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술 마시면 개
- 책임질 수 있나? 네!!! 책임질 수 있어요!
└ 감당할 수 있냐고? 쌉가넝
└└ ㅋㅋㅋㅋㅋㅋ ㅇㄱㄹㅇ
└└└ 하, 책임지게 해 주라 제발
- 오돌뼈 먹고 싶다
└ 2222
└└ 칼국수+오돌뼈+주먹밥+소주=완벽
└└└ 저 메뉴 소주 3병각
└└└└ 오늘도 위꼴 장난 아니구먼
중간 광고.
유수한은 소주가 나오자 부쩍 술 생각이 났다. 술을 입에 대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맛이면 모를까, 아는 맛이라 더 참기 힘들었다.
반응대로 칼국수, 오돌뼈볶음 조합은 소주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쿵.
딱 한 잔을 마신 강인한은 테이블에 얼굴을 박으며 쓰러졌다.
「안 괜찮으시구나.」
이윤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주 한 잔을 마신 강 팀장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칼국수를 먹으며 힐끔 강 팀장을 보니 어느새 눈이 풀렸다. 그리고 말을 걸기 무섭게 쓰러졌다.
설마 했다. 아무리 술을 못 마셔도 한 잔에 정신을 놓을 줄은 몰랐기에.
「어쩐담.」
호록.
이윤수는 국물을 떠먹으며 생각했다. 강 팀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택시를 태워 보내려고 해도 어디 사는지 모른다. 지갑을 털어서 주민등록증을 찾아내면 괜찮을까? 거기엔 주소가 적혀 있으니까.
일단.
「술은 마저 먹고 생각하자.」
뒷일은 미루는 이윤수였다.
- ㅋㅋㅋㅋ 강인한 알쓰였냐 ㅋㅋㅋㅋㅋㅋㅋ
- 술 못 마시는 집착광공은 없어 ㅠㅠㅠㅠ 이제 집착광공 타이틀 떼라 인한아 ㅠㅠㅠㅠㅠ
- 강인한 너모 귀여운 거 아냐? 저 얼굴에 알쓰라니 ㅋㅋㅋㅋㅋ 개치인다
└ 얼굴이 개연성이다
└└ 22 술 못 먹으면 피곤한데 ㄹㅇ 얼굴이 개연성
└└└ 33333 얼굴 쌉개연성 인정~
「헐, 생각보다 더 젊네.」
이윤수는 강인한의 나이를 정확히 몰랐다. 처음 볼 때부터 젊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더 젊었다. 이윤수와 고작 3살 차이. 누구는 아직도 사원이었는데, 강인한은 벌써 팀장이었다.
「역시 능력 하나는 사기라니까.」
어느새 이윤수는 취기가 조금 가신 얼굴이었다. 그 이유는 강인한 팀장 탓이었다. 술에 취한 사람이 생기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떻게든 강인한 팀장을 집에 무사히 데려다 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가깝네. 연희동 사시는구나.」
주소를 살피고.
계산을 치른다. 순간 강인한 팀장 카드로 결제할까 했지만, 이성을 되찾는다. 어쨌든 술을 먹으라고 했던 사람은 이윤수였으니까.
「아우!」
이윤수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덩치가 큰 남자를 부축하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한 걸음 떼는 것도 쉽지 않다. 끙끙거리며 겨우겨우 강인한을 끌고 나온 이윤수는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향하다가 발을 삐끗하고 말았다.
「아악!」
넘어졌다.
강인한을 부축하고 걷는 바람에, 그의 무게에 짓눌려 바닥에 엎어졌다. 그 사단에도 강인한은 정신을 차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무, 무거워!」
여전히 눈은 내리고 있다.
강인한을 밀어 낸 이윤수가 내리는 눈을 멀거니 올려 보았다. 눈이 쌓여 몸이 젖어들고 있음에도 술기운에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
「이래서 술 마시는 게 좋다니까요.」
옆에 누운 채 하늘을 흐릿한 눈으로 보고 있는 강인한을 바라본다.
「평소엔 그저 예쁜 쓰레기인데 술 취하면 예쁜 눈으로 보이니까.」
접질린 발목이 시큰거린다.
강인한은 몽롱한 눈으로 흩날리는 눈을 보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머리가 무거웠고 속이 울렁거렸다. 더군다나 어지러워서 모든 것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누워 있는데.
