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숙자, 천재 배우 되다-67화 (67/175)

67. 일 잘하는 노예들

전날 족구 게임으로 벌었던 3,000 대만달러는 훌륭한 사업 자금이 되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용기를 찾았고 유수한은 얼굴로 가격 협상을 했다. 좋은 가격에 포장 용기를 산 노예들은 저녁 장사도 돈을 쓸어 담았다.

한번 장사를 경험했다고 착착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소스에 스파게티 면을 볶아 내면 조이수가 그릇에 담고 매쉬드 포테이토를 곁들인다.

완성된 음식은 윤지우가 부리나케 서빙했고 유수한은 손님을 착착 끌고 왔다. 포장도 마찬가지였다. 유수한이 포장 손님을 5인분씩 끊어 주방에 넘겼고 가끔 6인분씩 끊길 때도 있었다. 혼자 오는 손님도 있었지만, 보통 두 사람씩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포장 담당은 윤지우였지만, 가끔 유수한이 도와줄 때도 있었다. 시간이 남으면 서로서로 도우며 일을 진행했고 제작진은 점차 울상이 되었다.

“포장 이제 4인분 남았습니다!”

준비한 용기는 순식간에 동났다.

유수한이 마지막 포장 오더를 넘기고 빈자리를 정리했다. 오랜만에 몸으로 하는 일이 꽤 적성에 맞았다. 예전 없던 시절에 자주 했던 아르바이트가 식당이었기에, 서툰 모습이 없었다.

“여기 마지막 오더요!”

끝나기 30분 전에 미리 유수한은 줄 서 있는 손님들에게 마감 시간을 알렸고, 아쉽지만 못 먹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리고.

윤지우가 끝나기 1분 전에 마지막 오더를 넘기며 저녁 장사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오늘 장사 끝!”

이정환이 두건을 벗어 던지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손을 씻고 있던 조이수도 기분 좋은 듯 웃고 있다.

유수한은 장사가 끝나고 마무리 청소를 하며 밝게 웃는다. 윤지우도 식탁을 정리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 잘하는 노예들은 마무리도 완벽하게 끝내고 있었다.

“이야, 우리 내일 재료 사고도 돈이 남겠는데?”

이미 거래처도 바꾼 노예들이었다.

제작진이 준비한 거래처는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오늘 점심 장사를 끝난 후에 발품을 판 결과 더 저렴하게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를 찾았다.

지금까지 이런 연예인은 없었다.

보통 제작진이 그려 놓은 그림 안에서 움직였지, 뭔가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움직이지는 않았다.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고 예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기에.

“어쩌죠?”

당황한 제작진은 대책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구성 방향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미니 게임이 문제가 아니었다.

보통 지금까지 노예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미니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따로 돈 벌 수 있는 활로를 찾아냈다.

일부러 인적 드문 누추한 가게를 찾았던 제작진은 설마 장사로 이익을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재료 수급마저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돈에 쪼들리는 노예들 콘셉트를 버리고.”

이수정 작가가 한숨을 푹푹 쉬며 말했다.

“일 잘하는 노예들로 바꿔야죠, 뭐.”

구성 방향이 바뀌었다.

노예들이 원했던 대로 판이 제대로 뒤집혔다.

* * *

일주일간의 노동이 끝났다.

유수한은 싸구려 선크림으로 버티느라 고생했고 결국 하얗던 피부가 조금 타고 말았다. 아무리 모자를 쓰고 햇빛을 피해 봐도 쉽지 않았다. 맨몸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예뉴스] ‘노예식당-어서 와, 노예는 처음이지?’ …… 오 피디의 노예들 공개!

‘노예식당’은 줄임말이었고 부제까지 붙이면 ‘노예식당-어서 와, 노예는 처음이지?’였다. 유수한은 그곳에서 8일간 있었다. 최장 시간 동안 컨딩에 있던 사람은 이정환이었다.

방송은 5월 초였고 10부작이었다.

자연스럽게 예능을 통해 ‘식사남녀’를 홍보할 기회가 있었고 ‘식사남녀’도 5월 방송 예정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혜택을 받았다.

[HOT] 오 피디 노예가 된 이정환, 조이수, 유수한, 윤지우 ㅋㅋㅋㅋ + 208

오 피디가 새롭게 기획한 ‘노예식당’은 처음으로 노예 제도를 도입했다. 오 피디는 처음 이정환을 끌고 갈 때 노예 계약을 했고, 나머지 인원도 마찬가지였다. 유수한도 지장을 찍으며 충실한 이정환의 노예가 되었다.

