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일단 캐디를 다치게 한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는 거죠?”

허성학은 캐디를 다치게 한 사람이 유수한의 부친이라고 했다. 사람이 앞에 있음에도 부주의하게 스윙을 했고 그 골프채에 캐디가 맞아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얼굴에 맞지도 않았어! 스친 거라고. 팔에!”

“일단 골프채에 맞기는 한 거네요?”

그 말에 부정할 수 없는지 유수한의 부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갑질은요? 심각하게 다쳤는데도 계속 골프했다면서.”

“그것도 그래. 다쳤으면 우선 병원에 가자고 했어. 근데 그 캐디가 괜찮다고 하더라고. 여기서 그만두면 돈을 제대로 못 받는 모양이야. 특히 우리는 VIP였으니까.”

“그걸 증명할 만한 증거는 있어요?”

“당연하지!”

부친이 주머니에서 초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 특히 그 캐디가 다친 순간부터 녹음기 켜 놨어.”

“꽤 주도면밀하시네요.”

“그래야 네 엄마랑 같이 살지.”

툭.

녹음기를 테이블에 놓은 유수한 부친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증거는 있다. 좋은 녹음기였는지 음질도 좋았다.

[여기서 접고 병원부터 가는 게 어떻겠소?]

[괜찮습니다. 제 부주의로 다친 거죠, 뭐. 연습 스윙하시는데, 제가 앞에서 알짱거렸으니…….]

[혹시 모르니 역시 병원에 먼저……]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녹음을 듣던 유수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해명은 가능할 듯했다.

[여기 명함 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이건 오늘 팁이라고 하기 그렇고. 우리 때문에 다친 것 같아서 치료비 좀 넣었어. 젊어도 몸이 중요하니까 꼭 병원 다녀와요.]

이거 악질이군.

유수한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 이성실이 연예부 기자를 만나러 움직이고 있었다. 유수한은 녹음기를 챙겼다. 부친은 괜한 구설수를 만들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지금 사모님 오셨습니다.”

가정부의 목소리에 유수한의 부친이 움찔했다. 뭔가 굉장히 겁먹은 듯한 눈치였다.

이윽고.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유필성!”

찢어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

“당신이 지금 제정신이야?”

격한 어조에 유수한의 부친, 유필성이 바들바들 떨었다.

“하다 하다 골프 치다가 내 아들 얼굴에 먹칠을 해?!”

유수한 모친의 손에는 골프채가 들려 있었다. 그것도 남편이 새로 장만한 신상이었다. 아들이 연예인이 되면서 부모 역시도 비슷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돈만 주면 사건의 죄질 따위는 따지지 않고 변호하던 그녀는 요즘 사건을 가린다. 가끔은 돈 안 되는 무료 변론도 했고, 그 모든 건 아들을 위해서였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한데.

아비라는 놈이 취미 생활을 하다가 구설수를 만들어 냈다. 정황을 살펴보기 전에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귀한 내 아들 앞길을 당신이 막아?”

부웅.

골프채가 머리 위로 올라가는 걸 지켜보던 유수한이 재빠르게 모친에게 달려갔다. 골프채로 남편을 패려는 모친을 뜯어말린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엄마라는 거였다.

“엄마. 진정해요.”

지금은 모친의 도움이 시급하다.

“지금은 엄마가 나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당한 만큼 돌려줘야 속이 풀릴 테니.

* * *

특종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좋은 소재를 선점하고 그 소재에 조미료를 첨가하면 특종이 뚝딱 만들어진다.

“떡상이로다.”

지금 허성학은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자극적인 기사는 대중의 반응을 이끈다. 순식간에 치고 올라가는 조회수와 더불어 조금씩 오르고 있는 주식까지. 하나가 풀리니 나머지도 슬슬 풀리고 있었다.

설계는 완벽했다.

유수한의 부친을 캐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프로 연결됐다. 그가 자주 다니는 골프장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를 보조하던 캐디가 부상을 입었고 자연스럽게 휴가를 요청했다는 사실에 바로 미끼를 던졌다.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아닌 부상이었지만, 조미료가 들어가면 상황이 바뀐다.

사실을 기본으로 두고 다양한 수식어를 붙인다.

라운딩 중에 부상을 입은 건 사실이었지만, 계속 경기를 이어 가도록 강요는 없었다. 하지만 말을 바꾸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캐디에게 라운딩을 강요했다는 ‘갑질’ 키워드를 집어넣었고 단순 타박상이었던 캐디에게 ‘심각한 부상’이라는 키워드를 붙여 갑을 관계를 탄탄하게 구성했다.

일이 잘못될 확률은 없었다.

캐디가 했던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달아날 구멍은 충분히 있었다.

“유수한은 역시 선물이라니까.”

그는 자신을 과신했다.

늘 유수한은 존재만으로도 선물을 주었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과한 믿음이었다.

“엥?”

1분 전만 해도 치솟던 주식이 갑자기 떡락하기 시작했다.

“뭐야?”

동시에 그의 기분도 떡락하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주가를 보던 허성학은 언제 손절해야 할지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야, 허성학!”

그리고.

“너 이거 대체 뭐야? 너 설마 사건 조작했냐?”

허성학의 인생도 떡락하기 시작했다.

[데일리연예][단독] 유수한, 부친 갑질 논란에 대해 입 열었다 …… 현장 녹취록 공개

허성학이 쓴 소설의 결말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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