가만있는데 왜 몸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예쁘네요.」
멍하니 내리는 눈을 보며 강인한이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눈이 예쁘다고.」
「참 나.」
「빙수 먹고 싶네요.」
「갑자기요?」
「네.」
취해서 생각나는 말을 그대로 내뱉는 강인한이었다.
이윤수 역시도 잠시 앉은 채로 하늘을 본다. 술 취하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 보인다. 평소에는 아무 감정 없이 지나갈 순간들도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나세요.」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 얼어 죽겠어요.」
강인한을 일으켜 세운다. 몸에 힘줄 생각이 없는지, 일어나자마자 이윤수의 몸에 기대는 강인한이었다. 축 늘어진 강인한을 부축하던 이윤수가 크게 한숨을 쉰다.
「진짜 팀장님은-」
강인한의 허리를 감싸며 이윤수가 투덜거렸다.
「술 취하면 개네요.」
* * *
[HOT] 마치 빙수 광고를 보는 것 같았던 식사남녀 강인한X이윤수 +196
1회 ‘식사남녀’의 시청률은 5.4%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좋은 스타트였다. tnV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예능 ‘노예식당’이 히트 치면서 앞으로 ‘식사남녀’ 시청률은 꾸준히 올라갈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 웹툰에서 이 장면 되게 중요했는데 잘 살렸더라 연출 ㅇㅈ
- 눈 맞는 선남선녀 안 어울릴 수가 없 ㅇㅇ
- 누워서 하늘 보는 강인한 진짜 대존잘
- 눈 보면서 빙수 생각하는 강인한 ㅋㅋㅋㅋㅋㅋ
- 웹툰 싱크로율 미쳤어 둘이 생각지도 못한 조합인데 너무 잘 어울려
└ 2222 가상 캐스팅에 없는 조합인데 ㅇㅇㅇㅇㅇㅇ
└└ 33333333 연기로 극복
└└└ 4444 둘다 얼굴천재라 얼굴이 개연성
└└└└ 555555 둘 다 만화 찢고 나옴 ㅋ
2회 시청률은 기대했던 것처럼 상승했다. 1회가 끝난 후에 바로 재방송이 나왔고 2회가 시작하기 전에도 앞서 1회가 재방영되었기에 유입이 그만큼 붙었다.
“8.1%.”
그걸 감안하더라도 가파르게 시청률이 상승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음식이었다. 1회에서 주인공이 먹었던 고등어자반이나 떡볶이 같은 음식의 주문량이 늘었다. 그리고 2회는 역시 오돌뼈볶음이었다. 오돌뼈는 야식으로 제격이었기에 배달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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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이슈] 대체불가 배우 유수한, 끊임없는 광고계 러브콜 쇄도
확실히.
유수한은 요즘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친근함은 다른 것과 비교하기 힘들었다. 왜 배우들이 예능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듯했다.
물론 예능에도 단점은 존재했다.
이미지가 자칫 잘못하면 우스워질 수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이름을 알리더라도 들어오는 배역이 한정적일 수 있었다.
다행히 유수한은 예능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되고 있었지만, 이미지가 망가지지는 않았다. ‘노예식당’의 콘셉트는 결국 힐링이었다. 그리고 유수한은 그 프로그램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연예뉴스] 남성복 브랜드 ‘제이크’ 대세남 유수한과 손잡았다
자연스럽게 광고도 하나둘 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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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구레한 건 제외하고 굵직굵직한 것만 선택했다.
광고 촬영을 하고 차기작을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5월이 다 지나갔다. ‘식사남녀’는 점차 입소문을 타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노예식당’ 역시 불붙고 있었다.
그리고.
[빛유/나눔] 제이크 팸플릿 구했어요! 세 분 나눔 합니다! +25
[빛유/나눔] 제이크 브로마이드 가지실 분? 선착순 한 분! +11
[빛유/자유] 얘들아! 제이크 브마 구하러 같이 갈 사람 없? +9
팬들은 새로운 떡밥에 팸플릿이나 브로마이드를 파밍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걸 본 유수한이 움직였다.
[공지] 사랑하는 유수한 배우님이 팬을 위해 광고 팸플릿을 보내 주셨어요!(팬인증 필수!) +257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팬서비스였다. 예전에도 작은 사진 하나 얻겠다고 발품 파는 팬들을 본 유수한이었기에, 이번에는 아예 따로 업체에 요청해서 보내 버렸다.