오 피디는 그 노예 계약을 통해 귀찮아하는 이정환을 굴렸다. 새 멤버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정환은 충실히 오 피디의 노예가 되어 움직였고, 자신만의 노예가 생기자 조금 쉴 틈이 생겼다.

- 창문 틈으로 여권 떨어지는 거 뭐냐 ㅋㅋㅋㅋㅋㅋ 유수한 표정 개 웃김 ㅋㅋㅋㅋㅋ

⌞ 얘 요즘 왜 이렇게 댕청함? ㅋㅋㅋㅋㅋ

⌞⌞ 댕청미

⌞⌞⌞ 여권 바닥에 떨어질 때 표정 얼타는 거 봐

⌞⌞⌞⌞ 매니저 도망치는 거 보고 개 쪼갬 ㅋㅋㅋㅋㅋ

⌞⌞⌞⌞⌞ 그래도 유수한이 나음 이정환은 얼굴에 여권 맞았어 ㅋㅋㅋㅋㅋㅋㅋ

⌞⌞⌞⌞⌞⌞ 이거 존잼일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 요즘 유수한 개좋아 얼굴도 열일하는데 성격도 존나 치여 ㅠㅠㅠㅠㅠ

⌞ 22 요즘 자꾸 신경 쓰여

⌞⌞ 3333 ... 덕통사고 당할 것 같음...

⌞⌞⌞ 44 신경 쓰이는 재질임

첫 티저는 캐릭터 소개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노예가 된 네 사람의 모습이 리얼하게 담겼다. 유수한은 바닥에 떨어진 여권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줍자마자 등장하는 오 피디에 눈이 떨리며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CG를 넣었다.

아직 본 방송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파급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 오 피디 이 악마 같은 인간 ㅋㅋㅋㅋㅋ 이정환 나이가 몇인데 노예로 만드냐 ㅋㅋㅋㅋ

⌞ 2222222

⌞⌞ 333 심지어 폐가 같은 데 주고 꾸미라 함 ㅋㅋㅋ 도른자임

⌞⌞⌞ 444444 암넷은 악편을 하지만, 오 피디는 그냥 악마 ㅋㅋㅋㅋㅋ

⌞⌞⌞⌞ 5555 끌려간 노예들 표정 ㄴoㄱ

⌞⌞⌞⌞⌞ 666666 이정환 어이없는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 ㅋㅋㅋㅋㅋㅋ

유수한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 피디는 기도 센지, 이정환을 비꼬는 것도 잘했고 살살 약 올리는 것도 잘했다. 유수한이 몸을 잘 쓴다는 걸 알고 나중에는 몸으로 하는 게임을 시키지도 않았다. 하지만 결국 패배를 한 건 오 피디였다.

- 우리 지우 너모 커엽당 ㅠㅠㅠㅠㅠ

⌞ 우리 댕댕이 쉬는 날인데 노예 됐어 맴찢 ㅠㅠㅠㅠㅠ

⌞⌞ ㅋㅋㅋㅋ 댕댕이 고생한 건 맴찢인데 왜 난 웃고 있죠? ㅎ

⌞⌞⌞ 다른 예능도 아니고 오 피딘데 ㅋㅋㅋㅋㅋ 노예 해야지 뭐 ㅋㅋㅋㅋ

- 지우야, 그렇게 됐다

⌞ 222 지우야 그렇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

⌞⌞ 33333 지우야 그렇게 됐고 언닌 너무 재밌다 ㅋㅋㅋㅋㅋㅋ

윤지우 팬들은 마치 응원봉을 들고 환영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너는 고생하겠지만, 나는 고생하는 너의 모습을 보며 웃을 것 같다는 진심이 듬뿍 느껴졌다.

그럴 만도 했다.

몇 년 동안 쉬지도 못하고 활동했던 윤지우의 귀중한 휴일을 날려 버린 게 오 피디였지만, 그였기에 괜찮았다.

오 피디 눈에만 들 수 있다면 영혼도 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 이수야 난 너 밖에 안 보여

⌞ 이수 듬직한 거 보소

⌞⌞ 딱 봐도 엄마 포지션

⌞⌞⌞ 두 번째로 끌려온 노예라 분량도 많겠다 >_<

- 조이수가 리얼리티를 찍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 그럼 죽어

⌞⌞ 돌았냐?