[빛유/자유] 진짜 나 우럭 ㅠㅠㅠㅠㅠ 이렇게 세심할 수 있냐? +10
[빛유/자유] 흑흑 제이크 갖고 싶어요 팜플릿 소취 +4
[빛유/자유] 제이크 진짜 귀함 ㅠㅠㅠㅠㅠ 요새 맨날 파밍 함 +7
[빛유/자유] 뭐든 받기만 하면 감사할 듯 ㅠㅠㅠㅠ 울 배우가 챙겨 준거자나 ㅜㅜ +19
팬에게는 늘 잘하겠다고 생각했었다.
늘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팬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쉬웠다. 마음 그대로 전해 주면 되는 일이었다. 팬들은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 않았다. 마음의 크기가 크든 작든, 그대로 전해 주기만 하면 그만큼 사랑이 돌아왔다.
“들었어요, 형.”
“뭘?”
“머리 심각하게 다치셨다면서요…….”
유수한을 보는 김민수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눈빛에 소름이 돋는지 유수한이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래서 돈 욕심도 없어진 거예요?”
“뭐래.”
“형님. 건강하셔야 해요.”
김민수가 생각하기에 유수한은 역시 이상했다. 아무리 사람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욕심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김민수는 이성실 대표에게 유수한의 비밀을 전해 들었다. 이성실에게 들은 비밀은 충격적이었다. 무덤까지 안고 갈 비밀이라는 말에 겁은 먹었지만, 듣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였구나.
우리 형님이 그래서 이렇게 변한 거였구나.
[연예뉴스] 유수한, 광고 수익 6억 통 크게 기부!
현재 유수한의 광고 몸값은 3억이었다.
이번에 스카이 에이드 재계약까지 해서 총 4개의 광고를 찍었다. 12억의 절반은 매니지먼트에 들어갔고 남은 돈은 모두 기부했다. 어차피 광고 수익이 없어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이거 대표님이 전해 달래요.”
요즘 이성실은 유수한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줄 알았더라면 재계약 조건을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신인 배우나 무명 배우에게나 주는 계약서를 들이밀었던 것이 못내 마음에 남았다. 물론 유수한이 사고 치면서 수습했던 돈을 이제야 메꾸는 정도였지만, 사람이 아프다는 말에 마음이 쓰이는 건 당연했다.
“뭔데?”
“이것저것 머리에 좋은 한약이래요.”
“뭐?”
이성실이 보낸 한약을 보며 유수한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건 홍삼이고요.”
“나 그렇게 아픈 거 아니야.”
“그래도 챙겨 드시래요. 나중에 나이 먹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유수한이 혀를 끌끌 찼다.
몸에 좋다는 건 이미 유수한 모친이 챙겨 주고 있었다. 그마저도 대충 먹고 있었는데, 이제는 소속사 대표까지 챙기려 든다.
물론 그 관심이 싫지만은 않았다.
처음 냉정했던 이 대표를 생각하면 더더욱.
“대표님이 많이 걱정하세요.”
“뭘 또.”
“형님이 또 기부한 거 보고 걱정되신대요.”
“뭐가.”
“뇌 검사 받아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
김민수는 유수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형님.”
“뭘? 소름 끼치니까 손 놔.”
“형님이 어느 날 갑자기 치매가 와도 저는 형님 곁을 지킬게요.”
“미쳤냐?”
홱.
유수한이 잡힌 손을 빼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기부한 건 그냥 나 좋자고 하는 거야.”
늘 생각했다.
이타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김대한은 늘 남을 도우려 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잘 사는 사람은 결국 못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착한 사람 역시도 되고 싶지 않았다.
광고 수익을 기부한 것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남을 돕기 위한 마음은 아니라고. 늘 그렇게 생각했다.
“광고 많이 찍으면 돈에 미쳤다고 욕먹잖아. 그게 싫어서 기부한 거라고. 알았어?”
그렇다.
그저 그런 이유일 뿐이었다.
“형님, 이제 그런 경지에 이르셨군요?”
“뭐?”
“남을 돕는 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기부 천사다운 경지에 오르셨군요!”
뭐래.
“야, 됐다. 용건 끝났으면 가.”
결국, 유수한은 매니저와의 대화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