⌞⌞⌞ 죽는다며

⌞⌞⌞⌞ 미친놈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 왜 싸워 좋은 날에 ㅋㅋㅋㅋㅋ

확실한 건 이 예능을 반기지 않는 팬은 없다는 사실이다. 유수한은 반응을 세세하게 찾아보고 팬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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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새 글로 알 수 있다.

새 글이 평소보다 10배는 뛰었다. 지금까지 드라마만 기다리던 팬들이 새 떡밥이 터져 나오자 신나서 글을 쓰고 있었다.

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일하는 것이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뭐든 열심히 일해서 떡밥을 날려 주면 팬들은 신나서 춤을 춘다. 그 사실을 또다시 깨닫는 유수한이었다.

“선배님께 선물 하나 해야겠는걸.”

이정환이 유수한을 뽑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이정환은 비행기에서 오 피디에게 새로운 노예 계약을 들었다고 한다. 방송에는 연출로 바로 컨택한 것처럼 보였지만, 미리 소속사와 협의가 있었다. 우선 스케줄이 되어야 대만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조이수야 이정환과 영화를 찍어서 친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오 피디는 새로운 인물을 원했고 그렇게 나온 사람들이 유수한과 윤지우였다.

“그건 그거고.”

유수한은 지금 K엔터에 도착했다.

“너는 너지.”

몸으로 하는 노동은 오랜만이라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물론 새로운 경험이었고 생각보다 할 만하기는 했다. 오 피디와의 머리싸움도 결국 이겼기에 즐거웠고 노예들은 장사를 통해 번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날 공항에 두고 튀어?”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다.

“죄송합니다! 형님!”

김민수는 날쌔게 무릎을 꿇었다.

그 행동에 되레 당황한 건 유수한이었다. 괘씸하긴 했지만, 무릎을 꿇을 정도로 매니저가 잘못한 일은 아니었다.

“야, 뭘 그렇게까지…….”

“제가 죽일 놈입니다. 형님!”

“야야, 일어나.”

김민수는 일부러 과하게 행동했다. 이렇게 하면 유수한이 화를 풀 거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유수한은 김민수를 일으켜 세우고 한숨을 쉬었다.

“뭐, 됐다. 나도 얻어 가는 게 많았으니까.”

오 피디 예능은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했다. 일만 잘하면 되고 오히려 새로운 친분도 생겼다. 유수한은 이 예능을 통해 두 가지를 얻어 갔다.

첫 번째는 영화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이정환의 신임을 얻었다는 것과 두 번째는 오 피디의 눈에 들었다는 거였다.

오 피디 예능에 출연하는 배우는 계속 인연을 이어 간다. 이번 ‘노예식당’이 망하지 않는다면 오 피디는 이정환을 필두로 새로운 방향의 예능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그 멤버에는 유수한이 존재했다.

“맞아요. 형님. 반응 최곱니다!”

김민수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포스터도 멋지게 나왔구요.”

‘노예식당’의 공식 포스터는 현장에서 촬영했다.

두건을 두른 이정환이 국자를 들고 가운데에 서 있고 왼쪽에 유수한은 목장갑을 끼고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정환의 오른쪽은 조이수였다. 조이수는 감자를 손에 들고 있었고 윤지우는 전단지를 들고 있었다.

화살표로 한 사람씩 포지션이 적혀 있었는데, 유수한의 포지션은.

- 유수한이 에이스야? 일 잘하나? 의외네?

말 그대로 ‘에이스’였다.

아직 뚜껑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지만, 1차 티저와 포스터로 충분한 기대감을 주고 있었다.

- 유수한이 에이스, 윤지우는 홍보 요정, 이정환은 노예 대장, 조이수는 조갈량이네?

⌞ 딱 포지션 나온다 조이수가 머리 담당이고 유수한이 일 잘하는 에이슨가 보네

⌞⌞ 윤지우가 홍보 요정이라니 ㅠㅠ 우리 깜찍이가 홍보 열심히 했나봐 ㅠㅠㅠ

⌞⌞⌞ 아 노예식당 궁금해서 미쳐 ㅅㅂ

2차 티저는 다음 주에 공개였다. 2차 티저는 예고편이나 다름없었고 1회에는 유수한이 등장하지 않는다. 나와도 1회 끝 부분에 언급 정도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유수한 역시도 1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제일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그 전의 이야기를 전혀 모른다.

또 어떻게 편집될지, 그 방향도 궁금했기에 첫 방송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온에어/불판] 얘들아, 노예식당 같이 달리자~ +59

그리고.

어느새 ‘노예식당’이 공식적으로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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